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52)
운빨로 탑스타-52화(52/200)
제52화
오디션을 보통 어디에서 보는가.
이를 설명하자면, 그건 주최자의 성향에 따라 달랐다.
수백 명이 몰리는 대규모 오디션이라면 어쩔 수 없이 큰 회장을 대여하겠지.
방송국이나 스튜디오에 신세를 지기도 하고.
하지만 소규모로 열리는 오디션이라면 조금 달랐다.
[오디션을 보라고 불러서 갔더니, 폐공장이었어요.] [학교 배경 드라마라서 그런가? 학교로 부르더라고요. 아예 교복 입고 온 사람도 있었어요.]간혹 테마가 존재했다.
배우와 작품의 케미를 조금이라도 더 유심히 관찰하기 위해 오디션 장소까지 작품과 깔맞춤 하는 것.
이번에 지원한 드라마, [카페 델 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곳이 있네.’
인천 서쪽에 있는 3층짜리 초대형 카페, 카페 리오가 그 장소였다.
이민기가 가게 바깥에서 건물을 둘러보며 생각에 뻐져들었다.
‘폐공장을 고쳐서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나? 원두 로스팅, 블랜딩까지 해서 전국 곳곳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지. 해외에 전용 농장까지 세워 뒀고.’
장소에 대해서는 미리 조사해 두었다.
훗날 이곳이 [카페 델 디아]의 촬영지가 될 예정이기 때문.
그리고 또.
[카페 리오는 한국 커피 블렌딩 문화의 성지 같은 곳이에요.]카페 리오 자체가 업계인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통하는 업장이기 때문이었다.
김경희 바리스타가 알려주었다.
[원두에 관심 있는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견학을 다녀오는 곳이죠. 저도 옛날에는 리오에서 수습 교육을 받았어요.]그녀에게 디테일을 배웠다.
설비나 주방 동선, 사용하는 도구까지 파악해 두면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나.
아예 이쪽에서 다루는 도구를 가져와서는 체험까지 시켜 주었다.
김경희 바리스타의 말에 의하면, 비슷한 커피 도구라도 브랜드에 따라 다루는 감각이 크게 바뀐다는 듯했다.
‘설마 선생님이 이쪽에서 일한 적이 있었을 줄은. 운이 좋았네.’
세상에는 인복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생에 그를 따르는 가장 큰 운은 인복 아닐까.
이민기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 1층에는 이미 이십여 명의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기실 분위기가 썩 무거웠다.
‘긴장했네.’
일단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동업자이기 전에 경쟁자인 탓일까, 시선이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하물며 그들의 면모를 살피자니 하나하나가 썩 익숙한 얼굴들.
‘저 사람도 여기 지원했구나. 의외네.’
주인공 캐릭터 설명에 맞는 배우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악역 전문 배우라던지, 추남 전문 배우라던지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아마 탈락했겠지.
아마 앞으로도 그럴 테고.
설마 이런 역할에 지원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배우라면 누구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하나 보다.
“이쪽에 앉아서 안내 드릴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민기는 스태프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서 힐끔힐끔 바라보기는 하지만, 관심의 바깥으로 벗어난 듯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덜컹.
곧이어 현관에서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등장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
김지환이었다.
다온 엔터 오디션 시절, 그를 떨어뜨리고 붙은 배우.
그가 기다란 기럭지를 자랑하며 코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확실히 비주얼이 있네.’
오디션을 위해 코디도 맞춤한 걸까.
단정한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바지를 입고 왔다.
머리에도 부드러운 펌이 들어갔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 봤던 주인공의 모습이 날것 그대로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
“…….”
왜 저렇게 째려보지.
이민기가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김지환의 시선이 계속해서 그에게 꽂혀 있었다.
“김지환 배우님 맞으시죠?”
“네.”
“자리 안내 드리겠습니다.”
김지환은 스태프를 따라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이민기를 바라보기 바빴다.
마치 맹금류가 수백 미터 바깥의 먹이를 노려보듯, 그는 이민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둘 줄을 몰랐다.
거의 스무 걸음은 떨어진 장소에 앉아서도.
이 지경이 되자 도리어 이민기가 불편해질 지경이었다.
‘뭐지?’
나한테 불편한 구석 같은 거라도 있나.
왜 자꾸 저렇게 바라보지.
내 얼굴에 뭐라도 발라 놨나. 아니면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건가.
‘이상한 사람이네.’
됐다.
사람이 언제까지고 쳐다보겠나.
이쪽에서 무시하면 곧 자기 할 일 하겠지.
“…….”
거, 사람 더럽게 오래 노려보네.
안구 건조증도 없나 보다. 축복받은 유전자인 모양.
그렇게 미묘한 기류를 느끼기를 잠시.
“그럼 카페 델 디아 공개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호명하는 순서대로 2층으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이민기 씨, 김지환 씨 두 분 올라오세요.”
스태프의 안내와 함께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 *
2층의 구조는 마치 바와도 같았다.
정중앙에 오픈 주방이 놓여 있고, 그곳을 테이블이 둘러싼 구조.
그 테이블 중 한 곳에서 이번 드라마의 감독을 맡은 사람.
“이번 제작을 맡은 노호연입니다.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노호연 감독이 웃음을 지었다.
지극히 털털하게 생긴 남자.
그러니까, 말 그대로 머리털부터 턱수염까지 털이 많은 남자였다.
“커피 향이 참 좋죠?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나중에 여길 드라마 촬영지로 쓸 예정이에요.”
그가 굳은 오디션 분위기를 풀려는 듯 잡담을 늘어놓았다.
한편, 이민기의 머릿속에는 노호연 감독이라는 사람의 커리어가 고스란히 입력되어 있었다.
‘원래 영화 쪽에서 일하다가 최근에 드라마 감독으로 전향했던가.’
업계 전체를 뒤져봐도 흔치 않은 사례였다.
보통은 영화감독을 더 윗급으로 쳐 줄뿐더러, 드라마는 제작 환경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기피당할 때가 잦았으니까.
그 탓에 노호연 감독이 투자자들에게 밉보여 업계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하지만 드라마 쪽으로 커리어를 점점 쌓다가, 나중에 OTT 열풍에 해외 수출로 대박을 터뜨리셨지.’
다 이유가 있었다는 느낌.
온화한 얼굴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사람이 아니다.
그런 노호연 감독의 특징이라면 구석구석까지 무서우리만치 디테일을 챙긴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민기 배우님 먼저 준비해 주세요.”
지난번 다온 오디션 때는 김지환이 먼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듯했다.
이민기가 앞 순번을 맡았다.
“지정 연기 먼저 보겠습니다. 신호는 따로 드리지 않으니 준비되면 바로 시작하세요.”
“네.”
한 걸음 앞으로 나온 이민기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뚫고 들어와 폐를 한껏 채우자 그의 마음이 한껏 고양됐다.
이어서 그의 머릿속으로 드라마의 장면이 차차 그려졌다.
[야, 성진우, 네가 그렇게 잘났어?]상대편 배우의 목소리가 점차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대본에는 적혀 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민기의 귓가에는 똑똑히 들렸다.
“스페셜티,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팔아 보고 싶어 하는 거. 하지만 돈이 안 돼서 포기하죠.”
연기의 시작이었다.
카페 델 디아의 초반부 [성진우]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씬이었다.
“싸구려 로부스타에 싸구려 블렌딩. 동네 장사라고 동네 아줌마 입맛에 맞춘 가성비 커피만 취급하는 거, 조금 질리지 않아요?”
대사가 재수 없다.
아니, 재수 없는 수준을 넘어 거만했다.
하지만 이게 맞았다.
귀공자 같은 외모에 해외 커피 대회에서 입상했다는 커리어가 빛나는 남자.
[성진우]는 한국 커피 문화에 단단히 불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적당한 원두에 일단 강배전으로 볶고 보는 거. 그건 커피가 아니라 콩 태운 물이죠.”
자기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을 품다 못해 사명감마저 가졌다는 점.
어떻게 보면 김경희 바리스타와 매우 닮았다.
‘한국 바리스타 문화 자체를 뒤엎고 싶어 하지.’
성별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바는 같았다.
한국의 보급형 커피 위주로 퍼진 문화를 넘어서, 스페셜티 위주로 고급 커피 맛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것.
“한국도 이제 커피 소비량으로는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죠. 그런데 생기는 카페라고는 다 가성비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누가 몰라? 그런데 한국 소비자들은 고급 커피에 큰 관심이 없어. 우리는 커피가 아니라 장소를 파는 사람들이야.]서서히 귀로 상대역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민기는 눈앞에 상대가 서 있는 광경을 시각적으로 떠올리며 말했다.
“장소를 판다? 마케팅 서적 좀 읽으셨나 본데,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에서 변하질 않는 겁니다.”
이민기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연기하는 [성진우]는, 명백하게 원본 속 [성진우]와는 다른 캐릭터였다.
‘김지환이 연기한 성진우를 참고해도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김지환의 성진우다. 나랑은 안 맞아.’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맞는 성진우를 연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끝에 찾은 레퍼런스가 김경희 바리스타였다.
커피를 사랑하는 그녀.
지금, 이민기가 추구하는 [성진우]는 전투형 김경희 바리스타였다.
이민기의 손끝이 날카로운 곡선을 그려 빈 허공을 향했다.
“스페셜티 싱글 오리진 커피를 취급하는 거. 그게 제가 여기서 일하는 조건입니다.”
그렇다.
이민기가 김경희 바리스타에게 배운 건 커피가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김경희 바리스타라는 캐릭터 자체를 배워온 것이었다.
“…….”
물론, 해외 수상을 했든 말든 일개 바리스타가 카페 사장에게 공격적으로 나서면 얄짤 없이 미친놈 취급받고 쫓겨난다.
김경희 바리스타의 말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다 똑같은 하루살이 목숨이라나.
전부 드라마를 위한 극적 과장이니 그러려니 할 뿐.
‘……디테일을 챙기니까 안 보여도 될 게 보여 버리네.’
순간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연기에 집중하는 동안 애써 틀어막았던 부끄러움이 파도와도 같이 몰려온 탓.
역시 미디어에서는 적당히 뭉개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으아아악. 으아아…….’
부끄러움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 * *
‘오.’
이민기의 지정 연기가 끝날 무렵.
노호연 감독은 어떤 종류의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캐릭터 확실한데?’
이민기가 보여주는 캐릭터가 너무 확실했다.
평소 부드러운 인상에도 불구하고 커피 이야기만 나오면 미치광이로 돌변하는 미남.
[성진우]의 캐릭터가 이민기에게서 그대로 배어 나왔다.‘은근 여리게 생겨서 이런 연기는 못할 줄 알았더니, 연기 시작하니까 사람이 완전히 바뀌네.’
놀라울 따름이다.
배우라면 이런 연기폭이 당연한 거긴 하다만, 이민기의 연기는 한층 더 특별했다.
‘카페 좀 다녀 봤나 본데?’
카페라는 장소 그 자체에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지금 연기를 그대로 촬영하더라도 무방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지정 연기는 어디까지나 지정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
어차피 짬 좀 찬 기성 연기자라면 지정 연기 정도는 어지간하면 다 잘하기 때문.
이민기가 잘하기는 했다만, 다른 사람들도 잘하겠지.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가 볼 필요성이 있었다.
‘자, 얼마나 연구해왔나 한번 보자.’
노호연 감독은 일말의 기대감을 품으며 입을 열었다.
“잘 봤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자유 연기 보겠습니다.”
자유 연기의 시작이었다.
“준비해 온 대사 하면 되고, 가게에 있는 소품은 연기에 필요하다면 뭐든 사용해도 좋습니다. 시간제한은 따로 없으니 자유롭게 해 보세요.”
“네!”
노호연 감독의 지시에 이민기가 호흡을 폐부 끝까지 들이마시고는 내쉬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왜 바리스타 수업에서 그 고생을 하였는가.
지금, 그 결실을 볼 순간이 왔다.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이민기는 주위를 둘러보기를 잠시,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리오 커피의 주방 테이블을 살피다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이어서 선반을 뒤적이기를 잠시.
어느 도구를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있다. 하리오 커피 드리퍼.’
커피 드리퍼였다.
그중에서도 하리오 제품.
이것이야말로 이민기가 이번 오디션을 위해 준비한 연기의 필수 부품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스륵.
이민기는 연기 시작 선언과 동시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선반에 걸린 앞치마를 몸에 걸쳤다.
그리고는 팔을 걷어 젖히고는,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기 시작했다.
‘오?’
노호연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일제히 놀라움에 물들었다.
‘직접 커피를 내리는 건가?’
‘동작이 자연스러운데,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아.’
‘어디에 쓰려고?’
하지만 그 시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 좋은데 연기는 언제?’
대사가 없다는 것에 대한 의아함이었다.
하지만 이민기는 그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페이퍼를 접어 드리퍼에 얹었다.
이어서 린싱.
분쇄한 원두를 계량한 후 드리퍼에 담기.
뜸들이기와 추출까지.
핸드 드립의 교과서와도 같은 동작이 이민기의 손끝에서 차차 펼쳐졌다.
마치 그림 속 장면을 옮겨놓은 것과도 같은 모습으로.
‘깔끔하군.’
‘드립 내리는 모습이 엄청 멋있네.’
‘많이 해봤나 보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이민기는 완성된 커피를 잔에 따르고는.
저벅저벅 걸어가 노호연 감독의 앞까지 도달했다.
“…….”
“…….”
여기에서 더 무엇을 하려는 건가.
모두가 호기심에 가득 찬 순간, 이민기가 그림 같은 동작으로 커피를 내려놓으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 순간이었다.
‘아하.’
‘지금까지가 전부 연기였구나.’
모두가 깨달았다.
핸드 드립을 준비하고, 추출하고, 제공하는 그 모든 일련의 동작들.
그 하나하나가 이민기의 연기였음을.
‘하하.’
너무나도 태연했던 연기에 노호연 감독이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민기라, 얼굴만 보고 얌전한 성격인 줄 알았더니, 이거 제대로 또라이인데?’
설마 자유 연기를 이렇게 소화하다니.
커피 소재 드라마니까 커피 뽑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건가.
노호연 감독은 뒤늦게 이민기의 연기를 음미하듯 되새기기 시작했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초반 동작을 연기라고 생각하고 보자, 무엇 하나하나가 디테일의 향연이었다.
[성진우]라는 캐릭터의 디테일 말이다.‘다른 드리퍼가 깔려 있어도 굳이 선반을 뒤적여서 하리오 드리퍼를 꺼낸 건, 음, 대회에서 많이 써서 그런가? 하긴, 이것도 성진우 성격을 생각해 보면 맞는 선택이기는 하네. 걔는 대회 수상자 출신이니까.’
도구 선택부터 시작해서.
‘그럼 엉덩이를 깊게 넣고 팔을 높이 든 건 뭘까. 아하, 김희경 바리스타님 시그니처 동작이네. 알고서 했나?’
사소한 몸짓까지도 전부.
디테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재밌다.
‘준비를 엄청나게 해왔구나.’
커피라는 걸 깊게 알기에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노호연 감독이 왜 커피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려 하는가.
그건 바로, 그가 훗날 은퇴하거든 카페를 차릴 구상을 할 정도로 커피 매니아이기 때문이었다.
저런 디테일이나 뭐나 일반적인 사람이 알아챌 물건은 아니었다.
노호연 그 본인조차도 커피에 관심이 있었기에 간신히 알아챘을 뿐.
‘지나치게 모험 아닌가?’
그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극소수만 아는 사실이지 않나.
만약 못 알아봤다면 떨어뜨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례하다며 따지고 들었으면 어떻게 했으려고.
‘안정적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이민기도 이 정도는 알았다.
안정적으로 가는 게 무난하며, 삐끗하면 떨어질 수 있다는 것까지도.
노호연 감독이 그의 디테일을 못 알아챌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아니, 애초에 그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도 잘 몰랐다.
하지만.
‘김지환을 이기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감수했다.
이민기의 목표는 원작 주연을 넘어서는 거니까.
그렇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무난하게 탈락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합격하거나.
한편.
‘…….’
김지환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입술을 꽉 물고 이 광경을 응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