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49)
운빨로 탑스타-49화(49/200)
제49화
바디 프로필.
일명 바프.
바프란 몸의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찍는 사진인데, 원래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봐야 좋을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헬스 열풍이 불기 시작한 덕분일까.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더니 급격하게 유행을 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바프는 몸을 만들고 찍는 건데, 바프 찍으려고 몸을 망치는 사람들도 있지] [3개월 바프 같은 거 있잖아. 그거 단기간에 체지방량만 바짝 줄여서 찍는다니까. 후유증에 골골대면서.]바프 자체의 문제였다.
일반인들 기준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차분히 시간을 들여 근육을 쌓아 올리느니, 차라리 살을 빼는 게 시각적으로 빠르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탓에 간꽁치들이 속출한 것.
바프 유행 이전부터 바프 전문으로 장사를 해 온 스튜디오, 스튜디오 머슬의 박 사장은 이런 시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용이 나쁠 건 없지만, 미용만 신경 쓰다가 본질을 놓치다니.’
볼륨이라고는 없이 바짝 마른 몸에 복근만 튀어나온 채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사진으로는 보정을 거치니 볼만하지만, 실물은 뼈다귀밖에 없는 사람들.
“에잉.”
박 사장이 혀를 찼다.
사진사이기 전에 한 명의 헬스인으로서 한탄만 나올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류 덕분에 힘들었던 스튜디오 운영에서 숨통이 트이다 못해 여유마저 생긴 게 사실.
“자본주의, 자본주의, 자본주의.”
염불을 외워가며 버티는 와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오늘 사진을 찍겠다며 온 사람이 있었다.
이민기라고 했던가.
최근 들어 몇몇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신인 배우였다.
시작부터 몸이 좋다며 인기를 얻었다지.
이번 바프도 홍보 효과를 위해 찍는다고 했고.
박 사장은 그런 이민기의 행동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이, 사장님, 왜 그러세요.”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치고 있으려니, 바닥을 쓸고 있던 알바생이 말을 걸었다.
“손님은 다 똑같은 손님이죠. 보니까 몸도 좋다던데, 그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에요?”
“사진 보니까 그놈도 간꽁치더만.”
“그래요?”
“인터넷에 올라온 복근 사진을 봤는데, 전형적인 말라서 생긴 근육이더라고.”
[언제까지고 푸르른] 고문 씬에 나오는 그 장면이었다.와이셔츠를 입은 채 복근을 은근히 노출한 그 장면.
왜 하필 저렇게 찍었을까.
박 사장의 경험상 저런 부류는 딱 하나였다.
“몸 전체로 보면 볼품없는 몸인데, 일단 뭐라도 있어 보이고 싶으니까 체지방량만 낮춰서 찍고 본 거지. 부족한 볼륨은 분장으로 때웠을 테고.”
전형적인 간꽁치였다.
진성 헬스인들이 제일 혐오하는 그 몸.
겉보기에 어깨가 넓은 건 타고난 프레임 자체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리라.
원래 연예인들은 비율이 좋아서 적당히만 운동해도 확 튀니까.
“하하, 사장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손님 앞에서는 그러지 마세요.”
알바생은 그러한 박 사장의 마인드가 재밌다는 듯 중얼거렸다.
“연예인이잖아요. 연예인이 바프 사진 찍어 주면 그거 보고 본격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도 나오겠죠. 그럼 시장도 커지니까 저희나 그쪽이나 서로 윈윈 아니에요?”
“임마, 내가 그걸 몰라? 그냥 답답해서 그래. 어우, 이놈의 대한민국. 아주 복근만 보인다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지.”
그렇게 박 사장이 2차로 한탄을 쏟아내는 와중이었다.
짤랑.
저 멀리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쉿.”
손님이 도착했나 보다.
아마 예약하고 온다는 그 이민기겠지.
‘오늘도 나 자신의 신념을 저버립니다.’
그렇게 박 사장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로비로 걸어 나갔다.
어찌 됐든 손님이니까 접대는 해야 하지 않겠나.
스튜디오가 운영돼야 더 많은 헬스인이 힘을 볼 수 있을 테고.
개인적인 기호는 접어 두자.
“어이쿠, 예약하신 이민기 손님 맞죠? 사진보다 실물이 나으시네. 어깨도 태평양 같으시고.”
그렇게 장사를 시작하고 몇 분 뒤.
박 사장은 깨달았다.
‘…….’
배우 맞나?
* * *
지난 영화 촬영 이후, 이민기의 가슴에 사무쳤던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언제까지고 푸르른]의 그 장면이었다.
대중이 이민기에 대해 몸 좋은 배우로 인식하게끔 만든 그 장면. 지금 와서는 이민기 하면 떠오르는 장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이민기 본인으로서는 그 일을 떠올리면 속이 타는 듯했다.
‘나한테 힘, 더 강한 힘이 있었다면 타협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복근도 그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볼품없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좋은 몸이지.
하지만 이민기가 흔히 보는 몸이란 [집 근처 헬스장]의 권준용 관장을 필두로 웨이트에 미친 자들이었다.
전교 3등도 1등, 2등만 바라보면 자기 자신을 저평가한다고 하던가.
이민기는 진심으로 자기 몸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해서, 촬영을 마친 후 헬스장에서 볼륨을 키우는 데 미친 노력을 들여왔고.
“근육 라인이 되게 예쁘게 잡히셨네.”
최근 들어서 비로소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알바생이 이민기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즐겁다는 듯 중얼거렸다.
“선수가 아니고서야 이만큼 몸을 만들기가 쉽지가 않은데, 배우 일도 하시죠? 겸업하면서도 운동 되게 열심히 하셨나 봐요.”
알바생의 말에 이민기가 핼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피눈물이 나도록 달렸죠.”
“후후, 바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은 다 그렇다고 해요. 운동 몇 년 하셨어요?”
“그게요.”
계산을 평소 안 해서 그런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학원 다니면서 오디션 준비할 무렵에 운동을 시작했으니까 지금까지 몇 달 정도 지났더라.’
이민기는 잠시 손가락을 꼽다가 툭 던지듯 중얼거렸다.
“음, 이제 한 10개월 됐나?”
그 순간이었다.
두 사람으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
“……10개월?”
장비를 점검하던 박 사장이 반응했다.
그가 관절인형처럼 이민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원래 운동은 하셨고?”
“네?”
“하체 많이 안 하신 거 보면 피지크 준비하셨을 것 같은데. 대회 나가려고 하셨나?”
“아뇨, 원래 몸이 약해서 다칠까 봐 달리기도 잘 못 했어요.”
“훗.”
이민기의 말에 박 사장이 속으로 작게 코웃음을 쳤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사람이 어디 개복치도 아니고 다칠까 봐 달리기를 안 하는 게 어디에 있나.
십자인대 찢어졌다는 사람들도 근육 찢는 맛을 못 잊어서 헬스장에 맨발로 달려오는데.
“그럼 식단 조절을 철저하게 해 보셨나?”
“원래는 하루 3끼 라면이나 카레, 제육만 먹었어요.”
“훗, 네, 네. 알겠습니다.”
박 사장은 이민기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지 대충 관심을 끊었다.
저런 사람이 한둘이던가.
‘죽어라 운동해놓고는, 아닌 척하는 사람들 많지.’
기만질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야 하나.
운동 3년차면서 3개월차라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그러했다.
아마도 재능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애초에 박 사장은 전문가다.
지금, 그의 눈에 비치는 이민기의 몸은 전형적인 헬스인의 그것이었다.
‘10개월은 무슨, 저건 넉넉히 잡아 2년은 헬스장에 출퇴근한 몸인데.’
어엿한 헬스인의 그것이었다.
체중은 70kg을 넘겼다.
골격근량은 37kg을 달성했다.
체지방량은 6%까지 잘라냈다.
고작 몇 달 열심히 달렸다기에는 믿기 어려운 성과였다.
‘스케쥴을 선수급으로 잡았다면 모를까.’
저 정도 몸으로 기만을 시도한다는 게 귀엽다 못해 코웃음이 나올 지경.
하지만 그 정도라도 얼마인가.
‘아무리 그래도 간꽁치들보다는 훨씬 낫네. 찍을 맛 좀 나겠다.’
불과 몇 분, 그사이 박 사장은 이민기에게 나름의 호의를 품게 됐다.
몸으로 선입견을 가졌던 만큼, 몸을 보자그 모든 게 깔끔하게 씻겨나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민기가 피눈물이 나도록 달린 건 사실이었다.
‘이게 진짜로 되네.’
권준용 관장의 말이 있었다.
[체지방을 잘라내면서 골격근량을 늘리는 게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은 프로 선수 수준으로 운동을 하기 어렵기에 하는 말이지.] [전 프로 선수가 아닌데요.] [민기 씨, 돈 받고 운동하면 다 프로 선수야.] […….]권준용 관장의 지론이었다.
그의 하루 4시간 밀착관리 하에 철저한 분할 운동으로 전신의 근섬유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어차피 촬영 일도 잠시 쉬는 거, 운동에만 미쳐보자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쇠질은 그나마 양반이다.
정말 문제는 식단이었다.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네.’
고통스러운 기억에 이민기가 부르르 떨었다.
하루 4끼 닭가슴살과 고구마, 샐러드만 먹었다.
여기에 아몬드 7알.
운동은 그렇다 쳐도, 나중에는 닭 냄새만 맡아도 속이 느글거릴 지경에 다다랐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다.
“자, 이쪽 보고 활짝 웃어 주세요. 치―즈.”
찰칵!
사진 보정을 합치자, 여느 피트니스 모델 못지않은 몸매가 완성된 것이다.
‘이게 정말로 나라고?’
조명빨을 받자, 이민기 본인조차도 믿기 어려울 만큼 조각 같은 몸이 튀어나왔다.
박 사장은 결과물이 나름대로 흡족했는지, 카메라를 몇 번이고 찰칵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보자, 손님은 어깨가 넓으니까 아예 피지크 쪽 포즈를 잡아 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피지크요?”
“아, 참, 아까 여쭸는데 안 해봤다고 하셨지.”
그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바디빌딩 종목 중에 있잖아요. 하체는 별로 안 키우고, 반바지 입는 거. 대신 상체 프레임을 넓게 보이는 데 집중하고.”
피지크.
바닷가에서 보면 멋진 몸을 모토로 설립한 종목이었다.
이 종목의 관건이라고 하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비율이라고나 할까.
여타 바디빌딩과는 달리, 부피감을 절제한 몸매가 관건이었다.
여기에 넓은 어깨와 광배근이 따라주면 금상첨화.
그렇다.
지금, 이민기의 몸매야말로 피지크 입문자로서 최적의 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포징 잡으실 줄 알죠?”
“네? 아뇨.”
모른다.
애초에 피지크라는 것도 용어 정도만 알지,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 위주로 하는지는 몰랐으니까.
포징 같은 전문가 영역을 알 리가.
이민기의 태도에 박 사장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또 그러시네, 네, 네, 믿겠습니다. 일단 포징은 알려드릴 테니까 해보세요.”
이 사람은 왜 자꾸 이러나.
어찌 됐든, 이민기가 그가 시키는 대로 어렴풋이나마 피지크 특유의 포징을 잡은 순간이었다.
박 사장은 속으로 코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10개월은 개뿔이.’
포징 잡는 것만 봐도 짬밥이 최소 2년 넘었구만.
각이 제대로 서 있네.
베이겠다, 베이겠어.
척 봐도 피지크 준비한 게 분명한데 왜 굳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됐다.
박 사장은 이 정도는 웃어넘기기로 했다.
어찌 됐든, 간꽁치보다는 나으니까.
그는 간꽁치만 아니면 적당한 허세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는 사람이었다.
그래.
간꽁치만 아니면.
* * *
며칠 뒤.
인터넷에 JC를 통해 몇 장의 사진이 배포되었다.
그건 바로.
[배우 이민기의 바디 프로필 프로젝트]이민기의 바프 사진이었다.
갖은 종류의 옷을 갈아입어 가며 상반신 근육을 과시하는 사진들이 한가득.
하나같이 여리여리한 얼굴과는 달리 강렬한 야성미가 흘렀다.
[대박]대중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몸 좋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다고?] [진짜 운동 좋아하나 보네] [거의 선수급 아님?] [ㅋㅋ 선수급은 오바고 일반인 최상위급은 맞음] [보니까 프레임이 좋아서 더 멋지게 찍힌 것 같다]원래부터 좋았던 몸이다.
골격근량과는 별개로 프레임빨을 크게 받는 몸.
여기에 [언제까지고 푸르른] 촬영이 끝나고 한층 거세게 달렸던 것과 더불어, 머슬 스튜디오의 보정이 합쳐지자.
[멋진 걸 넘어서 예술이다]화보의 경지에 다다르는 데 성공했다.
[3개월이면 이 정도 가능?] [ㄴ 3년 동안 피똥 싸면서 운동만 하면 가능] [ㄹㅇㅋㅋ] [운동 별로 안 해본 애들은 잘 모르는데, 저 정도 하려면 진짜 평소부터 운동을 하루 종일 달고 살아야 된다.] [그래도 또 모르잖아. 누구는 3개월에도 저만큼 했다던데?] [그거 다 구라임]헬스인들의 시선은 박 사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민기의 운동 경력을 최소 몇 년 단위로 추측한 것.
이 과정에서 ‘운’이 개입했다.
[ㅋㅋㅋㅋ 뭔 저런 몸이 1년에 쌉가능임 제발 ㅈㄹ 좀 ㄴㄴ] [운동 안 해 본 티 오지게 나죠?] [딱 봐도 피지크 준비해 본 몸임 ㅇㅇ 나도 해 봐서 안다. 실루엣 보셈. 허리부터 어깨까지 깔끔한 V자 안 보임?] [골격이 좋은 거랑 근육이 많은 건 구분 좀 ㅎㅎ;] [딱 봐도 체지방량만 한계까지 커팅한 몸인데 좋은 몸은 무슨 ㅋ] [↑ 고도비만 헬붕이 자택에서 라면 2봉지 한 번에 끓이던 중 검거]의견이 갈렸다.
헬스 커뮤니티 등지에서 그의 운동 경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것도 이틀이고 사흘이고 계속해서.
이 과정에서 결과 따위야 어찌 됐든 화제성이 저절로 피어난 것.
실로 운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전쟁터의 한복판.
[제목: 이민기가 먹는 보충제 이름 알아 왔다.] [Q. 어떻게 운동하셨나요?] [A. 식단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저한테 맞는 보충제 찾으려고 여러 번 바꿨어요. 다니던 관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최근에 정착한 게 이건데.]마케팅이 시작되었다.
[리얼프로틴?] [저게 무슨 브랜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