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49)
운빨로 탑스타-149화(149/200)
제149화
심성보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
농담이라기에는 확고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호흡을 내신 뒤 답했다.
“각오했어요.”
그 목소리가 영 견고해서 심성보 감독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선 한 줄을 그었다.
‘내가 각오가 안 된 것 같은데.’
한발 물러나 주기를 바랐다.
어지간히 위험한 장면이라면 모르겠지만, 저건 진짜 위험하니까.
그의 말마따나 정말로 죽을 수도 있는 장면이니까.
‘잘못 사고라도 터지면…… 나는 여기에서 감독 인생이 쫑나는 건가?’
다채로운 의미로 위험하다.
물론, 이민기라고 해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이미 결과물을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알지, 저 장면 좀 위험한 거.’
그래도 필요한 장면이라서 안 찍을 수도 없고.
스턴트맨을 따로 쓰면 좀 낫겠지.
하지만 맨몸으로 촬영하는 씬이다 보니 몸이 곧 신분증으로 통하는 이민기를 대체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저거, 너무 명장면이잖아.’
이민기의 개인적인 기호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기사에서 몇 번이나 봤지.’
[만만투] 전체를 통틀어서 세 손가락에 잡히는 명장면이 있었다.주인공 [남석구]가 도망가는 흑막을 쫓기 위해, 무려 20m 절벽 위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장면.
참 아찔한 장면이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장면이 분명 명장면이며, 이후 어떻게 알려졌는가였다.
[남석구 아찔한 다이빙 점프, 만만투 속 명장면 Top 3로 꼽혀] [스턴트를 쓰지 않고 직접 소화해] [투혼에 대중 ‘극찬’]한국 영화사에 남을 스턴트 명장면으로 승화했다.
대역을 써도 되겠지.
하지만 이 장면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라도 직접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니,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의 연기자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 기대된다.’
이민기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느덧 세상만사를 불운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이민기는 한 움큼 먼지가 되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듯했다.
한편, 그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심정은 별개였다.
‘사고 나면 어쩌지?’
‘본인이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는데.’
걱정이 큰 이들은 심장이 조마조마했으며.
‘역시 스타는 스타다.’
‘자세부터 다르네.’
‘저걸 직접 찍어? 나라면 꿈도 못 꿨는데.’
‘어려운 장면도 솔선수범하는구나.’
걱정이 조금 덜한 사람들은 이민기의 투혼 앞에 감탄했다.
본인 의지가 저렇게까지 확고하니 어쩔 수 있겠나.
‘기왕 찍는다면, 최대한 살리는 게 감독 된 사람의 도리겠지.’
말릴 생각을 접은 심성보 감독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확실하게 체크했지?”
“네, 이미 전문가를 초빙해서 체크를 다 마쳤습니다. 이미 리허설도 세 번 진행했고요.”
“좋아, 가뜩이나 위험한 장면이니까 한 번에 끝내자고.”
정확히 말하자면, 두 번 찍으면 이민기는 괜찮더라도 그의 심장이 버티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다.
“물 좀 가라앉으면 시작하자.”
* * *
휘이잉.
언덕 위.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11m.
거기에서 7m를 더한 높이 위에 선 이민기가 정면을 바라봤다.
‘서해도 이렇게 보면 꽤 아름답네.’
그야말로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수평선 사이사이 감초처럼 푸른 섬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물고기들이 첨벙이는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분명하게 들어왔다.
한편.
‘아래만 안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바닥으로는 위험천만한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이리의 주둥이처럼 날카로운 바위가 군데군데 솟아난 곳.
그 사이로 난 물가.
지금부터 그가 뛰어내릴 장소였다.
‘각오는 했지만, 직접 보니까 좀 더 무섭네.’
실수하면 죽겠지.
그 사실을 되새기자, 시원하다 못해 날카로운 바람이 그의 젖은 뺨을 할퀴었다.
한층 더 간담이 서늘해졌다.
“후우.”
이민기는 심호흡을 내쉬기를 잠시, 조금 더 자신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생의 만만투 속 [남석구]를 믿었다.
“준비되시거든 바로 뛰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내쉬고 5초 뒤.
“흡!”
이민기가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정면으로 달리고는,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훅!
순간 바람을 가르는 기분과 함께 이민기의 눈앞으로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 난다.’
하늘을 날고 있다.
이 순간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에 몸이 감싸여 있다는 느낌을 알고 있는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한평생 느낄 일이 없는 느낌이었다.
시속 40km를 유지한다는 로드 자전거 선수들도, 아드레날린 중독이라는 바이크 선수들도.
그들 모두가 결국 몸 아래 단단하게 지탱할 프레임이 함께했다.
하지만 지금, 이민기의 몸을 받쳐 주는 건 오로지 바람뿐이었다.
‘이 기분이구나.’
왜 세상에 위험을 무릅쓰고 에어 다이빙을 취미 삼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겠네.
인터넷으로 보면서 이해를 못 했는데, 한순간 이해됐다.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몸이 이해하고 불과 0.8초.
――――――――――――슈우우욱!
이민기의 몸이 그대로 추락을 시작했다.
중력가속도에 따라 무서우리만치 빠르게 쏟아지는 바닥.
가히 거대한 푸른 벽을 향해 거꾸로 돌진하는 것과도 같은 공포심이 이민기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무섭다.’
어쩌면 기절하고 싶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다.
여기에서 기절하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물에 빠진 뒤에는, 어떻게든 스스로 떠올라야 한다.
자칫하면 그대로 익사할지도 모를 일.
제작진이 안전요원들을 대기시켜 놓았다고는 하나, 그게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버텨야 한다.’
시간이 손으로 잡힐 리만치 선명하게 느껴지는 찰나.
이민기가 역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20초 뒤.
발끝으로 차가운 두부를 반으로 갈라버리는 느낌이 들었을 무렵.
촤아악!
이민기의 성공적인 낙하를 축복하듯 바닷물이 사방에서 그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으브브브븝!”
정작 이민기는 그렇지 못하였다.
‘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
물속에 두 발이 닿은 순간부터,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다리 쪽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헤엄을 칠 수가 없다.
그저 양팔을 하염없이 허우적거릴 뿐.
가만히 있는 게 맞다.
바닷물에는 소금기가 있고, 그만큼 부력도 있으니 몸을 멈추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지? 어쩌지?’
혼란 속에서 이민기의 정신은 이전처럼 또렷하지 못했다.
부르르르르.
호흡이 줄어든다. 그만큼 의식 또한 몸속에서 빠르게 흘러나갔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충격 속, 바다는 더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거대한 물귀신.
푸른 몸집에 염분으로 콧속이 마비될 만큼 소금 맛으로 가득한 귀신이 그의 발버둥을 비웃듯 감쌌다.
‘큰…… 일이…….’
끝났다.
너무 무리수를 뒀다.
운이 좀 좋아졌기로서니, 이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그냥 스턴트맨한테 맡길걸.
이민기의 의식이 여기까지 닿을 찰나였다.
찰팍.
‘어?’
등 뒤로 그의 몸을 밀어내는 부드럽고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부우우우우웅――!!
가라앉던 이민기의 몸이 물속을 가르고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마치 어뢰가 물속을 뚫고 날아가듯, 이민기의 몸 또한 뭍을 향해 빠르게 뻗어나갔다.
이민기의 힘이 아닌, 제2의 추진체의 힘으로 말이다.
‘안전요원분인가?’
물귀신을 뿌리치기 0.2초 전, 마지막으로 짜낸 이민기의 생각은 이러했다.
그리고 0.2초.
“커억!”
외부의 힘으로 간신히 바깥에 나온 이민기가 바닥을 짚고는 거세게 바닷물을 토해냈다.
“우웩, 우웨엑!”
미남 이미지로 팔리는 남자 배우가 할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질 틈이 아니었다.
“커억, 커억! 커억!”
기침이 미친 듯이 터져 나온다.
이미 의식을 어쩌고저쩌고할 틈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차차 기침이 멎어 들면서 점차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도 들려왔다.
찰팍! 찰팍!
제작진의 발소리였다.
‘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민기가 고개를 들고는 앞을 바라봤다.
그 앞에는 심성보 감독의 충격에 물든 얼굴을 필두로 세 명의 스태프가 서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심성보 감독이 걱정으로 한껏 물든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게, 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민기가 부끄러운 마음에 헛기침을 뱉으며 답했다.
안전을 몇 번이고 경고했는데도, 무리하다가 사고 낼 뻔했다.
그가 [만만투] 작품 자체를 망칠 뻔했다는 것이었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안 느낀다면, 그건 뻔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더 뻔뻔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말도 있었다.
“저기,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안전요원분이요. 저 구해주셨죠? 어디 계시지…….”
이민기가 주위를 둘러본 찰나였다.
그제야 심성보 감독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배우님을 구해준 건 안전요원이 아닙니다.”
“네? 그럼.”
이민기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물어봤다.
그다음 순간.
한발 늦게 도착한 진주연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말 그대로 이민기의 예상을 박살 내도 열아홉 번은 박살 내는 것이었다.
“고래였습니다.”
고래라는 것이었다.
“네?”
이민기가 잘못 들었나 싶은 마음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고래요?”
“네.”
심성보 감독이 마치 고문당하는 종군기자마냥 진실을 억지로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저희도 믿기 어렵습니다만, 분명 고래였습니다.”
“…….”
“거듭 말씀드리겠지만, 고래였습니다.”
고래가 맞다고?
표정을 보면 거짓말 같진 않은데.
연기력이 좋아지신 건가.
‘배우 하셔도 되겠네.’
여전히 놀리는 건가 싶은데 심성보 감독이 한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돌고래인지 고래인지 모르겠는데, 거대한 생선 같은 게 와서는 배우님을 육지로 밀어내고는 갔습니다. 저기로.”
“저기요?”
“저도 안 믿기는데, 진짜로 그렇게 나와서. 후우.”
진지하네.
그래도 감독이 말하니까 믿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응, 그게 맞지.
이민기가 가볍게 심호흡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고래요?”
믿기는 개뿔.
여전히 못 믿겠네.
사람 믿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심성보 감독은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못 믿으시는 게 당연합니다. 잠시만요. 촬영한 걸 보여드려야겠는데, 우선 물기 좀 닦고.”
“아니요, 가서 찍은 것부터 볼래요.”
“알겠습니다.”
이민기가 다급히 걸어가서는 심성보 감독과 함께 근처 카메라 앞으로 갔다.
“지금, 여기 보시면.”
그리고 확인했을 때, 그 또한 공포심은 어디 가고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고래네…….”
진주연 감독의 말마따나 고래였다.
갑자기 물속에서 튀어나온 고래가 그를 뭍까지 밀치고는, 유턴해서는 그대로 저 먼바다로 유유히 사라졌다.
자연의 신비.
그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에 이민기가 눈가를 씰룩거렸다.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진짜로.
말 되나?
서해안에 고래가 살았나?
‘아니지, 살 수는 있지.’
고래는 딱 정해진 영역 없이 그 덩치만큼이나 아주 멀리까지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하지만 그게 마침 촬영장 주변에 와 있었고.
또 날 살려줬다고?
‘이게 운인가?’
그 덕을 본 당사자로서도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재촬영해야 하나…….”
기적 앞에서 죽음의 위기를 잊고 넋이 나간 이민기가 작게 중얼거린 찰나였다.
“아니죠.”
심성보 감독이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이걸 왜 버립니까.”
“예? 사고 장면이잖아요.”
이민기가 의문을 품은 찰나, 심성보 감동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신이 점지해 준 겁니다. 그대로 써야죠.”
“…….”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죠? NG가 보기 좋으면 애드립입니다.”
잘 모르겠다만, 썩 보기 좋으셨나 보다.
이민기는 그냥 더 묻기를 관뒀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직후라 아직 제정신이 아니기도 하니.
다만, 한가지만큼은 분명했다.
‘CG 소리 듣겠네.’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해도, 관객들이 안 믿게 생겼다.
나라도 안 믿지.
이민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다음부터는 번지점프 안 해요.”
“예.”
심성보 감독은 고개를 세로세로 젓고는 말했다.
“넣어 달라고 해도 뺄 겁니다.”
감독 인생 쫑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