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87)
운빨로 탑스타-187화(187/200)
제187화
넷플레이와 마이야르 픽쳐스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는 모든 국가에서, 모든 방면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겠습니다.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투자액 같은 건 제시하지 않겠다.
대신, 어떤 방식이 되었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고 보니 음악천재]를 보게끔 만들어 주겠다는 것. 이게 넷플레이의 제안이었다.
‘이쪽이 바라는 게 뭔지 잘 알아.’
투자할 테니 지분을 달라고 하거나, 매절로 계약하자고 했으면 바로 거절했을 터.
접근법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순리적인 일이었다.
왜냐.
‘극장가랑은 확실히 자세가 다르네.’
극장가는 마이야르 픽쳐스라는 신생 스튜디오에게도 턱이 뻣뻣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극장가의 시선에서 볼 때 저희에게 특혜를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걸 겁니다.”
“감독님.”
“자존심이 높은 집단이니 말입니다.”
심성보 감독이 중얼거렸다.
“마이야르 픽쳐스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 그뿐입니다.”
살짝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말이었다. 아니, 실제로 그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넷플레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진주연 감독은 극장가와 협상하며 몇 번이고 쓴 잔을 들이켜야 했으니 말이다.
“저도 극장가를 바라보며 자란 사람이고, 그쪽으로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쪽 높으신 분들 특유의 고자세는 도저히 적응되질 않는군요. 뭐라고 해야 할까, 너희는 을이라고 박아두려는 듯해서.”
흔한 일이었다.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 자체의 질이 중요하다며 울부짖고는 하지만, 유통사들의 관점은 다소 다르다.
그들은 마케팅이야말로 영화의 꽃이라고 당당히 말하고는 했으니.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마이야르 픽쳐스의 앞에서조차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도 양보하지 않으려 턱을 뻣뻣하게 세우는 자들로 가득했다.
“황의성 감독님께도 고자세로 나온다고 하니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할 줄은. 저희로서도 예상외였습니다.”
속으로 쌓아둔 게 많았나 보다.
겉으로는 말하지 않더니, 막상 넷플레이와 협상이 끝나자 긴장이 풀려버린 모양. 그렇게 심성보 감독답지 않게 푸념이 이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음, 글쎄요.”
이민기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를 잠시. 의외의 의견을 내놓았다.
“극장가 입장에서도 딱히 저희가 싫었다기보다는요. 피치 못할 선택 아니었을까요?”
“피치 못할 선택이라면?”
심성보 감독이 한쪽 눈을 치켜떴다.
고작 하소연 하나에 반박하려는 건가.
하지만 그가 아는 이민기는 반박을 위한 반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왜, 그렇잖아요.”
그렇게 생각이 닿은 찰나, 이민기가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신생 기업들은 처음에 재량껏 유도리 있게 돌아가다가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규가 빡빡해지는 일이 많다고 하죠? 연봉 테이블도 그렇고. 서류 하나 결재를 올려도 그렇고.”
“그건…… 그렇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회사의 대표에 가까우면서도 막상 일반적인 회사원 생활은 해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맞장구를 쳐 준 찰나였다.
“영화 시장도 다를 게 없었던 거죠.”
이민기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어 견고해졌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자면 예외 하나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으니까요.”
“예외를 만들기가 어렵다?”
“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갔고, 지금도 종사하고 있고, 그들 사이에 정해진 내규가 있을 테니.”
그렇다.
극장가에서 활동하는 감독은 정말 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하물며 명감독과 일류 스튜디오조차도 많았다.
100년이 넘는 극장가의 역사, 그동안 쌓인 인풋과 아웃풋 모두가 방대해진 나머지 유동성을 상실하고 고목처럼 굳어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팜플렛을 하나 더 걸어줬니 안 걸어줬니로도 감정 상해서 싸운다고 하잖아요.”
그런 와중에 마이야르 픽쳐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가는 어떻게 될까.
“자칫했다가는 제대로 박살이 났겠죠. 자기들끼리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히트작 하나 냈다고 특별 대접했다가는 불만을 가질 사람이 무조건 생겼을 테니까.”
“흠, 배우님의 생각은 그러셨군요.”
심성보 감독이 이해는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럼 넷플레이는 어째서?”
“극장가에 비하면 아직 한참 어린 시장이잖아요? 계약 조건도 중구난방이고.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자율성이 있었던 거죠. 유동적으로 정책을 바꿔나갈 수 있는 자율성이.”
포지션의 문제였다.
극장가가 내부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게끔 지켜야 하는 포지션이라면, 넷플레이는 그 반대로 극장가의 인재들을 뺏어와야 하는 포지션.
“어느 쪽이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가는 뻔한 이야기였군요.”
“네, 물론, 넷플레이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예외적인 사례를 차차 줄일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초창기에 해당했고…….”
잠시 뒤.
말꼬리를 흐린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았죠.”
이민기의 판단이 그러했다.
운이 좋았다.
영화 시장뿐만 아니라, 어느 시장이든 성장하는 초기에는 남들보다 아주 조금만 두각을 드러내도 전폭적인 푸쉬를 받을 수 있기 마련.
똑같은 성적의 학생이어도 강남 학군에서는 3등급이 지방에서는 전교 등수에 들고 수시로 훨씬 더 어려운 대학을 노려볼 수 있는 것과 같았다.
마이야르 픽쳐스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
“운이라.”
심성보 감독이 심성보 감독이 애써 말을 삼켰다.
과연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게 맞을까.
그게 아니라면.
‘넷플레이가 운이 좋았던 걸까.’
이 말을 당당히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심성보 감독이 소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말을 아낀 찰나였다.
“넷플레이가 운이 개 좋았지.”
“주연아.”
상대적으로 당당한 진주연 감독이 난입하더니 키득키득 웃었다.
“왜? 내가 못 할 말이라도 했어? 넷플레이가 꿀 빨았잖아. 배우님도 모셔가고.”
“주연아,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라.”
“물 굳이 부인해. 우리도 배우님 덕분에 거하게 꿀 빨았지. 장사 접고 공장 가려다가 한 작품 찍고 여기까지 왔으면 앞으로 수십 년은 배우님이 하자는 대로 해도 무방하지.”
“…….”
농담 속에 숨겨진 뼈에 이민기가 슬쩍 웃으며 대화를 흘렸다.
그, 띄워주는 건 좋은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같이 작품을 찍겠다는 말인가.
이쪽 의사는 묻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스노우볼링을 감지한 이민기가 황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크흠, 농담은 이만하고요. 준비 다 하셨으면 슬슬 나가죠.”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심성보 감독이 손목에 찬 시계를 슬쩍 훑어보고는 말했다.
“난리가 나겠군요.”
오늘은 그냥 모인 게 아니다.
넷플레이에게 작품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작품의 개요까지 모든 걸 샅샅이 공개하는 발표회가 앞으로 5분 두 시작될 예정.
“진 감독님, 앞으로는 정말 바쁠 거예요.”
“바쁘면 좋죠.”
진주연 감독이 그의 말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상쾌하게 웃었다.
“우리 앞길이 아카데미가 될지, 아니면 골든 라즈베리가 될지 까 보자고요.”
잠시 뒤.
세상을 뒤엎을 듯한 카메라 플래시가 이들을 덮쳤다.
마치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하듯.
* * *
이민기의 신작.
[알고 보니 음악천재]의 상세한 내용이 드디어 발표되었다.오랜 기간 암막에 감싸여 있던 그 화제의 작품이, 마침내 시놉시스와 함께 대중을 찾아왔다.
–
[내가 음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스물셋, 있는 듯 없는 듯 살던 대학생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다!]주중에는 대학에, 휴일에는 거제도의 항구에서 어머니의 일을 돕던 주인공, 임유성.
꿈을 두고 방황하던 중, 뒤늦게 음악 재능을 깨달았다.
우연히 올린 영상이 우연히도 하루아침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퍼져 버린 것.
그런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
그리고 이용하려는 사람들.
과연, 임유성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건 무엇일까?
–
음악 영화다.
요즘 잘나가는 스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간다는 음악 영화.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이민기가 참여한 작품은 특별했다.
무엇이 특별한가 하면, 단연 제작진의 이름값이 그러했다.
[윌리엄 록하트한테 직접 곡을 받아서 손희정이 프로듀싱했으면 할 말 다 한 거 아님?]세계적인 거장과 한국의 거장이 영화 하나를 위해 손을 잡았다.
[진짜 개미쳤네] [윌리엄 록하트가 루머가 아니라 오피셜이었던 ㄷㄷㄷㄷㄷㄷ] [곡 하나둘도 아니고 전곡 다 맡았다고?] [게다가 손희정이 프로듀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시점에서 흥행은 보장됐다.
극장 음향으로 즐기는 라이브 영상 티켓 값이라고 생각하고 음악만 들어도 손해가 아닐 지경인데, 여기에 한술 더 떴다.
[황의성 감독이 연출을??]황의성이라는 거물이 메인 감독도 아닌, 연출 담당으로 빠질 정도라는 것.
[대체 얼마나 끝내주는 작품을 만들려고 ㄷㄷㄷㄷ] [화면 때깔은 이미 보장됐네]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 곡 하나 홍보용으로 올린 거 들어봤음? 그때보다도 훨씬 잘 부름]이민기라는 개인의 힘이었다.
발표회와 동시에 작중에 삽입될 한 장면을 함께 공개했는데, 그 반응이 뜨겁기 짝이 없었다.
“가족사진 속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환한 웃음이셨네.”
주인공의 음악을 하겠노라는 말에 반대하는 어머니를 음악으로 설득하는 그 장면.
“저요. 조금만 더 자기 자신한테 솔직해지고 싶어요.”
가족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의 멜로디가 특징인 노래였다. 이것이 한층 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렇게 잘한다고? ㅋㅋㅋㅋㅋㅋ]잘한다.
잘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리였다.
[혹시 이민기가 영화배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였냐?] [거제도 라이브 진짜 쩔었지] [이민기 전에 보니까 ㄹㅇ 솜씨 쩔던데 그게 3개월 차면 이 정도 잘해도 이상하지 않음] [원래 가수들 다 라이브보다 스튜디오가 쩔잖아 ㅋㅋㅋㅋ 이민기도 당연히 그러지]하물며 대학생이라는 역할도 좋다. 따지고 보면 그의 데뷔작 [캠퍼스 스토리]도 청춘 드라마 아니었는가.
성공할 요소가 모조리 갖춰졌다. 이게 주목을 안 받으면 어느 작품이 받겠는가.
하물며 넷플레이와의 두 번째 협업이라는 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체 뒤에서 무슨 조건을 제안 받은 거임?] [전세계 동시 개봉이라는데? ㅋㅋㅋㅋ] [이민기는 정말 전설이다] [마이야르 픽쳐스가 전설이지] [? 마이야르 픽쳐스 사장이 이민기 아니었음?] [ㄴ 저 루머 맨날 퍼지는데 그냥 투자자 겸 공동 제작자 개념이지 경영자는 아니라고 못 박았음]이민기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미 그는 마이야르 픽쳐스의 얼굴이 되었다. 실제 지분의 대다수는 심성보, 진주연 감독 부부에게 있다.
하지만.
[그냥 이민기 픽쳐스 하자]이민기의 이름은 이미 너무나도 거대해졌다.
한편, 이렇게 술술 풀려가는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행운이 아직 한 방 남았으니.
“네?”
꿈에서도 꿔 본 적이 없는 제안에 이민기가 눈을 깜빡였다.
“저희 영화를 개봉 전에 먼저 보고 싶다고 연락했다고요?”
“예, 저희는 물론, 한국 연예계를 전부 통틀어서도 이런 일은 아마 처음일 것 같습니다만.”
서정우 이사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백악관에서 온 요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