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70)
운빨로 탑스타-70화(70/200)
제70화
끼이익!
스튜디오의 트인 허공으로 듣기 괴로운 치찰음이 울려 퍼졌다.
한창 촬영하고 있었던 배우, 방은영이 의자에서 거칠게 일어난 탓이었다.
그녀가 손톱으로 칠판을 긁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항의했다.
“내가 물 가져다 놓으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우스워요?”
마치 물을 맡겨놓았다는 목소리에 직원들이 질린 안색으로 서로를 두리번거렸다.
겁에 질려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아, 저 사람은 왜 또 발작이래.’
짜증을 공유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시선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방은영은 한층 더 울컥해서는 반 옥타브 정도 높아진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내 말 안 들려요?!”
그 순간이었다.
나긋나긋 웃는 얼굴로 걸어 나간 사람이 있었다.
“배우님, 어떤 일 있으셨나요? 혹시 저희 직원이 어떤 실례라도 끼쳤을까요?”
권예린 감독이었다.
단순히 감독일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반바지의 총책임자인 그녀가 나선 것이었다.
“저한테 말씀해주시겠어요?”
책임자의 등장에 방은영이 한순간 그녀를 평가하듯 위아래로 흘끔 훑었다.
그리고는 노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직원들한테 말해 뒀거든요. 촬영 중에는 목이 자주 마르니까 꼭 생수 한 병씩은 가져다 두라고.”
“아하, 저희 직원이 그걸 까먹었군요.”
“네, 제가 몇 번을 말했는데, 왜 계속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의 항의는 억지에 가까웠다.
물이 필요하면 알아서 마련하면 될 일.
애초에 그녀는 스튜디오 반바지 직원들의 상사도 뭣도 아니니, 직원에게 부탁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알아서 가져다 놓으라며 명령할 권리 따위는 없었다.
총체적으로 선을 넘은 행위였다.
하지만.
“아, 그런 일이 있었네요. 오늘 현장에 일이 많다 보니까 정신이 없어서 실수했나 봐요. 배우님,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권예린 감독은 나긋나긋한 것이 굉장한 저자세였다.
마치 백화점 명품 가게의 점원이 고객을 대하는 것처럼.
어째서일까.
이 둘은 서로 갑을 관계가 아니거늘, 왜 굳이 고개를 숙이는 걸까.
그 이유는 퍽 간단했다.
‘참자, 내 앞에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오랑우탄이다. 오랑우탄이 우리 안에서 짖는다고 같이 짖는 사람은 없어.’
귀찮으니 져 주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방은영, 꼭 여기에 맡겨놨다는 것처럼 행동하네. 역시 소문대로야.’
그녀는 원래도 악명이 자자했다.
평소 스튜디오에서 어지간히 트집을 잡아댄다나.
흔히 말하는 중중 연예인병 환자.
그럼에도 기꺼이 고개를 숙여주는 건, 그녀가 명백히 명백히 이번 광고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방은영은 대중에게 무명에 가깝다.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다시 시작이겠지.
만약 그런 사태가 터진다면 광고주가 어떻게 볼까.
‘아이고! 그런 사정이 있으셨구나’하고 위로 해줄까.
‘설마, 당연히 결과만 보겠지.’
스튜디오 반바지는 기껏 모델 비위 하나조차 못 맞춰 일정에 차질을 만든, 무능한 스튜디오로 남는다는 말이었다.
즉,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었다.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
‘참자, 참아. 권예린,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더한 갑질도 당해 봤어.’
비위 한번 맞춰 주고 프로젝트 하나를 무탈하게 마칠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권예린 감독은 그렇게 합리화하며 속을 삭였다.
‘아, 짜증 나.’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나는 거고.
이게 그녀가 신인들을 싫어하는 이유였다.
연예인병에 걸려서 천만 배우라도 안 할 갑질을 시전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이러니까 신인들을 좋아할 수가 있나.
거의 주 1번 꼴로 허세든 갑질이든 볼 지경인데.
오히려 아직도 연예인을 좋아하는 나 작가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참자.’
권예린 감독이 나긋나긋 웃고 있으려니 분위기상 더 따지기 힘든 걸까.
“흥.”
방은영도 더 따지기는 어려운 듯 인상 한번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거기, 영후 씨, 들었죠? 탕비실에서 배우님 드실 물 좀 가져와 주세요. 새 거로.”
“네, 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던 현장 분위기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감독이 개입하며 단숨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방은영의 한 차례 불이 붙은 히스테리는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
“거기, 조명 눈부시다고요. 제가 아까도 말하지 않았어요?”
“이 위치에 필요해서…….”
“그런 건 모르겠고, 눈을 못 뜨겠다니까요?”
조명으로 딴지를 잡는가 하면.
“저 지금 다칠 뻔했잖아요.”
소품 배치.
“저 지금 땀 나는 거 안 보여요? 에어컨 뒀다가 뭐해요?”
“지금 바로 낮추겠습니다.”
촬영장 온도로 항의하기까지.
방은영의 갑질은 구석구석 두루두루 꼼꼼하게 이어졌다.
그 모습을 멀리 떨어져, 구석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민기가 다 감탄할 정도로 말이다.
‘와, 장난 아니네. 괜히 네임드가 아니구나.’
놀라웠다.
방은영이 누구던가.
이민기, 그 또한 이름 정도는 들어본 사람이었다.
가까운 미래, 배우 중에서도 연예인병이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도 유명해진 사람이었지.
[방은영, CF 촬영 중 갑질 사죄, 폭로 이어져] [반성과 자중의 시간 가지겠다고 밝혀]대단했다.
연예인 중에 성격 더러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매니저 폭행이나 소음공해 정도로는 소문도 안 날 정도.
그러하다 보니 어지간한 갑질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데, 놀랍게도 방은영은 이 바닥에서 두각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
[방은영(배우)/사건 및 논란/8.1. 갑질]다 비슷하게 생긴 롤랜드 고릴라 중에서 실버백의 자리를 차지한 것.
그래서 이민기 그로서도 언젠가 마주한다면 그 전설적인 갑질을 목격할 수 있을까 기대해 왔던 참이었는데, 여기에서 실물을 보게 되다니.
감동스러울 따름이었다.
‘와, 아직 드라마 조연 뛰는 신인인데 이 정도라고?’
이 정도는 해야 갑질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거구나. 역시 어느 분야든 권위자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듣기로는 어디 작은 방송국 PD가 친척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어려서부터 버릇이 잘못 들었고.
‘가만, 이미 유명한가?’
이민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한모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매니저님] [혹시 방은영이라는 배우님 아세요?]그렇게 개인 메시지가 막 도착한 순간이었다.
그 즉시 숫자 1이 사라지더니.
까똑!
‘깜짝이야!’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날아왔다.
[매니저님: 같이 계십니까?] [나: 네, 전에 그 스튜디오 견학 왔는데 지금 촬영 중이셔서요] [매니저님: 엮이지 마십시오] [매니저님: 말도 섞지 마시고] [매니저님: 눈도 마주치지 마십시오]“…….”
뭐지?
이유라도 물어보려는 참인데 갑자기 메시지가 한 통 더 날아왔다.
[아성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아성 트레이너였다.
박한모 매니저도 아니고 김아성 트레이너.
갑자기 웬일인가 싶은데 그가 추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성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성쌤: 하필 방은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성쌤: 신인 둘이서 사이좋게 지내면 딱이겠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김아성 트레이너야 이상하게 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기는 한데, 아무래도 둘이 같이 있었나 보다.
메시지를 곱씹어 읽은 이민기가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저 사람, 대체 업계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거야.’
이제 막 2년 차 신인이잖아.
무명이라고 봐야 할 이 시기에조차 이렇다니. 나중에 몇 작품 띄워 유명 배우에 등극한 뒤에는 악명이 어디까지 자라나는 걸까.
어쩌면 성층권을 뚫고 나가 우주까지 진출하지 않을까.
‘작품 커리어 생각해 보면 배우 일로 생활비 정도 간신히 벌고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서 저런 자신감이 솟아나지.’
현장에서 난리 피우다가 업계에서 소문 돌면 어지간히 유명한 게 아니고서야 일감이 뚝 끊길 텐데.
정말로 훗날 유명해져서 망정이지.
아직 무명인데 어떻게 해야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기왕 업계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진다면, 착한 사람으로 유명해지고 싶다.
그렇게 이민기가 흡사 우리 안의 고릴라를 관찰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와중이었다.
“저기요.”
방은영은 마침내 화살촉을 그에게마저 겨누고 말았다.
“저 사람은 누군데 아까부터 계속 흘끔흘끔 쳐다봐요? 음흉한 시선으로.”
“예?”
“핸드폰도 막 꺼내던데요. 저 몰래 촬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난데없이 촬영장 구석까지 튄 불똥에 권예린 감독의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아, 난장판이다.’
* * *
상황이 아득해진 상황.
이민기가 처음으로 한 말은 이러했다.
“네? 저요?”
사실 확인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오인사격일지도.
진짜 누가 이상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지켜보자.
……라고 생각한 것도 의미는 없이, 방은영은 오히려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당신 빼고 누가 있어요? 거기 마스크랑 모자 쓴 사람이요. 핸드폰으로 저 몰래 찍었죠?”
“제가요?”
“시치미 떼지 마세요. 옷도 수상하게 입어서는.”
“…….”
이민기가 눈가를 씰룩거렸다.
‘와, 이거 진짜야?’
방은영은 아직 이민기의 정체를 못 알아챈 듯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스튜디오 내에서도 상당히 그늘진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몸에는 후드티를, 머리에는 야구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기까지.
전부 촬영장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관심을 안 받기 위함이었다.
혹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신경 쓰일 테니까.
‘이거 상황이 좀 그렇네.’
저쪽에서는 나를 촬영 현장에서 몰래 파파라치 짓이라도 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건가.
‘말세다.’
이민기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굳이 말하자면 찍히는 쪽이지, 찍는 쪽은 아니었다.
‘뭘 보고 의심한 거지. 설마, 아까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찍은 거 가지고 화낸 건가?’
그거, 방은영 배우 찍은 거 아니었다.
조명을 특이하게 설치하길래, 그 조명 체크해 뒀다가 이따가 권예린 감독에게 물어보려고 찍어둔 것이었다.
막상 사진 속에는 방은영 배우의 얼굴은커녕 그림자도 안 찍혀 있었다.
‘내가 언제나 운이 좋은 건 아니네.’
운이라는 게 참 그렇다.
좋은가 싶다가도, 막상 안 좋을 때는 안 좋았다.
오늘 아침에 버스를 놓친 거라던가.
물론, 그 버스는 가던 중 엔진 사고가 나서 승객들을 내리고 정비소로 들어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민기가 한숨을 푹 내쉬려니 방은영이 눈가를 찌푸렸다.
곧이어 권예린 감독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저 사람, 여기 직원이에요?”
“견학 온 배우분이셔요. 저기, 여기에서 이러실 게 아니라.”
“견학? 배우? 하, 임자 잘 만났다.”
다음 순간, 방은영이 촬영용으로 구성해 둔 간이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이민기의 방향을 향해 직선으로 살벌하리만치 뚜벅뚜벅 발걸음을 울리며 걸어왔다.
‘지금 나한테 시비 걸려는 건가?’
그렇게 이민기의 목전에 다다른 찰나였다.
“당신, 누구야?”
“그게요.”
이민기가 마스크를 내렸고.
“…….”
얇은 직물 쪼가리가 이민기의 얼굴에서 이탈하고 불과 0.3초.
방은영의 얼굴이 하얗게 바래기 시작했다.
“…….”
“저기, 혹시 제가 어떤 거 실수했을까요?”
이민기가 거듭 물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대답은 없었다.
“배우님, 말씀 좀 주세요.”
“…….”
여전히 말이 없었다.
방은영은 제자리에 박혀 얼어붙은 채 눈동자만 한없이 떠는 것으로 동요를 표현할 뿐이었다.
‘이민기?’
이민기가 누구인가.
최근 신인 중에서 상승세로는 가히 탑이라고 봐도 좋을 배우였다.
첫 데뷔부터 조연 역으로 화제를 끌었지.
다음에는 스릴러 영화에서 실력을 인정하고는, 묻히기 쉬운 보충제 광고조차도 화제로 이끌었다.
최근에는 [카페 델 디아]로 명실상부한 흥행 배우의 반열에 들었다.
로켓이다.
뜨는 속도가 로켓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세 작품을 찍더니, 3단 로켓처럼 날아갔다.
비슷한 신인 배우 사이에서는 그처럼 되고 싶다며 롤 모델 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정도.
그렇다고는 하나 신인이다.
잘나가는 신인 정도.
하지만 연예인병에 걸린 방은영에게는, 같은 분야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속도로 치고 나간 이민기가 괴물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이 사람, 소속사 사장 조카라던데.’
은밀하게 퍼진 헛소문이 있었다.
이민기가 베일에 감싸인 데뷔 전과는 달리, [캠퍼스 스토리]로 데뷔하고 초고속으로 성장한 탓일까.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신인들 사이로 도는 입소문이 있었다.
[소속사 사장 조카라더라] [재벌 3세래] [유명 배우의 숨겨진 아들이라던데] [방송국 높으신 분 아들] [천만 배우들이랑 형 동생 하는 사이래] [제약회사 도련님이랑 같이 친구 먹었다던데?]전부 거짓말 혹은 과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믿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이민기랑 캠퍼스 스토리에서 말싸움 벌인 배우 하나 있거든? 박택견…… 이 아니라, 박태견이라고. 그 사람이 이후로 여태껏 한 작품도 등장을 못 하고 있대.]박택견…… 이 아니라, 박태견이 이민기에게 찍혀 타의적으로 작품을 못 찍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루머에 불과했다.
박태견은 그저 놀기에 바빠 자발적으로 인생을 소모하고 있을 뿐.
이민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소문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이민기가 근래 실물 이상의 괴물로 평가받고 있는 건 자명했다.
그런 사람에게 대뜸 모욕을 줬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나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방은영의 핏기가 가시며 머릿속이 아찔하게 돌았다.
갑작스럽게 정신이 들며 현실이 인식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여왕으로 군림했던 스튜디오가 어두운 밤길 저녁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진 찰나.
“배우님.”
그녀를 향해 이민기가 멋쩍게 웃는 표정으로 거듭해서 물었다.
“저기요. 혹시 제가 배우님한테 어떤 실수 같은 거 했을까요?”
정말로 몰라서 물은 말이었다.
하지만 방은영의 귀에 들려온 이민기의 목소리는 흡사 사신의 손짓과도 같았다.
“저, 그, 카메라…….”
“아하, 카메라 때문에 오해하셨구나. 그거 잠깐 조명 좀 체크하려고 찍었던 건데요. 갤러리 보여 드릴까요?”
이민기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한결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민기는 습관적으로 욕을 많이 먹으며 살아왔던 사람이기에, 조금만 오해가 생겼다 싶으면 웃고 보는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순둥순둥한 얼굴이기에 그게 효과를 봤던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라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방은영의 눈에 비친 그 웃음은 성격 나쁜 상사의 웃음이었으니까.
[세상 참 좋아졌네. 그렇지?]이민기가 하지 않은 말조차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표정이 그렇게 말했다.
방은영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괜찮은데…….”
“저도 괜히 범죄자로 오해받는 건 싫어서요. 배우님이 정 불안하시다면 직접 확인하시는 게 맞죠. 이런 건 풀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자요. 천천히 보세요.”
이민기가 핸드폰을 아예 건넸다.
‘어, 어?’
방은영은 그것을 얼떨결에 양손으로 받고는, 폭탄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옴짝달싹도 못 한 채 덜덜 떨며 스튜디오 내부를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모두의 표정이 일치했다.
‘왜 저쪽 가서는 찍소리도 못하지?’
‘저게 그건가? 강약약강.’
‘꼴 좋네.’
‘이민기 배우님, 뭐 있나?’
지금까지는 신나게 갑질해놓고는 왜 저쪽에 가서 쫄면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방은영은 갑질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똥 묻은 개에 가깝지.
더러워서 피하던 와중에, 마침 이민기가 잘 듣는 특효약이었다.
그뿐이었다.
‘와, 이거 좀 재밌는데?’
방은영을 모델로 촬영을 시작하고 40분.
권예린 감독이 처음으로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민기 씨, 순둥순둥하게 생겨서는 한 성깔 하네? 저렇게 할 말도 대신해주고.’
아니다.
본인은 별생각 없다.
하지만 현장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한편, 이번 광경에 더없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이거다.’
한 명.
스튜디오에 우연히 방문했던 중 유레카를 외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또.
“죄송해요.”
“죄송하다고요? 어떤 게요?”
“제가 함부로 사람 의심한 게…….”
“의심해요?”
“어디 가서 안 그럴게요.”
“뭘요?”
“그게…… 의심한 게…….”
“그게 왜요? 의심할 수도 있죠.”
정반대로 방은영은 이민기의 친절을 정면에서 받아내며 펑펑 울고 싶은 기분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