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53)
운빨로 탑스타-153화(153/200)
제153화
[The entertainment]만만투 시사회가 끝난 직후, 가장 먼저 떨어진 평론은 이러했다.
디 엔터테인먼트.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오락, 혹은 즐거움을 위한 모든 창작활동을 의미했다.
음악이나 영상, 연기, 코미디, 연예를 비롯해 그 모든 것.
그 모든 것을 통틀어 하나로 일컫는 단어가 바로 entertainment였다.
저 평론가는 대체 무슨 의도로 저런 단어를 거론한 걸까.
[좋다는 거야 별로라는 거야] [일단 욕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장난이라는 말 아님? 엔터테인먼트 장난 아님?] [ㄴㄴ 오락 그 자체라는 것 같은데?]해석이 분분한 와중.
이어지는 후속 장문 보도에서.
[대중의 마음을 핥고 있는 작품.]기대감 혹은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마이야르 픽쳐스는 대중이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섬세하게 꿰뚫고 있다.만만투는 그런 작품으로 설계되었다.
관중에게 특정한 장면을 보고 싶게끔 유도한 뒤, 그 장면을 곧이어서 보여주며 지속적인 몰입을 유도해 냈다.]
명실상부한 호평이었다.
존 키드니.
할리우드 영화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저명한 평론가의 기사가 이 진실을 바닷가의 등대처럼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뻔한 클리셰로 가득한 상투적인 작품이라는 건 아니다.클리셰를 휘두르지 않고, 잘 이용했다.
마이야르 픽쳐스가 만들어낸 세상은 가혹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글과도 같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한 줄기 시원한 물을 갈구한다.
당근과 채찍.
마이야르 픽쳐스는 좋은 연출력으로 이 모든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극장에서 확인할 것. 끝까지.]
호평이지만, 단순한 호평이 아니었다.
왜냐.
[존 키드니가 저렇게까지 말한다고?]존 키드니의 호평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누구인가.
평범한 평론가인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락 영화 감독들에게 한 대 맞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혹한 평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해진 인물 아니었나.
[쉽게 만든 영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맥주 세 병 들이켜고 보면 볼만한 영화]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엔딩을 알 수 있었다.] [반전을 위한 반전,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무엇 하나 존 키드니의 평론이었다.
한국에 평론가 박병식이 존재한다면, 미국에는 존 키드니가 있다.
오락 영화라면 정말 극한의 퀄리티로 자아낸 명작이 아니고서야 일단 까고 보는 게 존 키드니라는 사람.
그런 그가 [만만투]에게 호평을 쏟아낸 것이었다.
[???] [???????] [대체 뭘 만든 거지]시사회가 끝나고 불과 20분이 지났을 무렵.
인터넷 세상이 핵전쟁으로 종말을 맞이한 21세기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기사들의 논지가 하나같이 같았다.
[슈퍼하이프] [한국의 영화 촬영 노하우는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제작비와 스튜디오의 규모가 영화 퀄리티에 절대적이지 않다는 좋은 예시.] [넷플레이가 슈퍼볼을 맞췄다.] [세 번 볼 것. 기왕이면 네 번.]엠바고 탓에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못하겠지만, 영화가 훌륭하다는 것.
오락 영화로서 극한을 보여준다는 것.
적당히 호평이면 모르겠는데, 이렇게까지 말이 좋아버리니 대중의 평가 또한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연기를 두 번이나 하길래 대체 무슨 난리인가 했는데, 저런 물건을 만들었다고?]태세 전환이었다.
[난 이민기 믿었다고 ㅋㅋㅋㅋㅋㅋ] [넷플레이에서 못 만들어서 연기한 게 아니라 돈을 보따리로 싸 들고 더 만들어달라 부탁했던 거임 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보고 싶어서 심장이 벌렁벌렁] [잘 만들었으면 잘 만들었다고 말을 하라고오오오~~] [제작진은 분명 말했지 zzz 우리가 못 믿었던 거고 ㅋㅋㅋㅋ]호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어져 버렸으니.
물론, 모두가 좋게 평가하는 건 아니다.
[님들 라제 사태 잊은 건 아니지?] [느금마샤를 잊지 마시오]평론가라는 이들에게 회의감을 품은 이들 또한 널리고 널렸으니.
이들은 이민기가 할리우드에서 PC주의에 입각해 동양인 버프를 받았다고 주장하려는 듯했으나.
[응~~~ 안 들려~~~]여긴 한국이었다.
그렇게 온 사방이 떠들썩한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들뜬 동시에 기절할 것만 같아 하는 사람 또한 존재했다.
“……살았다.”
이민기였다.
평소 은근히 소심했던 그이기에, 이번 작품 시사회를 두고 어마어마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그가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설마 존 키드니가 칭찬을 할 줄이야.’
존 키드니의 칭찬마저 이끌어내지 않았나!
과거, [만만투]가 런칭했을 때조차도 아낌없이 비평을 쏟아냈던 게 존 키드니라는 사람이었다.
그가 무어라 하였는가.
[뻔하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 뻔한 영화]시사회에서 유일하게 깐 평론가였지.
[저 인간 왜 맨날 저럼?] [힙스터임]어디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 말이 너무 유명해져 버린 바람에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조롱거리로 승화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존 키드니가, 이번에는 [만만투]에 극찬을 쏟아낸 것이었다.
‘믿기질 않네.’
이민기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평론 작성자의 이름을 살펴보기를 잠시.
[Author: John Kidney]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름을 보고 활짝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후후후.”
웃을 수밖에 없다.
한평생 존 키드니에게 극찬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이게 창작자로서의 기쁨이구나.’
작품의 흥행을 책임져야만 하는 입장이기에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긴장감 때문에 질식하는 줄 알았는데.’
그 긴장감이 이제, 그 이상의 기쁨으로 변모해서 온전히 돌아왔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그것과도 같았다.
위험하기에 스릴감이 느껴진다.
리스크가 있기에 더 큰 리턴이 주어진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웃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정말 개봉만 기다리면 되겠네.’
오스카상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담이었을 그것이, 이제 과장 조금 보태서 가능성 있는 현실로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참, 여기에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었다.
덜컹.
방안에 있던 김태양이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며 말했다.
“미디어 퓨처 함치현 대표 뉴스, 봤습니까?”
“아, 그거요.”
미디어 퓨처 쪽 기사였다.
이민기가 웃어야 알지 정색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에 작게 중얼거렸다.
“구속됐다고.”
그렇다.
함치현 대표는 오늘 아침, 정식으로 구속되었다.
그 기사를 되새긴 이민기가 작게 중얼거렸다.
“도망가려는 배우 지망생을 두들겨 패면서 억지로 일을 시켰다고 했나요.”
“예, 온몸에 멍이 푸르게 들었다고. 방에서 히키코모리로 살던 중 경찰에 제보했다고 하더군요.”
최근 들어서 밝혀진 일이었다.
이민기 발 내부고발에 힘입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 덕에 함치현 대표는 기존에 얽혀 있던 세금 포탈 및 사기를 포함해, 폭행 혐의로 구속을 당했다고 한다.
‘쓰레기인 건 알았지만, 손찌검까지 했을 줄이야.’
역시 바닥에는 바닥이 있다는 건가.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민기가 쓴맛에 혀를 차다가 말했다.
“이제 그런 일은 없어질 거예요. 적어도 저희 주변에서는요.”
“그래야 합니다.”
김태양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김도하도 황인구도 함치현도, 그 외에도 어떤 사람이든 남을 등쳐먹으면서는 고개를 못 들 세상이 와야지요.”
“…….”
“앞으로 시작입니다.”
잔잔하지만 눈으로 보일 만큼이나 선명한 분노가 이어졌다.
그가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배우로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가 왜 이렇게도 공감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억울하게 당한 지망생들을 많이 봤다고 했지.’
급이 높은 배우 지망생이라고 해서 억울한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는 명목하에 더한 강요를 억지로 삼켜야 할 때도 있었겠지.
“네, 물론이죠.”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늘부터는요. 참, 그러고 보니까 다른 분들 올 시간 다 됐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자, 어느덧 저녁 8시에 다다라 있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중요한 날이다.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만만투]를 기념하는 목적인가 하면, 또 다른 목적이 하나 또 있으니.
“발족식이니까 이것저것 맛있는 거나 많이 먹어요.”
이민기의 레이블.
오늘은 그 레이블의 시작이 될 날이었다.
* * *
부드럽게 주황색 조명이 켜진 헬스장.
테이블 위로는 김태양이 직접 솜씨를 발휘한 진수성찬과 배달음식들.
그 주위를 둘러싸듯 앉은 15명의 손님들.
그리고.
“아, 아.”
앞에 선 이민기가 마이크를 대신해 숟가락을 쥐고는 입을 열었다.
“본 이민기 하우스에 찾아와 주신 신사 숙녀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김아성 트레이너가 손을 들었다.
“예, 말씀하십시오.”
“본론 바로 가죠. 안 어울려요.”
“…….”
그의 말에 이민기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숟가락을 도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조커 될 뻔했네요.”
“조커?”
“그런 게 있어요. 예, 아무튼 와 주셔서 감사하고, 지금까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게 하는 건 적성에 안 맞으니까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한마디에 앞서, 이민기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 자리 참가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김지환, 유선아, 김탁, 김태양 등 잼 액팅스쿨 동기들.
‘벌써 몇 년을 알고 지낸 건지.’
김아성 트레이너, 박한모 매니저, 서정우 이사 등 JC 측 인물들.
‘JC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었던 유규언 대표.
‘모델 알바 뛴다는 게 이렇게 됐네.’
이 앞에 놀러 왔다길래 겸사겸사 초대한 송우당.
‘앞으로 두고 보자.’
천만 배우치고는 평소 할 일 없이 백수로 지내는 최유창.
‘정말 할 일이 없으셨구나.’
[언제까지고 푸르른] 촬영장에서 친해진 뒤 종종 만나는 주하나와 제리.‘요즘 좀 안 만났네.’
마이야르 픽쳐스의 두 대표.
‘결혼식은 언제 올리시나?’
그리고 이 드넓은 헬스장이 어째서인지 공감이 좁아 보이게 만드는 원흉.
‘……벌크가 갈수록 오르시는 것 같은데?’
권준용 관장까지.
도합 15명에 달하는 대인원이 이민기의 앞에 서 있었다.
‘헬스장에서 분위기 잡고 말한다는 게 어색하네.’
이 정도 인지도를 가진 대인원이 소음 걱정 없이 맘껏 놀려면 장소에 한계가 있기는 했다.
어찌 됐든.
‘기분이 새롭네.’
이렇게까지 많은 인원을 눈앞에 두고 있으려니, 마음속에 묘한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인간관계라는 거지.’
누구 하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옛날이었다면 얼굴조차 마주할 일이 없었을 사람들.
하지만 이제, 그의 사람이 되었다.
단순히 표현적인 면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후웁.”
이민기가 작게 호흡을 들이마시고는, 외치듯 입을 열었다.
“레이블의 대표로서, 중립지대에 합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