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59)
운빨로 탑스타-59화(59/200)
제59화
공개 전 마케팅 단계.
여기에서 제작진은 드라마를 홍보하는 데 있어서, 제작에 들어간 정성과 전문성을 외부에서 강조할 때가 잦았다.
[액션 배우 장욱, 작품 촬영을 위해 사격 훈련 라이센스를 취득해] [국방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밀착 검수] [메디컬 드라마 ‘뉴 닥터’, 완성도 높은 각본을 위해 한국대병원과 협업 진행] [본격 아이돌 육성 드라마 ‘아이돌 메이커’, 한국을 대표하는 기획사 네온 엔터와 콜라보레이션 진행]홍보 수단으로서는 매우 효과적인 편이다.
문외한들에게 ‘이 드라마는 자세부터 다르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을뿐더러,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마니아층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
[이거 찍으려고 미국에 있는 전문 트레이닝 센터도 다녀왔다더라 ㄷㄷㄷ] [와 장인정신 진짜 ㄷㄷ] [각 잡고 만드나 보네]이번 [카페 델 디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커피 오어 티].커피를 비롯해 마실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커뮤니티가 있다.
평소에는 차분하기 짝이 없는 이곳이 [카페 델 디아]를 두고 한순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이민기가 이번 작품 찍으려고 김희경 바리스타한테 직접 지도받았다던데?]이번에도 비슷한 마케팅이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김희경? 그 해외에서 입상한 사람?] [방영 전부터 개인 지도까지 받았다더라]주인공을 맡은 이민기를 비롯해 제작진의 상당수가 김희경에게 코치를 받았다고 하였다.
여기에 더불어 각본 검수까지.
본격 커피 드라마를 표방하는 [카페 델 디아]가 공개되자, 마니아층이 잔뜩 모인 [커피 오어 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커피 붐은 온다] [커피 볶는 남자 붐도 온다] [나는 졸라 오늘을 위해 살아왔던 것이다] [이민기 잘생겼더라] [아 ㅋㅋ 조만간 바리스타 수업 들으러 오는 사람 많아지겠네]반응이 좋았다.
아무래도 커피라는 게 현대인의 삶에 한없이 대중적이면서도, 막상 미디어에서 크게 노출된 일이 드물었기 때문일까.
마니아들이 그들의 갈증을 채워줄 작품을 손에 꼽아 바라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 커피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엘리트, 김희경 바리스타가 제작 단계에 참여했기까지.
[김희경, 바리스타로서 제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커피를 직업으로 접하는 사람부터 일상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까지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개인의 영달도 영달이지만, 커피 업계의 미래 그 자체를 생각하며 매스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던 그녀다.
커피 오어 티에서도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김희경은 믿을 만하지] [진짜 열심히 뛰더니 이제 결실을 보내.]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흡사 축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개했다.
[본방 사수해야지] [이민기 걔 아님? 몸 좋은 애.] [ㅇㅇ 지난번에 보충제 광고 찍었잖아] [ㅋㅋㅋㅋ 뭔 신인이 벌써 벗냐고] [걔가 요즘 신인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꼽는 듯] [ㅇㅈ]그렇게 겨울철 산불처럼 한차례 불길이 옮겨붙은 여론은 쉽사리 꺼질 줄을 몰랐다.
명실상부하게 [카페 델 디아]가 [커피 오어 티]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
불현듯.
한 사람이 등장했다.
[나 제작발표회 초청권 붙음]그 글이 올라온 순간이었다.
[아]겨울철 갓 구운 군고구마처럼 뜨겁던 커뮤니티 분위기가 찬물이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어째서인가.
흥행하는 드라마에 커뮤니티 소속 회원이 초청받았다면 즐거워해야 할 일 아닌가.
[;;;;;;;;] [;;;] [;;]이들은 어째서 할 말을 잃었는가.
그 이유를 밝히자면.
[아 또 저 샛기야?]저 글의 작성자가 커뮤니티 내에서 어지간히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회원명: 김바위참]커피 오어 티 내에서도 유독 쿨병 환자(매사에 냉소적인 사람)로 악명이 자자한 회원이었다.
[운 하나는 드럽게 좋네] [제발 좀 가지 마라] [가서 또 뭔 일을 저지르려고]꼴 보기 싫은 유저의 행운에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언제나 당당했다.
[커피 좀 신경 쓴다는 게 마케팅빨일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나름대로 신념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신념이.
애초에 모든 시청자가 이런 전문가 마케팅을 좋게 보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이름만 걸쳐놓은 거 아님? 지난번에 군대 드라마도 국방부 검수받았다면서 야외에서 개복 수술했잖아다 마케팅 때문에 알면서 짜고 치는 거지
한국 드라마 하루 이틀 봄?
저러다가 연애 시작하면 커피는 뒷전 되겠지.
원래 한국에서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고 오피스 드라마는 회사원들끼리 연애하는 드라마임
김희경 저 사람도 뒤에서는 쇼 바리스타라고 말 나오는 거 모름? ㅋㅋ]
그렇다.
한껏 홍보해 왔던 것과는 달리, 막상 방영이 시작되면 이내 한없이 얕은 깊이가 들통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드라마라는 게 원래 그렇다.
본질이 재미인 이상, 꼭 재미와 현실성 중 한 가지를 타협해야만 한다면, 산뜻하게 후자를 포기해버리는 것.
물론.
[졸라 진지 빠네]이 바닥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마케팅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매사에 태클부터 걸고 보는 김바위참이 달갑게 보일 리가.
[쟤 친구 없을 듯] [아는 척 오지고요] [그래서 지는 커피 문화에 눈곱만큼도 기여 안 하는 주제에] [제발 저기 가지 좀 마라. 너 때문에 커피 좋아한다는 사람들까지 싸잡혀서 욕먹을까 봐 걱정된다]조롱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김바위참은 오히려 그에 반발하듯 당당하게 선언했다.
[중간에 Q&A 시간 있다고 했지? 부숴버리고 온다]선전포고의 종이 울렸다.
* * *
“…….”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이 왔네.
이민기가 회장 안을 둘러보며 한 생각은 그러했다.
‘기자들만 부르는 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많이 초대했다고 했던가.’
제작진의 결정이었다.
기왕 커피를 끓여다가 마시게 하는 행사라면,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하자.
그게 우리 방송의 이미지에 더 좋을 것이라는 논지의 결정.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북적거릴 거라고는.
더군다나.
“와, 민기 씨는 좋겠네.”
노호연 감독이 큭큭 웃었다.
“저기 피켓 들고 온 사람도 있네요? 팬인가 봐.”
이민기의 팬임을 안 숨긴 사람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피켓 뭐야.’
목판 위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프린팅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모를 사진이 말이다.
[이민기가 내 마음속에 이민 왔대요] [민기야 떡상하자!]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될 배우 이민기를 응원합니다]심지어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느새 무리를 지어 꺄꺄 웃음을 터뜨리는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민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
‘으으, 그러고 보니까 나 슬슬 팬덤 생기고 있다고 했나.’
얼마 전 박한모 매니저에게 전해 들었다.
최근 들어 인터넷에 이민기 갤러리가 생겼는데, 아직 시작 단계지만 꽤 활발하게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먼저 축하드립니다. 성공하려면 팬 관리는 필수입니다. 배우에게는 화제성이 필요하고, 팬들이 그 화제성을 만들어 주거든요.]즉, 팬덤의 등장은 배우에게 있어서 성공의 징조 같은 것이었다.
‘기쁘기는 하네.’
어쩌면 저기 사람도 거기에서 온 사람일 수도 있겠다.
부끄럽지만 또 고맙다.
조만간 가서 인증과 함께 인사 글이나 하나 올려야겠다.
‘아니다. 이따 가는 길에 사인이라도 해 드려야지. 아니야, 사인도 좀 그렇고. 응, 같이 사진 찍어야겠다. 그 정도는 받아 주시겠지?’
팬덤을 관리해 본 적이 없어 남모르게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그의 옆으로 두 사람이 다가왔다.
“민기 씨, 잘 지내셨죠?”
“아, 선생님!”
“그냥 희경 씨라고 부르라니까요.”
한 명은 김희경 바리스타였고.
다른 한 명은.
“송진배입니다.”
좀 딱딱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인상이 굳은 걸 넘어 단단할 정도인데, 커다란 매부리코가 시선에 꽉 찰 만큼 인상적이었다.
“……배우 이민기입니다.”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 흡사 바위처럼 무겁다.
저 얼굴을 현실에서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만, 그럼에도 그가 뭘 하는 사람인지는 정확하게 알았다.
‘한국 커피 업계의 큰손이라고 했지.’
한국에서 잘나가는 식음료 기업, 범천 푸드 컴퍼니(BFC)의 대표가 그였다.
범천은 음료수를 중심으로 여러 식품 사업을 벌이는 곳인데, 그중에서도 각별하게 집중하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커피였다.
‘국내에 커피 취급하는 곳이라면 범천의 영향력이 안 닿은 곳은 없다고 했지.’
원두 유통부터 시작해 머신, 컵, 각종 소스류와 프랜차이즈 투자, 인테리어까지.
워낙에 손을 대는 곳이 넓다 보니, 범천의 영향력을 빼놓고 보면 국내 커피 시장을 논하기 어려울 지경.
요컨대, 송진배 대표는 거물이었다.
그런 그의 특징이라면 현업에서 발로 뛴다는 것이었다.
범천에서는 그의 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공들인 상품이라고 한들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나.
얼핏 듣기에는 무모하게도 보이지만, 어지간한 미식가를 뺨치는 입맛을 가져 저게 된다고 했다.
그런 송진배 대표는 마침 이번 행사에도 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이 정도로 거물을 마주하는 건 살면서 처음인데.’
숨이 턱턱 막힌다.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종종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눈빛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상대를 껍질 안 깊은 곳까지 샅샅이 훑어보는 듯한 그 시선.
그걸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으려면 흡사 육식동물의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무겁다.
이민기가 간신히 내색하지 않고 서 있는 와중이었다.
“민기 씨.”
송진배 대표가 그 얼굴만큼이나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까지고 푸르른, 재밌게 봤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번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연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끝이었다.
송진배 대표는 짧은 말을 마치고는, 얼마나 얼굴을 비췄다고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후우.”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
그제야 긴장에서 풀려난 이민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민기 씨, 어때요?”
뒤늦게 다리에 힘이 풀린 그에게 김희경 바리스타가 웃으며 물었다.
“사람이 좀 귀엽죠?”
“아, 네 귀…….”
잠깐.
지금 뭐라고 했지.
이민기는 순간적으로 뭔가 이물질이 귀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에 되물었다.
“귀엽다고요?”
“네, 송진배 대표님 되게 귀엽잖아요.”
“…….”
귀여워?
저 사람이?
이민기의 시선이 한층 더 의문으로 빠져들었다.
김희경 바리스타님, 그런 취향이었나.
사람 함부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지만, 송진배 대표의 얼굴은 백번 좋게 말해도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남자답다면 모를까.
그럼에도 취향은 존중해야 하는 법이기에 이민기가 말을 아끼려니 김희경 바리스타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성격이 귀엽다는 말이니까.”
“…….”
성격이 귀여워?
저 성격이?
이미 의문이 가득했던 이민기의 시선이 한층 더 미궁에 사로잡혔다.
“저 사람만큼 커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드물거든요. 후후, 이 업계에 순수한 애정을 가졌다는 게 보인다고 할까요. 절대 흔치 않아요.”
김희경 바리스타가 말하는 순수한 애정이 뭔지 좀처럼 모르겠다.
감도 안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자.
이민기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네, 저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민기 씨도 친하게 지내면 두고두고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하모요.
알고 말고요.
영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에도 이민기가 우선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혼잡한 인파에 섞인 누군가가 백팩을 가슴팍에 꼭 안은 채 멀리서 이민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찾았다.’
그의 표적이 저기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