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2)
운빨로 탑스타-2화(2/200)
제2화
‘이런 미친.’
민기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룩 스쳐 지나갔다.
‘내가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합격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1차 서류 심사다.
지원만 한다면,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붙는 게 정상.
애당초 배우 오디션은 2차부터가 진짜다.
그렇기에 서류에서 떨어질 걸 가정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이민기라면 이는 전혀 우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
‘나, 분명히 옛날에는 이 오디션 탈락했는데.’
원래는 탈락했었기 때문이었다.
[발신인: 다온 엔터테인먼트] [안녕하세요다온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공개 오디션 1차 서류 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차 실기 관련하여서는 차후 추가 안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다온 엔터테인먼트.
그가 꿈에도 그리던 회사였다.
하지만 예전에는 1차 서류 심사부터 장렬하게 떨어졌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그에게 뭐가 되었든 부족한 게 있었겠거니 하고 넘겼었다.
‘설마 이것까지 운 탓이었다고?’
머리가 휘청하다.
사실, 진실로 들어가면 이러했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이민기의 서류 심사는 제대로 다온 엔터에 접수되었고, 정상대로였다면 합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검토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로 하필 그의 지원서만 누락이 발생했고.
그 탓에 탈락은커녕 심사 단계에 오르지도 못했던 것.
진상을 모르는 이민기는 자신의 실력을 탓했다.
‘세상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로 과거로 돌아왔구나.
사자 재판이니 뭐니, 그게 다 개꿈은 아니었구나.
적어도 뭐가 바뀌긴 바뀌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다시 한번 배우에 도전해 보자.’
그것밖에 없다.
이민기는 눈을 부릅뜨고 결심했다.
하지만 오디션까지는 아직 시간도 남았겠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오늘은 배우 학원에 가야 한다.
‘오디션 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 두자.’
민기는 오늘 하루의 일정을 떠올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을 디딘 찰나.
‘아차.’
두 번째 징크스에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그의 두 번째 징크스, 그건 바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을 헛디디는 것이었다.
발목을 다쳐 오디션을 걸러야 했던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발바닥으로 사뿐한 마룻바닥의 감촉만이 느껴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정말로 내가 운이 좋아졌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운이 좋아졌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것이었다.
민기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놀랍도록 침착하게 아침의 일과를 해치워 나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샤워기 온도를 맞추는데 한 번에 적정 온도가 맞춰졌다고?’
기적이 일어났다.
‘냉장고에 성에가 안 꼈어.’
또 기적이 일어났다.
‘옷을 입는데 자크가 안 꼈다고?’
계속해서.
기적,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적들이, 지금 그에게는 일상이라는 듯 일어났다.
결국에는 이민기, 그도 인정해야만 했다.
그라는 사람에게도 행운이라는 게 정말로 찾아왔다는 사실을.
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하지만 이민기는 양 손바닥으로 뺨을 짝 소리 나게 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침착해라, 이민기.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아왔던 거야. 이까짓 일로 하나하나 들뜨지 마.”
호들갑이 과하다.
아직 사소하지 않나.
진짜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또한,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기도 하였다.
‘운이 좋은 것 같은 날에는 늘 커다란 불운이 닥치고는 했지.’
이민기가 평생을 겪어 온 증상 중 하나였다.
어쩐지 운이 좋은 것 같은 날이 오거든, 그 직후에는 반동이라는 듯 사건이 나오는 것.
그의 삶에서 커다란 불행이 있을 때는 늘 그러했다.
오토바이를 도난당한 날은 무려 아침에 뜯은 라면 봉지에서 다시마가 두 개나 나온 날이었다.
‘그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노릇.
이민기는 침착하게 가슴의 떨림을 억누르고는 외출을 준비했다.
* * *
연기 학원으로 가는 길.
이민기는 혹시 모를 불행에 대비하기 위해 온갖 준비를 다 마쳤다.
혹여 어딘가에 스쳐 다칠 일을 방지하려 두꺼운 옷으로 몸을 꽁꽁 말았으며, 신발도 실용성이 뛰어난 운동화를 신었다.
‘일단……차는 안 막히고.’
집에서 일찍 나온 덕분일까.
학원이 위치한 합정까지 가는 도로는 한산해 보였다.
하물며 잠깐 들린 버스정류장에서는, 그곳까지 가는 505번 버스가 [2분 뒤 도착]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 또한 그의 삶에서는 흔치 않은 기적.
그대로 버스를 타도 무방했을 일이겠지만, 그건 아마추어의 방식이다.
“후후.”
이민기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걸어간다.”
두 다리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며 이민기는 머릿속으로 오디션장까지의 경로를 그려 보았다.
‘집에서도 일찍 나왔겠다. 1시간 거리 정도는 걸어서 가 볼 만해. 버스를 탔다가 자칫하면 교통 체증에 길이 막힐 수도 있어.’
교통 체증.
그의 삶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앞에서 사고가 나 길이 막히든, 버스가 고장이 나든.
어떤 식으로든 지각하게 될 때가 잦았다.
그에게 있어서 도로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막히는 장소였다.
‘그 꼴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걷고 말지.’
하물며 두 다리로 걷는다는 행위에는 큰 이점이 있다.
바로, 굳은 몸을 풀기에 좋다는 것이었다.
서른두 살의 몸에서 스물다섯으로 돌아왔다. 아직 남의 몸처럼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달리더라도 그냥 달리는 게 아니다.
만에 하나 발목이 삐지 않도록 조심해서 달리는 게 요령.
여기에 하나 더.
‘신발 끈이 안 풀리게끔 조심한다.’
신발 끈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존재다.
풀리면 그걸로 끝인가.
자못 신발 끈이라는 족속들은 꼭 밟고 넘어지게끔 설계되어 있다.
우습게 보지 말라.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민기의 세상에서 신발 끈이란 그런 존재였다.
‘안전이 최고다.’
그러니까 파워 워킹, 우선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1시간 거리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40분 뒤.
이민기는 한강을 따라 걸은 끝에 합정역 인근의 생각했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 몸으로 돌아오니까 몸이 가벼워서 좋네. 앞으로는 최대한 뛰어다녀야겠다.’
이마 위로 상쾌한 땀이 흘러내렸다.
몸에는 적절하게 열기가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연기에 매진하고 싶은 기분.
‘잠깐.’
그렇게 학원에 입장하려는 순간, 1층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저기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때울 때가 많았지.
정 급할 때는 양갱 하나로 식사를 대신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주의를 끈 건 그런 먹거리 따위가 아니었다.
[즉석 복권 파워또] [3초 만에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최고 상금 – 1억]즉석 복권이었다.
그것이 이민기의 시선을 단번에 앗아갔다.
‘내 운이 좋아졌다고 했지.’
사자 재판에서 원래 그에게 받았어야 했을 운을 가져간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분명 복권에도 당첨됐었지.
그만한 운을 이번 생에 그 또한 받았다면, 과연 어떨까.
‘나도 복권에 당첨될 수 있지 않을까.’
꿀꺽.
이민기는 침을 짧게 삼키고는 편의점 안에 구매했다.
“복권 하나 주세요.”
“어떤 거로 드릴까요?”
“저기……파워또요. 즉석 복권.”
“네, 천 원입니다.”
복권 한 장을 천 원에 구매한 이민기가 복권을 들었다.
짧은 긴장감이 흐르기를 잠시.
부욱.
이민기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5천 원?’
당첨이었다.
5천 원, 애매한 액수다.
진심으로 기뻐하기에는, 애매해도 너무 애매한 액수.
굳이 따지자면 푼돈이다.
하지만 그 당첨의 주인이 이민기라면 이건 또 이야기가 달라졌다.
‘말도 안 돼.’
말 그대로 경악했다.
왜냐, 한평생 복권이라고는 긁어서 된 적이 없는 그이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넘어져도 뒷머리가 깨지는 그가 복권에 당첨된 것이었다.
살아생전 겪어 본 적 없는 일에 등골을 타고 짜르르 희열이 스치기를 잠시.
“저기, 한 장만 더 주세요.”
이민기는 끓어오르는 물욕에 다음 복권을 집어 들고는 그것도 긁었다.
혹시 모른다.
처음부터 대뜸 5천 원짜리가 당첨됐는데, 다음에는 1등은 몰라도 10만 원 정도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만 원?’
한 단계 액수가 올라갔다.
살짝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2연속으로 붙었다.
이번에는 더 고액이니 확실히 운이 좋다.
복권 뒤에 기재된 당첨 확률에는 각각 무려 40분의 1, 500분의 1이라고 적혀 있었다.
2장 연속 당첨이니 20000분의 1, 말도 안 되게 좋은 운이다.
하지만 어딘가 미묘했다.
재판에서 봤던 그 남자는 훨씬 크게 당첨됐으니까.
‘아직 모른다.’
이민기는 눈을 번쩍 뜨고는 말했다.
“저기, 3장만 더 주세요.”
“네.”
그를 바라보는 알바생의 표정에서 얼핏 한심하다는 눈빛이 흘렀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민기의 시선은 새로 받은 즉석 복권 3장에 온통 쏠려 있었으니.
기대감에 취해 한 번에 주르륵 긁어 보았다.
그런데.
‘뭐야, 이게.’
3장 전부 꽝이었다.
“…….”
오히려 액수가 줄었다.
갑자기 운이 나가떨어졌나.
이민기는 자그마한 실망감에 빠져 복권을 들고 있기를 잠시.
‘더 해 볼까.’
민기의 가슴속에서 욕망이 불쑥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고민하기를 5초.
이민기는 복권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욕심부려서 좋을 거 없어.’
운이 예전보다 확연히 좋아졌다는 건 확인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의 꿈은 어디까지나 일확천금이 아닌, 배우로서 성공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돈에 과하게 얽매일 건 없었다.
외려 이쪽으로 너무 흘러갔다가는 본질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길함마저 들었다.
‘애초에 운이라는 게 꼭 돈복이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
원래대로라면 떨어졌어야 할 다온 엔터테인먼트 1차 심사에 붙었다.
돈을 주고도 못 얻을 기회를 손에 쥔 셈.
그래, 이거면 됐다.
운이 좋아졌다고 해서 운에만 지나치게 기대지는 말자.
“후우.”
짧은 한숨.
그와 함께 깔끔하게 욕망을 털어낸 민기가 말했다.
“이거 어디서 교환하면 될까요?”
“오, 당첨되셨나 보네요. 어디 보자.”
계속 민기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알바생의 눈빛에 작은 놀라움이 번졌다.
“……2장이나 붙으셨네요?”
그가 은근히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손님, 운이 상당히 좋으시네요. 이거 확률이 어떻게 되지.”
“어디서 교환하면 되나요?”
“아, 이거 여기에서 바로 드릴게요. 10만 원 이하는 발급처에서 드리거든요.”
이민기는 소소한 행운을 즐기고는 편의점에서 나왔다.
연기 학원이 급하다.
* * *
합정의 유명 연기 학원, 잼 액팅스쿨.
매년 유명 엔터에 합격하는 연기자를 여럿 배출해냈다.
현업에서 뛰는 업계인들을 다수 채용한 것도 특징.
그런 만큼 학원비도 비싸다.
연습실을 24시간 운영한다는 정도가 위안일까.
그곳에 올라간 민기가 처음으로 한 것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는 것이었다.
‘좋아, 아무도 없다.’
이른 아침부터 온 덕일까.
학원 연습실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가 제일 빠르게 온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다.
늘 그가 제일 먼저 왔다.
이는 사소하지만 민기의 가장 큰 자랑이기도 하였다.
‘운은 없을지 몰라도, 노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여태껏 연습에 매진하지 않았나.
모처럼 연습실의 반들반들한 바닥을 밟은 민기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제대로 연기를 해 본 게 과연 얼마 만이던가.
좋아, 어디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자.
“아, 아.”
다온 엔터 오디션에 가거든, 오디션장에서 할 연기는 7년 전에 이미 정해 두었다.
“아, 음, 어, 마미메모, 마미메모.”
벌써 수만 번도 넘게 반복했던 발성 훈련.
이민기는 가볍게 목을 푼 뒤, 정면의 유리를 향해 굵고 거센 목소리로 외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
곧 연기에 열중하기 시작한 민기.
그런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저 학생, 진짜 열심히 하네.’
정말 우연히도.
오늘은 바깥에서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