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61)
운빨로 탑스타-61화(61/200)
제61화
Q&A.
한국어로 번역하면 질문하고 답하는 것.
더 줄이면 질답이다.
흔히 Q&A라고 하면 정말로 궁금한 걸 물어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짜고 치는 거야.]말 그대로 서로 정해진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맞춰 답변하는 것.
기자들을 초청하기 전에 이미 유력 연예부 기사들에게 질문지를 돌려놓은 상태로 진행된다.
[저쪽에서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저희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머릿속에 반복 숙지해 주세요.]마치 답안지를 펴놓고 주관식 문제를 푸는 것과도 같다고나 할까.
질문이 조금이라도 복잡하고 그럴듯하게 느껴진다면, 그 대답까지 처음부터 다 정해진 상태라고 봐도 좋았다.
어색하지 않은가 걱정하겠지만, 현장에서는 전문 진행자가 완급조절을 하니 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 마련이었다.
이번 행사, [카페 델 디아] 제작발표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민기 씨는 신인 배우이신데, 연예계에 굵직한 행보를 보이며 단기간에 화제의 핵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야성미 넘치는 몸매로 큰 화제를 샀죠? 카페 델 디아에서도 그 매력을 다시 보여주실까요?”
“음, 그렇네요.”
이민기가 머릿속으로 답안지를 뒤적였다.
‘여기에는 뭐라고 대답하면 되더라.’
앞서 질문 리스트를 뿌린 만큼, 답안 리스트도 검토해서 체크해 두었다.
이민기는 지난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답안지를 달달 외웠다.
‘여기에서는 환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하라고 했지.’
이민기는 거울을 보며 안면 근육에 쥐가 나도록 연습한 웃음과 자세를 140%로 재현하며 말했다.
“한 사람의 배우로서 시청자님들께는 늘 멋진 모습만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만, 이번에는 더 차분한 매력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차분한 매력이라면 어떠한?”
이민기는 부끄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커피 향이 느껴지는 남자라고 하면 느낌이 와닿을까요?”
대답에서 오글거리는 면이 있었다.
학교 교실에서 이런 대답을 한다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겠지.
하지만.
기자 또한 프로인 건 마찬가지였다.
“아! 커피 향이 느껴지는 남자! 제 머릿속에는 와이셔츠와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그려지는데요? 하하, 한 가정 한 민기 분양 정책을 밀고 싶습니다.”
진정한 프로였다.
그 리액션이 너무 화려해 운을 띄운 이민기 본인마저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
아니, 정말로 오그라들었다.
‘……버티자.’
현장에서 듣고 있노라면 오글거리기 짝이 없는 대화다.
하지만 텍스트로 보이면 재치 있는 대답이며, 편집 영상에서는 하이라이트였다.
“이번에는 김지환 배우님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이민기라는 라이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라이벌이요?”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 저쪽은 연기 실패했네, 라고 생각한 찰나 다시 표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TV 속에서의 이민기 배우님은 경쟁의 대상이지만, 촬영장에서는 존경의 대상입니다.”
해냈다.
해내고야 말았다.
살짝 실패해서 웃는 얼굴에는 비릿한 맛이 서렸지만, 저 정도라도 해낸 게 어딘가.
김지환이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이민기는 알고 있었다.
‘당신도 프로였어.’
하지만 이것도 곧 끝이다.
슬슬 Q&A 시간뿐만 아니라, 제작발표회 자체가 끝을 맞이할 타이밍이었다.
포토타임은 끝났고, 작품 관련한 이야기는 마쳤겠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시청자 Q&A다.’
관객에게 인터뷰를 맡기는 차례였다.
이민기의 이마에 작게 식은땀이 맺혔다.
보통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 시청자 Q&A 시간이었다.
김아성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정해진 답을 꺼내긴 쉽지. 사전에 합의가 되기도 하고 외우면 되니까. 그런데 시청자들 질문? 응, 그건 임기응변이야. 민기 씨 고생 좀 하겠네. 낄낄낄깔.]사람이 어떻게 저런 웃음소리를 지을 수 있을까.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에 비위가 상하려는 찰나, 진행자의 얼굴에 심상치 않은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부터 시청자분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제작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하는 분들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부터 시작될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현장 시청자가 손을 들면, 진행자가 그중에서 당첨자를 뽑아 선정하는 것.
여기에서 최대한 문제가 될 사람은 걸러내는 게 진행자들의 테크닉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빅데이터 삼아 시청자들의 인상을 면밀하게 스캔하던 진행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예! 체크무늬 셔츠 입으신 분!”
그의 손가락 끝에 한 남자가 찌뿌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30대 정도 되는 나이일까.
두툼한 살집에 평범한 얼굴, 무릎에는 백팩을 올려놓은 사람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퇴근하고 달려온 회사원 같은 인상.
‘보통은 저런 사람이 질문도 무난하지.’
그의 경험상 저런 타입은 말 그대로 작품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볼 때가 많기 때문이었다.
사적인 질문보다는 저게 차라리 낫다.
그렇게 진행자가 첫 승부수를 띄운 순간이었다.
“저는.”
지목된 관객이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리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민기 배우님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네.”
이민기가 식은땀을 작게 삼키며 의자를 한층 더 앞으로 끌어당겼다.
‘무난하게만 가면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
하지만 다음 순간.
관객의 입에서 태연히 흘러나온 질문은, 안타깝게도 그야말로 지뢰 중의 지뢰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현 커피 산업이 보유한 리스크와 그 개선 방안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
그러니까 말 그대로 지뢰였다.
김바위참.
[커피 오어 티]의 네임드 유저가 자신만만하게 던진 지뢰는 그러했다.‘커피에 대해 잘 안다고 했지? 어디 대답해 봐라.’
* * *
뭐지.
이민기의 머릿속에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돌았다.
‘드라마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커피를 물어봤다고? 그것도 시장 이야기를?’
고작해야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면 작품 속 캐릭터를 두고 어떻게 연습했는가 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부 빗겨나갔다.
‘산업 리스크가 뭐? 개선 방안은 뭐?’
똥볼 중에서도 똥볼이다.
하필 질문자로 저런 사람이 걸리다니.
불운이었다.
“하하, 저기.”
진행자는 이민기의 반응에서 상황이 꼬였다는 걸 인지했는지 다급히 말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이야, 커피에 관심이 많은 분인가 보네요. 하지만 기왕이니 그보다는 작품과 관련된 질문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이상한 질문 꺼내지 말라고 완곡하게 돌려 눈치를 준 것이었다.
하지만 김바위참이 저런 눈치에 꿇을 사람이던가.
그는 흡사 비리 정치인을 털려는 기자에게 빙의한 상태이기에, 진행자의 저지에 외려 더 견고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 질문도 작품에 관한 질문입니다. 카페 델 디아는 커피에 관련된 드라마니까요.”
“…….”
“배우님께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커피 시장의 고질병과 그 개선책을 여쭙고 싶습니다.”
망했다.
분위기가 제대로 망할 조짐을 인지한 제작진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저런 사람을 누가 데려온 거야.’
‘검증도 안 했나?’
‘진행자는 뭐 하는 거지? 유머로 웃어넘기든 순서를 넘기든 하란 말이야.’
‘이러다가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지지.’
각자의 시선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혔다.
그럼에도 눈앞에 놓인 상황은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다.
대답을 회피한다면 화제에 목이 마른 기자로서는 썩 좋은 먹잇감이 될 터.
그 기사의 내용이 무엇이 됐든, 방영을 앞둔 드라마에 호재가 되리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거봐라.’
한편, 당사자인 김바위참은 의기양양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마케팅용으로 아는 척만 그럴듯하게 했을 뿐이야. 주둥이에 본드 발랐나? 조금만 문제가 어려워져도 아무 말 못 하네.’
승리감에 취했다.
모두가 합죽이가 된 게 자신의 승리라고 판단한 것.
상식적으로 보자면, 이런 화기애애한 행사장에 남들은 저런 질문을 안 던지겠지.
그럼에도 김바위참은 자신의 식견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원래 어그로는 자기가 어그로라는 걸 모르니까.
설령 어찌어찌 대답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그 대답에 반박하며 한층 더 깊은 대답을 던져, 이민기의 껍질을 더 확실하게 박살을 낼 생각이니.
요컨대, 문제 자체가 함정이었다.
남은 건 이민기가 이 함정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뿐.
‘자, 대답해 봐라.’
질문 한 방에 분위기가 석고상의 핏기처럼 파리하게 가시기를 몇 초.
‘이크, 멈춰야겠다.’
진행자가 무리수를 둬서라도 넘겨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였다.
“그렇네요.”
마이크를 쥔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잠시 대답을 생각하느라 늦어졌습니다.”
그 편안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현장에 작은 놀라움이 번져나갔다.
‘뭐라고 대답할 생각이지.’
‘자신 있나.’
‘저런 질문은 잘못 대답하면 오히려 독인데.’
‘포기했나?’
여전히 소리 없는 아우성만이 넘나드는 상황.
커피 시장의 리스크와 개선책이라는 모호하면서도 복잡한 질문을 두고 대체 무슨 대답을 할 텐가.
이에, 이민기가 꺼낸 대답은 이러했다.
“환경 문제가 큽니다.”
환경이었다.
* * *
환경.
그 키워드에 현장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찰나 이민기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커피 시장의 리스크는 환경입니다. 정확히는 지구온난화입니다.”
환경에 이어 지구온난화까지 나왔다.
‘뭐라는 거야?’
바라보는 시점 자체가 다른 대답에 공격할 준비를 마쳤던 김바위참마저도 일시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졌다.
‘보통 커피 시장의 단점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의 입맛 이야기를 꺼내지 않나?’
소비자를 비판하면 자살골이다.
뭐든 다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조목조목 짚어가며 박살 낼 생각이었는데.
‘환경 이야기는 또 뭐야?’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레파토리가 전제부터 흩어졌다.
김바위참뿐만이 아니라, 이 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러했다.
하지만 정작, 화두를 던진 이민기는 하염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커피나무는 지극히 환경에 민감한 식물입니다. 어떤 품종은 10도 후반의 온도를 1년 내내 매달 일정하게 유지해 줘야 하며, 강우량과 해발고도까지 전부 적합하게 맞춰 주어야 비로소 완성된 원두 한 톨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 변화가 발생하며, 점차 전 지구적으로 예고 없는 폭염과 혹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커피랑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기만 하는 일반인이라면 알 일이 없는 일이었다.
애호가라고 해도 생각할 일이 없는 논제였다.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같은 남미의 커피 생산국들은 가뭄에 취약합니다.”
하지만 이민기는 너무나도 쉽사리 답할 수 있었다.
“커피나무는 쉽게 말라죽습니다. 한 번의 가뭄으로도 수만,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줄줄이 도미노처럼 고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다시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아니, 짜고 쳤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입에서 답이 술술 흘러나왔다.
“3년,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3년을 온전히 생장에만 투자해야, 다시 원두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 안에 또 다른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가.
왜 남들은 평생 생각해 볼 일이 없는 문제를 이민기는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가.
그 이유를 말하자면 간단했다.
‘미래에는 남미 커피 농장들이 이상 기후로 농사를 망친 탓에, 커피값 올랐다고 난리가 아니었지.’
실제로 겪었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커피 가격이 급상승했다.
원두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2배로 상승한 탓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 가격이 0.1유로 올랐다고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고 했나.’
이 시대의 기후 변화라는 건 소비자들에게 판타지 소설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기후 변화는 피부로 실감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민기 같이 커피를 취미로 즐겼던 소비자마저 한 번쯤은 토픽 삼아 고민하게 됐을 만큼.
“정리하겠습니다. 커피 시장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 배출을 줄일 방안을 궁리해야 합니다. 그게 커피 시장, 나아가 세계 농산물 시장 전반을 위한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나름대로 머릿속에 담겨 있던 퍼즐을 긁어모아 대답을 쏟아낸 이민기가 민망한 심경으로 주위를 살폈다.
‘……너무 진지했나?’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는 했는데.
조용하다.
제작진도 진행자도 관객들도, 하물며 질문을 던진 당사자마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흡사 딱딱한 석상을 보는 듯했다.
‘으, 조진 거 아니야?’
이민기의 머릿속에 불길한 기색이 서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왜 의기양양했던 김바위참마저 말이 사라진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기후 변화가 뭔데.’
김바위참, 그 또한 커피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커피 시장을 둘러싼 지구의 변화에는 한없이 어두웠다.
모른다.
모르니까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입만 우물쭈물할 뿐.
애초에 반박을 포기하고 수긍하면 그만일 일이지만, 김바위참은 그러려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니었다.
뭐라도 딴지를 잡고 싶은 마음에 어깨가 옴짝달싹했다.
‘연예인 따위가 뭘 안다고.’
자존심에마저 쩌적 금이 갈 지경.
끝내, 궁지에 몰려 이를 갈던 그가 참다 못해서 고른 선택지는 이러했다.
“저기요. 전 지금 커피 시장을 여쭌 거였지, 미래의 커피 시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는데요?”
논점회피였다.
논리에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자, 논점 자체를 반박한 것이었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김바위참 본인은 스스로 신의 한 수를 두었다고 생각했다.
대화가 아닌 공격을 목적에 둔 순간, 그 반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윽.”
그 집요함에 이민기가 움찔했다.
치졸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치졸할 수가 있단 말인가.
지금 Q&A가 아니라 토론하러 왔나.
진심으로 그를 이겨 먹으려고 저러는 건가.
‘이제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진행자한테 끊어달라고 말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까 저 사람은 왜 가만히 있어. 잠깐, 표정이 왜 그렇게 흥미진진해.
상황이 이상했다.
비단 진행자뿐만이 아니라, 온 사방에서 이민기를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설마, 내가 언제까지고 치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야.
나 슬슬 밑천 드러나려 하고 있어.
무슨 토론회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제발 좀 도와줘라.
‘나 죽는다!!!!’
도와주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나 원망스러워 사람도 사랑도 미워진 순간이었다.
사실.
이민기 그 또한 모르는 게 있었다.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이 장소에는 그 외에도 같은 화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범천 푸드 컴퍼니(BFC).
한국 커피 산업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 기업의 수장, 송진배 대표.
한반도에서 커피에 관해서는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그가 마이크를 쥐고 입을 열었다.
“설마 했더니 이런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쁘군요. 두 분 말씀 다 아주 좋았습니다.”
송진배 대표의 발언에 김바위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국내에서 커피 좀 전문적으로 파 봤다는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
그런 사람에게 칭찬을 받았다.
어쩌면 마니아로서 평생 자랑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작금의 커피 시장에 들이닥친 위기가 맞습니다.”
거인이 입을 열었다.
“즉, 이민기 배우님이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불과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김바위참의 희망 가득했던 표정에 쩌적 금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