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57)
운빨로 탑스타-157화(157/200)
제157화
세계 최고의 스타.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단어가 박한모 매니저의 입에서 나온 순간, 이민기의 눈동자가 전례 없이 크게 뜨였다.
‘누구지?’
그렇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다.
세상에 스타가 한둘인가.
연기의 세상이라는 게 워낙에 넓다 보니, 각 장르별로 대표라고 할 수 있을 스타가 최소 수십 명이었다.
‘청춘물은 토미 헬슨, 복수물은 톰 닐슨, 캐릭터 연기는 로드, 근육 연기는 더 마운틴. 중후한 남자는 웨스트우드.’
너무 넘쳐난다.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를 마음에 이민기의 좌뇌와 우뇌에 과부하가 걸린 사이, 박한모 매니저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마 배우님이라면 짐작하셨을 겁니다. 워낙 정보에 밝으시니 말입니다.”
“…….”
“저 또한 놀랐습니다. 배우님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요즘입니다만, 설마 이 정도의 스타가 직접 배우님을 만나겠다고 다짜고짜 JC로 찾아올 거라고는.”
가만.
지금 힌트가 있었다.
‘정보에 밝으면 알 법하고,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배우.’
누구지.
이민기는 숨 가쁘게 뇌를 회전시켰다.
박한모 매니저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그만이겠지만, 지금 그걸 입에 올리는 순간 이미지가 박살 난다.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뇌에 오버클럭을 걸기를 잠시.
“닐 라우타바라.”
가까스로 이름 하나를 입밖으로 얹었다.
“그 사람이군요.”
닐 라우타바라.
북유럽 계통 2세로서, 최근 할리우드 남자 배우 중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였다.
마치 시베리안 허스키를 떠올리는 날카로운 눈매.
190을 넘어가는 훤칠한 신장에 길쭉한 팔다리, 그럼에도 미소년을 떠올리는 부드러운 얼굴.
가히 슈퍼스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한국에 지금 입국해 있지.’
최근 화보 하나 찍으러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닐 라우타바라가 맞을 터.
이밖에는 없다.
그렇게 이민기가 자신한 찰나였다.
“예?”
박한모 매니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 사람 아닙니다만.”
“네?”
“닐 라우타바라가 지금 한국에 있었나요?”
“네.”
“그렇군요. 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급이 낮습니다. 물론, 그 사람도 스타가 맞기는 합니다만.”
잠잠히 혼잣말을 내뱉던 박한모 매니저가 순간 움찔했다.
“아닙니다.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이사님에게 전달을 들으셨을 거로 생각해서.”
그가 헛기침을 뱉더니 입을 열었다.
“윌리엄 록하트입니다.”
윌리엄 록하트.
그 단어에서 이민기는 마침내 자기 오류를 깨달았다.
스타라는 단어는, 배우에게만 귀속된 말이 아니다.
좀 더 넓은 범위.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종에서라면 그 누구라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윌리엄 록하트.
“당장 만나러 가죠.”
현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가수가 바로 그러했다.
* * *
윌리엄 록하트.
이 사람이 왜 그렇게도 특별한가.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굳이 지저분하게 미사여구를 덧붙일 것도 없었다.
[2014년 세계 앨범 판매량 1위]몇 년 전, 앨범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먹었기 떄문이었다.
그것도 무려.
[2015년 세계 앨범 판매량 1위]2년 연속으로.
1위라는 자리는 특별하다.
그럼에도 운으로 한 번쯤은 먹을 수도 있겠지.
정말 운이 기똥차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1위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차지했다면 어떨까.
운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정하기 어려운 실력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윌리엄 록하트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통산 앨범 판매량 5천만 장]수십 년 전이라면 모를까, 세계 음악시장은 음반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건너간 지 오래되었다.
이제 천만 장을 팔아 재끼는 앨범은 1년에 1장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 기어코 천만 장 오버를 2년 연속으로 팔아 재끼는 기염을 토한 게 윌리엄 록하트라는 괴물이었다.
마케팅 없이 음악 하나로 성공했다거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다거나.
[삶은 전쟁, 마이크는 내 총, bullet is my voice, 모두 날 두고 말해 bulletproof.]주위에 감사한 사람이 많다거나.
[나 너무 힘들었지. 보답 꿈꿨지. 우리 엄마, 날 사랑해 준 사람들, 리스펙과 감사를 전해.]이런 건 압도적인 성과 앞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하지만.
“제 다음 앨범을 영화로 함께 제작하고 싶습니다.”
윌리엄 록하트, 그 당사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영화로요?”
아파트 거실에서 쉬던 중에 JC 사무실로 출근한 이민기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런 앞에서 윌리엄 록하트가 자기 혼자 감동했다는 듯 열변을 토해냈다.
“지금까지는 신비주의로 일관했지만, 이제 달라질 때가 왔습니다.”
“뭘요?”
“대중은 제 또 다른 면모를 궁금해하고 있을 겁니다!”
“…….”
“윌리엄 록하트라는 불세출의 천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어떤 음악까지 할 수 있는가!”
궁금한 점은 많다만, 이민기는 여전히 큰 물음 없이 눈만 깜빡이기 바빴다.
왜냐.
‘이 사람, 영화 같은 거 찍은 적 있었나?’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민기가 이번 생을 산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미래의 영화 시장이라면 앞으로도 3년치는 달달 외우고 있지.
하지만 그 안에 ‘윌리엄 록하트’라는 이름은 없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있기야 하다.
OST 참여 가수 정도로 말이다.
‘윌리엄 록하트의 곡을 기반으로 뭘 만들었다거나,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거나 이런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 설마 자기 곡으로 영화를 하나 내고 싶어 했을 줄이야.
‘기획 과정에서 불발된 건가?’
이민기가 그 의문의 해답을 얻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스스로 추측하는 사이, 윌리엄 록하트가 스스로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늘 마음속으로 꿈꿔 왔지만, 기회가 없었지요. 내 음악에 맞는 급의 영화를 만들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감독이요?”
“더 넓은 범위, 나와 같은 천재성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 말입니다.”
윌리엄 록하트가 그윽한 눈빛으로 이민기를 바라보았다.
본인 딴에는 그윽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매스꺼운 눈빛이었다.
여기까지라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다음 한 마디가 화룡점정을 찍어 버렸다.
“이민기, 당신이야말로 내가 지금까지 찾아 헤매왔던 사막의 오아시스겠지요.”
“……윽.”
“음? 어디 속이라도 안 좋은지.”
“아니요. 아침밥을 안 먹고 와서.”
하마터면 손발이 두 번 다시 안 펴질 뻔했다.
‘……음악적으로는 대단한 사람이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조금 그렇네. 응, 조금 그래.’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윌리엄 록하트라면 음악적인 성과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직접 찾아와서 제안한 거 아닌가.
“이 내가 음악을, 당신이 영화를. 같이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각 업계에서 최고들끼리 함께 손잡고 작품 하나 만들어 보자면서 말이다.
‘인정받았는데, 기분이 나쁠 리가.’
이런 식의 음악 영화가 잘 팔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잘만 만든다면 최소한의 흥행은 보장되리.
장르 특성상 평단의 호평을 얻어내기도 수월하겠지.
하물며 마케팅?
‘그런 건 걱정할 필요도 없지.’
올해 손에 꼽을 대박을 터뜨린 게 이민기이며, 21세기에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사람이 바로 눈앞의 사람이니까.
‘자기 앨범을 5천만 장이나 판 가수의 곡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는데, 못해도 보러 올 사람이 몇천만이겠지.’
전체적으로 거절할 이유라고는 없다.
혹여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망해서 엎어야겠지만, 기획 단계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민기의 마음속으로 걱정되는 점과 의문점이 하나씩 남았다.
‘내가 과연 모르는 영화를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태 단 한 번도 내용물을 뜯어본 적 없는 영화를 잘 찍을 수 있겠냐는 것.
“당신의 커리어는 완벽합니다. 연기를 보면 천재성이 반짝이죠. 만만투, 그 작품을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윌리엄 록하트는 그를 세기의 천재 취급하고 있지만, 이민기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성공할 작품만 골라서 찍어오지 않았던가.
보장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 바닥부터 촬영한다는 건 미지의 영역이었다.
설령 영화 제작에 들어가더라도, 감독 역은 미련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할 예정.
그리고 또 의문점은.
“록하트 씨의 자전적인 요소를 첨가한 영화라면…… 배우로는 다른 사람을 구해야겠군요?”
동양인이 눈앞의 백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의 오산이었다.
“굳이?”
윌리엄 록하트는 애초에 이런 생각 따위 하지도 않았으니.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게 중요하지, 인종이 무슨 상관이죠?”
“…….”
“주인공은 반드시 민기 씨 본인이 맡아야 합니다. 이외에는 차라리 안 찍는 게 낫겠군요.”
그는 실로 오픈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제 이야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길거리 부랑자도 신경 안 씁니다. 민기 씨가 연기한다면.”
자세히 보니까 오픈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다.
아무튼, 선입견이나 뭐나 그런 게 소보로 부스러기만큼도 없는 인간이었다.
“인종적인 건요?”
“성악에서 가수의 인종을 보던가요? 뮤지컬에서 배우의 인종을 보덥니까? 그런 건 전부 사소한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영화계에서는 꽤 민감한 부분이라.”
“아, 민감할 수 있죠.”
윌리엄 록하트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 작품이 재미가 없다면 말입니다.”
그렇다.
인종 캐스팅 관련해서 논란이 터져 나오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같았다.
재미가 없다는 것.
영화 자체를 못 만들어놓았으니, 비판점을 찾다가 인종 캐스팅 이야기가 함께 거론되는 것.
더 나아가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비판마저 인종 캐스팅에 대한 비판으로 인식한다는 게 문제점이었다.
“네, 재밌으면 문제가 없기는 했죠.”
당장 원작이 있는 영화들만 봐도 뻔해지는 내용이다.
흑인을 백인으로 바꾸었든, 백인을 흑인으로 바꾸었든 상관없다.
영화 자체가 재밌다면 이런 요소를 비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당장 모건 프리먼에게 동양인 여성 역할을 맡긴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제부터 황인 여성의 대명사를 모건 프리먼으로 정하겠다.] [난 모건 프리먼이다.] [아 부럽다. 나도 모건 프리먼 하고 싶은데.] [대신 모건 프리우먼을 시켜주겠다.]결국, 중요한 건 재미와 연기력이다.
인종적인 차이 정도는 사소하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완성도.
윌리엄 록하트는 이민기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 것.
‘본인이 괜찮다는데, 타인이 왈가왈부해 봐야 의미 없겠지.’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었다.
이민기는 고해성사라도 하는 심정으로 작게 심호흡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만만투는 엄밀히 말해서, 제가 만든 작품이 아니에요.”
“예?”
윌리엄 록하트가 눈을 크게 뜬 찰나, 이민기가 호흡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 연이어서 말했다.
“저랑 같이 촬영한 감독님 두 분이 98%를 만들었고, 전 중간중간 의견을 덧붙인 정도였죠.”
그렇다.
이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지금, 세상은 그의 배우로서의 능력보다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더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천재 감독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윌리엄 록하트도 아마 그렇겠지.’
이걸 [만만투]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건 그 자신이니까, 남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협업하는 사람에게라면 숨김없이 밝혀야 하지 않겠나.
이 말로 인해, 윌리엄 록하트가 이번 건을 거절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이민기의 오해에 가까웠다.
“그럼 그 두 사람에게 제작을 맡기면 되겠군요!”
“…….”
“주인공은 우리 민기 씨가 맡으시고.”
윌리엄 록하트는 말 그대로 결과물만 보는 사람이었으니.
“괜찮으시겠어요?”
오히려 벙쪄버린 이민기가 물었다.
“제가 아니라 다른 두 분이 실질적으로 메가폰을 잡으시는 건데.”
“음?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싫으시다거나?”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어디 보자.”
한순간에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 이민기가 호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저 혼자 결정할 건 아니라, 우리 동업자들 의견도 물어보려고요.”
[만만투] 찍고 며칠이나 지났다고 바로 또 일하셔야겠네.아니다.
문득 이민기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냥 이걸 아예 중립지대 명의로 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