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44)
운빨로 탑스타-44화(44/200)
제44화
언론 시사회.
이름 그대로 영화를 정식 개봉하기 전, 언론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시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이 시사회라는 게 아무나 참석하는 행사가 아니었다.
[개봉 전에는 얼굴 하나로 홍보가 될 수 있는 사람만 올리는 게 맞지.]배급 단계에서는 행보 하나하나가 홍보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감독을 비롯해 일부 주연 그리고 인지도 높은 조연만 출연시키는 게 정석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저 사람은 누구지?’
현장 기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앗아간 사람이 있었다.
‘엄청나게 훤칠한데?’
‘패션 감각도 좋아.’
‘출연진에 저런 사람이 있었나?’
이민기였다.
그가 수십 미터 밖에서도 단번에 눈에 띌 만큼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까마귀 사이에 낀 백로처럼, 오리 사이에 낀 백조처럼.
이민기가 눈에 박히듯 군중 사이에 고고히 서 있었다.
‘나도 연예인은 많이 봤지만, 저 정도면 그중에서도 상위 30%는……아니다. 최소 20%에는 들어가겠네.’
‘잘생겼다.’
‘대박. 배우인가?’
길목을 지나치는 일반인들은 물론, 기자들의 시선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민기를 바로 코앞에 두고도 그의 정체가 이민기라는 사실을 못 알아보고 있었다.
과연 이민기라는 사람을 몰라서일까?
기자들이 게을러서일까?
아니다.
출연진의 리스트를 숙지했음에도, 이민기의 실물이 그만큼 남달랐던 것이다.
[흔히 대중이 배우들을 볼 때는 완성된 화면 안에서 보잖아요.]업계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화면이라는 건 감독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추하게 연출하고 싶으면 추하게. 작게 연출하고 싶으면 작게. 크게 연출하고 싶으면 크게. 마음만 먹으면 난쟁이를 거인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죠.]요점은 이러하다.
화면 속 모습과 실물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유독 실물과의 갭이 큰 사람들이 존재했는데, 그게 바로 이민기와 같은 타입이었다.
[비율 좋은 사람들은 만나 봐야 알아요.] [본 순간 압도당하지.] [이목구비가 또렷하면 더 그렇고.] [수십 명이 서 있어도, 그 안에서 한 명만 보인다니까.]키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훌륭한 체격.
또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이 모든 장점을 한데 끌어모아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코트 차림까지.
이민기라는 사람의 실물은 이미 사진 따위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실물을 안다고 해서 안 놀라는 건 아니고.
‘민기 씨가 은근히 잘생긴 건 알았지만, 작정하고 꾸미니까 진짜 말도 안 되네.’
제작진도 경악했다.
‘원래 넓었던 어깨가 코트빨 받으니까, 와…….’
‘얼굴은 순둥인데 어깨는 태평양이야. 이거 말 돼?’
‘나 데뷔했을 때 생각나는데?’
알아도 놀란다.
보면서도 경악하게 된다.
한번 주의 깊게 봐도, 몇 초 지나면 다시 보게 된다.
이민기의 모습은 그러했다.
물론 당사자는.
‘시선이 좀 따갑네. 역시 기자들 눈빛이 다르기는 달라.’
핀트가 좀 나가 있었고.
* * *
본격적인 시사회가 시작되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영화관, 이민기는 출연진과 함께 뒤쪽 자리에 일렬로 앉았다.
가만히 앉아 스크린만 응시하는 그의 가슴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콩닥콩닥 뛰기 바빴다.
‘드디어 결과물을 보는구나.’
처음으로 보는 편집본이기 때문이었다.
영화 촬영을 마친 게 벌써 2달 전, 그간 이민기는 편집 과정을 확인할 일이 없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출연한 배우들이 시사회 전까지 결과물을 못 보는 것.
“긴장되죠?”
“아, 네.”
주하나의 질문에 이민기가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첫 출연작이다보니까, 좀 떨리네요. 어떻게 나왔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저도 그래요.”
주하나가 생긋 웃더니 말했다.
“민기 씨가 긴장했다니까 제가 다 신기하네요.”
“그래요? 보통 다 긴장하지 않나요?”
어리둥절한 말에 이민기가 되물은 찰나였다.
“민기 씨는 영화 촬영이 조금 익숙해 보였거든요. 어른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
“그래서 설마 시사회에서도 침착한 거 아닌가 했는데,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네요.”
“크흠, 진짜 처음이라서요.”
어쩔 수 없다.
이민기가 겪었던 지난 삶에서도 이런 일은 정말로 없었으니까.
촬영장에 불려가서 일했던 적은 많지.
하지만 작은 발표회라면 모를까, 제대로 된 언론 시사회에 불려오는 건 처음인데 별수 있나.
그가 느끼는 긴장은 신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기 씨, 하나 씨, 지금을 즐겨.”
그런 두 사람에게 옆자리에 앉은 최유창 배우가 고개를 빼꼼 들이밀며 말했다.
“첫 촬영이나 첫 시사회나 시간 지나면 다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뭐든 다 슬슬 지루한 행사 중 하나가 되거든. 그때가 되면 내가 첫 촬영 때는 얼마나 재밌었지. 같은 추억을 곱씹으면서 술안주 삼는 거지. 이게 엄청 기억에 남거든.”
지금은 하나하나가 감격스러운데, 너무 많이 촬영하다 보면 다 무뎌지는 건가.
“선배님은 그래도 첫 작품부터 주목받으셨을 것 같아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건넨 순간이었다.
“에이, 민기 씨,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첫 출연 때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겠는데.”
“네?”
“단역이었는데, 친구들한테 내 얼굴 잔뜩 나온다고 자랑해 뒀더니, 막상 영화관 가니까 이게 웬걸. 다 잘라버린 거 아니야.”
최유창 배우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말하는 것만 보면 위로하려는 게 맞는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
“물론, 나는 그래도 아직 시사회 전날에는 잠 못 자고 밤새. 여전히 두근거리거든. 내가 어떻게 나올지.”
“…….”
“두근거려 죽겠네. 민기 씨, 나 심장 멈추면 PCR 해 줘야 된다. 잊지 마.”
최유창 배우는 노련한 중년 배우가 맞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을 보자면 마치 소년과도 같았다.
이런 모습에서 이민기는 배웠다.
‘언제까지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작은 잡담을 나누는 사이.
틱!
영화관의 남은 조명마저 꺼지며 완전한 어둠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몇 초 뒤.
‘아, 이제 시작이다.’
스크린에 서서히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
상영이 이어지고.
‘오?’
이어지고.
‘어어?’
이어질수록.
‘어? 어어? 어?’
이민기는 예상조차 못 했던 결과물에 충격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란 바로.
‘내 분량이 왜 이렇게 많아?’
그의 얼굴이 등장하는 빈도가 말도 안 되게 많다는 것이었다.
[별 호로잡놈을 다 보겠네. 야, 네 눈에는 대한민국 경찰이 세금 도둑으로만 보이냐? 내가 경찰 되려고 공부를 몇 년을. 퉷. 어우 씨, 눈앞이 핑핑 도네.]이민기가 연기한 [구학진 형사] 역이 계속해서 나왔다.
조연으로서의 밸런스가 무너지지만 않을 정도의 거의 한계치까지.
‘연기 좋은데?’
‘캐릭터 매력적이네. 자극적이고.’
‘아까 봤던 그 배우다.’
시사회 극장 안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적당한 출연 빈도였다.
하지만 이민기의 시선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구학진 형사, 원래 이렇게까지 비중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잖아.’
그가 봤던 [언제까지고 푸르른]과는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훨씬 많다.
10%, 아니, 20%, 아니다. 거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났다.
[구학진 형사]의 힘 자체가 바뀌었다.조연이라고 하니까 조연이라고 믿지, 주연이라고 말했다면 주연이라고 속아 넘어갔을 정도.
‘이래도 되나?’
기쁘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우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찍었더니, 편집본에서는 죄다 잘렸다는 괴담이 얼마나 많았나.
당장 최유창 선배님도 신인 때는 그랬다는데.
하물며 그 반대가 되었으니 춤이라도 춰야 정상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그가 기억하고 있는 원본에서 이 정도까지 방향성이 틀어지면 뭐라고 해야 할까.
‘잘 팔리는 거 맞겠지?’
진지하게 영화의 성적이 걱정될 정도였다.
물론, [언제까지고 푸르른]이 성적 하나만 보고 고른 작품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취향 픽이지.
하지만 상업 배우인 이상 성적을 아예 외면할 수 있을 리가.
그렇게 고민하기를 잠시.
이민기는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냈다.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해서 뭐 해. 잘 되면 잘 되는 거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어차피 돌아온 이상, 과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 7년 동안 손가락만 빠는 게 아닌 이상,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똑같이 반복될 일 아니겠나.
시원하게 가자.
‘애초에 내 분량이 늘었다는 건 염 감독님이 그게 맞다고 생각하셨다는 거잖아.’
염 감독은 프로다.
프로가 찍은 영화 속에서라면 단 1초라고 해도 이유가 있겠지.
스스로를 깎아내릴 이유라고는 없었다.
그보다는, 자신감을 가지자.
‘내 손으로 얻어낸 내 분량이니까.’
그렇게 이민기가 내적 갈등을 한결 비워내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해야 할까.
‘좋은데?’
적어도 비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염광호 감독이 괜히 신인을 조연으로 내세운 게 아니네. 실력이 있어.’
‘액션도 꽤 출중하고.’
‘연기 완성도만 보면 주연급도 되겠는데?’
‘흠, 이거 고민되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반전이네. 강도원이랑 최유창 두 사람이 쭈욱 끌고 갈 줄 알았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신인이 한 다리 곁들고 있어.’
그렇게 어느덧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내달려.
[구학진 형사]가 끝내 범인을 쫓다 살해당하는 씬에서는.“아.”
“아.”
영화관 안에서 탄식이 흘러나올 지경이 되었다.
비중이 늘어난 만큼, 죽음의 임팩트 또한 한결 커진 것.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 영화로는 첫인사를 드리는 이민기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상영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미 넋이 나가 흘러가는 대로 대답했고.
“이민기 배우님, 이쪽 더 봐주세요!”
“웃어 주세요!”
포토타임에는 목각 인형이 된 기분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여기에서 모델 일을 하며 쌓아왔던 포징 실력이 빛을 발휘했지만, 이민기 본인은 의식할 틈도 없었고.
그렇게 그날 저녁.
[염광호 감독 신작, 언제까지고 푸르른 보고 왔다!] [둘을 보러 가서 셋을 보다.]기자들의 본격적인 후기가 인터넷에 하나하나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염광호 감독표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반전은 없었다.] [무난한 설정, 무난한 플롯, 무난한 캐릭터. 하지만 무난하기에 높은 완성도.]시사회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듯 올라온 후기들.
언론 시사회가 늘 그렇듯, 구체적인 내용 이야기는 없이 주관적인 수준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괄되게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신인 배우가 잘생겼다.] [염광호 감독의 선구안은 주목할 만하다.] [여자 관객들이 좋아할 것. 아, 물론 남자 관객들도.] [한 배우를 주목할 만하다.]한 배우에 관한 이야기였다.
후기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이야기.
이게 실로 기묘했다.
대체 어떤 영화를 찍어 놓았길래, 작품 이야기만으로 꽉 채워도 모자랄 후기에 신인 배우 이야기가 꼭 한 줄씩 덤처럼 따라온단 말인가.
[돈 먹음?] [이쯤 되면 궁금해지네] [이민기가 누군데?] [지난번에 캠퍼스 스토리에 나온 남배] [캠퍼스 스토리가 뭔데?] [나 그거 봤는데 그냥 평범했는데?] [그래서 연기력은?]영화 좀 본다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마디씩 올라왔다.
그렇게 온갖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포토 타임에 촬영한 이민기의 코트 차림 사진이 한발 늦게 올라왔고.
[?????] [???????]반응은 더 볼 필요가 없었다.
[오빠…… 아니 동생?] [이 좁은 한반도에 인재가 많구나] [저 코트 어디서 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