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66)
운빨로 탑스타-166화(166/200)
제166화
“아이디어만 보면 완벽에 가깝군요.”
심성보 감독의 입가에서 믿기 어려운 한마디가 조약돌 한 톨처럼 툭 튀어나왔다.
완벽이라는 단어.
마틴 스콜세이지나 스티븐 킹 정도를 빼고는 그 어느 창작자라도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워할 그 단어가, 심성보라는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나?’
완벽이 뭐지.
게슈탈트 붕괴 일어날 것 같네.
이민기가 차마 믿지 못하고 자기 귀를 의심하는 찰나였다. 심성보 감독은 아예 감출 생각도 없다는 듯 짙은 흥미마저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미리 말씀을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기본적인 구조부터 트렌드, 상업성이나 제작 과정의 편리함까지 모든 면을 알뜰하게 챙긴 시놉시스를 가져오셨군요.”
이어진 호평에 이민기가 눈만 깜빡거렸다.
북극의 빙하처럼 차갑고 견고하기 짝이 없는 혹평을 기대했더니, 실제로 다가온 건 봄바람 같은 호평이었다.
“이게요?”
“네, 굉장히 흥미로운 스토리입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물론, 좋다고는 하나 고칠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고칠 부분은 많습니다. 아마 절반은 도려내고, 새로 짜야 할 겁니다. 영화 속에서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도저히 막힐 부분이 많아서.”
아, 역시.
어쩐지 칭찬만 하더라.
약 주고 병 주기 작전이었구나.
마구간 주고 불 지르기 작전이었구나.
지금부터가 본론이라는 생각으로 이민기가 다시 멘탈 위에 견고한 철판을 덧댄 찰나.
“하지만, 그건 배우님께서 영화 각본을 써 보신 적이 없으시니 당연한 겁니다.”
심성보 감독이 다시 한번 핸드폰으로 시선을 기울이더니,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걸로 충분합니다. 주연아, 네 생각은 어때?”
그의 시선이 불과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아차.
심성보 감독 한 명을 설득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지.
‘심성보 감독님이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하지만, 최종 판단에서는 무조건 진주연 감독님과 함께한다.’
결국, 진주연 감독의 만장일치 없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민기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시 부여잡은 찰나.
뒤를 이어 진주연 감독이 바턴을 이어받고서는 입을 열었다.
“응, 이거 진짜로 재밌는데?”
“…….”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나 보다.
남편에 이어, 그녀는 여전히 텍스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입을 열었다.
“이거, 요즘 젊은 사람들 트랜드에도 맞을 것 같아요. 화제성이 상당하겠는걸요? 성보 말대로 직관적이고.”
“…….”
두 감독한테 전부 극찬을 들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미 자기들이 스토리를 짜 온 감독들한테 말이다.
이민기가 놀라서 어찌 반응할 거리조차 잊고 눈만 깜빡거리는데, 진주연 감독은 진심 그 자체였다.
‘각본을 한 번도 안 써 봤다는 사람이 이렇게 쓰나? 그럴듯하게만 늘어놓을 줄만 알지, 실리는 없는 게 보통인데. 대부분 자기 디테일이나 설정, 세계관이나 개똥철학 같은 거에 함몰돼서 읽을 만한 물건이 안 나와야 정상인데.’
이민기가 가져온 스토리는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주 사소한, 사소하기 짝이 없는 부분에서조차 철저하게 실제 제작 과정의 고충을 완벽하게 담고 있었다.
“일단, 배우님 시놉시스를 보면 제작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게 좋네요.”
“제작비요?”
“의도하신 거 아니었어요?”
이민기의 반응에 진주연 감독이 오히려 작게 웃고는 말했다.
“배경이 거의 다 한국 촬영인데다가, 작중 진행도 거의 실내에서 진행하잖아요? 크게 세트장을 요구하는 것도 없고. 잘해야 마지막 무대 한 번 정도?”
그렇다.
이민기의 스토리는 스토리 면에서 제작비 절약이라는 요소가 아주 거대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민기가 떠올린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러했다.
[세기의 팝스타, 윌리엄 록하트를 동경하는 한국의 아싸 대학생이 인터넷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나더니 윌리엄 록하트의 귀에 들어가서 진짜로 둘이 협업을 시작한다.]일개 팬이 진짜 윌리엄 록하트 당사자와 연결된 것.
그야말로 인생 한방 만루 역전극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 대학생인데 알고 보니 가수로서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그게 우연히 인터넷에서 떴다. 그게 또 운 좋게 윌리엄 록하트의 귀에 들어갔다.
또 자기 음악을 너무 좋게 들어서, 같이 곡을 하나 내자고 한다.
‘작중 절반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촬영하면 될 것 같고, 기껏해야 동아리방이나 자취방 정도겠네.’
인터넷 방송이라는 무대 그 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생긴 강점이었다.
엄연히 음악 영화임에도 무대를 꾸미는 데 들어갈 수고가 준다는 것. 제작비와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겠지.
‘나중에 소규모로 윌리엄 록하트랑 딱 한 번만 동시에 출연시키면 돼.’
이래저래 장점이 많다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재미를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점. 말 그대로 아무런 타협 없이 제작비만 줄여버렸다.
마이야르 픽쳐스에서 영화 제작비 관리를 도맡아 하는 진주연 감독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 수밖에.
“가장 트렌디한 소재에, 그 누구라도 한 번쯤은 꿈꿔볼 일인 거죠.”
진주연 감독이 리뷰를 하듯이, 아니, 진짜로 리뷰를 이어나갔다.
“윌리엄 록하트를 어떤 식으로든 극중에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이거면 자연스럽게 본인 역으로 등장시킬 수 있겠어요.”
음악만으로 등장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윌리엄 록하트를 등장시킬 뿐만 아니라, 그 본인 역할로 등장시키면 그만일 상황 아니겠나.
“윌리엄 록하트 역의 윌리엄 록하트. 이거라면 팬들도 만족하겠는데요?”
전체적으로 계산이 좋았다.
‘아니, 계산하신 게 맞기는 한 건가?’
진주연 감독이 작게 의구심을 품었다.
‘영화 제작에 뭐가 중요한지 본능적으로 캐치한 것 같은데. 인풋이 워낙 많으셔서 그런가?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지 시야가 넓으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 부분이 전부가 아니었다.
진주연 감독이 영화의 제작비 측면에서 강점을 느꼈다면, 다른 부분에서 집중한 사람도 존재하는 법.
“주연아, 나는 이 부분이 좋더라.”
이번에는 심성보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주인공이 음악 전공생이나 그런 게 아니라 다소 미숙한 대학생이라는 점.”
영화 작중의 개연성 측면이 그러했다.
“배우님의 노래 실력이 살짝 부족한 것도 큰 문제는 없겠지. 애초에 처음에는 그런 캐릭터니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남자 주연, 이민기의 살짝 부족한 노래 실력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그에게는 크게 느껴졌다.
‘원래대로라면 배우님이 촬영 당일까지 최대한 집중적으로 보컬 수업을 받고, 거기에 기계와 전문가의 힘을 빌려 한계까지 믹싱으로 덮는다고 해도 어려워서…… 여차하면 다른 가수를 고용한 다음 그 목소리로 덮었어야 했겠지만.’
해결됐다.
그 한계를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 구조였다.
애초에 주인공이 비전공자니까!
‘비전공자라면 조금 모자라도 상관없지.’
물론, 비전공자라고는 해도 엄연히 음악 영화 속 주인공인 이상 듣기 거북한 수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성대가 갈려 나가도록 연습해야겠지.
하지만 들어줄 만한 수준과 현업 프로의 수준 사이에서는 아주 큰 격차가 있지 않나. 이민기의 스토리에서 바로 이 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외에도 칭찬할 요소라면 차고 넘칠 만큼 있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키워드를 섞은 거. 이게 정말 큽니다. 요즘 20대라면 혹하죠. 주연아, 안 그래?”
“응, 그리고 이 부분, 인터넷에서 하루아침에 퍼진다는 거. 러닝타임 조절하기 좋잖아. 전개를 빠르게 뺄 수 있으면서도, 그게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 같네.”
“그런가?”
“음악 영화라고 바닥부터 하나하나 밟으면서 뜨면 오래 걸리고 루즈하잖아. 동네 클럽부터 뛰고, 앨범 내고, 그걸 언제 다 찍어?”
전개 속도까지.
특별히 흠을 잡을 구석이 없다.
물론, 심성보 감독의 말마따나 세세한 전개로 보면 문제가 좀 있긴 있었다.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거나 하는 등등.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고치면 될 부분이지.’
10짜리 큰 그림을 그렸는데, 1을 못 한 게 대수겠는가.
그런데 한참이나 가만히 있던 주하나가 뒤늦게 감탄했다는 듯 물었다.
“저도 두 분 말씀 주신 것처럼 막 자세히는 말 못 해도,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다음 순간이었다.
주하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여태껏 두 감독의 입에서 나온 그 어떤 말보다도 지극히 날카로운 말이었다.
“되게 웹소설 같은 느낌이라서 놀랐어요.”
웹소설이라고?
부정하기 어려운 말에 이민기가 사레들린 듯 콜록콜록 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하나 씨, 웹소설 좋아하세요?”
“아, 제가 집순이라서 휴일에는 맨날 소설만 읽거든요. 보통은 로맨스 같은 거.”
그랬나.
그래서 알아채셨나 보다.
실제로, 주하나의 감상은 실로 날카롭다 못해 섬찟하기까지 했다.
왜냐.
‘정말로 웹소설 전개 맞는데.’
스토리를 짠 과정이 주하나의 추측대로, 웹소설 그 자체니까.
얼마 전, 이민기가 우연히 북카페 꿀맛을 목격했을 때 했던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딱 3년 뒤, 영상업계에서 웹소설 IP로 전쟁이 일어났던가?’
이민기가 과거로 돌아왔던 그해의 일이었다.
[두 번 사는 음악 괴물] [숲속에서 온 연기 천재] [재벌가의 막내아들] [액터의 숲]영상화가 터졌다.
웹소설 특유의 전개를 갖춘 현대 판타지 작품들이 하나하나 영상화를 시작하더니,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
‘전개에서 허례허식은 기본적으로 빼고 진행했다는 점이 컸지.’
단적으로 말해, 타율이 높았다.
그 탓에 드라마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억대 선인세를 남발하면서 흥행작들의 영상화를 선점하려 전쟁이 일어났었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뜬 키워드들이 있었으니.
바로.
[알고 보니] [인방물]이러한 작품들이 그러했다.
[알고 보니].딱히 재능이 없는 줄 알았더니, 사실 주인공이 극한의 재능러였어서 다 해 먹는다는 그런 이야기들의 제목이었다.
[인방물].인방으로 뜨는 것도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흔한 전개였고.
‘저 둘을 버무리고 그 위에 적당히 윌리엄 록하트가 붙기 좋은 환경을 첨가했을 뿐인데.’
그렇다.
이민기가 제시한 스토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하게 흥행한 웹소설 IP의 뼈대 플롯 그 자체였다.
물론, 표절은 아니었다.
플롯이 유사한 작품은 차고 넘치니까.
왜, 소설의 플롯은 무엇이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고 흔히 말하지 않나?
‘배우님께서 어떤 작품을 참고하셨든, 결국 엮은 건 배우님의 눈이겠지.’
이민기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트렌드를 3년 미리 가져왔다는 정도로 극찬을 받으려니, 자그마한 죄책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건 이민기가 모르기 때문에 느끼는 일이었다.
같은 작품을 읽더라도, 그 흥행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건 타고난 재능이라는 사실을.
또한.
‘메인 플롯을 짚어냈다고 한들 그걸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도로 완성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드문데.’
요리 재료가 있다고 해서 레시피로 연결하는 건 별개라는 것 또한.
압도적인 인풋.
그 인풋에 적당한 현장 경험이 섞이자, 이민기의 선구안 자체가 한 차원 도약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운도 있었고.
무수한 시놉시스 중에서 정확하게 제작 환경에 딱 맞춰 최적화된 한 작품만을 집어낼 만한 운 말이다.
“전체적으로 약점이 드문 작품입니다.”
이민기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심성보 감독은 마음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도 아직 자만할 때는 못 되는군.’
작게나마 현자 타임이 느껴졌다.
그와 진주연이 함께 짜 왔던 시놉시스가 문제였다.
‘평론가한테 찍혀서 쫄딱 몰락한 가수가, 익명 가수로 활동하면서 다시금 스타로 재도약하는 내용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들이 구성했던 스토리는 다소 자극이 부족했으니까.
정석이지만, 굳이 해외까지 나갈 것 없이 로케를 한국에서 때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민기의 스토리가 훨씬 더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물며, 주인공의 음악 실력을 조절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이 정도라면.’
심성보 감독은 잠시 입을 쉬듯 눈을 깜빡거리기를 잠시.
갖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배우님, 이번에야말로 배우님이 진짜배기 제작자로 참여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