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77)
운빨로 탑스타-77화(77/200)
제77화
전생에 있었던 연예계 유흥 사건.
그러니까 마약과 성, 폭력이 한데 얼버무려져 터졌던 초유의 스캔들.
그건 언론에게 흔히 이런 이름으로도 불렸다.
[김도하 스캔들]연예인 김도하가 중심이 되어, 범죄의 행적이 거미줄처럼 오밀조밀하게 퍼져나갔다고 해서 나온 말이었다.
[김도하, 연예인 B를 대동하고 파타야로 이동. 이후 현지에서 관계자를 픽업하고 일주일간 비밀 여행 즐겨.] [김도하 톡방, 그 안에서는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강남역 근처 K 호텔에서 매일같이 파티 열어. 고위직 다수 초대.]워낙 시끌벅적했었다.
일이 일이었던 만큼 언론에 밝혀진 바가 많기도 했지만, 이민기가 알기로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워낙 얽힌 연예인들이 많아서 기를 쓰고 뚜껑을 덮어씌웠다고 했나.’
피해자든 가해자든,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얽혀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이미지가 추락하니 말이다.
당장 피해자 한 명이 기사놀음에 당해 가해자로 알려져 연예인 인생을 말아먹었다고도 했고.
‘이름 몇 글자라도 더 빼내려고 기획사와 언론사 사이에 치열한 로비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지.’
감춰진 배후가 많았다고 한다.
당장 다온이 뒤에서 활약하고 있었을 줄 누가 알겠나.
이민기 그 또한 다온이라는 이름 두 글자는 상상조차 못 했는데.
김도하라.
JC는 이번 일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김도하가 끄나풀 중 한 명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알았으면 자기들이 이런 인터뷰 자리 따위야, 그의 귀에 들어오기도 전에 중간에서 끊어버렸겠지.
하지만 기왕 온 자리다.
이민기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김도하를 통해 다온의 꼬리를 물 수 있다면?’
김도하는 본인과 친분을 갖춘 연예인들을 통해 일종의 망을 형성했다고 했다.
그 네트워크의 끄트머리만큼이라도 접촉할 수 있다면.
만에 하나 그게 가능하다면.
‘역으로 이쪽에서 다온의 약점을 거머쥘 수 있는 거 아닌가?’
결국에는 증명의 싸움이다.
이민기, 그는 현 연예계 뒷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증명하느냐.
그 단서를 여기에서 김도하를 통해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닐까.
‘만에 하나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이 시기에는 참 잘나갔지.
이민기가 핸드폰을 두드려 김도하의 얼굴을 검색했다.
그리고 곧 생각했다.
‘사람 되게 좋아 보이네.’
선한 얼굴과 다정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힘입어 좋은 진행능력도 갖춰 업계에서 차세대 스타 MC로 주목받던 사람이었다.
‘일단 인터뷰 자체를 거절할 필요는 없어.’
큰 물건이다.
그러니까 JC에서도 선뜻 제안한 거겠지.
취할 건 취하자.
나머지는 천천히 고민해도 그만이고.
이민기가 고개를 까닥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섭외라도 들어왔습니까?”
어느새 빨랫감을 순식간에 다 널어버린 김태양이 입을 열었다.
아차.
빨래 도와준다고 했다가 전화 한 통 받는다는 게 그만 딴짓을 하고 있었다.
“아, 잠깐 급한 전화 때문에, 미안해요.”
이민기가 놀라서 말하려니 김태양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따 장 보러 갈 때 짐이나 들어 주시면 됩니다.”
“아, 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참, 그게요.”
이민기는 말하기에 앞서 김태양을 잠시 바라봤다.
말해도 될까.
아니지,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게 더 이상하다.
고작 인터뷰 하나, 같은 회사에 소속된 동거인한테 숨길 필요도 없지.
“김도하한테 인터뷰가 들어왔는데요.”
그렇게 사실대로 말한 순간이었다.
“김도하라. 김도하.”
김태양은 무언가 아리송한 얼굴로 그의 이름을 몇 번 되뇌었다.
그리고는 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기를 잠시.
불쑥 입을 열었다.
“소문이 안 좋은 사람이군요.”
“네?”
무슨 말이라도 들었나.
대뜸 나온 말에 이민기가 살짝 놀라려니 김태양이 말을 이었다.
“제가 연극영화과 출신이잖습니까.”
“그렇죠. 한예원.”
한예원은 그냥 연극영화과가 아니다.
한국 연예계에서도 인재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곳.
가히 한예원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배우업계에서는 연기력에 인증 마크가 붙을 지경이었다.
‘티를 안 내서 잊고 사네.’
워낙에 사람이 자기 과시가 없어서 근래 잊어먹었는데, 김태양이 말을 이었다.
“친한 여자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많은데, 그중 김도하한테 사적으로 연락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김도하한테요?”
이민기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김도하의 사적인 연락이라면 이거, 그거 아닌가.
“예, 주로 인맥을 빌미로 말이 있었다고. 일감을 시켜준다고 했다던가요. 아니면 유명 연예인을 소개시켜 준다거나.”
그거 맞네.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던 건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김태양은 뭐라도 말하려고 입을 열기를 잠시.
다시 입을 닫았다.
마치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것처럼.
“또 무슨 일이 있나요.”
“……이건 그냥 루머입니다.”
김태양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왕 꺼낸 말이라 마지못해 말한다는 듯 도로 입을 열었다.
“김도하와 개인적으로 어울린 뒤, 배우의 꿈을 접은 후배가 있었다고 합니다.”
문득, 그 말이 김태양의 입에서 흘러나온 순간 이민기의 말이 줄었다.
지금 한 말, 그거 아닌가.
‘데뷔시켜준다고 꼬셔 놓고, 약점 잡아서 노예로 부려먹었다는 거.’
유명한 수법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도하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방법.
김태양이 얼핏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 그냥 해본 말입니다. 원래 이 업계가 중간에 관두는 사람이 워낙 많죠. 김도하는 착한 사람으로 유명할뿐더러, 뒤에서 소문 없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이쪽은 그 소문이 정확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이민기가 눈을 깜빡거리는데 김태양이 말을 이었다.
“정말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곧 터질 겁니다. 하지만 아직 잠잠하니, 아마 괜찮은 사람이겠지요.”
정확하다.
그 문제가 조만간 터진다.
“막상 만나 보면 사람이 괜찮을지도 모르지요. 민기 씨도 학원에서 그랬고.”
“음, 뭐, 그렇죠?”
이민기는 곧 입을 삐쭉 내밀고 말을 흘리기로 했다.
굳이 뒷담을 깊게 이어나갈 생각은 없었다.
물론, 저쪽이 정말로 나쁜 사람인 건 맞지만, 이 시점에서는 딱히 근거가 없기도 하니까.
“자세한 건 전부 만나 봐야 아는 거죠. 말이라는 게 워낙 와전되기 쉬우니.”
“예, 민기 씨 말이 맞습니다.”
김태양도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사람은 말이죠. 양파와도 같은 것 같습니다.”
“양파요?”
“까 봐야 안다는 겁니다. 오늘 저녁은 양파를 중심으로 해 보죠.”
연결이 이상하네.
* * *
김도하.
한국의 최근 인지도를 떨친 배우 중 가장 마당발이라고 봐도 좋을 사람.
아니, 배우를 넘어 연예인 중 가장 마당발이라고 봐도 좋을 사람.
그의 특징이라고 하면.
“오, 형 왔어?”
“김도하 이 싸가지 없는 새끼, 좋은 자리는 지만 먹으려고 하지.”
“하하, 형님, 화 풀어요. 오늘은 제가 한 명 쌔끈한 애로 꽂아 드릴게.”
놀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데뷔 전부터 그러했고, 데뷔한 뒤에는 더 그러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언제나 노는 자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데뷔 이후에는 참가자가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 사회 고위층까지 섞였다.
‘오늘은 물이 별로네.’
자리에 앉은 김도하가 주위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오랜 시간 놀음판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머리는 철저하게 자극에 찌들었다.
이 세상의 그 어떠한 자극적인 유흥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는 법.
스테이크도 매일 썰면 물린다.
그렇기에 김도하는 언제나 새로운 물을 찾고자 했다.
‘일단 쟤는 킵. 연락처나 알아봐 두고.’
빠르게 속으로 오늘의 판을 구성하는 와중이었다.
“오빠.”
김도하의 귓가에 재밌는 말이 흘러들어왔다.
“진짜 오빠는 연예인 다 알아?”
“야, 그럼 내가 거짓말하겠냐. 천만 배우든 한류 스타든 소속사 사장이든 다 내 형동생이야.”
한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옆에 앉힌 채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이흘.
한때 잘나갔던 아이돌 그룹 [라바]의 2군 멤버였다.
반짝이는 그룹에 속했음에도 정작 본인은 능력이 모자라 빛나는 수혜를 보지 못했던 사람.
태양 앞에 반딧불이가 초라하듯 오히려 묻혔던 사람이 이흘이었다.
어느새 그룹보다는 유흥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그가 여자에게 있는 힘껏 자존감을 채우고 있었다.
‘한심한 새끼.’
김도하가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이 바닥에는 너무 많다.
시간만 채웠지, 정작 그에 맞는 커리어는 채우지 못한 사람이 많다.
이흘은 그중에서도 대표주자였고.
“흐음, 못 믿겠는데.”
“진짜 사람을 물로 보네. 내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러먹었는데.”
그렇게 룸의 한 구석에서 이흘이 밀당을 주고받는 와중이었다.
“오빠 그럼.”
마침내 한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민기도 알아?”
“이민기?”
“응, 요즘 커피로 유명해진 애 있잖아.”
이민기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최근 남자 신인 배우 중 최고의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좋을 사람.
이민기의 이름 세 글자가 입에서 흘러나온 순간, 이흘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야, 그런 새끼 별것도 아니야.”
“응? 이민기 알아?”
“유명해지기는 개뿔이. 그냥 물로켓이지. 운이 좋아서 잠깐 팔리는 거지, 그런 애들 널렸어. 시간 지나면 다 까먹지.”
그 순간 천박한 말에 김도하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 반짝 팔려본 적도 없는 새끼가.’
하지만 어찌 됐든 이흘이 같은 패거리이며 쓸 데가 있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퇴물로 전락한 왕년 아이돌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그가 직접 관리하는 그룹의 멤버.
데리고 있으면 언젠가 자잘하게나마 쓸 데가 있을 테니까.
김도하는 본심이 바깥으로 드러나기 전에 재빠르게 조소를 갈무리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이흘은 허세를 꾸준히도 이어나갔고.
“그럼 나 이민기도 만나게 해 줄 수 있어?”
“되는데, 야, 넌 굳이 그런 새끼를 만나고 싶냐. 내가 있는데.”
“오빠 능력이 궁금해서 그러지.”
“……하, 이거 맹랑하네.”
이흘이 저렇게 물러나는 건, 정작 본인도 알기 때문이었다.
입은 거창하지만 실제로 이민기를 소개할 깜냥은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그게 되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기는 했다.
“야, 도하야.”
김도하였다.
그를 향해 이흘이 한쪽 눈을 슬쩍 윙크하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민기 걔 너랑 조만간 인터뷰 하나 찍지 않냐?”
“찍죠.”
“한번 데려와 봐. 얘가 내 말을 안 믿는다.”
이번에는 웃음을 못 참았다.
고작 일반인 여자 한 명한테 잘 보이자고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놀음판에 데려오자는 건가.
“형님, 그럴까요?”
하지만, 마침 고려하던 참이기도 했다.
이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쪽에서 먼저 말이다.
‘최근에 말이 있었지.’
다온의 황인구 대표 측에서 요청이 있었다.
이민기랑 좀 잘 지내볼 수 없겠냐고 했지.
[어, 도하야, 네가 사람이랑 호형호제하는 건 또 금방금방 하잖아? 이민기도 한번 그렇게 해 볼 수 있겠냐?] [이민기라면, 그 신인 배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놈.] [혹시 어떤 이유라도.] [도하야, 우리 사이가 구구절절한 이유가 필요한 사이였니?] [그냥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도하가 참 똘똘해. 호기심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고. 인기가 괜히 많은 게 아니야.] [저.] [그런데 그거 아니? 옛날부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단명했던 거.] [……하겠습니다.]말이 요청이지, 명령이지 않나.
하물며 다른 것도 아니고 단순히 친해지는 게 지시 사항이라니, 우스운 일이었다.
‘무슨 애 엄마가 동네 어린애끼리 서로 친해지라는 것도 아니고.’
속셈이야 뻔하다.
더러운 물을 들이려는 거겠지.
그렇게 한번 수중에 넣어 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부려먹기 좋으니까.
황인구 대표의 더러운 취미였다.
그는 연예인이라면 그 누가 되었든 약점을 하나씩은 손에 쥐고 싶어 했다.
스캔들이 되었든, 세금 이슈가 되었든.
그것도 아니라면 여자가 됐든.
황인구 대표는 약점에서 상대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걸 비로소 신뢰 관계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김도하,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
‘찝찝한 새끼.’
남의 장기 말이 되는 게 그리 좋은 기분일 수는 없다.
하청업체도 아니고.
뭐, 이쪽도 저쪽 약점을 쥐고 있으니 남말 할 때는 아니다만.
하여튼, 김도하 그 또한 여태껏 다온에게 이래저래 받아먹은 게 있으니,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
나중에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황인구 대표의 놀이에 맞춰 줄 생각이었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그가 알기로 여자 싫어하는 연예인은 드물었다.
이민기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제아무리 겉으로 고상한 척하는 새끼들도 일단 맛을 보여주면 중독되는 건 금방.
‘그래, 저 새끼처럼.’
김도하가 술에 연거푸 흰색 가루를 털어 넣는 이흘을 보면 희미하게 웃었다.
‘성실하게 살던 새끼들일수록 놀이에 금방 빠지지. 자극을 잘 모르니까.’
한두 놈 봤나.
거기에 이민기는 좀 더 낫다.
성실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따라주니까.
아래 세대에 잘나가는 사람 한 명 심어두면 두고두고 상부상조할 수 있으니 투자 상품으로 우량하다.
약점이라.
그래, 잘나가는 신인 배우 목줄 하나 쟁여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죠. 한번 이야기나 꺼내 볼게요.”
김도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보고 이흘이 놀라서는 말했다.
“야, 벌써 가게?”
“새벽에 촬영 있어서요.”
“쯧, 바른 생활 청년이 따로 없네. 임마, 일에만 미쳐 살다가 나중에는 놀고 싶어도 체력이 안 돼서 못 놀아. 임마.”
일하고 싶어도 못해서 노는 댁이랑은 다르지.
같이 논다고, 같은 급으로 착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
김도하는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생각을 재차 갈무리하면서도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형님한테는 못 당하겠네요.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보이지? 그 김도하가 저렇게 멍청하다니까.”
“…….”
생각을 바꿨다.
저 퇴물 새끼, 조만간 잘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