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55)
운빨로 탑스타-155화(155/200)
제155화
흔히, 잘 나가는 영화를 두고 대중이 품고는 하는 오해가 있다.
[상영관 억지로 밀어줘서 성적 만들었음.] [마케팅빨.]마케팅빨.
영화 자체는 별로인데, 그걸 상영관 수를 밀어 넣어 성적을 부풀렸다는 것이었다.
다른 영화들처럼 평범하게 개봉했다면 망했으리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가 빠져 있었으니.
바로.
[회사들이 병1신도 아니고 무슨 팔리지도 않을 영화를 밀어줌 ㅋㅋ]기업들은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대중이 욕하는 영화는, 보통 잘나가는 영화입니다.] [다 잘나가서 욕먹는 거죠. 안 팔리는 영화는 욕도 안 먹어요.] [욕하면서 보는 영화라는 카테고리도 엄연히 존재합니다.]기업들에게 상영관은 하나하나가 돈이다.
전국에 깔아 놓은 상영관을 어느 영화에 어느 정도로 분배할 것인가가 그들의 분기 실적에 직결된 일.
그렇기에, 망한 영화를 억지로 밀어준다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굳이 밀어준다면, 개봉 초기에 상영관을 조금 밀어주는 정도가 한계일까.
여기까지 이야기가 닿았으면, 곧 한 가지 궁금증이 자라날 터.
[그럼 영화관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푸쉬를 넣는 건데?]밀어주는 기준이었다.
이 기준에서 지금, [만만투]가 빛냈다.
[개봉관 좌석 점유율 81% 달성]바로 좌석 점유율이었다.
좌석이 100개 있다면, 그중에서 몇 개의 좌석에 손님들이 앉았는가 하는 것.
이게 바로 영화관 업체들이 영화를 밀어주는 기준이었다
좌석 점유율 20%짜리 작품과 60%짜리 작품의 매출은 마케팅의 힘이 함께한다면 3배를 넘어 10배, 혹은 그 이상의 차이가 날 테니.
“지금부터 배우님께 좌석 점유율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0%를 넘으면 대박의 가능성이 생긴다.
“30%를 넘긴 작품들은 한 번쯤 박스 오피스 순위에서 1위를 노려볼 마지노선입니다. 같은 시기 경쟁작이 지나치게 강력하지만 않다면 말이지요.”
40%를 넘겼다면 그건 의심의 여지 없이 대박이다.
“40%라면 1위는 어지간하면 찍습니다. 시기만 잘 맞아떨어지면 몇 주 연속으로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50%를 넘겼다면?
“50%쯤 되면 그 작품은 당해 개봉작들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밀어주지 않는 영화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바보 멍청이입니다.”
“…….”
“감도 없으면 장사 접어야지요.”
서정우 이사가 이민기를 앞에 세워둔 채, 그 앞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마이클 잭슨과도 같은 발놀림이었다.
“만만투의 점유율은 81%입니다.”
유려하게 걷던 그가 슬쩍 몸을 돌려 이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단하네요.”
“예, 대단한 숫자입니다. 물론, 특수한 조건이었기에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화제성에 비해 상영관 자체가 적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이 그 소수의 관으로 몰렸겠지요.”
여건이 좋았다는 말이었다.
넷플레이가 소수의 상영관을 확보해서 특별 상영한 것에 가까우니, 팬들이 몰렸겠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숫자가 맞습니다. 애초에 인기 없는 영화들은 다 상영관이 적은데, 보통 20% 정도나 간신히 나오니 말입니다.”
아, 내가 무려 그 4배를 달성했구나.
대단하네.
현질 천만 원쯤 하고 게임 하는 기분일세.
이민기가 감탄하는데 서정우 이사가 말을 이었다.
“한국 영화계 역사상 가장 높은 좌석 점유율이 몇 퍼센트였는지 아십니까? 아마 모르실…….”
그 순간이었다.
“87.6%요.”
이민기의 입에서 번개와도 같이 대답이 흘러나왔다.
“무의,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였죠. 최종 관객은 1,750만 명을 넘겼고. 스크린 밀어주기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영 내내 50%대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했었어요.”
“…….”
“분명 독과점으로 욕을 먹었지만, 업계인들 사이에서는 밀어줄 만했다! 라는 게 중론이었죠. 밀어주면 밀어주는 만큼 계속 팔렸으니까요. 딴 영화들이었으면 순위가 뒤로 밀렸을 시기에도.”
정확하다.
너무나도 상세한 대답에 서정우 이사가 눈을 깜빡거렸다.
“알고 계셨군요.”
“네, 워낙에 대기록이었으니까요. 이 정도는 배우로서 상식이죠.”
이민기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하지만 결코 자랑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무의]라는 영화는 실제로 한국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영화니까. [무의, 개봉 8일 만에 천만 관객 달성] [무의, 한국 영화계 역대 1위 기록 달성]1위라는 이름으로 그 정상에서 고고히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모르는 게 이상한 상황.
그런데 서정우 이사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말했다.
“아시면서 설명하게끔 내버려 두셨군요.”
“크흠, 딱히 의도가 있던 건 아니고요.”
이민기가 찔리는 마음에 급히 임기응변을 짜내 보았다.
“한국 연예계에서도 손에 꼽는 전문가이자 스페셜리스트에게 직접 강의를 들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아서.”
이민기의 아부 같지도 않은 아부에 서정우 이사가 작게 헛기침을 뱉었다.
“…… 뭐, 알겠습니다. 일단 이건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는 호흡을 가다듬고.
이 대화의 방점을 찍듯 말했다.
“만만투는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작품이 됐습니다.”
그렇다.
이게 핵심이었다.
주관적인 평가를 넘어 명백하게 숫자로 [만만투]라는 작품의 포텐셜을 증명했을뿐더러.
“지금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스피어의 점유율이 42%이니 말입니다.”
전국적으로 상영관 밀어 넣고 마케팅도 미친 듯이 뿌려댄 [스피어]를 넘겨 버렸으니.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무조건 거짓말이었다.
“아시겠습니까?”
순간, 서정우 이사의 눈길에 불길이 일렁이는 듯한 기분마저 느꼈다.
“배우님은 지금, 데뷔 4년 차에 업계 전설이 되고 계시는 겁니다.”
전설.
그 무거운 두 글자에 이민기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물었다.
“전 지금부터 뭘 하면 되죠?”
“배우님은 행동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서정우 이사가 단정 짓듯 말을 끊었다.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광오하면서도 확신에 찬 한마디였다.
“행동해야 할 곳들은 따로 있죠. 몸이 달아오른 영화사들입니다.”
“…….”
“그들이 알아서 구걸하러 올 겁니다.”
과연 저렇게까지 될까.
평소 차분하기 짝이 없는 이사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좀처럼 적응이 안 되네.
‘어떻게 되려고.’
이민기가 작은 현기증을 느끼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다음 순간.
삑.
핸드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고, 그 내용은 황당해질 만한 것이었다.
[넷플레이에서 AST한테 전쟁을 선포했다는데요?]* * *
미국에서 일반적인 영화들의 수익 흐름은 이러하다.
개봉 첫 주에 전체 북미 수익의 5분의 1이 발생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를 오프닝 수익(opening weekend records)이라고 부르고는 하는데, 일반적으로 금토일 3일 치 수익을 뜻하기도 하였다.
왜 이게 중요한가.
어째서 미국의 관계자들이 오프닝 수익에 목을 매다는가.
[북미 영화는 개봉 후 3일이면 대충 견적이 보여.] [영화라면 먼저 오프닝 수익을 잘 내고 볼 일이지.]정설이었다.
첫 3일에 그 작품 매출의 3분의 1이 결정되기 때문.
[오프닝이 1억? 그럼 북미에서만 3억 달러는 뽑겠네]그 반대 또한 같았다.
오프닝 수익을 망치거든, 그 영화의 한계는 정해진 것과도 같았다.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
영화사들이 영화의 포텐셜을 오프닝 수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상영관을 더 유지할지, 줄일지를 첫 3일 동안 결정하고 다음 주에 반영합니다.]홍보도 오프닝 수익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이번 작품은 지면을 줄이고 차기작에 더 투자하자고.] [반전은 없었네요.]절대적인 명제이자, 영화계의 헌법과도 같은 존재였다.
[영화의 수명은 첫 3일에 정해진다.]바로 여기.
이 지점에서 [만만투]의 반전이 태어났다.
[만만투, 오프닝 수익 400만 달러 달성]누가 봐도 망쳤다.
좀 기대작이라면 오프닝 주간에만 4000만 달러를 찍더라도 아쉬울 법한데, 고작 400만 달러라니.
경쟁작 [스피어]는 7500만 달러를 달성해 버렸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 좌석 점유율이었다.
[좌석 점유율 81%]이 모순적인 수치.
영화사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자, 회의 시작합시다.”
만만투라는 작품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러했다.
미국 내에서만 6천여 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멀티플렉스 기업, 시네캐슬(Cinecastle).
그곳의 운영진이 [만만투]라는 작품의 미래를 두고 왈가왈부를 시작했다.
“만만투라는 작품의 순수한 성적만 보면, 스크린을 더 밀어주는 게 맞습니다.”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희 계열 극장에서 지난 80년간 걸렸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의 수치를 증명했으니 말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진실이었다.
만만투의 포텐셜은 어마어마하며, 밀어준다면 분명 팔릴 터.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외부에 있었다.
“글쎄요?”
한 귀족적인 인상의 남자가 이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구체적인 반박이 나올까.
모두의 이목이 다음 한마디에 쏠린 찰나, 사내의 말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지금 하신 말씀을 AST에서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AST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최근에도 한번 언질이 있었지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이 좋은 관계지, 협박에 가까웠다.
시네캐슬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영화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AST였으니.
당장 저 이죽거리는 남자조차도 AST 출신 임원 아니었던가.
‘저 앞잡이 놈. 머리카락을 토치로 지져버리고 싶군.’
그 재수 없는 표정과 말투에, 안타깝게도 토치로 지질 머리카락조차 없는 대머리 이사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남는 스크린은 충분합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채갈 가능성이 크지요. 당장 AST도 그렇지 않습니까?”
다른 영화사에서 채갈 것을 어째서 두려워하는가.
보통은 유통사들은 절대 갑 아니었던가.
이 부분을 설명하자면, 여긴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한 작품 가지고는 법적으로 4,000여 개 관밖에 상영 못 하니까, 그 작품을 어느 영화사에 줄지가 중요하지.’
허접한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작품의 급이 높아질수록 제아무리 잘난 영화사라 한들, 조금씩이나마 초대형 스튜디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게 미국 영화계의 생리였다.
“저도 리처드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한 남자가 손을 들더니 입을 열었다.
“앞으로 AST가 저희 시네캐슬을 보이콧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회의장의 모두가 움찔했다.
모두가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열심히 쌓아 둔 관계입니다. 오딘 유니버스 작품들을 타 업체로 오롯이 양보해야만 한다면, 이런 손해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AST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어느 영화사가 그들의 작품을 공급하는가로 그해의 매출이 수십 퍼센트씩 출렁거릴 정도로.
사소한 작품 하나를 팔더라도 AST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400만 달러짜리 작품을 두고 이런 고민을 해야 하다니.’
‘하지만 좌석 점유율이 81%…… 이런 수치는 1년에 1 작품도 흔치 않은데.’
굴욕적이지만, AST의 막강한 매출 앞에 이들은 자발적으로 종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게 미국 영화사들의 현황이었다.
물건을 제발 팔아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것.
하지만.
그런 탓에 역으로 AST에 반감을 품은 이도 존재했으니.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까 내가 호기심이 하나 생기는데.”
현 시네캐슬의 대표가 그러했다.
마피아 영화 속 대부처럼 묵직한 인상을 가진 남자, 그가 턱을 까딱거리고는 말했다.
“그쪽은 어느 회사 직원인가?”
“……!”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니까 여기가 우리 회사 회의장인지, 아니면 AST 회의장인지 구분이 영 안가네.”
한참이나 조용히 있었던 그가 한마디를 던지자, 회의장에서 깐죽거렸던 모두가 한순간에 입을 다물었다.
시네캐슬의 대표는 그런 사람이었다.
묵직해서?
아니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은지 고민하는 애새끼도 아니고.”
워낙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반박해서 좋을 게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인신공격을?’
AST 출신 임원이 어처구니가 없어 눈만 깜빡거리는 사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AST의 하청업체던가? 언제나 흥행할 영화에만 내주는 게 영화사의 본분이던가? 블록버스터 작품 하나만 달라고 구걸하면서?”
“…….”
“아니지. 영화사는 전통적으로 스튜디오의 위도 아래도 아닌, 옆을 걷는 동반자였지.”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상대가 대표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상영업체 종사자라면 저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원론이기 때문이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제작자의 일이라면, 그걸 발굴하는 건 영화사의 일.]오랜 격언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같은 말.
이 부분을 시네캐슬의 대표가 지적하는 것이었다.
“우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AST가 좋은 파트너일지, 넷플레이가 좋은 파트너일지는 모르겠지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무래도 그 결과까지 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파트너 대접을 받고 싶다면, 파트너다운 행동을 해야겠지?”
아무래도.
[만만투]의 진격은 첫 주에서 끝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 *
[만만투]개봉 일주일 차.
그 뒤로 이어진 기적이 있었다.
[만만투, 미국 내 스크린 점유율 5%까지 대폭 확대.] [68개 개 스크린 상영 -> 2,008개 스크린 상영으로 29배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