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84)
운빨로 탑스타-84화(84/200)
제84화
[60초 연기].본디 인터뷰의 부록 기획으로 생겨났지만, 이내 예상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추후 독립하여 연예계를 대표하는 쇼트 컨텐츠로 자리 잡은 기획.
이 방송의 성공 공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꼽혔다.
연기력.
캐릭터.
자극성.
이 셋을 60초 안에 완벽하게 사로잡아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민기가 원래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마침 셋 다 이민기가 가진 것이었다.
[ㅇㅇ 원래 잘함] [민기 진짜 대박 ㅠㅠㅠ] [걔 연기 잘하는 거 ㄹㅇ] [카페 델 디아 보고 알아봄. 얘는 뜬다] [데뷔작부터 잘했지. 나는 이민기 캠퍼스 스토리에서 처음 보고 신인인 줄도 몰랐는걸. 알고 깜짝 놀람.] [어디서 한 7년쯤 굴러먹다 온 무명 배우인 줄 ㅋㅋㅋ] [ㅋ 민기 처음 봤나 봐 ㅎㅎ] [아 진짜 ㅠㅠㅠ 나만 몰랐던 거야? ㅠㅠㅠ?] [오늘부터 같이 공부하자]미튜브 본진은 물론, 여성향 커뮤니티를 위시해서 말 그대로 난리가 터졌다.
연기는 원래 보장됐다.
본디 포텐셜은 충분했던 것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이제 완전히 개화했다.
캐릭터 또한 [60초 연기]의 흥행 공식을 따랐다.
말하자면 스테레오타입을 추구하는 것.
[아 나도 저런 거 상상해 봤음] [망상 on] [급식 때 교실에 테러리스트들 쳐들어와서 무찌르는 상상 누구나 다 해 보잖아 ㅋㅋ] [ㄹㅇㅋㅋ 선생님 수업하는데 머릿속으로 108콤보 시전해버리기~] [어릴 때는 그랬지. 그립다.] [난 지금도 하는데] [?] [??] [뭐 왜 뭐]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상황과 캐릭터를 가정하니, 따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소모될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의외의 반응도 있었고.
[연기 보면서 개소름;;;; 나 아는 언니 비슷한 일 있어서 엄청 공감 되더라….] [ㅁㅈㅁㅈ 혼자 연기하는 건데도 진짜 상황 생각하니까 개무섭;;; 연출 좀 더 추가하면 진짜;;;] [저거 남초 애들이 자주 하는 자취 놀이래. 누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막 찾는 거. 근데 진짜 도둑 아니 누나 ㄴㅇㄱ] [솔직히 여자가 미친 거지;;;;; 왜 남의 집에 들어가;;;;;도랐네] [ㅋㅋㅋㅋ아니 다들 왜 과몰입하고 그래. 혼자 연기한 건뎈ㅋ큐ㅠㅠ] [ㄹㅇ 공포물]시청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건 이민기 본인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딘가에서는 개그물이 어딘가에서는 공포 연기가 되다니.
아무튼, 캐릭터에 이어서 자극성.
이건 특별히 말할 것도 없다.
자극의 역치가 쌓이고 쌓인 미래의 [60초 연기]의 기준에 맞춘 연기에 노리쇠를 맞춰 놓았다.
순박하기 짝이 없는 요즘 컨텐츠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연기력과 캐릭터, 자극까지 삼박자.
이민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흥행을 계산했고, 수학 문제를 풀 듯 착실하게 연기를 수행했다.
그 결과물은.
[제목: ㅇㅁㄱ 이번에 신작 낸 거 봄?]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아 ㅋㅋ 봤지요 ㅋㅋ 당연히 봤지요 ㅋㅋㅋ] [시즌 제1581259호 이민기 영접]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두고, 이민기와 김도하의 인터뷰 방송 캡쳐가 퍼져나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60초 연기]의 이민기 파트만 퍼졌다고 말함이 옳았다.
60초는 짧은 시간이다.
본격적인 연기를 보여주기에는 한없이 짧았다.
연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필요하기에, 60초라는 시간 안에 시청자가 몰입할 만한 빌드업을 끌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이건 태생적인 한계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기에 60초라는 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 또한 있었다.
바로.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거 뭔데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한 10번 반복해서 보는 것 같다] [어딜 가든 이민기가 보여요] [렉카들 열일하네]퍼 나르기 좋다는 것이었다.
짧은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드라마가 최소 30분.
영화가 1시간 이상을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3분과 8분으로 말하는 미튜브 콘텐츠들보다도 짧았다.
미튜브에서 조회수로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면 3분 이상의 재생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60초 연기]는 처음부터 조회수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배우의 인지도와 화제성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
제작진이 딱히 의도했던 건 아니겠지만, 이민기가 보여준 [60초 연기]는 이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이민기 코미디 찍어도 되겠는데?]화제성이라는 점이 그러했다.
[근데 진짜 실력이 있긴 있다] [ㅇㅇ 이민기는 실력파 맞는 듯?] [당연하지 ㅋㅋㅋㅋ 데뷔하자마자 3연속 로열로드 밟은 신인 배우가 X으로 보이냐] [진짜 개쩌네]반면, 이민기가 따스한 조명을 받는 사이 철저하게 소외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도하도 찍었네]김도하였다.
그가 이번 기획에 참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시청자들이 한 생각은 동일했다.
‘김도하 연기 잘하지.’
‘이민기가 저만큼 연기했으니까, 김도하도 잘하겠지?’
김도하라는 만능 배우의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고작 세 작품 찍은 신인보다, 열 작품이 넘게 찍은 중견 배우의 연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 아니겠나.
더욱이 예능에서 예능 감각도 입증했고.
‘김도하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시청자들 모두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안은 채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리고.
“삼겹살에 후추 송송 쳐서…… 에어프라이어에 210도로 3분?”
재미가 없었다.
말 그대로 재미랄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 심심하네] [평범함] [잘하기는 잘하는데, 딱 그 정도?] [다시 볼 마음은 안 든다] [묘하게 초라하네] [도하 그래도 얼굴 잘생겨서 괜찮아 ㅠㅜ] [60초 연기]에서 처음으로 접한 게 김도하의 영상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으리라.하지만 안타깝게도 앞 순번이 이민기라는 게 그의 불행이었다.
[60초 연기]라는 컨텐츠를 세 자릿수로 접하면서 그 발전형을 구상한 이민기다.그 앞에서 김도하의 프로토타입은 비빌 구석이 없었다.
[김도하가 못한 건 아닌데 이민기가 너무 어나더클라스] [둘이 비교해놓고 보면 차이가 확 느껴짐]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막 미술학원 등록하고 귤껍질 소묘부터 차근차근 배우려는 고등학생 옆에 업계 경력 7년 차 야수파 유화 화가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있나.
장사가 망할 수밖에.
[커리어는 몰라도 연기력은 진짜 쩐다] [김도하 커리어 좋은데?] [아니, 김도하 말고 이민기]이민기의 연기력이 재평가받는 순간이었다.
연기력이 적당히 좋은 와중에 선구안이 좋은 신인 배우에서, 우선 연기력으로 찍어누르는 1티어 신인 배우로.
그는 자기 말을 실천했다.
말 그대로, 김도하를 집어삼켰다.
대중의 시선에 비친 이민기는 김도하를 저울 삼아 밟고 올라갔다.
* * *
햇볕이 화창하게 내리쬐는 오후.
“흐아암.”
이민기가 근처 서점의 벤치에 앉은 채 길게 하품을 내쉬었다.
“저거 이민기 아니야?”
“그냥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겠지.”
주위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얼굴을 열심히 감춘 덕분에 흔치는 않았다.
두꺼운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아까 저 사람 비율 봤어?”
물론, 이 세상에는 꽁꽁 감춘다고 해도 안 감춰지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연예인인가?”
“야, 저기 네 남친 지나간다.”
“……그랬으면 좋겠다.”
요새는 슬슬 거리에 나가기가 힘들다.
특별히 티가 나는 행동을 안 하더라도, 주위에서 워낙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러했다.
지금도 산책하는 정도만 가능할 뿐.
어딘가에 눌러앉는 건 그 자체로 행사가 되어가고 있는 하루하루다.
‘지금은 그나마 밖에 나오는 게 되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안 되겠지.’
이민기가 푸른 하늘을 슬쩍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상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요즘 워낙에 비상식적인 사건에 많이 엮여서 그런가. 가만히 평화롭다는 사실 하나로 힐링이 되네.’
일상이라는 게 너무 평범해서 간과하기 쉽지만, 막상 놓칠 시기가 되면 한없이 소중해지는 게 또 일상이었다.
특히 연예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
유명한 일화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은 동네 마트에서 쇼핑도 못 본다고 했던가.
그래서 친구들이 아예 마트를 통째로 임대해서 일반인의 하루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고 했지.
‘설마 아무리 유명해져도 거기까지 뜨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마이클 잭슨은 너무 나갔지.
이민기는 작게 웃기를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이 많은 시기야.’
당장 다온과 있었던 일도 그렇다.
입수한 핸드폰에 담겨 있던 자료들 정리도 거의 끝나가겠다.
밖에 까발린다면 까발리기는 까발려야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끝이 아니다.
다온 논란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고민이라면, 여기에 더불어 배우로서의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슬슬 새 작품을 시작할 때가 되긴 했는데.’
작품 활동이었다.
JC 측에서도 슬슬 이야기를 꺼내왔다.
[쉴 만큼 쉰 것 같습니다.]곧바로 촬영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한두 작품쯤 눈여겨 두는 게 좋을 거라나.
그래야 제작진과 일정을 협의하기도 수월하다고 하고.
또한, 아무리 떴다고는 하나 신인인 이상, 대중의 눈에 들었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점도 있었다.
[신인 배우의 유명세는 순간적으로는 불타오를지 몰라도 그게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원 히트 원더로 끝나고 싶지 않다면,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 게 좋습니다.]박한모 매니저의 조언이 있었다.
[물론, 성공한 작품을 촬영한 뒤이니, 신작에서 혹여 실패할까 두려우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설령 실패한 작품이라도 일단은 찍는 게 중요합니다.]그래, 찍는 건 괜찮아.
하지만 문제라면 역시 어느 작품을 찍는가 하는 거지.
이민기가 골똘히 생각에 잡혔다.
‘이 시기에 잘나가는 작품이라.’
사실, 잘나가는 작품 자체는 많다.
이민기는 성공할 작품의 명단도 대강은 꿰고 있었다.
그 안에서 고르자면 박한모 매니저의 우려와는 달리 실패할 가능성도 작겠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어느 작품을 [찍고 싶은가]하는 것이었다.
‘상업적인 성공도 좋긴 좋겠지. 하지만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은데.’
모처럼 성장에 본능적으로 끌렸다.
‘호아킴 폴 조나단이 그랬지. 상업적인 거 두세 작품 찍었으면, 예술적인 것도 한 작품은 찍어보라고.’
그게 제일 밸런스가 좋다나.
배우로서의 성공과 성장을 같이 챙길 수 있는 황금 패턴이라고.
상업적인 작품만 찍으면, 점차 그쪽으로 연기폭이 고정돼서 장기적으로 발전이 없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지도는 상업영화가, 실력은 예술영화가 만들어 준다.]예술이라.
예술이 땅기긴 하는데.
예술적이면서도 적당히 몸을 다채롭게 쓰는 작품 없을까.
“으으으음.”
결정이 쉽지는 않다.
대충 아무거나 고르자니, 한번 촬영하면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활동을 좌지우지할 터.
아무 작품이나 막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성적이 좋은 작품을 골라서 찍자니, 이미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나.
그의 손으로 성적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거.
‘카페 델 디아가 이렇게까지 뜰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 말인즉슨, 역으로 그가 참여하며 성적이 추락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잘 골라야 한다.
그와 캐미가 잘 맞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에휴, 그래도 돈 없고 몸 아파서 고민하던 때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기는 하다.’
그렇게 온갖 가능성을 고민하며 발이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걷기를 한참이었다.
“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썩 익숙한 장소가 눈앞에 있었다.
바로.
‘잼 액팅스쿨이네.’
그가 졸업한 연기 학원이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몸이 외운 길로 걸어버린 것.
‘와, 소름.’
대체 얼마나 이 학원에 의식이 묶여 있었다는 거야.
이 정도면 거의 연어 아닌가.
하지만 그 동시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기 학원이다.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기에 대해 궁리하는 장소.
어쩐지 데뷔에 목을 매던 시절로 돌아오는 기분도 든다.
‘그래, 어쩌면 여길 둘러보다 보면, 뭐라도 하나 감이 잡히지 않을까.’
이민기는 그런 생각에 발걸음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장을 마주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그 사람은 인터뷰 하나 찍자고 붙잡을 것 같으니까.
‘흠, 보자.’
복도를 걷고 있으려니, 연습실마다 연습에 열중한 사람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연기 연습을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아, 토푸스, 그대는 어째서 이런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몸을 감춘 것인가요. 여긴 습하고 어두워요.”
“미켈라, 나는 이제 밝은 곳에 나갈 수 없는 몸이 되었소.”
“누구나 빛을 쬘 수 있어요.”
“그대도 내 추한 몰골을 보면 생각을 바꿀 것이오.”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과장된 합을 맞추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훕!”
“좋아! 더 탄력 있게 다시!”
서커스를 하듯 공중제비를 뛰면서 몸을 푸는 사람도 있었다.
‘유연하네.’
저건 좀 신기하다.
몸을 굴리는데 작은 트라우마가 있는 이민기이니만큼, 저렇게 삐끗하면 다치기 쉬운 동작을 보면 경외감이 들 때가 잦았다.
‘뭔가 감이 올 것도 같은데.’
즐겁다.
뭔가 더 보면 팍 꽂히는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앞으로 한 걸음.
딱 한 걸음만 더 걸으면 보일 것 같은데.
뭘까.
뭔가 보일 것 같은데, 안 보일 것 같은 이유는 뭘까.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에 머릿속 안개가 잠깐이나마 걷히며, 그 끝을 잡을 수 있겠다는 조짐을 믿고 성큼성큼 걷던 와중이었다.
‘어?’
잼 액팅스쿨의 구석.
의도치 않게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연습실에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혼자 무릎을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썩 익숙한 사람이었다.
‘선아 씨?’
유선아.
근래 들어 모임에서도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던 그녀가, 여전히 연습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왜 저렇게 눈가가 퉁퉁 불었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