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51)
운빨로 탑스타-151화(151/200)
제151화
‘노를 이런 식으로 젓는다고?’
김아성 트레이너가 상전마냥 팔짱을 낀 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그 앞에서는 한 남자가 신이 나서는 혼잣말을 떠들고 있었다.
“와, 제가 상어 입으로 들어가네요. 지금 죽은 건가요? 아, 뒤에서 제가 한 명 더 튀어나오…… 또 잡아먹히네요.”
이민기였다.
그는 며칠 사이에 마조히스트라도 된 걸까.
자기가 죽는 움짤을 보고서도 극찬을 아낄 줄을 몰랐다. 오히려 자극적일수록 신난 모양새.
“캬, 퀄리티가 너무 좋네. CG를 전문으로 공부하셨나 봐요? 이건 제 개인픽으로 담아 둬야겠네. 잘 봤습니다!”
왜 자기가 죽는 움짤을 보고서도 저러는 걸까.
보통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야 정상 아닌가.
아니,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은근한 불쾌함을 표했던 장본인 아니었나.
사람이 변한 건가.
많은 의문이 있지만, 이유는 하나였다.
‘나한테 도움만 된다면야, 뭐.’
결과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Rocket man diving Lee]를 아예 밈(Meme)으로 만드는 것.
서양 인터넷을 자기 얼굴과 연기로 도배하는 것.
그 과정이 다소 거칠다고 한들, 인지도가 필요한 배우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홍보만 되면 그만이지.’
그래서 열었다.
[Diving Lee] 밈 콘테스트를.방송으로 신청을 받아 직접 리뷰하며, 후원금은 전부 창작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가 저거다.
[12$ 후원!] [21$ 후원!] [102$ 후원!] [20,000원 후원!] [81$ 후원!] [6,500원 후원!] [1$ 후원!] [1,000원 후원!]끊임없이 쏟아지는 후원들.
그걸 기반으로 수백만 구독자에게 해주는 홍보.
한 발 나아가, 또 재확산.
무엇하나 이민기의 계산 범위 안이었다.
‘국내라면 몰라도 해외에서는 어떻게 인지도를 띄워야 하나 고민하는 참이었는데, 이만한 홍보 수단은 또 없겠지.’
얼굴만 알리면 된다.
그 인지도를 기반으로 어떻게든 영화를 단 10초라도 보게만 만든다면, 그다음은 자신 있다.
그 [만만투]니까.
비루한 자본금으로도 세계적인 히트를 터뜨린 역주행의 상징 [만만투]니까.
이민기는 그 히트를 조금 더 크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온 자본이 아닌.
[100$ 후원!] [12,000원 후원!] [100,000원 후원!] [와 오늘 후원금 미치네] [ㅋㅋ 색목인들에게 질 수는 없지]대중의 돈과 수고로!
이민기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판을 깔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실은 오롯이 이민기가 누리는 판국이었다.
이게 전부일까.
[이거 다 민기한테 가나?] [ㄴㄴ] [저거 만든 사람들한테 전부 돌려준다는데] [이민기가 진짜 사회환원이 뭔지 앎]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거지 ㅇㅇ] [이게 진짜 플렉스 아니냐? ㅋㅋㅋㅋ] [아마추어 창작자들한테는 이런 뜰 기회가 중요하다고 ㄹㅇ]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미지까지 좋아지는 와중이었다.
이미지는 원래 좋았지.
하지만 이번 챌린지가 예전 댄스 챌린지와 합쳐져 ‘아마추어들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배우 이민기’로 완성되고 있는 참이었다.
‘구독자가 많으면 뭘 해도 되는구나.’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 이민기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왜 구독자, 구독자 하는지 알겠네.
요즘 세상에서는 똥을 싸면 유명해지…… 는 게 아니라, 똥만 싸도 유명해지…… 아니지, 이것도 아니지.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준다더니, 유명세를 아예 작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니까 박수 그 이상이잖아.’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민기에게는 웃음만 나올 일이었다.
옛날에는 안 이랬으니까.
[야, 이민기 저 새끼가 네 필통 훔쳤대] [아니, 나는 복도에서 주워서 돌려주려고…….] [즐] [이민기가 필통 훔쳤다가 들키니까 거짓말한대요!] [울 아빠가 그러는데 이민기네 집은 임대 사는 거지래.] [임대가 뭐야?]무슨 짓을 하든 악의적인 방향으로 해석되는 삶이었다.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선량한 행동을 한들, 그가 마주하는 건 적의뿐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도 인성이 삐뚤어지지 않았던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참 더럽게 힘들었는데.’
아직도 사무친다.
이민기는 본디 수면에 들기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상처라는 것은 낫더라도 흉터가 되는 법이라, 몇 년이 흐른들 잠을 자려 누우면 옛 기억이 흉터가 쿡쿡 쑤시듯 떠오를 때가 잦았던 탓이었다.
이제,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세상의 호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거든, 내일은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
그런 게 먼저 떠올랐다.
[믿고 보는 이민기]이제 달라졌다.
[이민기 그는 신인가?] [채팅창에 외국어 왜 이렇게 많음 ㅋㅋㅋㅋ] [나만 아는 작은 배우가 알고 보니 월클이었던 건에 관하여] [아직 월클은 아니지] [선반영이라고 아 ㅋㅋㅋㅋ] [맞네 ㅋㅋㅋㅋㅋㅋㅋ]세상은 빛으로 가득하다.
그의 호의는 온전히 호의가 된다.
이민기는 이런 상황이 못내 즐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호의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의를 나 자신이 홀로 가지는 걸 넘어, 세상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추어를 돕는다.
그게 곧 그에게 도움이 된다.
이 선순환을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더 키워, 잔뜩 키워, 제2, 제3의 송우당을 발굴한다면 어떨까.
그럴 조짐이 지금도 눈앞에 있지 않나.
[JEK 저 사람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퀄리티 뭐냐고 ㅋㅋㅋㅋ] [원래 합성으로 유명한 사람임 ㅋㅋ] [다이빙했다가 눈 뜨고 보니까 이세계……? 라고?] [맨날 합성 올리는 사람인데 이렇게 뜨네 ㅋㅋㅋㅋㅋ] [이게 K-신토불이의 맛이다]JEK.
저 사람처럼 말이다.
‘내 운을 세상에 돌려주고, 세상이 그걸 호의로 보답한다면 이런 게 또 있을까.’
아직은 발상일 뿐이다.
하지만 행동할 힘은 있다.
이제 의지만 갖춘다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겠지.
‘크리에이터 집단이라던가.’
이민기가 그런 생각을 가지며 웃는 목소리로 거듭 외쳤다.
“JEK 이 사람 천재 아니에요? 다른 거 또 만든 거 있나? 좀 보고 싶은데. 얼른 훈수 좀 둬 봐요. 아, 저기 링크로 들어가면 나온다고요?”
김아성 트레이너의 조언으로 생긴 기회다.
최대한 살려 봐야지.
“이 사람 합성 영상은 왜 다 종로 백병원으로 가요?”
그 광경.
카메라에 비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김아성 트레이너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걸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나는 그 합성 소리 듣는 원본 영상.
그거 CG 전문가 불러와서 진위여부 가려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응, 민기 씨는 재능이 있네. 어그로 끄는 재능.’
어차피 남 일.
김아성 트레이너는 그냥 웃기로 했다.
‘나중에 아이디어값이나 내놓으라고 해야겠다.’
* * *
만만투가 개봉하기를 몇 주 앞둔 시점.
[Diving Lee] 밈이 세계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휩쓸었다.조회 수 수십에서 수백만짜리 영상이 무더기로 쏟아졌으니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몰린 관심사가 다음으로는 어디에 흐르겠는가.
[넷플레이에서 영화 개봉하는구나] [아 어쩐지 퀄이 너무 높더라]당연히 [만만투]라는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계기는 합성 영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에 힘이 실린 것.
그 과정에서 고래 합성 논란이 다시 한번 발발했지만.
[이건 절대로 합성 아닙니다. 이게 합성이라면, 한국 영화계의 CG 기술은 할리우드도 뛰어넘은 거죠.]그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등판해서 진위 여부를 가려 주었다.
[마이야르 픽쳐스 측에서 추가로 공개한 세 가지 각도 촬영본을 비교하면서 보면 한층 분명해집니다.] [여기 확대한 장면을 보세요. 튀는 모든 물에 똑같은 반사가 적용되어 있지요? 무섭도록 정교합니다.] [이게 CG가 맞다고 한들, 상업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와 길이를 갖춘 CG 영상을 세 방향으로 제작하려면 최소 수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굳이 논란을 감수해가며 그런 바이럴 마케팅을 저지를 제작사는 없을 겁니다. 개봉까지 1달도 안 남긴 시점에 말이지요.]결과적으로 고래 등판이 진실이라는 데 방향이 쏠린 것.
[이왜진(이게 왜 진짜의 줄임말)] [한국의 고래 사육 기술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일!!!!!!]여기까지 가자, 이민기라는 사람의 인지도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해버리고야 말았다.
영화를 개봉하지도 않았다.
이민기가 미국에서 한 일이라고는, 그저 패션 화보 좀 촬영하고 인터뷰 찍고 퀴즈 방송 하나 나온 정도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먹어버린 것.
[너무 빠르게 뜨니까 무섭다] [또 국뽕] [ㄴㄴㄴㄴ 지금 레딧 가서 스레드 보면 이민기 인기 ㄹㅇ임] [지미 쇼에서도 이민기 소개했다는데?] [??] [?]갈수록 가관이다.
이 정도로 인지도가 쌓인 탓일까.
서서히 대중의 [만만투]에 대한 기대감도 하늘을 찌를 지경이 되었다.
[제목: 나는 만만투에 많은 거 안 바람] [내용: 반지의 제왕보다 스케일 크고 해리포터보다 캐릭터 좋고 쇼생크 탈출보다 서사 좋고 탑건 정도로만 뜨거우면 됨] [댓글(2) [무친놈] [♚♚시공 오브 더 월♧드♚♧♚가입시$$전원 현금$$140%증정☎지금 바로 합류]기대치가 미친 듯이 쌓인다.
고작 무명 스튜디오가 중소자본을 들여 만든 넷플레이 독점작에 불과한데, 그게 어느새 어지간한 블록버스터를 씹어먹을 기대작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전부 배우님 덕이네요.”
이민기 덕분에 말이다.
“아뇨, 제가 뭘. 하하.”
쑥스러워하는 이민기의 앞에서 심성보 감독이 커피를 호록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이걸 참 뭐라고 또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저희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반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는데요.”
“하하.”
“사실, 이번 작품이 망하면 이 일을 관둘 생각이었습니다.”
“하하…….”
안 관뒀겠네.
이민기가 웃으려니 진주연 감독이 슬쩍 다가와서는 물었다.
“이번 작품 대박 나면 배우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아, 저는요.”
“야, 주연아, 차기작 제안은 나중에 해.”
“원래 이렇게 빌드업 쌓는 거야. 그래서, 배우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어딘가 가벼운 분위기다.
촬영도 끝났겠다, 후작업 마치고 개봉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겠지.
이민기는 작게 턱을 짚고 고민하기를 잠시.
대충 대답할까 하는 참인데,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즐거웠지.’
남들이 그의 운과 영향력에 낙수효과를 받는 그랬던 일 말이다.
그때부터였을까.
몇 번이고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일이 있었다.
이민기가 그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레이블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해요.”
“레이블이요?”
“네, 레이블.”
의외라는 듯한 심성보 감독의 말에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연기든 음악이든 춤이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레이블 하나 만들어 보려고요.”
이게 최근 이민기가 가지게 된 작은 꿈이었다.
“일하고 싶다는 사람 있다면 일거리를 주고, 못 뜨는 사람 있으면 뜨게 해주고. 그냥 다른 레이블들이 하는 거랑 똑같이요.”
그의 말마따나, 기존 레이블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차이점은 하나뿐이다.
운영 주체가 바로 이민기 그라는 것.
“JC에도 물어봤는데,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크흠, 아직 비밀이에요.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요.”
그렇게 쑥스럽다는 듯한 뉘앙스와 함께 선언이 끝난 참이었다.
“흐음.”
무언가 떠오른 바가 있었던 걸까.
심성보 감독이 안경테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말했다.
“배우님, 혹시, 거기 스튜디오 낄 자리도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