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60)
운빨로 탑스타-160화(160/200)
제160화
OTT.
Over-The-Top의 줄임말.
여기에서 Top은 셋톱박스의 줄임말인데, OTT는 말 그대로 종래 셋톱박스의 한계를 넘어선 서비스를 의미했다.
그중에서도 주로 온갖 동영상을 추천해 보여주는 서비스.
넷플레이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OTT 플랫폼라는 것에서 보통 작품들의 순위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가.
그 기준은 지극히 간단했다.
[X분 동안 시청 시간 총합]시간이었다.
절대적인 시청 시간.
A라는 작품을 100명의 시청자가 30분씩 봤다면, 그 작품의 시청 시간은 3,000분이 된다.
마찬가지로 B를 10,000명이 5분씩 봤다면 50,000분.
이 경우 B가 A를 순위로 압살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등급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OTT 플랫폼의 순위 산정 기준이었다.
넷플레이는 10분마다 실시간으로 산정하는 편이었고.
여기에서 흥행 작품의 기준이 갈라졌다.
[2시간 안에 1위를 먹으면 초대박작] [12시간 안에 1위를 먹으면 대박작] [하루 안에 1위를 먹으면 흥행작]어찌 됐든 이름 한 번쯤 들어본 작품이라면 1위도 한번은 찍게 되기 마련.
여기에서.
[만만투, 넷플레이 개봉 후 불과 10분 만에 1위 차지해]새로운 전설이 태어났다.
만만투.
그 이름이 넷플레이라는 플랫폼의 역사에 우뚝 섰다.
[넷플레이, 역대급 실적에 경악] [만만투가 OTT 업계에 가져온 의미는 무엇인가] [OTT 서비스 개봉에도 불구하고 극장 관객도 줄지 않아] [TV로 보고, 더 큰 화면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청원이 빗발쳐] [만만투].한국에서 배우 출신 신인 감독과 무명 감독 둘, 망해가기 직전의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작품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넷플레이,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이었다가 ‘대박’ 터졌네]저예산으로.
[아시아,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환호.]인종적인 바운더리를 넘어가며 OTT의 역사를 새로 쓸 지경이었다.
언제?
[올해의 작품, 만만투]현재진행형으로.
이제 신드롬이라 불러 마땅할 것 같은 기록적인 수치 앞에 선 이민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스노우볼링 미쳤네.’
원래부터 대박 칠 작품이긴 했지.
그런데 이거, 원래 하위권에 있다가 역주행으로 되살아난 거잖아.
뭐였더라.
‘시청자 수가 적어서 순위가 낮았지, 시청자 1인당 시청 시간은 압도적인 1위라고 했나?’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이 110분.
일반적인 영화라면 1인당 시청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데, 만만투는 70분에 달했다고 했던가.
딱 클릭까지만 유도하면, 그다음부터는 엔딩까지 본다는 것과도 같았다.
넷플레이에서 목숨 걸고 밀어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지.
이전 생과 지금 생의 차이는 하나다.
올 것이 조금 미리 왔다는 것.
“배우님이 해냈군요.”
그 수치 앞에서, 이민기보다 기쁘면 더 기쁘지 못할 이유는 없는 심성보 감독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저도 한시름 놓았습니다.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아뇨, 제가 해낸 게 아니라.”
이민기가 미간의 주름을 잡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저희 모두가 해낸 거죠.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누구 하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예, 하지만 배우님이 없었다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
이 사람, 왜 자꾸 남한테 공을 못 돌려서 난리인가.
감독이라면 감독답게 공을 독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는 그런 오만함도 있어야 하지 않나.
이민기가 웃는 참인데, 마침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야, 심성보, 배우님 말이 맞아. 넌 자신감을 좀 가져야 한다니까.”
진주연 감독이 그러했다.
그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감독인데 성공을 다 남한테만 돌리면, 남들도 불편해하지. 겸손한 것도 적당히 해야지.”
“맞…….”
이민기가 맞장구를 치려는 찰나였다.
“물론, 만만투 성공 지분의 90% 정도는 배우님한테 있지만.”
아니.
부부라고 하는 행동이 똑같네.
어찌 됐든 [만만투]의 성적이 대박 나며 분위기가 그렇게 되었다.
“진 감독님,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음? 배우님 외의 사람들이 하찮을 뿐이라는 말씀 맞죠?”
“감독님!”
누군가는 겸손과 환호성을 함께 나누고.
“대표님, 저희도 미국에서 상장을 준비해 보는 게 어떨까 싶군요.”
“뭐? 누구 좋으라고 사장을 해.”
“사장이 아니라 상장입니다.”
누군가는 배우 하나 잘 뽑은 감회를 제대로 누렸다.
“형씨, 진짜 멀리 가시는구나.”
“민기 씨 혼자서 저렇게 훌쩍 멀리 가 버리니까 어떻게 따라잡아야 하나 모르겠네요.”
“음? 왜 따라잡아요? 같이 가면 되지.”
오랜 동료들은 기뻐했으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네.”
“부러워서 미쳐버리겠다. 아오.”
업계인들은 모두가 질투 혹은 부러움을 한가득 품었다.
이런 한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 나한테 꺼지라고요?”
엠마 스펙터가 그러했다.
그녀가 손에 핸드폰을 쥔 채로 버럭 외쳤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게 얼만데, 볼 장 다 봤으니까 꺼지라고?”
* * *
평소 좋은 소식으로만 가득한 사무실.
엠마 스펙터의 웃음소리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쳤던 그 사무실이, 지금은 분노로 가득했다.
“장난해요?”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 잠깐 쉬라는 거야.]AST의 현 CEO.
크리스토퍼 싱어가 그 항변의 대상이었다.
“그게 꺼지라는 말이랑 뭐가 달라요? 네? 설명해 보세요.”
엠마 스펙터가 불만을 토해내듯 거세게 외쳤다.
마치 상처 입은 맹수의 그것과도 같이.
더 크고 강한 맹수에게 품은 두려움마저 섞인 채로.
엠마 스펙터가 거듭 외쳤다.
“솔직히 말하세요. 언제부터 날 쫓아내려고 했어요?”
[진정…….]“난 언제나 진정한 상태예요.”
전혀 진정하지 못한 채로 수화기를 쥔 엠마 스펙터가 욕지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내가 우스워요?”
무엇이 그리도 그녀를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최근, AST의 주주들이 요청한 게 있었다.
바로.
‘언제는 최고의 책임자라며 영구 신임안을 올리더니, 작품 하나둘 가지고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꿔?’
오딘 유니버스의 총책임자 자리에서 뒤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명목상으로는 AST의 자체 OTT 서비스 관리에 집중해 달라는 거지만, 그런 허울 좋은 말에 누가 속을까.
[슬슬 감각을 잃은 것 같아.]꺼지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스피어는 흥행 실적이 애매했지. 8억 불은 예상했는데, 5억 불에서 멈췄고.] [나쁜 숫자인가 하면 그건 아닌데, 오딘 유니버스에서 전적으로 밀어주는 작품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스피어는 원래 8억 달러를 달성했어야 할 작품이었다.
특히 액션 연출에서 화제를 끌어모으며 무난한 팝콘 무비 대접을 받았어야 정상.
하지만 경쟁작 [만만투]에게 모든 관심이 돌아간 결과, 상대적으로 작품성이 모자란다는 평과 함께 기대가 급추락.
화제성마저 모두 뺏겨버린 끝에 그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밀려버린 것.
여기에.
극장가에서만 밀린 게 아니었다.
[넷플레이랑 날을 세울 것까지 있었나?]경쟁 관계라지만 여러 면에서 협력사였던 넷플레이의 경영에 간섭한 끝에 완전히 적으로 돌려버렸다.
또한.
[시네캐슬 측에서도 투자를 철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던데.] [비록 대체할 업체들이 있다고는 해도 스스로 선택지를 줄이는 영업이라니. 눈이 얼마나 어두워진 거지?]오랜 협력사였던 시네캐슬마저도 적으로 돌렸다.
엠마 스펙터가 억울함을 못 참고 항변하듯 수화기에 외쳤다.
“단발적인 사건이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돌아올 겁니다.”
[그래, 단발적이지.]크리스토퍼 싱어가 잔뜩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단발적인 사건들이 주가를 움직이게 하는 법이야. 제아무리 단발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요즘 쏟아지는 기사들이 무슨 말로 가득한가,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냉정하기 짝이 없는 말에 엠마 스펙터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웠다.
객관적인 현실이 전부 그녀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기 때문.
[AST의 실적을 견인했던 오딘 유니버스의 총책임자, 엠마 스펙터가 저지른 7가지 실책.] [한 경영자의 판단 미스가 이뤄낸 결과.] [과거의 천재 사업가, 노망나다!]불과 몇 달 사이에 저런 여론이 생겨버린 것이다.
[AST의 고질병, 엠마 스펙터]사실, 하나하나만 따지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업보였다.
엠마 스펙터라는 사람이 그간 이들에게만 이번 건에 한정해서 갑질을 시도했을까.
아니다.
일상적으로 저질러 왔고, 마침 이번 일이 기폭제가 되어 연쇄 폭발이 일어났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엠마 스펙터의 가치와 업적이 변한 건 아니다.
능력 또한 여전하다.
그녀는 객관적으로 우수한 제작자였다.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대중은 무식하지.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아.]대중에게 인상 깊게 남은 건 따로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지금의 자네는 대박을 친 작품 만만투의 감독 이민기에게 독소 조항을 잔뜩 내밀어 큰 기회를 놓쳤으며, 협력사들에게마저 칼을 겨눠 회사의 주가마저 까먹은 적폐 한 명일 뿐이야.]크리스토퍼 싱어의 입에서 냉정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말에 엠마 스펙터가 반박조차 못 하고 입술을 물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말하다니. 지금까지 회사가 큰 게 누구 덕인 줄이나 알아?’
이 정도의 생각을 곱씹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 당사자인 크리스토퍼 싱어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말을 순화시킨 편이었다.
영화 그 자체의 성적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까.
‘AST의 OTT 서비스 로드맵에도 지장이 생겼군.’
AST 또한 OTT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 그러했다.
자금줄을 바탕으로 유력 스튜디오들을 섭외하며 넷플레이와 정면에서 싸울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신고식이 조만간이었다.
오딘 유니버스의 유명 IP들을 대거 활용해 화려한 데뷔전을 치르려고 했지.
그게 꼬여버린 것.
‘지금은 넷플레이가 너무 강하다.’
역대급 흥행작이 나왔다.
‘이렇게 모든 주목을 빼앗긴 상황에 맞불을 놓은들 큰 의미가 있을 리가.’
적어도 몇 달은 미뤄야 할 판이 되었다.
크리스토퍼 싱어가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자네는 OTT에 집중해 달라고.]“…….”
[그럼 또 연락하지. 당분간은 성질 좀 죽이고. 특히 기자들 앞에서는.]삐――
엠마 스펙터가 끊긴 핸드폰을 잡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
* * *
만만투라는 흥행작을 내놓은 이민기.
그가 자신의 몸값이 올랐다는 걸 어디에서 가장 크게 체감했느냐 하면.
“와…….”
SNS의 팔로워 수가 그러했다.
[2.7]저 2.7라는 숫자가 뭘까.
현재 그의 팔로워 수가 270만 명이라는 걸까.
안타깝게도 조금 다르다.
저 숫자의 단위가 달랐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천만이라는 점이 그러했다.
그렇다.
[27,951,211]이민기는 2,795만 명의 팔로워 수를 달성해 버렸다.
불과 작품 하나 찍기 전후로 2천만에 달하는 팔로워가 통으로 붙어버린 것.
‘미치겠네.’
하루에도 수십만 이상씩 붙어버리니, 슬슬 숫자를 셀 의미조차 못 느끼는 이민기였다.
아침에 숫자를 봐서 뭐하나.
저녁 되면 또 달라져 있을 텐데.
‘내일 3천만 찍겠네.’
하지만 이민기라는 사람 자체가 SNS에 그리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근래 급격히 인기를 얻으면서 SNS를 활용하는 일이 잦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SNS를 편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남한테 사생활을 밝히는 게 그리 즐겁지도 않고. 남의 사생활 보는 게 재밌지도 않고.’
딱 업무 도구로만 여길 뿐.
대신, 그는 자기 근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지금부터 제31회 백룡 영화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화제가 그러했다.
‘내가 이 자리에 초대받는 날이 드디어 오는구나.’
이민기가 자리에 앉은 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오늘, 백룡 영화제에 수상 후보 자격으로 참가했다.
[만만투]일까.아니다.
그보다 한 작품 일찍 찍은 작품이 있었다.
[패션 앤 패션].황의성 감독과 손을 잡고 찍었던 그 작품이 그러했다.
[남우주연상 후보 – 이민기] [인기스타상 후보 – 이민기]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영화제, 백룡영화제.
이민기는 그 시상식의 두 종목에서 후보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