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56)
운빨로 탑스타-156화(156/200)
제156화
반전의 바람이 불어왔다.
아니, 바람이라기보다는 태풍이나 폭풍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았다.
왜냐고?
[지금 이 시각, 미국에서는 만만투 폭풍이 진격 중!]기사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미국 내.
[만만투]를 상영하는 스크린의 수가 무려 2천 개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전역, 만만투 스크린 초대형 확충!] [‘재미가 먹혔네’] [할리우드에서 알아본 작품성!]미국 전역에 존재하는 스크린 중 5%에 해당하는 비율이었다.
[만만투] 상영은 시네캐슬이 넷플레이와 계약해서 독점으로 유통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시네캐슬이 자사가 보유한 스크린 6천개 스크린 중 무려 3분의 1을 [만만투]로 돌려버린 것. [배우님,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아니, 저것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죠?]심성보 감독 측에서는 입이 쩍 벌어져서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네캐슬,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혀]2천 개로는 모자르다는 걸까.
앞으로 더 확장해, 최종적으로는 미국 내 스크린 반독점법이 허용하는 한계치인 4천여 개 스크린을 꽉 채우겠다고 선언한 상황.
넷플레이의 요청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특별 상영했던 것에서, 이제 명백히 대박 영화의 그것으로 바뀐 것이었다.
시네캐슬의 CEO는 이번 상황을 두고 이렇게 밝혔다.
[TWOAAA 상영관 확대에 관한 공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볼 수 있어야 합니다.그 사람이 캔자스에 있든, 노스다코타에 있든, 메인에 있든, 영화를 보고 싶다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입니다.
저희 결단은 오직 이것 하나만을 위해 내려졌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여주자는 것.]
대중의 수요에 부응했다는 그 메시지에 극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말이 저럴 뿐.
업계인들은 전부 같은 추측을 품었다.
“시네캐슬이 AST를 버리고 넷플레이와 손을 잡은 거로군.”
“환승했네.”
시네캐슬이 기존 시장 체제에서 벗어날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극장가를 대표하는 영화사 AST를 버리고, OTT를 대표하는 넷플레이로.
그것도 바로 [만만투]라는 작품을 가지고 말이다.
“내부적으로 엄청난 지표가 쌓인 모양인데.”
“AST에서 TWOAAA를 견제한다는 말이 상당하던데, 이 상황에 저런 선택을 한다고?”
“대체 얼마나 작품이 훌륭하기에.”
업계인들이 겪는 충격은 일반 대중들이 겪고 있는 신드롬 그 이상이었다.
마침 극장가 또한 OTT 업체들과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거리를 재던 상황이었기에 벌어진 일.
“앞으로는 넷플레이 지원 제작 작품에 더 투자해 봐도 되겠어.”
그간 극장가에서는 죽을 쓰던 넷플레이가, 이번에는 아예 성적 하나로 극장가를 밀어버리겠다지 않나.
정치적인 상황이 맞물려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들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있었으니.
[딴 놈들은 넷플레이를 보이콧하다시피 하고 있지? 그럼 우리가 다 먹자고.]시네캐슬이 [만만투]를 독점 유통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했다.
일단 독점 작품이지 않나.
아무리 대박 작품이라고 한들, 다른 영화사로 파이를 빼앗길 일은 없다.
AST처럼 협박할 업체도 없고.
그렇다면, 기회가 생겼을 때 누려야 하지 않겠나.
[기왕 밀어준다면, 작정하고 밀어준다.]시네캐슬의 6천 개 스크린에서 [만만투] 광고가 틀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기업의 결단은 보통 일반 대중 앞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제목: 오딘 유니버스 좀 너무 나간 거 아님?]사실, 대중 사이에서도 오딘 유니버스에 대한 반감이 은밀하게 자라나는 와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피어 재밌긴 한데 너무 자가복제임] [이미 본 스토리에서 캐릭터만 바꿔서 또 보는 기분] [오딘 유니버스는 성공 공식 세운 거 사골까지 우려먹는 것 같음]스피어의 성적은 호조다.
지금까지 드러난 지표만으로도 대박작이라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딱 처음 10분만 보면 엔딩까지 모든 내용이 다 예상 감]그 이상으로 자가복제라는 지적이 나왔으며, 관중들도 슬슬 오딘 유니버스에 신물을 느끼는 상황.
아니, 슬슬도 아니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했다.
그럼에도 시장에 마땅한 경쟁작이 없어 아쉬운 대로 보는 게 기존의 행동 패턴이었다면.
[만만투가 그렇게 재밌다고?]정말 우연이다.
우연하게도 대체재가 극장 스크린에 떡하니 걸려버린 것.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시네캐슬이 이렇게까지 밀어주는 거 보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이걸 안 보겠나.
[미쳤다는데?] [본 사람들은 전부다 2회차 보러 간다고 하더라] [나도 오늘 4회차 보러 간다]한 사람이 보고, 또 보고, 계속 보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보고 입소문이 퍼지고 또 본다.
일개 영화표 주제에, 좋은 좌석은 도저히 구하기가 어려워서 암표가 돌 정도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만만투 티켓 골드급 42달러에 판다] [이거 불법 아님?] [그래서 안 살 거야?] [40달러로 깎아주면 산다]시대적인 운과 시장의 흐름이 모두 하나에 섞여야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그렇다.
이건 신드롬이었다.
시대가 [만만투]를 선택했기에 일어난 신드롬.
미국 관객들은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에 기꺼이 몸을 맡겼고.
[와] [미국에서 지금 초대박이라는데?] [역대급 기록 다 갱신하고 있다고 함] [안 보면 왕따 당한대] [가슴이 웅장해진다] [한국 영화가 미국 국민들의 감정을 조종하고 있어요] [김구 선생님, 보고 있지?]한국 네티즌들은 평생 느껴보기 어려운 국뽕의 행렬에 진정하지 못하고 날뛰는 가운데.
단 한 명.
‘이민기!’
극도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날 엿 먹여?’
AST 산하 오딘 유니버스를 총괄하는 디렉터, 엠마 스펙터가 그러했다.
* * *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업 감독이라고 해도 무방할 그녀.
[스피어]로 다시 한번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엠마 스펙터가 지금만큼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깟 저예산 영화 따위가 뭐라고?’
바로 만만투가 그 원인 제공자였다.
[만만투, 스크린 확대 이후에도 좌석 점유율 70% 이상 순항 중] [전역에서 인증 행렬 연이어져] [지금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는, 오딘 유니버스가 아닌 TWOAAA(The war of all against all)!] [영화 좌석 티켓을 두고 암표상마저 등장]미친 듯한 흥행 행렬을 이어나간 끝에 할리우드에서도 길이 남을 대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
고작 OTT 독점 서비스로 출시 예정이었던 저예산 영화 따위가 말이다.
제작비로 100억도 안 들어간, 요즘 드라마 한 편짜리 예산에 불과한 그런 작품이 말이다.
손익분기점 3억 달러짜리 [스피어]와 대등하게 겨루고 있다.
이게 말이 되겠나.
“으윽, 으으윽, 으으으으윽……!”
엠마 스펙터가 길게 자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경쟁자로 의식조차 안 했던 영화가 저렇게까지 성공하다니.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자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순히 경쟁작을 넘어, [스피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니.
아니, 틀렸다.
개봉 초창기부터 [스피어]처럼 미국 스크린 반독점법이 허용하는 한계치인 스크린 10%, 4,000개를 달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
오싹하다.
예상조차도 하기 싫다.
그래서 더 화가 끓어올랐다.
가슴 속에 화산이 당장이라도 흘러넘치는 것처럼 분노할 수밖에 없다.
회심작인 [스피어]가 상업 성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기 때문.
[스피어 그거, 중국 의식한다고 너무 상업적으로 가지 않았음?]여론조차도 완벽하게 [만만투]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대 중국 무사가 미국에서 다 썰고 다니는 내용이 말이 됨?] [몰랐음? AST는 PC에 미친 놈들임 ㅋㅋㅋ] [중국의 따스한 왼쪽 젖꼭지를 빨기 위해서라면 신념 정도는 접어둬야 하는 법이지]오딘 유니버스 아니랄까 봐 흥행 성적은 좋다.
하지만 그 평가는 의외로 낮은 편이 있었다.
액션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스토리적으로는 기존 오딘 유니버스 영화의 복제작이라나.
그렇다.
욕을 먹지만 잘 팔리는 영화, 그게 바로 [스피어]라는 영화였다.
[너무 안전빵으로 만들었음] [액션, 유머, 교훈 살짝 공식 그대로] [이런 영화만 30편 넘게 만들었으면 이제 좀 다른 거 만들면 안 되냐] [재밌으면 됐지] [난 칠리 핫도그를 먹고 싶어서 보는 건데, 칠리 핫도그가 별로라고 하면 난 어디서 먹어야 하냐] [다 좋은데 칠리 핫도그에 민트 소스 뿌려놓고 싫다는 사람들한테 깨어 있는 척하지 좀 말라고~~]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미 의견이 분분한 상황.
영화계 관객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평론 점수, [로튼 애플]을 보면 이 간극이 더 명백하게 드러났다.
[Spear: 77%(Fresh)] [스피어]가 준수한 작품 정도의 평점을 받고 있는 반면.그 경쟁작인 [만만투]는.
[The war of all against all: 98%(Alive)]아예 비교조차도 안 될 정도로 모든 면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으아악!”
엠마 스펙터가 벽에 걸려 있던 트로피를 집어 던졌다.
저까짓 여론, 무시하면 그만이겠지만 마침 회사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인 탓이었다.
[이민기를 왜 버렸지?] [너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거 아닌가?] [엠마 스펙터, 당신은 유능하지만, 어깨에서 좀 더 힘을 뺄 필요가 있어.]으득.
언제든 매출 잘 뽑아준다고 난리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인가.
잘난 듯이 훈계하는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너무 상업적인 작품에만 치중하는 건 세계관의 수명을 갉아먹는 것과도 같아.] [관객들도 슬슬 질린 거지.] [그 천하의 엠마 스펙터도 여기까진가.] [지금 감각으로는 앞으로의 시장에서 안 통할 것 같은데.]회사 내부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것뿐일까.
‘영화사 놈들,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더니 이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AST의 협력 업체였던 영화사들조차도 이빨을 들이밀었다.
‘평소 얌전하던 놈들이 다 넷플레이랑 손을 잡았나?’
그간 OTT 작품은 극장가에 제대로 걸지 않는다는 불문율에 금이 가고 있는 것.
[만만투]라는 작품이 별거라고, 그거 하나 때문에 말이다!‘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감이 그녀의 뇌리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자초한 상황 아니겠나.
엠마 스펙터가 넷플레이를 위협했기에 넷플레이가 [만만투]를 극장에 걸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작품을 당장 줄 것도 아니면서 시네캐슬을 겁박한 탓에 [만만투]를 확장 상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뭔가 잘못됐다.’
자기 의도대로 안 돌아간들 어쩌겠나.
까득, 까득.
손톱이나 씹는 수밖에.
[#1 – Spear] [#2 – The war of all against all]박스오피스 1위와 2위라고는 하나, 첫 주 성적에서만 7천만 달러라는 아주 큰 격차로.
천천히,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만만투]를 바라보며 말이다.
[#1 – The war of all against all(↑)] [#2 – Spear(↓)]장강의 물은 흐른다.
아주 조용하게.
또한.
분명하게.
* * *
한 남자.
넓은 어깨가 유독 드러나는 한 남자가 거실 바닥에 잠옷 바람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중얼거렸다.
“…… 돌겠네.”
실제로도 돌고 있다.
물리적으로.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러했다.
[천재 배우, 어쩌면 천재 감독?]인터넷에서 한 남자를 세기의 천재마냥 띄워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이민기, 바로 그였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최초의 한국 영화는, 바로 배우가 만들었다!]그의 이름 또한 당당하게 감독 중 한 명으로 걸려 있기 때문일까.
세상에서는 그를 두고 이미 천재 감독이라고 부르는 듯했다.
“…….”
아니, 다 떠나서 너무 뜨니까 무섭네.
좀 빌드업 좀 쌓으면서 뜨지, 정신 차리고 보니까 월드 스타가 되어 있다.
[만만투] 자체가 OTT에서 역주행하면서 세계적으로 히트 친 작품이 맞기는 하지.그거 노리고 제작진에 합류했고.
그런데.
다 좋은데.
지금은 그랬던 과거보다도 너무 심하게 떠 버린 거 아닌가.
“…….”
좋다.
솔직히 안 좋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다.
전 세계가 그를 극찬하는데, 이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나.
‘운빨이 미쳐 돌아가네.’
확실히 운의 개입이 크기는 했다.
엠마 스펙터라는 본의 아닌 조력자가 흥행에 많이 거들어 주기도 했고.
“에라이.”
이민기가 눈을 질끈 감고는 외쳤다.
“모르겠다! 그래! 나 신난다!”
잠시 가식적으로 겸손해 보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당당해지기로 했다.
집에 지금 사람도 없는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외쳐 보겠나.
“내가 세계 최고의 감독이다! 하하하하!”
그렇게 외치는 와중이었다.
삐비비비빅.
움찔.
현관문 여는 소리에 이민기가 급하게 허리를 들어 올렸고, 마침 문이 열렸다.
그렇게 열린 문 앞에는.
“…… 매니저님?”
박한모 매니저가 떡하니 서 있었다.
“세계 최고의 감독님 뵙는 게 쉽지는 않군요.”
“…….”
현관문 밖에서도 다 들렸구나.
이민기는 애써 수치심을 억누르기를 잠시, 번뜩 떠오른 생각에 물었다.
“잠깐만요. 여기 현관문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이 집은 JC에서 임대해 드린 집입니다만.”
“아.”
그랬었지.
살다 보니까 까먹고 있었다.
‘내가 집주인인 줄.’
조만간 인수하거나 이사 가야겠다.
이제 집 한 채 정도는 현찰박치기로도 여유롭게 살 수 있으니까.
‘옆집으로 이사 갈까.’
자본주의적으로 부쩍 강해진 이민기가 결심을 마늘처럼 다지고 있으려니 박한모 매니저가 피식 웃더니 다가오며 말했다.
“왜 연락 안 받으셨습니까.”
“오늘은 휴일이잖아요. 그리고 연락이 너무 많이 날아와서 그냥 핸드폰 없는 셈 치기로 했어요. 새 핸드폰 만들기 전까지는요.”
“그렇군요. 하지만 오늘은 어디 좀 같이 주셔야겠습니다.”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민기에게도 예상 밖의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배우님을 만나고 싶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