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80)
운빨로 탑스타-180화(180/200)
제180화
“한산해도 이건 좀 너무 한산한데.”
이민기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매니저님, 거제도 인구가 몇 명이죠?”
“10만 가량입니다.”
“10만이 적은 숫자는 아닌 것 같은데.”
“도시 턱걸이라고 보면 됩니다.”
“논란이 될 발언이네요.”
“논란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만.”
박한모 매니저가 으쓱했다.
그리고는 이민기와 마찬가지로 심히 게슴츠레한 시선을 짓더니 중얼거렸다.
“……이상하긴 하군요. 사람이 너무 적긴 합니다.”
“그렇죠? 아직 중심지에 안 들어와서 그런가? 시내 같은?”
“여기가 시내입니다. 옥포로 가는 길목이지만요.”
거제도의 번화가는 셋으로 나뉘어 있다.
고현, 옥포, 장승포.
이 중에서 가장 번화한 건 고현이었다.
그리고 마이야르 픽쳐스가 로케 후보지로 보고 있는 곳은 옥포.
지금, 박한모 매니저는 고현 외곽을 지나 옥포로 향하는 길이었다.
“도시가 작아서 그런가?”
이민기의 의문에 박한모 매니저 또한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 외가 친척 한 분이 이 근방에 계셔서 몇 년에 한 번씩은 방문합니다만, 이 정도로 한산한 건 별로 본 적이 없군요. 더군다나 지금은 평일 점심시간인데.”
이민기가 그다음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좀비 사태라도 퍼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도시가 작아서 그런가?”
“같은 말을 두 번 하셨는데, 고현도 옥포도 거제도에서는 나름대로 번화가에 속합니다.”
“그럼 작은 도시라서요?”
“세 번째입니다. 그리고 소도시라고 유동 인구가 적은 건 아닙니다. 건물이 낮을 수는 있어도.”
말 그대로다.
인구가 적은 도시라면 사람이 마냥 적은 걸 상상할 수 있지만, 그건 지방에 안 살아본 사람의 선입견에 불과했다.
사람이 적은 만큼, 상업 지구도 일부 지역에 그친다. 당연히 그 안으로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었다.
소도시라 해도 그 중심부만큼은 대도시의 번화가 외곽 정도는 따라가기 마련.
지금의 거제시는 명백히 이상했다.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그건 재밌는 농담이군요.”
박한모 매니저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배우님, 배우님께서 한국에서 요새 손에 꼽게 잘 나가시는 건 사실입니다.”
“크흠, 제가 요즘 좀.”
“하나, 아무리 그래도 인구 10만이 배우님 한 명 때문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거제시를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냉정하시네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말에 이민기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데, 박한모 매니저가 태연히 대답했다.
“주의를 일깨워드릴 뿐입니다.”
“으음, 그래도 아쉽네요. 팬미팅에 그래도 사람들 많이 와 주길 바랐는데.”
그렇다.
이렇게까지 도시가 한산하다면, 그의 첫 팬미팅이라고 한들 사람들이 많이 올 리가 없지 않은가.
번화가에서 아주 본격적으로 연 것도 아닐뿐더러, 첫 팬미팅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돈 욕심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티켓도 안 팔았다. 그냥 선착순, 선착순으로 아무나 다 입장할 수 있게끔 안배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안배했던 탓일까.
“조용한 팬미팅이 될 것 같아요.”
이민기에게 있어서는 좀 섭섭한 것도 사실이었다.
요란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름대로 ‘이벤트’도 준비해왔는데.
“괜히 속이 쓰리네.”
“기대가 크면 마음도 아픈 법입니다.”
대놓고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박한모 매니저가 피식 웃고는 운전대를 마저 몰았다.
“엔터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느끼는 겁니다만, 극장에서의 화력과 오프라인에서의 화력은 다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가수들도 차트 1위를 찍고 10위권 가수보다 티켓이 안 팔리는 사람들이 꽤 많지요?”
“그거 사재기.”
“일단 아무것도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박한모 매니저가 외면하며 헛기침을 뱉는 찰나 이민기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요.“
“당장 밥그릇이 비어 있다고 해서 아쉽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배우님께서 지금까지 해 왔듯, 서서히 채워나가면 됩니다.”
한적한 도시라 해도 일정은 빠듯하다.
맛집도 돌고, 주위 관광지도 가볍게 돈 다음, 마이야르 픽쳐스 일동과 합류해서 로케지 인근도 탐방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팬미팅.
“배우님은 잠깐 눈이라도 붙이십시오. 저녁에 팬들에게 멋진 얼굴을 보여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이민기가 피식 웃었다.
“사람이 좀 적게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야죠. 담당자님 말씀대로, 앞으로 채워나가 볼게요.”
첫술에 배부르랴.
우선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자. 내가 노력하면 세상은 보답해 준다. 여태껏 기울인 적 없었던 노력에 보상을 바랄 필요는 없으며, 서두를 필요 또한 없다.
‘다음 팬미팅에는 두 배로 불려 보자.’
이민기는 그런 마음으로 온찜질 기능이 탑재된 최신식 안대를 눌러쓴 채 몸을 카시트에 기울였다.
* * *
물론, 전적으로 이민기의 착각이었다.
“…….”
거제시체육관.
수용 인원 3천 명 규모.
거제도에 자리 잡은 실내 시설 중에서는 손에 꼽게 큰 곳. 체육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실제로는 행사장으로 활용할 때가 더 잦은 장소.
그 앞에 이민기가 뒤늦게 도착했을 무렵.
“이민기다!!!!”
그는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갓! 민! 기! 갓! 민! 기!”
쏟아지는 함성을 뒤로하며 내부 대기실로 입성. 이민기는 뒤늦게 쏟아질 것만 가슴을 가까스로 쓸어내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뭐 이렇게 많아?!’
그 인적을 감췄던 거제도 주민들이 다 어디에 갔나 했더니, 마침 거제시 체육관 주위에 몰려있었던 건가.
이 무슨.
박한모 매니저가 모는 차가 그 궤도를 절묘하게 비껴간 건가?
이민기가 아직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못해도 만 명은 넘은 것 같은데요?”
“확실합니까?”
“아뇨, 그냥 감인데 제 감이 정확해요.”
황당할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거제시체육관은 언덕 위에 위치하는데, 그 언덕이 시작되는 무렵까지도 인파로 바글바글할 정도.
차도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점령했다!
아니, 그 차도마저도 줄 선 사람들을 노린 포장마차들이 점령했다!
“오늘 무슨 날인가? 부처님 오신 날 같은?”
“배우님이 오시는 날이기는 합니다.”
박한모 매니저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보이지 않게 작게 웃었다.
‘역시.’
알고 있었다.
‘많이도 왔군.’
사실, 그는 이민기에게만 말하지 않았을 뿐 사람이 쏠리리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객관적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
이곳 행사 주관은 다름 아닌 JC 엔터가 직접 하니까!
‘예상 이상으로 사람이 몰려온 통에 사람이 부족해 죽을 것 같다고 말할 때 이미 알았지.’
사람이 몰린다는 연락 정도는 진즉 받아봤다. 그저, 이민기 본인도 어차피 한두 시간 되면 곧 알게 될 테니 반응을 즐기려 모르는 척하며 기다렸을 뿐.
아니, 요새 들어서 심심하면 켜놓고 보는 SNS만 봐도 알았을 터.
하지만 이민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배우님은 역시 사람이랑 대화할 때 핸드폰을 바라보는 타입이 아니다.’
예의가 바르니까!
이민기라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소통할 때 핸드폰을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매사에 박한모 매니저를 존중한다. 그렇기에 박한모 매니저와 대화할 때는 핸드폰을 바라보지 않는다. 보던 핸드폰도 내려놓는다.
그 말이 무엇이냐.
‘말을 계속 걸면 핸드폰을 못 보게 할 수 있다.’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한모 매니저는 이민기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의 단계에서!
이것, 바로 이것이 과묵한 박한모 매니저가 오늘따라 유독 말이 많았던 이유였다.
“매니저님은 알고 계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목소리가 평소랑 좀 다르신데.”
“놀라서 그렇습니다.”
침착한 척하지만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자그맣게 흘러 내려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몰래카메라에 미치나 보다.
저 얼굴을 처음부터 찍어 뒀어야 했는데.
‘습관 되겠군.’
한편, 뒤늦게 행사장에서 합류한 나머지 동료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인 건 마찬가지였다.
“하나 씨.”
“……배우님, 거제도 사람들 다 여기로 몰려온 거 아니에요?”
“가능성은 있네요. 하나 씨 보러 왔나 봐요. 그런데 손에 들고 계신 그거 뭐예요?”
“이 앞에서 파는 회오리 감자요. 드실래요?”
“튀긴 음식은 조금.”
이민기가 그렇게 말하며 체육관 너머로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을 다시금 바라봤다.
사람들이 많다.
관자놀이가 아플 정도로 많다.
거제도에서만 온 게 아니라, 주위 도시에서 다 몰려온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정답이었다.
“서울에서 배우님 팬미팅 원정을 온 사람도 꽤 있나 보더군요.”
심성보 감독이 이 진실을 일깨워 주었다.
“오늘 아침에 떠들썩한 사건도 있었으니 더 이목이 쏠렸을 것 같고.”
실제로 그러했다.
이민기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납치 사건에는 한 번쯤 관심을 둘 수밖에.
더욱이 그런 사건의 현장에 서 있었던 사람이 당일 쉬지도 않고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그 투혼을 높게 사서라도 보러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민기 팬들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잖아] [헛걸음 안 시키려고?] [이런 배우가 또 어디에 있냐] [누구는 전날에 조기축구 뛰다가 종아리 알 배겼다고 투어 일정 다 취소하고 집에서 쉬었다던데] [그 중국 가서는 전국투어한 호XX?] [쉿, 몰려온다]이민기의 행동은 순진하다.
하지만 순진하기에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천건주에게 본의 아니게 가르쳤듯, 남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자기 자신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가 줘야지] [나 강원도에서 왔다] [거제도는 주차할 곳이 많아서 너무 좋은] [이민기 실존인물이었냐] [CG 아님?] [홀로그램 팬미팅이라고 아 ㅋㅋㅋㅋ]결국, 오늘이 왔다.
‘아, 괜히 감동스럽네.’
이민기의 눈시울이 작게 붉어졌다.
화면 안에서 팬들을 만나는 건 즐겁다. 숫자로 팬들을 만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역시, 화면 바깥에서 만나면 감회가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각막에, 귀에, 피부에, 그리고 가슴에 사무친다.
“이! 민! 기! 이! 민! 기!”
“민기야!”
“민기 오빠!”
“주하…….”
“이민기!!!!”
목소리가 건물을 울린다.
그 울리는 건물 속에, 그가 서 있다.
팬들이 저 앞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정.
이민기는 가장 거대한 형태의 애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킁.”
“배우님, 지금 우세요?”
“……미세먼지 때문에 눈에 눈곱 낀 거예요.”
주하나의 말에 이민기가 둘러대듯 말하려니, 조금 전부터 유독 태연하게 서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손희정이었다.
그는 이 정도로 몰리는 인파에도 익숙한 듯 유독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이 정도 인원 동원이면 성공은 분명해 보이니, 기사로 내기도 좋을 것 같군요.”
파급력을 먼저 보고 있을 정도로.
하긴, 라이브를 뛰는 아티스트니까 그렇겠지.
새삼 체급이 느껴지는 그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보기를 잠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면 저기 옆에 공원도 하나 보이는군요. 기왕이니, 이벤트 하나 해보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