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30)
운빨로 탑스타-130화(130/200)
제130화
비상 사태가 일단락이 난 뒤.
이민기의 활약으로 목숨을 구한 사람은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평소에도 호흡기 질환이 있는데, 보조기를 잃어버려서.”
“…….”
“후우,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배우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큰일 났을 겁니다. 저희 회사 업무도 그렇고, 제 가족도 그렇고.”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그냥 말이 많은 것도 많은 거다만.
이민기가 대답하든 말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참, 아까 놀란 승무원들 표정 보셨습니까? 아마 제가 여기에서 죽기라도 했더라면 난리가 아니었겠지요. 후후.”
“하하…….”
“항공사의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는 위기였습니다. 배우님께서는 제 생명만 구한 게 아니라, 항공사와 승무원들까지 모두 구해주신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지요.”
마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바라보는 것 같은데.
뭐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말에 이민기가 곤란하다는 듯 작게 웃음을 지었다.
‘뿌듯하기는 해.’
감사 인사니까 말이다.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없는 말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말이 많을 줄이야.’
중간부터 세어 봤는데, 벌써 30번도 넘은 것 같다.
똑같은 감사 인사를 레퍼토리만 바꿔가며 30번이 넘게 듣고 있다는 말이었다.
[여기 기내식 맛있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기내식이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목이 붓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데, 부주의했군요. 배우님이 절 살려주신 겁니다.]밥 이야기로 가다가도 자기는 밥 먹다가 숨이 차다면서 이민기에게 감사하다고 하질 않나.
[도착하기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죽을 뻔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비행 그 자체로 화제를 돌리려고 해도 결국에는 이민기에게 관심이 돌아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쯤 되면 슬슬 피곤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목숨을 구해드린 셈이니 당연하기는 하지만.’
이민기의 머릿속으로 피곤함과 뿌듯함이 반반 섞여 생긋생긋 웃고 있는 와중이었다.
[손님 여러분, 안내 말씀드립니다. 우리 항공기는 곧 LA 공항에 도착합니다. 다시 한번 반복하겠습니다.]이제 거의 다 도착한 걸까.
기내 스피커를 통해 착륙 안내를 알리는 안내 멘트가 차분하게 흘러왔다.
고도가 낮아진 덕에 귀가 먹먹한 것도 많이 가신 것 같고.
‘그래도 이 사람 덕에 시간은 잘 갔네.’
첫 미국행 비행기였는데, 참 다이나믹한 비행이었지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비행은 사양하고 싶다.
두 번만 다이나믹하면 코난 되겠다.
‘하나님, 바래요. 사랑과 평화, 평화, 평화.’
이민기가 슬쩍 짐을 챙기고 일어날 채비를 하는 찰나였다.
“참,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아직 안 드렸군요. 실례, 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옆자리 승객이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듯 지갑을 뒤적이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소소하지만,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이었다.
이민기는 자기도 모르게 그걸 건네받고는 천천히 훑어보기를 잠시.
“……!”
순간적으로 이민기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단순히 놀라다 못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
‘이 사람, 할리우드 관계자였어?’
그가 구해준 남자의 신분이 영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Art&Science&Technology Pictures] [Senior Vice President: Bae jung mun]아트 앤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픽쳐스.
흔히 AST라고 불리는 회사의 중역이었다.
당연하지만, 이민기는 이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AST면 할리우드 7대 영화사 중에 하나잖아!’
영화인으로서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유통되는 영화라면 최소 80% 이상의 투자 지분을 가진 게 7대 영화사이며, 그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바로 AST다.
AST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작품이란 없다고 봐도 좋으리라.
‘시니어 바이스 프레지던트면…… 적어도 이사급이라는 건가?’
그쪽 계통 회사에 한국인 중역이 있었을 줄이야.
아니,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디즈니의 메인 캐릭터 디자이너로 근무한 한국인도 있었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마침 그 사람이 항공기의 옆자리에서 함께 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또한, 이민기가 그를 구해주었다는 것도.
‘어쩐지 계속 배우 일에 관심을 보이더라니.’
뒤늦게 이 남자, 배정문이 그에게 계속해 이것저것을 캐물은 이유가 감이 왔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더니마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정보를 얻으려 했던 거라면 설명이 된다.
[미국 패션계에도 진출하려 하신다는 거군요. 호오,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걸 제게 말씀해 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영광이군요.]물론, 자기 신분을 숨기고 그랬다는 게 의아하긴 하다만.
“배우님의 작품은 전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희 AST에도 모실 수 있다면 감히 더 바랄 게 없겠군요.”
배정문이 싱글벙글 웃었다.
조금 전이었다면 사람 좋은 아저씨가 넉살 좋게 웃는 모습으로만 보였겠다만, 이제 바위로 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매니저님이 조용한 것 같은데.’
슬쩍 고개를 돌려 박한모 매니저를 본 순간이었다.
‘아니?’
그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사시나무 떠는 것마냥, 제대로 눈길조차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드르르르륵!
너무 떤 나머지 떠는 소리마저 나는 건가.
아니다.
저건 절묘한 타이밍이 일으킨 착시였고, 실제로는 그저 비행기가 착륙하며 진동과 소음을 유발한 것뿐이었다.
“하하, 이제 슬슬 내릴 시간이군요. 아무쪼록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극진히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그럼 실례.”
배정문은 그렇게 인사와 함께 두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서는 자리를 떠났다.
뒤에 남은 이민기는 그저, 배정문이 떠난 뒷자리와 명함을 번갈아서 바라볼 뿐이었다.
‘……운이 좋았다.’
저 정도의 거물에게 빚을 남기다니.
이민기가 운이라 불러 좋을지 모를 일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번에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건 다른 사람일지도 몰랐다.
왜.
이민기 덕분에 목숨을 구한 배정문 말이다.
‘다시 만날 일이 생길 것 같군.’
그가 콧노래를 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라운지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 * *
이민기가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한참 전, 그의 도착보다도 먼저 인터넷 세상에 퍼진 소식이 있었다.
바로.
[이민기가 사람 살렸대]그가 비행기에서 사람 하나를 살려냈다는 말이었다.
[지금 비행기에서 사람 하나 질식해서 죽을 뻔했는데, 그거 가슴 압박해서 숨 쉬게 만들었대] [???? 언제?] [방금 막] [???? 이민기 비행기 탔어?]광화문 삼겹살 대첩 이후로 잠잠하나 싶었더니,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다니.
[이게 말이 됨?] [ㅋㅋ 구라 ㄴ]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동봉된 사진 한 장을 보거든 그 상식도 꼭 통하는 건 아닌 듯했다.
[나 지금 비행기에서 같은 비즈니스석 객실이었다니까 ㅇㅇ;; 이거 인증 사진임 보샘]반쯤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진 승객을 이민기가 뒤에서 안고 있는 사진.
정석적인 하임리히법 자세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 [아니 사진 한 장으로 믿기는 좀 그렇지] [상식적으루다가 ㅋㅋㅋㅋㅋ]하지만 안 믿는다.
연예인이 사람 돕는 건 흔한 일이지만, 사람 살리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
차라리 새로 찍는 작품의 내용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이민기가 바이럴 잘 쓴다는데, 이것도 바이럴 아님?] [전에 그 광화문 한복 짤도 결국에는 뮤직비디오 바이럴이었잖아] [맞지 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이민기가 안티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원래 연예인이라면 부정적인 선입견을 깔고 보는 사람도 많은 법.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속보) 에어한양 ‘이민기가 사람을 살려’ 감사 인사 전해]공식으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믿는 게 멍청이가 될 테니까.
[단독 취재) ‘현장에서의 적절한 대처로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아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망할 뻔했던 당사자가 장문의 인터뷰를 직접 올려버렸다.
[전 평소에도 지병으로 잦은 호흡곤란을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내에서 잠시 잠든 사이 그만 호주머니 속 보조기를 의자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아마 그대로 방치됐더라면 전 죽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민기 배우님이 제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시고, 승무원을 부르며 동시에 응급조치를 해주셨기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민기 배우님과 이후 의료에 힘을 아끼지 않은 에어한양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는 배우님이 주신 생명이라 생각하고 살려 합니다.]
당사자가 그렇다고 한다.
하물며 그 뒤를 이어 기내 승객과 승무원의 인터뷰가 순서를 다투듯 빠르게 따라오지 않았나.
[이민기 배우님 너무 잘생기셨음. 메디컬 드라마 하나 찍으셔도 될 것 같다!!] [이민기가 사람을 살렸다고??] [그러니까 비행기에서 옆자리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걸 이민기가 하임리히법으로 살려냈다고?] [이달의 힐러: 이민기] [이민기는 이든 민스터 기모라의 줄임말] [ㄴ ㄴㅈ] [사람이 보통 저런 판단력이 나오나?] [ㄹㅇ 같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게 보통 아닌가?]좋은 소식에도 정도가 있지.
연예인들이 어떤 직업인가.
선행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음주운전/마약/폭행만 저지르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던가.
특히 최근에 김도하 사건 덕에 도덕성에서 예민해진 부분도 컸고.
이민기는 더욱이 그 핵심 관계자였다는 의혹이 남아 있어, 의심의 시선까지 남아 있지 않았나.
그런 와중에.
[이건 우리 연예인이야. 사람을 살려.]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버린 연예인이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민기 당신은 도덕체……] [사람이 저렇게까지 완벽할 수는 없잖아] [잘생겼으면 성격이라도 더럽던가 이 색기야아아아아!!!!!!]인터넷이 기사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한편.
이번 소식의 여파는 한국에만 닿은 게 아니었다.
미국 LA에 위치한 어느 오피스 건물의 사무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마우스를 딸깍이던 중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람, 전생에 히포크라테스이기라도 했나?”
아서 단토.
미국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패션 잡지 [LE]의 편집장이 그러했다.
“이미 인터넷에 소식이 많이도 퍼졌군.”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연신 인터넷 게시판에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한국의 K POP 스타, 비행기에서 한 생명을 구하다]케이팝 스타가 아니다.
배우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K POP 스타로 알려진 것 같은데, 이런 사소한 오해가 파급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보야나 올슨 뮤비에 나온 그 사람이네]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마약 빨고 사람 쳤는데, 진짜 부럽다] [한국 연예인들은 기획사에서 도덕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고 한다. 유교 사회라서 그런데, 이게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힘이라고 볼 수 있지.]아무것도 안 했는데 인터넷에서 벌써 화제를 일으키다니.
아니,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지.
명백하게 했지.
‘사람을 구했으니까.’
운이 좋은 걸까.
그것도 아니다.
옆자리에서 사람이 그대로 죽었다면 그건 불운이었으리라.
시작부터 이미지를 망친 셈일 테니.
호시탐탐 가십거리를 노리는 기자들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어떻게 됐는가.
보기 좋게 살려냄으로써 되려 운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살아난 당사자에게는 천금과도 비견할 데가 없는 행운이며, 항공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마 이번 취재는 거의 무조건 주목을 받겠지.’
[LE]의 편집장인 아서 단토, 그 또한 수혜자라고 볼 수 있었다.최고의 화제를 모는 모델이지 않나.
퀀텀점프할 잡지 판매량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재밌군. 운이 좋은 걸 넘어, 주위에 뿌리는 사람이란 말이지.’
감이 좋다.
이 사람, 같이 일하고 싶다.
편집자이기 전에 사업가로서의 직감이 번뜩였다.
이민기라는 사람이 길게 지켜보면 투자비 따위는 푼돈으로 만들 재목이라고.
‘과연 내 눈에만 그럴까.’
아서 단토가 눈을 깜빡였다.
어째서일까.
문득, 그의 동공에 비친 남자의 값어치를 조만간 온 세계가 알게 되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짐작이 아니었다.
뚜루루.
바로 지금, 아서 단토에게 급히 걸려 온 전화가 그러했다.
“예, 어떤 일로 전…….”
[급하니 용건부터 말하지. 그쪽에서 이민기와 단독 취재를 땄다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