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7)
운빨로 탑스타-7화(7/200)
제7화
“…….”
깔끔하게 조성된 지하 헬스장.
그곳의 온 도처에서 흰머리 거인들이 묵묵하게 쇠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부푼 팔뚝.
넓다 못해 광활한 등.
나무뿌리를 달고 다니는 것만 같은 하반신.
가히 괴물 같은 피지컬의 노인들이 이민기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육체 단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온 게 맞나?’
정신이 휘청거렸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고 오기는 했다.
관장 혼자서 운영하는 관장형 헬스장이라고 했지. 게다가 월 회비가 3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기까지.
그래서 찾아온 건데.
‘이런 곳일 줄이야.’
누구한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카운터에도 사람이 없다.
모두가 운동에만 푹 빠져 있으니, 말도 못 걸고 입구 앞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와중이었다.
콰앙!
어딘가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시선을 돌리자, 누군가가 들고 있던 봉을 바닥에 떨어뜨린 탓에 소리가 난 듯했다.
‘깜짝이야.’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누구도 그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
쇠봉의 주인.
그 노인은 괴이한 헬스장 안에서도 유독 과격한 육체미를 과시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후우.”
그가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헬스장이 비좁다.
아니, 비좁은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 대 사람이기 전에, 생물로서의 위압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흉흉한 시선으로 이민기를 바라봤고.
“아이고!”
영 어울리지 않는 감탄사를 뱉었다.
활짝 웃는 얼굴로.
* * *
헬스장 구석에 차려진 소파와 간이 테이블.
“어휴, 총각,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오셨대.”
그곳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쇠질에 전념하던 괴물, 아니, 권준용 관장이 커피잔을 올리며 말했다.
“편히 들어. 아, 이거 그냥 커피 아니고 무설탕 콜드브루니까 당질 걱정은 하지 마시고. 하하!”
“아……네.”
손님한테 커피를 주면서 당질을 언급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이 관장, 압도적인 비주얼과는 달리 사람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과하게 친절했다.
‘내면이랑 외면은 다른 건가.’
하지만 웃는 눈빛과는 대조적으로 위협적인 전완근이 신경 쓰인다.
힘주면 타이어도 찢겠군.
적당히 눈치를 보며 커피를 홀짝이는 와중이었다.
권준용 관장이 눈빛을 빛내고는 말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등록하러 온 손님이지?”
“예,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더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권준용 관장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려!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 헬스장에 마침 딱 맞게 오셨네!”
이민기가 움찔하는데 그가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헬스장 한 달 회비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아보고 오셨나?”
“네, 월 3만 원이라고.”
순간적으로 이민기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월 3만 원이 시설치고는 너무 저렴하기는 했지. 뭔가 뒤에 감추고 있는 게 아닐까.
왜, 인터넷에 썰들 보면 그런 곳 많다잖아.
겉으로는 저렴한 것처럼 적어 놓고는, 사실 그건 조건이 덕지덕지 붙은 가격인 거.
‘12개월 치를 일시불로 결제해야 주는 할인 가격이라던가.’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찰나였다.
“마침 잘됐네. 딱 좋을 때 오셨어. 우리 헬스장도 지금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사실 가격이 따로 있거든.”
역시.
진짜 가격은 따로 있구나.
권준용 관장이 팜플렛을 하나 꺼내더니 보여 주며 말했다.
“6개월 치를 한 번에 결제하면.”
의심이 확신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한 달에 2만 원에 해드릴게. 어때?”
“역시 가격이…….”
이민기가 협상을 거부하려는 순간이었다.
“네?”
뭔가를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 이 사람이 지금 뭐라고 했지.
한 달에 2만 원이라고 했나.
3만 원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는 이렇게 안 해주는데, 지금은 마침 이벤트로 할인 중이거든.”
“이벤트요?”
“게다가 지금이 겨울이잖아. 시기가 딱 좋아. 딱 6개월 열심히 운동하면 내가 어떻게든 몸짱 소리 들을 만큼 만들어 줄 수 있거든. 여름에는 바다 가서 웃통 벗어야지?”
“…….”
이민기가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데, 권준용 관장은 홀로 들떠서는 계속해서 독백을 이어나갔다.
“여긴 다른 헬스장이랑 또 달라요. 요즘 막 PT샵이다 뭐다 다 돈만 밝히는데, 우리는 그런 추가 요금 안 하거든요. 전통적인 관장형 헬스장이라고 하는데, 제가 늘 상주하면서 다 해드린다 이 말이야. 하하, 회원님은 완전 땡잡으신 거지.”
슬그머니 호칭이 회원님으로 변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들 오해하는데, 사실 유명한 헬스장이 꼭 좋은 것도 아니야~ 다 해외 직구 보충제 강매하고 그러거든요. 수업 중에도 영업 뛰고. 우리는 그런 것도 없어요.”
이 사람, 과묵할 것 같은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 많다.
하물며 어딘가 그를 붙잡는 데 필사적이며 강압적이었다.
‘말에 끼어들지를 못하겠네.’
혼잣말만 계속하니, 이민기는 차마 타이밍을 못 찾고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런데 권준용 관장은 그걸 다르게 받아들인 걸까.
“아, 오늘은 내가 기분이다!”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호탕하게 외쳤다.
“오늘 결제하고 가시면! 수건이랑 운동복, 락커까지 서비스로 이용 가능하십니다!”
조건이 더 늘어났다.
아무런 말도 없는데, 조건만 이상하게 더 좋아진다.
권준용 관장은 이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손가락을 쫙 피며 덧붙였다.
“에잇, 기분이다! 첫 달은 무료로. 어때요? 어디 가서 이런 조건 또 없는데.”
더 늘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더 붙었다.
그 순간 옆에서 한 노인이 우락부락한 근육을 과시하며 나타나더니 말했다.
“아니, 권 관장. 신입한테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이거 회원 차별이야.”
“당신이랑 이쪽이랑 같아?”
“뭐가 다른데?”
“잡순 떡국 그릇 수가 다르지.”
그에게만 노골적인 우대하는 건가 보다.
이쯤 되면 이민기가 아무리 정신이 굳었다고는 해도 슬슬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여기, 장사가 잘 안 되나?’
퍼주는 헬스장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헬스장이란 자고로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 나은 법.
장사가 안되는 곳일수록 사장의 인건비는 없는 셈 칠 때가 많았다.
수건과 운동복 세탁은 인건비다.
개인 교습도 인건비다.
그렇기에 이민기에게 제 살 깎아 먹기식 제안을 막 던지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민기의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권준용 관장은 정말로 그에게 노골적인 욕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뭔 놈의 헬스장이 양로원도 아니고 할 짓 없는 할아방탱이들만 허구한 날 오니까 신입이 발을 못 들이잖아.’
장사가 안 풀렸다.
그것도 다름 아닌 이곳에 상주하는 노인들 탓에 말이다.
회원 하나하나가 소수정예라는 건 PT샵이라면 모를까, 이런 관장형 헬스장에 있어서는 저주에 가까웠다.
이런 와중에 헬스장에 모처럼 온 젊은 회원이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이 총각, 얼굴 보니까 그럴듯한 게 키워놓으면 또 몰라.’
하물며 얼굴만 보면 꽤 생겼다.
얼굴만인가.
프레임(골격)에서도 자질이 엿보인다. 작은 머리에 준수한 어깨.
말랐다는 게 흠이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말랐는데도 이 정도다.
위에 근육을 차곡차곡 붙이면 금방이라도 태가 살아날 몸이었다.
적당한 나이에 좋은 얼굴.
이 사람을 시작으로 젊은 회원들 비율을 어떻게든 늘려야만 한다.
‘대회는 몰라도 바디프로필까지는 억지로라도 찍게 만들어야지.’
억지로라도 붙잡는다.
권준용 관장이 썩은 속내를 감추는 사이, 이민기의 머릿속도 그에 못지않게 팔팔 돌아가고 있었다.
‘잘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아.’
처음에만 해도 노인들로 가득한 헬스장이라는 게 워낙 충격적이었던 탓에 뇌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며 주위가 조금씩이나마 눈에 들어왔다.
‘여기 사람들 몸만 봐도 운동을 잘 안다는 건 느껴져, 트로피랑 기념사진들을 보면 선수 경력도 있는 사람 같고.’
이 헬스장이 괜히 유명한 헬스장이었던 건 아니리라. 망한 건 어디까지나 마케팅을 못 했던 탓이겠지.
밖에서 간판을 보면 상당히 구질구질하니까.
또 근육이 우락부락한 할아버지가 많다.
여성들은 부담스러워서 안 왔을 수도 있고, 남자들은 왜 안 왔나.
‘여자 회원들이 전혀 없어서?’
신빙성은 있다.
하지만 이민기에게 있어서 회원의 나이나 이성의 유무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좋은 몸을 만드는 것 그 자체에 있으니까.
하물며 눈앞의 원장이 그가 등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나.
‘어차피 헬스장 요금을 보면 선택지도 없는데, 개인 수업까지 해 준다면 나야 땡큐베리머치다만.’
전문 트레이너들 PT가 보통 한 번에 4~5만 원 정도 했었지.
PT만큼 잘 가르쳐 줄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이 없는 이상 손해 볼 건 없겠지.
좋다.
이쯤에서 마음을 굳힌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보충제 같은 건.”
“아, 프로틴은 회원님이 알아서 주문해야지. 가능하면 해외 직구로.”
아 역시.
전부 다 퍼주는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창고에 남는 거 한 통 있거든? 줄 테니까 배송 올 때까지는 그거 먹어.”
아니네.
다 퍼주는 게 맞구나.
어딜 가든 이만큼 퍼주지는 않겠지.
이민기는 더 이상 뭐라 고민하길 포기하고는 말했다.
“6개월치 일시불로 10만 원 맞죠?”
6개월 해서 10만 원.
우선은 주 2회라도 꾸준히 나와 보자.
그런 생각을 한 찰나, 권준용 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금 결제는 10% 추가로 할인해 드릴 수 있는데.”
“…….”
* * *
운동 첫날.
권준용 관장은 잘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굴리는 건 확실한 사람이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뼈가 시렸다.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하나하고 반, 열하나 반하고 반의반, 열하나 반하고 반의반의 반. 손목이 꺾이셨네. 이건 무효로 하고 한 번만 더! 할만하지? 이렇게 앞으로 네 세트만 더 하면 끝!]이상하리만치 열정이 넘친다.
첫 운동이니 세트를 못 채워 몸이 안 움직이는 지경까지 갔지만, 그렇다고 권준용 관장은 그럴 놓아주지 않았다.
[자, 내가 보조해 드릴 테니까 자세만 신경 쓰면서. 아, 지금 자세 딱 좋다. 근육이 기뻐하는 소리 들리지?] [……불타는 것 같은데요?] [그게 근육이 성장하는 신호야.]안 되는 건 몸을 붙들고 억지로 소화하게 만든다.
그렇게 첫날에는 등과 팔을 함께 시켜서 2시간을 꽉 채웠다. 이후 식사 메뉴까지 식비에 맞춰서 짜 주기까지.
스케쥴을 다 소화하고 나자 하늘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다.
‘열정적인 건 좋은데, 매일 이렇게 운동하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겠네.’
그는 배우 지망생이지 보디빌더 지망생이 아니다.
전신이 삐꺽거리는데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꼭두각시 인형처럼 비틀거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아.”
연락이 왔다.
[발신인: 다온 엔터테인먼트] [2차 오디션에 관하여 안내드립니다]본격적인 행동에 옮길 날.
그 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