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99)
운빨로 탑스타-199화(199/200)
제199화
저승이란 어떤 곳일까.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 죽어서 벌을 받는 곳. 살아생전 저질렀던 일들의 평가를 받는 곳.
흔히 이승에서 입버릇처럼 말에 빗대자면, 아주 간단명료한 단어가 있었다.
배치고사.
그렇다.
저승이란 온라인게임 속의 배치고사와도 같은 곳이었다.
이승에서의 삶을 통해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가, 그 결과를 저승에서 평가받는다. 지난 삶을 근거 삼아, 제2의 삶을 부여받고 다시 한번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가난한 구두닦이였던 내가 저승 다녀오니 대기업 회장님?] [잘나가는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이었던 내가, 다시 태어나 보니 치킨?]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몇 번이고 저승에 오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훗날 더 나은 랭크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것 또한 결국에는 첫 배치고사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야, 너네 브론즈로 시작해서 다이아까지 올라갈 수 있겠냐?] [브론즈들끼리 게임하는데 다이아를 어떻게 가요?] [실버라면 몰라도 브론즈는 조금.]누구나 환경의 영향이 크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사람이 과연 올곧게만 살 수 있을까?
[굶어 죽어가는 여동생을 어떻게든 먹여 살리려고 빵 하나 훔쳤다가 감옥에서 7년을 썩었어요.]그럴 리가.
[출소한 뒤에는 범죄자 딱지가 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어딜 가든 손가락이 따라다녔습니다. 저한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그럴 리가.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가정폭력범. 동생은 소년원. 끼니가 없어 굶는 삶을 사는 삶이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게 쉬울까.
예로부터 인간은 환경을 따라가는 동물이었다.
재벌집 아들내미는 세탁 때문에라도 사회 재단을 굴릴 때, 가난한 집안 자식은 주린 배를 채울 라면 한 봉지도 간절한 게 현실인 법.
이미 첫 배치고사가 망해서 밑바닥부터 시작한 와중에 제대로 된 제대로 된 삶을 살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누구나 다 안다.
불공평하다.
[한번 불행하게 살아온 사람은 계속 불행하게 살란 말입니까?] [그러는 댁은 대감댁에서 쭉 자라지 않았소?] [내가 사람을 여럿 죽였는데 그래서 뭐? 당신들도 나처럼 중세 시대에 태어나봤어 봐.]그렇기에 죽은 뒤 저승에서 받게 될 재판의 역할이 중요했으니.
개개인이 살아온 삶의 경중을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 상대평가를 내리는 곳이었다.
지난 3천 년 전 지어져, 고대 그리스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곳, 저승 재판소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이 친구, 정말 장난이 아니군.”
“요즘은 이거 보는 맛에 산다니까.”
산 자를 평가하는 이곳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삶을 헤아리며 보편적인 가치판단에서 해탈한 자들, 그들에게 있어서도 특별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민기, 정말 대단해.”
이민기가 그러했다.
운이 없다는 이유로 밑바닥을 헤매다가 죽은 뒤, 저승에 와 운을 되찾은 뒤로는 인생을 활짝 피운 존재였다.
트루먼 쇼마냥 저승 재판소의 모두가 즐겨보는 사람이기도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그는 배심원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일단 운만 되돌려 주면 엄청난 일을 이룰 거라고.”
“엄청났지. 정말 우리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
“전번에 그 영화 봤나? 내가 그걸 보고 저녁에 잠이 안 와서 글쎄.”
근대 북유럽, 중세 유럽, 고대 마케도니아, 기원전 한반도.
다양성 콘서트라도 하듯 온갖 환경에서 선출된 배심원들이 이민기를 두고 이야기를 꽃피우기 바빴다.
“사람이 어떻게 폼이 죽지를 않나.”
“죽기 전까지 신작 영화 세 개만 더 찍어 줬으면 좋겠군. 아니, 다섯 작품.”
가히 팬덤이 아닐까 싶은 현장.
이민기의 지난 삶을 두고 배심원들이 몇 시간이고 떠드는 와중이었다.
“체통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군.”
메기수염을 한 선비 한 명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그래 봐야 일개 영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뭬야?”
“자고로 한 사람의 힘에는 한계가…….”
“뭘 상대를 해줘. 저 인간, 저거 심술 난 거야. 그렇게 방해했는데 이민기가 자기 생각이랑 다르게 너무 잘 사니까.”
“…….”
그렇다.
지금, 이민기를 끌어내리고 있는 이 배심원은 지난번 이민기에게 운을 돌려주기를 끝없이 반대했던 바로 그 자였다.
그때는 그나마 다수파였지.
하지만 상황이 역전되었다. 현 재판소에서 그는 철저한 소수파.
‘이 지조도 없는 것들.’
작게 분노마저 느낀 그거 수염을 부들부들 떨던 중 말했다.
“흥, 혼자서만 잘 살면 될 것을. 타인에게 간섭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자못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 하나가 물가에서는 개구리를 죽이는 법.”
그간 레파토리가 된 발언이 있었다.
이민기가 퍼뜨린 영향력은 너무 큰 나머지, 세상에 불필요한 파급력마저 끼치고 있다는 것.
주로, 인류가 과학 발전에 쓸 기력을 지나치게 문화 산업으로 끌어모았다던가 하는 점이 그러했다.
“영화란 결국 소비에 불과한 것. 그 심력을 농사에 기울였다면, 인류는 이미 식량난을 극복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이론을 한참 설파하는 와중이었다.
“웃긴 소리를 다 하네.”
한 남자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게 뭐가 나쁜가?”
반론이 쏟아졌다.
감당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반론이.
“암, 그렇고말고.”
“꼭 부유한 삶만이 바른 삶이던가?”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나?”
이민기, 그는 일개 무명 배우에 불과했다. 아니, 무명 배우의 삶을 살았던 사람에 불과했다.
세상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했던, 그저 평범했던 인간.
하지만 그 운이 너무나도 처참했기에 특별히 두 번째 삶을 주었던 것인데.
[이민기 문화예술재단, 전국 연극영화과 지망생 120명에게 장학금 쾌척]갑자기 온 세상에 행운을 뿌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혼자 누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처럼.
[이민기 영화, 운을 주세요. 개봉 후 전국 고아원 자원봉사자 대폭 증가] [이민기 영화, 우리의 전쟁, 군 복지 증대 요구 빗발쳐]영화 하나를 찍을 때마다 계속해서 세상이 좋아진다. 더 살만한 세상이 되어간다.
이민기가 가진 영향력만큼이나, 수백만, 수천만, 수억의 삶이 더 나은 삶을 향해 조금씩 발을 옮겨나갔다.
“성인이라고 불러도 부족할 지경이야.”
“누가 저만큼 큰 기쁨을 타인에게 선사할 수 있지?”
하지만 여기서 또 끝이 아니었다.
“봐, 저 인간한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잖아.”
제2, 제3의 이민기가 계속해서 탄생하며 세상에 운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단 한 명, 이민기 단 한 명에게 운을 쥐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유례없던 문화 대혁…… 대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믿기지가 않아. 사람 한 명이 저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
수없이 많은 삶을 내다봐 왔던 배심원들의 눈으로 볼 때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었다.
스타들이 뜰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스타들이 대체로 뭘 했는가.
“사리사욕을 부려야 하지 않나?”
“약 사건을 일으킨다든지, 문란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악영향을 끼친다든지.”
“교만을 못 이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었겠지.”
“소송전이나 여론몰이로 회사를 파멸시키는 경우 또한 다발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뭔가를 하기 전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만 안 끼쳐도 본전이다.
그런데 이민기는 정확하게 반대였다.
“재단을 만들어 세금 세탁이라도 하려나 했더니.”
“가진 재산을 못 털어내 안달이었지.”
“연기학교를 세웠던가? 엔터까지 연계해서.”
“사업을 시작하는가 했더니, 정말로 순수하게 후학 양성용이었지.”
“벌어들이는 수익은 죄다 사회환원에 쓴다고 부동산 투자도 안 하더군.”
끔찍하리만치 올바른 삶이었다.
당사자는 자기 운에 감사한다고 저런다고 하지만.
‘운 좀 몰아 줬다고 저게 가능한 일인가?’
정작 그 운을 제공한 배심원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더 악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다.
쏟아지는 행운에 취하다 못해, 교만에 빠져 그 운을 사리사욕을 채우게 되는 게 일반적인 일.
“당장 이민기 이전, 그의 행운을 가져갔던 전임자만 해도 그러하지 않았나. 부동산으로 운이 연달아 터지며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더니.”
“투기로 수많은 서민들을 고통받게 했지.”
“음.”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 지금은 운을 돌려받고 반지하 수재민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이었다.
즉, 이민기가 저런 삶을 사는 건 다른 누구의 힘도 아니었다. 오직 단 하나.
“원래 저런 사람이었군.”
이민기가 원래 저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런 삶을 살게 된 것이었다.
“끄으윽.”
한참이나 이민기를 헐뜯기 바빴던 메기수염 배심원은 어느새 아웃 오브 안중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진실이 그러했다.
“운은 어디까지나 환경에 불과했다. 좋은 나라에서, 좋은 집안에서, 좋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는 것과도 같지. 중요한 건 주어진 환경 안에서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민기가 보여준 행동은 특별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재판관님, 어쩌면 우리는 오판을 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생각마저도 뒤집게 할 정도였다.
오판.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발언에 붉은색 거인을 연상시키는 용모의 재판관이 그 험악한 턱을 들어 올렸다.
지난번 이민기에게 운을 주겠노라고 판결을 내린 그 거인이었다.
그가 용암이 쏟아질 듯한 입을 열었다.
“오판이라? 지금, 본 배심원은 저승의 재판에 결함이 있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가?”
“……예,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험악하다 못해 심장이 절로 쪼그라드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환경 하나를 바꾼 것만으로도 저만큼 극단적인 차이가 생겨났습니다. 저희에게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사람이란 것은 한 번의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방향성이 자라나는 것이지.”
“그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배심원이 구름 너머로 이민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새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연기는커녕 마음대로 거동하기조차 불편한 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오늘은 뜻깊은 날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예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현대 영상 아카이브에 기꺼이 이바지해 주신 모든 저작권자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여전히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전면에서 뛰고 있었다.
배우 한 명이 감독으로 나아가더니, 아예 업계 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거인으로 완성되었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운 하나가 없어 세상에 아무런 발자국조차 못 남긴 채 낙엽처럼 바스러졌던 사람이 저렇게 큰 변화를 주도했다니 말이다.
“배심원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전 그저.”
배심원이 잠시 말을 삼켰다.
이것만큼은 입 밖으로 꺼내기가 부담스러워서.
하지만 해야 할 말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저희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뀌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난 수천 년간 변함없었던 저승 또한 변화의 길을 몰색해 보자.
그 말이 나온 찰나였다.
“미쳤나?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의 역사를 부인해?”
“마침내 돌아버린 게군.”
곧바로 비방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제아무리 이민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이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이들이 시스템 자체를 부정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두는 던졌다.’
각오한 바였다.
이러한 비판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더더욱 큰 논란으로 부풀어 오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변화의 과정이리라.’
충돌 없는 변화는 없다.
배심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이민기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저승에서 다시 한번 마주할 그 날이 기대되는군.’
참, 후속작도 보고 싶다.
* * *
같은 시각.
이민기는 지금.
‘여기까지인가.’
어느 병원의 새하얀 병실, 침대 위에서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