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85)
운빨로 탑스타-85화(85/200)
제85화
‘선아 씨?’
유선아였다.
잼 액팅스쿨 동기로서, 동기 사이에서도 특출난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
유선아가 눈물이라도 잔뜩 흘렸는지, 퉁퉁 불은 얼굴로 연습실 바닥에 애처로이 앉아 있었다.
‘선아 씨 되게 오랜만…… 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 선아 씨가 우는 사람이었나?’
상상치 못한 모습에 이민기가 머리를 망치로 때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유선아가 어떤 사람인가.
긍정이 넘치다 못해, 부정적인 마음이라고는 먼지 한 톨만큼도 안 비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자면 웃는 얼굴 외에는 아예 떠오르지도 않을 지경.
그런데 혼자 저러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까 요즘 모임에 얼굴도 자주 안 비치셨던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
최근 몇 달 사이에 급격히 만나는 빈도가 줄어든 그녀였다.
이민기가 데뷔한 초기에는 김아성 트레이너 아래에서 김탁과 함께 거의 매주 한두 번씩 만나 다 같이 연기를 봐 줬지.
당장 극히 최근까지도 그 스터디 모임을 이어 나갔고.
다만, 유선아의 참석 빈도가 줄어들었다.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와중이었다.
“……!”
유선아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민기가 있는 복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
외계인이라도 본 듯 화들짝 놀라서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민기 또한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여 창문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러고 숨죽이기를 잠시.
‘왜 숨지?’
굳이 숨을 이유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걸 눈치챘을 무렵.
드르륵!
문을 연 유선아가 째려보며 말했다.
“민기 씨, 저랑 잠깐 이야기 좀 할래요.”
* * *
딸그락.
커피 캔을 들고 온 이민기가 유선아에게 슬쩍 넘겼다.
“여기요.”
“…….”
“아니, 마시기 싫으시면 마시고.”
“그건 아니고요. 주세요.”
유선아가 한숨을 내쉬더니 커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캔을 딴 순간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이민기가 그녀를 슬쩍 바라보고는 물었다.
“깜짝 놀랐네요.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제가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말 안 해도 되고요.”
그 순간이었다.
불과 한마디에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적막함이 흐르기를 잠시.
이민기가 손가락으로 턱을 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원래 위로라는 게 이렇게 어려웠나?’
빡세네.
드라마 속 [성진우]는 위로 연기도 잘했던 것 같은데, 막상 사람 하나 위로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니까 할 말이 없어졌다.
물론, 성진우라는 캐릭터도 눈치는 더럽게 없는 캐릭터다.
외모와 연출이 힘입어 작중 위로 장면이 그럴듯해졌을 뿐, 사회에서 그런 식으로 사람을 위로했다가는 동네 뒷산에 매장당하기 딱 좋으리라.
‘작품 속 캐릭터들은 남 위로도 쉽게 쉽게 잘만 하던데.’
이민기가 다시금 눈을 깜빡이며 머릿속 데이터베이스를 뒤적여 보았다.
주위에 참고가 될 만한 사람이 없을까.
‘아성쌤처럼 해볼…… 아니다. 그쪽은 도움이 안 되지.’
김아성이 할 말도 뻔히 떠오른다.
[잠깐, 민기 씨, 이쪽, 이쪽 봐 봐. 사진 한 장만 찍자. 어? 어? 왜 고개 돌려.]이상하게 아성쌤은 그게 어울린다.
하지만 보통 남이 한다면 죽빵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리라.
‘그럼 김탁?’
아니다.
김탁만큼은 안 된다.
생각만 해도 멍청한 표정이 떠올라 바로 제외했다.
주위에서 좀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박한모 매니저님이랑 서정우 이사님?’
아니다.
그 둘은 때때로 이성주의가 과한 나머지, 공감 능력을 싹둑 절제한 사람들이다.
울고 있으면 그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하라며 팩트폭행을 박으리라.
‘나란 사람은 주위에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이렇게 없군.’
놀랍다.
이민기가 짧은 인재풀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떨어졌어요.”
갑작스레 유선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
“떨어졌다고요. 오디션. 하아, 이번에는 붙을 줄 알았는데, 또 떨어졌어요. 벌써 9번째 연속이에요. 이번에는 불합격 통지도 안 주더라고요. 제 지인은 붙었다고 해서, 뒤늦게 알았어요.”
“아…….”
적막을 깨고 한순간에 쏟아진 말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적절했다 보니, 이민기가 비로소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구나, 오디션에 탈락하셔서 풀이 죽었던 거구나.’
그렇지.
배우 지망생이 상처를 입고 토라진다면 대부분 이게 원인이겠지.
왜 이걸 상상도 못 하고 있었을까.
뻔했다.
‘선아 씨도 떨어질 수 있지.’
유선아라는 사람이 그의 동기 중에서도 유달리 뛰어난 사람인 탓이었다.
이민기가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 그녀가 데뷔까지 그렇게 오래 걸렸던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 오디션에서 만에 하나 떨어진다는 가정 자체를 안 했던 것이리라.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원래 이때쯤 데뷔했던 것 같은데.’
대강 기억하고 있다.
이민기가 반복된 탈락에 쓴 고배를 맛보고 있었을 때, 유선아가 곧바로 데뷔해서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유선아의 이미지는 그런 것이었다.
“……민기 씨, 저 우습죠?”
“네? 전혀요.”
우스울 리가.
반박하려고 해도 워딩을 고민하는 참인데 유선아가 입을 열었다.
“민기 씨는 학원 다니셨을 때, 그렇게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기운이 넘치셨잖아요.”
“아.”
“그런데 막상 제가 그렇게 되니까 못 그러겠어요. 그렇게 해 보려고 했는데, 못 하겠어요.”
그렇지.
떨어지기는 엄청나게 떨어졌지.
머쓱한 기분에 이민기가 머리를 굴려 입을 열었다.
“음, 그때 저는 떨어지는 게 당연했잖아요? 워낙 자주 떨어지니까 오히려 별로 데미지를 안 받았달까요.”
“아니요. 아픈 게 당연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민기 씨가 그만큼 잘 견디셨던 거겠지요.”
영 공감하지 못한다는 말투였다.
유선아가 살짝 토라진 듯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
“맨날 웃기만 하긴 힘들어요. 민기 씨를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한없이 긍정적일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데, 역시 전 그렇게 못할 사람 같아요.”
어두웠다.
말을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어두웠다.
평소 긍정의 아이콘인 유선아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구나.’
이민기도 내심 그녀의 기분을 짐작했다.
‘선아 씨 눈에 나는 한없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였구나. 내가 선아 씨를 그렇게 바라봤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오해했다.
지금의 그는 한없이 단단한 멘탈로 버티고 버텨, 고생 좀 하다가 데뷔하고 빠르게 빛을 본 사람이리라.
하지만.
사실, 현실의 그는 조금 달랐다.
조금이 아니지.
훨씬 크게 달랐다.
“사실은 저요.”
한참을 가만히 이야기만 듣던 이민기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부정적인 사람에 가까웠다.
이 세상의 매사를 부정적으로 봤던 사람 말이다.
“네? 민기 씨가요?”
유선아가 지금 무슨 말을 하냐,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한 순간이었다.
이민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제가 또 부정 탄 거로는 일가를 이뤘거든요. 어려서부터 제대로 뭘 성공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
성공이 무엇이냐.
평생 실패만 반복하다가, 어디 이름도 못 들어본 사기꾼 소속사에 들어가서는 등만 잔뜩 뜯어먹히고 인생 망했다.
서른 넘어서도 그러고 살려니 부끄러움을 차마 못 견뎌서 가족과 연락도 끊었다.
부정적인 사람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지.’
한없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던 그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도 있는 법이었다.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생을 긍정하는 법이라면 또 알았다.
“선아 씨, 그거 알아요?”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이민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는 말.”
“……복수요?”
이 상황에 복수라니.
영 문맥에 안 말을 꺼냈다는 표정으로 유선아가 이민기를 바라본 찰나.
이민기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네, 복수. 그것도 아주 처절한 복수.”
이민기는 자기가 생각하는 말이 스스로 보기에도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작게 뱉고는 말했다.
“저는 오디션 떨어질 때마다 생각했거든요. 심사관들한테 복수하고 만다고.”
“어떻게요?”
“음, 그런 말 있잖아요. 유명한 정신승리. 내가 성공하는 게 곧 복수라고.”
“성공이 복수가 돼요?”
“그런 거죠.”
이민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기 몸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절 떨어뜨렸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겠어요.”
“그거는…… 아.”
유선아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작게 탄성을 뱉었다.
이민기가 자그맣게 웃으며 말했다.
“투자상품 하나 놓친 기분이겠죠? 실기라도 가서 떨어뜨렸으면 모르겠는데, 서류에서 다 걸러버렸으니까. 전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요.”
“운이 나빠서?”
“그냥 운이 나빠서 그랬을까요?”
이민기가 큭큭 웃었다.
따지고 보면 저 말이 맞기는 하지.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인정받는 게 기쁜가 하면, 저평가를 받았다는 게 못내 분하고 그렇죠. 오디션에서 날 떨어뜨린 건, 내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던 걸 테니까요. 어지간하면.”
“…….”
“전 그래서 맨날 생각했어요.”
이민기가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잔뜩 성공해 주겠다. 나를 깔봤던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성공해서 TV 방송에 나와서, 나를 떨어뜨렸다고 하나하나 명단을 말해주겠다.”
“……그렇게나요?”
“제 말 아직 끝 안 났어요.”
“아, 넵.”
“후배들이랑 동기들한테 다 말할 거다. 저기에서 나 오디션도 못 보게 했다고. 서류에서 다 떨어뜨렸다고. 사람 보는 눈 지지리도 없다고. 천하의 이민기를 떨어뜨린 사람들이라고요. 인터넷에서 제 말이 캡처돼서 떠도는 상상도 했어요.”
“……이제 끝난 거 맞죠?”
“아뇨, 한참 남았죠. 하지만 더 말하면 추해질 테니까 여기에서 그만할게요.”
유선아가 피식 웃었다.
이민기도 그 웃음에 섞인 의미가 보였는지, 부끄러워 작게 웃고는 말했다.
“유선아 씨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쪽에서 감히 주제도 모르고 선아 씨를 깔봤으면, 더 좋은 곳에 가서 보란 듯이 복수해야죠. 그리고 또 성공해서, 극장에 걸린 내 모습을 보고 배 아파서 속이 뒤집혀 보라고. 기사에 천만 배우로 나온 내 모습 보고 평생 후회하라고.”
가능성은 작다.
애초에 오디션에서 누구 하나 떨어뜨렸다고, 그 사람이 훗날 성공했다 한들 마음에 담아두고 후회에 쩔어서 살 사람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드물겠지.
그러니까 그냥 정신승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신승리가 맞다.
하지만 정 고통스러울 때는 정신승리가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만화 속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이민기가 거듭 말했다.
“사람이 긍정적인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복수심 같은 개똥 같은 마음이라도 필요하다면 보약이죠.”
어디까지나 그의 지론이었다.
무엇이든 양분으로 삼고, 나아가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된다고.
자기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데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속 터져야 할 상황에도 웃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신병이죠. 공자도 답답해서 뺨 한 대 때릴걸요.”
“제 뺨을요?”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그냥, 그,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렇게 우물쭈물하기를 잠시.
“후후.”
유선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이 상황이 못내 웃겨서, 육성으로 내뱉지 않고서는 차마 못 버티겠다는 것처럼.
그러더니 아예 큭큭 몇 번 더 웃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외쳤다.
“이 XXXX들아!!! XXXXX!! 내가 XXXX―― XXXXX!! XXXXX!”
“…….”
내가 뭐 잘못 들었나.
영화에 나왔더라면 그대로 15세 판정이 받을 것만 같이 걸걸한 말에 이민기가 움찔한 찰나, 유선아가 후련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민기 씨 말이 맞아요. 사람이 굳이 맨날 웃기만 할 필요는 없죠.”
“……그렇죠?”
“세상이 X 같으면 X 같다고 말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다음 순간이었다.
유선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금 환하게 웃는 얼굴을 지었다.
평소 그녀의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유선아가 비로소 말했다.
“고마워요. 민기 씨 덕분에 방향이 조금 잡힌 것 같아요.”
“……도움이 됐다면야 다행인데요.”
도움 된 거 맞을까.
그러면 좋겠는데.
이민기가 작게 웃고 있으려니 유선아가 입을 열었다.
“저요, 이번 주말에 해외에 오디션 보러 가려고요?”
“해외요?”
그 말에 이민기가 작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디션을 보면 보는 거지만, 해외로까지 가서 보고 그러나.
보통 국내에서 다 때우지 않나.
지방에서 최종 오디션을 보려고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정도라면 모를까.
국내 사람이 기획사에 지원하려고 해외로 나간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아니, 있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였더라?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긴가민가한 마음에 고민하고 있으려니 유선아가 거듭 말했다.
“네, 회사가 해외 기업이랑 합작으로 만든 곳인데, 요즘은 글로벌 진출을 생각한다면서, 오디션도 해외 측 투자자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들은 찰나였다.
“잠시만요.”
쏟아진 말에 이민기의 머리가 독한 술을 들이킨 듯 아찔하게 돌았다.
이민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그 기획사 이름이 뭐예요?”
“왜요?”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제가 아는 곳일지도 모르니까.”
“아시기는 아실 텐데.”
유선아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3Y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인데요.”
3Y.
그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
“허.”
이민기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아니요. 들어본 곳이라.”
들어봤지.
그것도 아주 많이.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만큼 들어봤지.
‘아주 악독한 곳으로.’
3Y.
그러니까 한국과 중국, 미국에서 이름이 Y로 시작하는 세 명의 사람이 힘을 합쳐 세웠다는 이 합작 회사는 말이다.
배우들을 해외 오디션을 빌미로 불러내, 데뷔를 미끼 삼아 노리개로 부려 먹었던 곳이었다.
말로만 오가던 베게 영업을 정말로 실행했다는 곳.
그러니까, 김도하가 행동대장으로 군림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이 쓰레기들.’
이민기의 머릿속으로 작게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인내의 실이겠지.
조금만 더 시간을 두려고 했더니,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며칠.
앞으로 그가 불과 며칠만 더 주저했더라면 유선아가 피해자가 됐으리라.
아니, 확실하다.
만에 하나 그가 유선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며칠 뒤 그녀는 해외로 가서 새로운 피해자가 됐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그의 마음속 도마 위에 부엌칼이 꽂히듯 단단한 결심이 세워졌다.
‘당장 조져야겠다.’
주말에 떠날 생각이라고 했나.
정했다.
주말이 오기 전에 조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