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200)
운빨로 탑스타-200화 (완결)(200/200)
제200화 – 완결
지난 삶을 돌이켜 보자면, 정말 부단히도 열심히 살았다.
‘단 하루라도 후회했던 적이 있었나.’
언제나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왔다. 모든 호흡, 모든 몸짓이 충실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민기는 지금, 죽음을 목전에 두고 지난 삶을 돌이켜 보고 있었다.
‘연기자로 살고 싶어서, 연기자로 살았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뒤늦게 스크린에 설 수 있었다.
남들보다 재능이 부족했던 탓인지, 운이 부족했던 탓인지. 그 노력을 보답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설령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바라는 일에 힘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충실했다는 건, 다른 누구보다도 이민기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첫 작품을 찍었을 때는 너무 행복해서 하늘을 날 뻔했지.’
[캠퍼스 스토리]는 특별한 작품이었다.비록 단역에 불과했지만, 그의 연기를 좋게 봐준 드라마 작가가 조연급으로 키워주지 않았나.
마치 선배 배우들이 술자리에서나 허세로 떠들 만한 이야기였다.
‘언제까지고 푸르른, 카페 델 디아도 좋았어.’
그가 배우로서 인정받는 초입이었다.
비주얼만 가진 배우에서, 점차 다양한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와중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배웠고,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진월보(日進月步).
하루면 나아가고 한 달이면 걷는다. 하루하루가 꿈과도 같았다.
‘패션 앤 패션, 잊을 수 없다.’
그에게 예술 영화의 재미를 알려 준 작품이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 작품은 그야말로 잭팟이었지.’
그의 공식 감독 데뷔작이었다.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다는 걸 이용한 마지막 작품. 비록 마이야르 픽쳐스의 실력에 편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지언정, 후회는 없었다.
더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으니까.
‘알고 보니 음악천재.’
말할 것도 없이 초대박이었다.
여기까지 운을 너무 끌어다 썼던 탓일까.
그다음 작품부터는 다소 하락세를 겪기도 했었다.
‘비망록, 이거 찍었다가 은퇴할 뻔했지.’
그의 비공식적인 감독 데뷔작이었다.
환경단체의 이중잣대를 소재로 잡았다가, 그야말로 사냥을 당해서 감독 인생을 접을 뻔했다.
의외로 환경단체의 힘이 강했던 걸까. 언론에서는 무책임하게 여론몰이를 했다며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투자자들이 그와 일하기를 거부하기까지 했었지.
하지만 이민기에게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다.
해외였다.
넷플레이가 그의 모든 작품활동을 후원하겠다며, 그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
그 덕에 이민기는 해외로 나가, 공백기 없이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침, 그 사이 국내에서 거대한 환경단체 문제가 하나 터졌으니.
[단독) 국내 최대 환경보호단체 네이쳐포어스 대표, 유독성 약품 제조업체로부터 13년에 걸쳐 거액의 로비를 받아]어느 업체의 아파트 거주민이 단체로 중독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을 조사하던 중 밝혀진 것이었는데, 내부 시공에 사용된 건축용 약물 하나가 위로 거슬러 올라가 환경보호단체까지 엮여 있었던 것.
감사를 맡아야 할 환경단체가 되려 눈을 감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그 일로 이민기는 그야말로 재평가를 받았다.
[환경보호단체 쉴드 치던 놈 나와라] [이민기 그는 도덕책] [미래를 읽은 건가? 미래를 읽은 건가? 미래를 읽은 건가?] [대체 어디까지 본 거야! 이민기!] [유명인이니까 보고 들은 게 있었을 듯 ㅇㅇㅇㅇㅇㅇ 우리만 몰랐던 거지] [ㄹㅇㅋㅋ 찔리니까 언론이 손잡고 이민기 사냥했던 거 아니냐?]아예 외국으로 터전을 옮기고, 한국 시장은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가까스로 부활했다.
‘아성 선생님한테 죄송해서 죽는 줄 알았지.’
첫 주연급 데뷔작 하나 찍고 은퇴할 뻔하셨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민기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떠올랐다.
“이후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눈이 흐리다.
언제부터였을까. 시력이 흐려져 세상이 잘 보이지 않게 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숨이 목구멍을 오가며 폐 속에 들락날락하는 것 또한 감각이 희미하다.
하지만 단 하나, 시릴 듯 또렷한 감각이 있었다.
“이민기! 힘내라!”
“이민기! 이민기!”
창밖, 저 너머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청력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모든 감각이 흐려졌을 때도, 저들은 온전히 바깥에서 그의 투병을 응원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작품 더 찍어 줘야지.”
“내년에 하나 더 개봉하겠다며.”
“당신 작품 보고 배우가 될 꿈을 길렀는데, 이렇게 갈 거 아니잖아.”
병원을 둘러싸고 수백, 수천의 인파가 이민기의 회복을 기도하고 있었다.
병원 너머, 전 세계로 시선을 돌리거든 수백, 수천만이 넘는 대중이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이미 그의 통장에 돈 따위는 넘쳐난다. 그런 그를 위해 치료비를 보태겠다는 사람마저 그 이상으로 흘러넘쳤다.
장기를 기증받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는 자들도 흔했다.
이 세상, 세상에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의 작품을 본 적 없는 사람 또한 드물다.
배우를 넘어, 감독을 넘어, 사업가를 넘어 미디어 그 자체가 된 이민기의 영향력이 닿지 않은 인물은 없다고 해도 좋다.
이민기, 그는 어느 순간 모두의 마음속에 남았다.
[이민기 감독님의 쾌유를 빌겠습니다.] [방송 중에 죄송하지만, 잠시 다 같이 기도의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뉴스, 예능을 가리지 않고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가득 찼다.
인터넷 세상은 오래전부터 눈물바다였다.
그리고 그의 옆.
“듣고 있으면 좀 일어나라.”
“좋아한다는 과일이란 과일은 다 가져왔는데. 나만 먹지, 아주.”
그의 옛 지인들이 병실에 모여 침상에 누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민기가 살아오면서 엮인 업계인의 수는 가히 셀 수가 없다. 그러한 그들이 벌써 한 달째 번갈아 가며 그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남규원 이사님께서도 오셨군요?”
“어이쿠, 처음 뵙겠습니다.”
서로 얼굴은 알지언정, 제대로 된 대화라고는 나눠본 적조차 없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배우님한테 받은 게 많은데요.”
그게 이들의 대화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얼핏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교집합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예,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전 20년 전에 은퇴해서 치킨집 하고 있었을 겁니다.”
“후후, 그러고 보니 민기 씨가 치킨집으로도 작품 하나 찍었는데.”
“뉴욕통닭 1호점? 그거 재밌었죠.”
이민기였다.
그들은 이민기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배우님이랑 일할 때 정말 힘들죠. 카메라 바깥에서는 천사잖아. 근데 카메라 일단 돌아갔다 하면 악마야.”
“맞아요. 그렇게 몇 달 동안 피눈물 흘리다가.”
“딱 완성된 편집본 보고 나면 깨달아버리지. 아, 이래서 그 쌩고생을 시켰구나.”
이민기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이들 사이에서 거리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위아래가 없다.
그저, 평등한 관계에 서서 이민기라는 공통사를 함께 나눌 뿐.
이들뿐만이 아니다.
세계인이 이민기로 엮여 있다.
[유럽에서 이민기 추모 상황] [아직 안 죽었어] [왜 산 사람을 죽이고 그러냐…… 쩝]국가.
[이민기 이후로 미국 시장에서 황인 배우들 입지가 확 커졌다고 하더라] [전에는 막 쿼터제 쓴다 뭐다 논란 일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다고 함]인종, 성별, 직업을 넘어 누구나 다 이민기라는 공통적인 화제를 다리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미디어.
라틴어 Medium에서 온 단어. Medium에는 둘 사이를 가운데에서 연결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민기, 그는 어원 그대로 세계인의 미디어가 된 존재였다.
‘잘 살았네.’
침대에 누운 이민기가 흐뭇한 마음을 느꼈다.
이미 팔다리는 물기가 마른 고목처럼 침대 위에 늘어졌다. 한평생 쉬지 않고 대사를 소화했던 입은 더 이상 열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것이 단 하나 있다면.
“어?”
“지금, 배우님 웃으셨죠?”
얼굴이 그러했다.
세계인을 웃고 울려왔던 그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떠올랐다.
“잘못 본 거 아니야?”
“아닌데, 방금 분명 웃으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 올 때….”
“…혹시……… 의사 선생님.”
“빌….”
그렇게 마지막으로 청각이 점점 흐려질 무렵.
삑-
이민기가 마침내 웃는 얼굴로 떠났다.
* * *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모두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난다는 건 아니었다.
이승에는 여전히 이민기를 사랑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남아있을뿐더러.
‘여기는 어디?’
이민기에게는 제2 라운드가 존재했으니.
“저, 누구신데 절 그렇게 보시죠?”
“정신이 드나?”
“아니, 그야 당연히.”
흠칫.
이민기가 순간적으로 떨었다.
그러고 보니, 몸이 너무나도 말을 잘 듣고 있지 않나.
몸이 아프지 않았을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몸이 한창 전성기였던 그 시절만큼이나 전신이 그의 지시를 잘 따랐다.
‘진짜 이게 뭐야?’
죽은 거 맞나?
아닌데, 이미 죽어본 적 있는데.
그때는 분명 생전에 업을 재판을 받으니 마니, 어쩌고저쩌고 미주알고주알 하는 참이었는데.
‘여긴 재판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이 광경을 무어라 평가하면 좋을까.
지금 이민기의 눈에 비친 광경은.
“스튜디오?”
스튜디오에 가까웠다.
가히 운동장만 한 스케일의 공간 안에 온갖 종류의 카메라가 놓여 있다.
그린 스크린도 깔려 있고.
“여기는 대체.”
잠깐, 그러고 보니까 눈앞으로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도 어딘가 익숙한 구석이 있었다.
“존 마이어?”
존 마이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을 뽑으라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감독이었다.
아카데미의 주인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 남자, 존 마이어가 이민기의 앞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래도 기다렸군.”
“절 기다fuT다고요? 당신이 왜. 그보다 여기는 대체.”
“이 사람아.”
한 중년 남자가 이민기의 발언을 막더니,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해도 충분하고.”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의 트레이더 마크,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살짝 구부리며 말했다.
“차기작이 먼저지.”
“…….”
뭔 헛소리야.
차기작은 무슨 차기작.
사람이 죽었다 깨어나서 저승 스튜디오로 온 것도 이상한데, 익숙한 얼굴을 봐서 까무러칠 것 같은데 영화 이야기를 먼저 하자니.
영 기묘한 광경 속, 이민기의 선택은 이러했다.
“저한테 끝내주는 소재가 하나 있는데.”
영화 이야기 먼저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듣자. 자기소개는 그의 눈앞 명감독의 말마따나 사소한 문제니까.
사실, 안 그래도 근질근질한 참이었다.
연기하고 싶어서.
[운빨로 탑스타 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