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91)
운빨로 탑스타-191화(191/200)
제191화
그런 말이 있다.
유행.
타이밍과 하늘의 운이 시기적절하게 어울려,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주류로 즐긴다는 말이었다.
음악이 유행한다.
만화가 유행한다.
영화가 유행한다.
노래가 유행한다.
전자제품이 유행한다.
유행이라는 단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었다. 세상 온갖 것들이 유행하고는 하는데, 어째서일까. 이 유행이라는 말에는 가벼운 감이 있었다.
너무 가볍게 남발되기 때문일까.
[유행하는 걸로 유명한 옷] [진짜 왜 유행한 거냐? 개 억지임. 바이럴 같음.]현대인들은 이 유행이라는 것에 신물을 느끼기도 하였다.
[살면서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무슨 맨날 유행이래] [TV에서 유행이라고 하니까 유행이라고 인식하는 거지.]유행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이 된 시대이다. 이리 날이 선 반응 또한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리라.
하지만.
그 위에는 하나가 더 남아 있다.
유행과는 격이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행. 단순한 바이럴 정도로는 그 발끝에조차 다다를 수 없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행.
우리는 그것을 두고 이렇게 부르고는 하였다.
“신드롬입니다!”
가을이 저물고 슬슬 겨울로 향해가는 길목.
국가의 경계를 막론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인터넷 방송국의 스튜디오, 한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댄 채 흥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 지난 시네마필 인생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음악천재는 지금, 명실상부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
신드롬.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행이자, 수많은 가짜 유행 위에서 고고히 군림하는 진짜였다.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습니다. 영화 티켓이 암표로 풀리는 건 물론이고, 안 본 사람은 대화에 끼워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길거리마다 버스커들이 OST를 부르고 있다는군요.”
남자의 목소리에는 열띤 흥분이 눅진하게 묻어나 가실 줄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네마필로서 이런 이벤트는 평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할 뿐더러.
“오딘 유니버스 이후로 이만큼 뜨거운 반응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작품이 한 시대의 행방을 바꿀지도 모르니까.
[알고 보니 음악천재]는 지금, 신드롬의 주역이 되어 있었다.앞서 말했듯, 아직은 모를 일이다. 당장 세상을 바꿨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부산역 앞 광장, 한 연인이 붉게 달아오른 볼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녁에 한 장 남은 거 간신히 구했네. 무슨 영화 티켓이 2주일째 전부 다 매진이야?”
티켓 구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고작 영화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안달복달하게 만드냐는 듯한 말에, 그의 연인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야, 2주일이면 잘 구한 거지. 중국 같이 제한 상영한 곳은 돈을 줘도 못 본다던데.”
“중국? 거기는 왜?”
“몰라, 장면 중에서 뭐가 검열 문제 생겨서 상영관 축소했다던데. 새로 심의해야 한다고.”
물론 핑계일 뿐이다.
중국에서는 문화 자체를 경계할 영역에 다다랐다. 한 사람, 한 작품이 지나치게 인기를 끈다는 게 긍정적으로 받아질 사회가 아니니까.
그렇게 한국이 겨울일 때,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영화 하나 보겠다고 6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 이 날씨에?”
폭염과의 사투였다.
길거리 광장 스크린 특별상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길게 늘어섰다.
하늘에서는 폭염이 쬐는 탓에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6시간? 그 정도 기다려서 추억 하나 남기는 셈 치면 나쁘지 않지.”
[알고 보니 음악천재]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이었다.영화를 보려고 6시간을 기다리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하지만 이 신드롬에 동참하기 위해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6시간을 기다린다면 어떨까.
“오, 저기 맥주 판다.”
투정마저도 삶의 안주가 된다.
웃고 떠들며 보내는 시간 그 자체로 가치가 충만한 일이기도 하였다. 훗날 내가 그런 장소에 있었다. 이 말 하나를 위해서라도 이들의 기다림은 값졌다.
참, 그리고 또 하나.
“AST에서 신작 영화는 뮤지컬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관객들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사들 또한 기꺼이 이 유행에 동참하려는 기미를 비추었다.
“오딘 유니버스 최초의 뮤지컬 영화?”
“별로 기대가 안 되는데. 요즘 오딘 유니버스 왜 이러냐. 폼이 다 죽었네.”
“그래도 나오면 또 모르지. 어쨌든 비슷한 것만 만드는 것보다는 낫잖아. 뭐라도 시도하다 보면 하나 얻어걸릴 수도 있고.”
“그런가?”
“당장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과감하더라도 막 지르다가 하나 얻어걸리면 그것도 좋지. 대부도 그랬다며.”
대부 또한 신드롬을 이끈 작품이다. 즉, 세상을 바꿨다는 이야기다.
마피아들을 소재로 가져왔을 뿐 실제 그들의 행동양식과는 그리 상관없는 작품이었는데, 영화가 성공하니 마피아들이 대부 속 조직처럼 활동하기 시작했다나.
그리고 또 한편.
“…… 저거 따라잡을 수 있나?”
“따라잡아야습죠.”
이민기의 행동을 보고 마냥 동경하기보다는 경쟁심에 불타오르는 이들 또한 존재했다.
김탁이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민기 형씨가 세계 1위를 찍었는데, 한때 라이벌이었던 내가 따라가 줘야습죠.”
그 자신만만한 말투에 유선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그 습죠? 그 말투는 뭐예요?”
“이거? 캐릭터 만들려고 그러는 건데요. 대중한테 각인되려고.”
“하지 마세요. 구려요.”
“에엑따.”
“그것도 하지 마세요. 좀.”
“선아 씨는 왜 내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죠? 이거 감정조종 아닌가?”
그렇게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는 와중이었다.
“참.”
유선아가 짙은 의문 하나를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민기 씨, 요즘 연락 안 받지 않아요?”
* * *
4개월.
[알고 보니 음악천재]가 개봉하고 어느덧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지난 열풍이 어느새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사이, 정작 그 열풍의 주역이라 할 수 있을 이민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민기 어디 갔지?] [인터뷰 하나도 안 나오고, SNS도 안 하고. 광고도 안 찍고.] [파파라치 사진 한 장 없네?] [JC에서도 사생활이라면서 일언반구 안 하고.]사라졌다.
마치 이 세상에 잠깐 찾아왔다가 돌아간 이세계인이라고 됐다는 듯,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사라졌다.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면 노를 저어야 할 시기 아닌가.
[가뜩이나 이민기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던 것 같은데.]반대였다.
이민기는 역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순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여유롭다 못해 몸에 좀이 날 정도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후우.”
스위스의 어느 산맥 산책길.
이민기가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중얼거렸다.
“아, 요양도 할 사람이나 하는 거네요.”
그렇다.
이민기는 밀린 휴식을 몰아서 취하겠다며 스위스에 찾아왔다.
“심성보 감독님은 어디 가서 쉬는 게 그렇게 좋으셨다고 썰을 한참 풀고 그러시던데, 사람이 어떻게 그러나 몰라.”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하면서 평소 꿈꿔 왔던 대로 요양을 취하러 온 것.
심지어 한 달이나 지났다.
[지X.]“…….”
수화기 건너편의 잔소리에 이민기가 심심함을 못 버틴 채 핸드폰을 잡은 채 중얼거렸다.
“쌤, 조금만 공감해 주면 안 돼요?”
그렇다.
수화기 건너편의 사람은 김아성이었다.
원래 오는 사람 안 거른다고 자칭하고 다닐 정도로 두루두루 많이 가르치는 사람이었지만, 이민기라는 걸출한 인재를 길러낸 탓에 부쩍 바빠져서 수업 한번 받기 어려워졌다지.
[공감은 나발이. 민기 씨, 굶주려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는 몸에 안 좋다고 말하면 공감이 되겠어?]“아니, 그건 좀 극단적이고. 아무튼, 여기, 진짜 조용해요. 사람 만날 일도 없고.”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잖아.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재앙이라니까 어감이 좀 이상한데. 평화롭거든요? 이게 마음에 들어요. 근데 너무 심심해.”
[누군 바빠 죽겠는데 기만질하나. 기만자 연기하다가 맛 들였네.]“아니, 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전화 그만 걸어. 더 할 말 있으면 얼굴 보고 하던가.]“선물 사 갈게요.”
뚝.
김아성 트레이너와 연결된 핸드폰이 미련 없이 뚝 끊겼다.
이민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받고 싶은지 정도는 말하고 끊지.’
가차 없네.
제아무리 세계적인 배우라고 한들, 김아성 트레이너의 앞에서는 흔한 제자 중 하나인 듯했다.
삐익- 삐익-
이민기는 비프음만 울리는 핸드폰을 붙잡고 있기를 잠시, 피식 웃고 말았다.
“다들 걱정하고 있겠네.”
아주 친한 일부 사람들에게도 연락을 거의 주고받지 않아, 실종설이 올라올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필요했다.
다른 이유 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순간이기는 하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확 식네.’
너무 거대한 일을 치른 탓일까.
그간 몰려 있었던 피로감이 한 방에 몰려온 듯, 차마 흘려낼 수도 없을 정도로 큰 번아웃이 터진 탓이었다.
[알고 보니 음악천재] [#1] [#1] [#1] [#1] [Rotten Pomato – 98/100] [IMDB – TOP 10 in] [Worldwide Box Office – 1,375,128,150$]13.7억 달러.
지난 4개월 사이에 기록한 숫자였다.
작년에 개봉한 작품 중에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어쩌면 영화계 역사 전체에서 찾아봐야 할 성적이겠지.
그렇다.
이민기는 마침내 세계 1위를 찍고야 말았다.
“으으으.”
내가 달성했지만 좀 쩔긴 하네.
찌뿌둥한 몸을 풀려는 듯 스트레칭을 크게 켜자 알프스의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동시에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트인 세상이 시야를 꽉 채웠다.
‘이쯤 되면 배우로서 올라올 수 있는 곳까지는 올라왔다고 봐야 하나?’
짜릿하다.
[알고 보니 음악천재]를 통해 영화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버리는 데 성공했다.개봉하기 전에도 이미 흥행의 조짐은 있었다. 평론가들이 앞다투어 호평을 쏟아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것을 아는가.
예로부터 평론가들은 평이한 영화에 짠 평가를 주고, 어떤 식으로든 참신한 작품을 추켜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 대중은 그 반대.
그 말인즉슨 이렇다.
평론가들 기준으로 나름 식상한 플롯을 가진 [알고 보니 음악천재]라는 작품을 대중의 기준으로 보자면.
[진짜 미친 듯이 흥겹다]최고 그 이상의 상업영화라는 말이기도 하였다.
[라이브쇼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2시간짜리 콘서트를 보는 데 티켓 값 12,000원이면 나쁘지 않지] [꼭 음향 특화 상영관에서 봐라. 두 번 봐라. 세 번 봐라. 나는 오늘 네 번째로 보러 간다.]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자꾸 머릿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와.]40여 개 국가에서 1위를 하였던가.
심지어 그중 절반에 가까운 19개 국가에서는 개봉 2달 차를 맞이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넷플레이 글로벌 차트 = #1]극장 개봉일로부터 무려 2달의 텀을 두고 한발 늦게 개봉한 넷플레이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1위.
어찌 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였다. 성적 자체가 워낙에 좋았으니까.
이 시점에서 마이야르 픽쳐스는 욕심을 비웠다.
[2달 동안 해 먹었으면 됐습니다. OTT에 개봉하고 나면 다 OTT로 보고 갈 테니, 극장 성적을 더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배우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하지만.
신드롬이라는 건 상식을 부수는 법. [알고 보니 음악천재]는 여기에서도 한가지 상식을 부쉈다.
[왜 성적이 다시 오르죠?]역주행.
음악 차트에서나 일어날 법한 그것이, 영화판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