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90)
운빨로 탑스타-90화(90/200)
제90화
‘이민기 개X끼, 이민기 개자식. 이민기 개X끼, 이민기 개자식. 이민기 개X끼, 이민기 개자식. 이민기 개X끼, 이민기 개자식.’
황인구 대표가 이를 벅벅 갈며 사무실을 성난 발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평소의 다온이었다면 그의 눈치를 살필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었겠다만, 안타깝게도 이번만큼은 없었다.
왜냐.
[퇴사하겠습니다.]사건이 터진 직후, 직원의 태반이 다온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마땅한 인수인계라고 할 것도 없이 화끈하게 떠나버렸다.
그중에서도 선봉장에 선 인물이 있었으니.
‘김종혁 이 새끼, 쥐뿔도 없는 놈을 먹여다가 키워줬더니 주인을 물어?’
다름 아닌 김종혁 이사였다.
원래부터 타 회사에 스카웃 제안을 받고 있었다 하는데, 그쪽으로 자기 측근들을 데리고 한꺼번에 떠나버렸다나.
평소 불만이 있는 건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길 줄이야.
물론, 김종혁 이사의 사정도 들어볼 일이기는 하다.
그에게서 인사권을 철저하게 빼앗고 수족처럼 부렸던 게 황인구 대표 본인이니까.
‘생각해 보면, 그 새끼도 이상할 정도로 이민기를 좋아했어.’
과거를 떠올린 황인구 대표가 발걸음을 멈춰 섰다.
‘이민기를 뽑자고 하길래 그걸 거절했더니, 여태껏 원한으로 품고 있었던 건가?’
원인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신인이 된 사람을 뽑자고 그렇게 사정사정했는데, 황인구 대표에게 취향 문제 운운하며 거절당했으니 가슴속에 응어리가 남을 수밖에.
하지만.
‘업계 굴러가는 상황을 알 만큼 아는 놈이 이런 찌질한 짓을 해?’
황인구 대표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엔터 사업이 장난인가.
이쪽에서 거른 신인이 다른 곳에 가서 떴다고 배 아파하려면 못 버틸 일이다.
‘이민기, 이민기, 이민기. 왜 전부 네놈이랑 연결되어 있는 거지?’
머리가 부글부글 끓었다.
김지환과 트러블이 생긴 것도 이민기 때문.
김종혁 이사가 떠난 것도 이민기 때문.
힘겹게 손을 잡은 제약사, 아이브리엄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도 아마 이민기 때문.
무엇보다도.
‘이민기, 그 자식이 제보 따위를 하다니.’
다온의 급소를 찌른 것도 이민기였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인구 대표의 자업자득이었다.
김종혁 이사의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줬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터.
아니, 괜히 손 봐주겠다고 청부업자만 안 보냈어도 됐다.
아니, 이것조차도 아니다.
김도하를 보내서 약점을 잡느니 마니만 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아니, 더 있다.
평소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구인모, 그 개자식이 뒤통수를 친 건가?’
JC의 구인모가 수상하다.
심증만 있어야 할 것들이 왜 물증이 속속들이 나타난단 말인가.
‘아니지, 김도하 그 버러지가 배신을 때렸을 가능성도 있어.’
이상할 게 없었다.
세상의 그 누가 그를 배신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주현우? 이도경? 임진욱? 유성빈? 곽성호?’
끝이 없다.
평소 쌓아온 업보가 있어, 의심해도 의심해도 답이 보이질 않았다.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인간불신에 걸리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황인구 정도만 되어도 찔릴 구석이 너무 많아, 온몸이 선인장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니.
“……크으으으윽.”
두개골 깊숙이까지 차오른 열을 견디다 못한 황인구 대표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민기 그놈을 찔러 봐? 아니다, 아직 안 푼 게 많아.’
이 지경까지 와서도 그쪽에서 언론에 이민기를 차마 못 찌르는 이유도 있었다.
하나.
얽힌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다온에서 그깟 배우 하나 건드리다가 문제가 터졌다고 알려져 봐라.
즉시 납치당해 콘크리트에 파묻힌 채 서해 앞바다에서 발견될 터.
그리고 두 번째.
이민기가 보유한 증거자료가 어디까지 남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컸다.
‘패를 숨겨? 대체 뭘 노리는 거지?’
민감한 패가 많다.
모를 수가 없는 패들이.
그걸 까발리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건, 여지를 둔다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이민기의 입장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서 걸렀을 뿐이다.
민감한 부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
단순히 그뿐이었다.
하지만.
‘뭔가를 노리고 있다.’
이게 황인구 대표에게는 차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에게 타인의 상처란 감춰 줘야 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
대가 없는 호의란 호구의 전유물에 불과했으니까.
그와는 사고 자체가 달랐기에 본질에서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지경에 다다른 황인구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앞으로 투자자들에게서 명절 선물인 양 쏟아질 고소장 숫자나 세는 것밖에.
“으아아아악! 이민기 이 XXXXX!!”
빠가각!
황인구 대표는 놋떼 요툰스 마크가 새겨진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사무실 가구를 마저 박살 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속으로 고약한 욕을 중얼거리면서.
‘이민기…… 잘 알아둬라,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물론, 망상으로만 말이다.
* * *
다온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된 한편, 천국의 동사무소를 보듯 조용한 JC 사무실.
서정우 이사가 나긋나긋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배우님.”
“네.”
“왜 숨기셨습니까.”
“그게요.”
“솔직하게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
“…….”
이민기는 심문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심문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면.
“클럽에 가는 건 괜찮습니다. 여자랑 어울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희 측에 구체적인 상황 정도는 알려주셔야, 어떻게 언론에 대응이라도 할 것 아닙니까.”
이민기가 말을 숨긴 것에 관해서였다.
다른 건 몰라도, 퍼진 사진에 대해서는 말을 얼버무렸던 게 컸기 때문.
그러다가 뒤늦게 해명이 나왔으니 JC 입장에서도 눈길이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저는 솔직히 배우님께서 정말로 성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정을 숨기려고 한 거겠거니 하고요.”
서정우 이사가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서슬 퍼런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그 옆에서는.
“에이, 민기 씨한테는 그런 숫기 없다니까.”
김아성 트레이너가 깔깔 웃으며 연신 과자봉지를 부스럭거렸고.
“트레이너님은 빠지십시오.”
“내가 민기 씨 가르쳐 봐서 아는데, 민기 씨는 연기에 미친 사람이야. 여자보다 연기가 더 좋다니까. 저러다가 연기랑 결혼할걸.”
“빠지시라고 했습니다.”
“빠진 건 민기 씨가 연기에 빠진 거고.”
골치가 아프다.
김아성 트레이너의 트롤링을 버티다 못한 서정우 이사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그게요.”
이민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찌 됐든 사건에 얽힌 사람이니까, 뭐라고 말 한마디는 해야겠지.
‘진짜 몸통이 드러난 거에 비하면, 이 선에서 마무리된 게 차라리 낫기라도 하고.’
이민기가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신인 배우가 클럽 갔다는 거 들키면 혼날까 봐.”
“혼 안 냅니다. 서른두 살 아이돌이 연애했다가 들켰다고 청문회 하던 시절도 아니고, 애초에 민기 씨는 아이돌도 아니지 않습니까.”
조곤조곤하다.
그래서 더 사무친다.
이쯤 되면 할 말은 대충 다 한 것 같은데, 뭐라고 잔소리가 더 날아올까 레파토리가 기대되는 참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씁쓸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전부 배우님이 걱정돼서…….”
쾅!
사무실 문이 급히 열리더니 한 직원이 들어오며 외쳤다.
“소유 배우님 열애설 터졌대요!”
“네?”
“지금 기사 나오고 난리에요! 14살 연상 남자 배우랑 같이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손잡은 사진이…… 전화도 안 받으셔요.”
“어딥니까. 지금 바로 갑니다.”
황급히 돌변한 반응에 이민기는 다소 황당해진 기분으로 되물었다.
“이사님, 언제는 연애해도 된다면서요. 소유 배우님 저랑 동갑….”
“그분은 아이돌 출신이십니다.”
“…….”
아 그렇구나.
그 사람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도 이제 알았네.
서정우 이사님, 조리 있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 은근히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씀하신다.
‘에라이, 모르겠다.’
마침 잔소리를 더 듣기도 지겨웠던 참이기에, 이민기는 맞춰 주기로 했다.
“다녀오십시오.”
“다녀와서 마저 이야기합시다.”
그렇게 서정우 이사가 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난장판이다.
이제 더 어떻게 말이 나올까 싶다가, 신작 준비할 겸 연기 연습이나 운동이라도 더 하러 가려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민기 씨.”
김아성 트레이너가 큭큭 웃더니 그를 불렀다.
“네?”
“앞으로는 그런 거 하지 마.”
“거짓말이 좀 나쁘긴 했죠?”
다시금 둘러대려는 순간이었다.
김아성 트레이너가 듣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더니 말했다.
“아니, 위험한 일 하지 말라고. 어디 가서 제보하고 그러는 거.”
“……!”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차마 김아성 트레이너의 입에서 들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말에 이민기가 움찔한 찰나였다.
“일을 저지를 거면 회사에다가 상의라도 하고 저지르던가. 혼자서 뭐 하는 짓이야. 그러다가 진짜 칼빵이라도 맞으면 어쩌려고. 황인구 대표 그 사람 정신병자라고 여러 번 말했잖아. 민기 씨, 무슨 첩보영화 찍어?”
서정우 이사의 잔소리와는 다른 방향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촌철살인처럼 이어진 말에 이민기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동공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선생님, 그거 어떻게 아셨.”
“말했잖아. 나 아는 사람 많다니까. 다 방법이 있어요.”
“……아는 사람 많아요?”
김아성 트레이너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니, 그냥 일부 사이에서만 말장난으로만 돌지. 대부분 루머 취급이야. 신인 배우가 찔러서 회사 터뜨렸다는 말을 누가 믿어. 하지만 민기 씨, 또 모르잖아? 루머가 반복해서 이어지면 뭐다?”
“……팩트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 고쳐매면?”
“그놈이 범인이다.”
“옳지, 알았으면 조심하라고.”
김아성 트레이너가 피식 웃더니 아예 일어나면서 말했다.
“선아 씨랑 탁 씨한테는 비밀로 해 줄 건데, 앞으로는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말이라도 해. 아이고, 서러워서 쓰겠나.”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에서 떠나갔다.
서정우 이사에 이어, 김아성 트레이너마저 떠난 뒤. 어느새 혼자 남은 이민기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 지금, 낚인 건가.’
분명 루머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팩트라고 검증해 줘 버렸네.
하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믿음직한 공범 하나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 * *
사건이 대강 정리되었다.
20명이 넘는 연예인과 10명이 넘는 경찰 관계자가 법의 심판 앞으로 끌려가면서 말이다.
여의도에서는 아예 법을 하나 새로 만들려는 모양새였고.
[‘김도하법’ 입법 예고]물론, 이런 범죄라는 게 늘 그렇듯 제대로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걸리리라.
하지만 적어도 전생의 어중간하게 무마되었던 [김도하 스캔들]과 이번 생의 [김도하 스캔들]은 달라도 많이 다르겠지.
‘후련하네.’
이민기가 큼지막하게 기지개를 켰다.
‘진짜 그동안 피곤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네.’
말은 안 했다만, 그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워낙에 컸다.
길거리에서 청부업자한테 노려지고.
범죄 클럽에 끌려가고.
증거 수집해다가 제보하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니, 어지간한 강심장이라 한들 하루아침에 폭삭 늙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일.
‘이러고도 아직 목숨줄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운이 좋아지긴 했어.’
이민기가 목을 더듬었다.
옛날이었다면 이게 상반신에 온전히 붙어 있기나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비일상적인 행보도 대충 끝났다.
이민기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딴 데 눈 돌리지 말고, 연기에만 집중하면서 안전하게 살아야지.’
연기에만 집중하기로 말이다.
그간 너무 일이 많았던 바람에, 카페 델 디아를 촬영했던 게 3년은 지난 일 같다.
이제 하루하루가 연속된 하루일 것이다.
나 이민기, 앞으로는 배우 외길을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걸어가겠다.
대한민국의 치안은 전적으로 경찰에게 위임하겠다!
그렇게 결심하며, 이민기가 다시 한번 대본을 읽으려는 찰나였다.
“뭐예요, 벌써 또 신작 준비해요?”
그런 모습이 믿기질 않는다는 듯 옆에서 누군가가 감탄을 터뜨렸다.
“와, 진짜 초인. 민기 씨는 어떻게 이러지? 사람이 아니다.”
김탁이었다.
이 특유의 호들갑도 듣다 보니까 어느새 익숙해진 이민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요. 쉴 만큼 쉬었잖아요. 카페 델 디아 촬영하고 벌써 1달이 넘게 지났는데, 슬슬 새 작품 준비해야죠.”
“그게 그 작품이고요?”
“네, 감이 와요. 이건 명작이 될 겁니다.”
“아무리 작품이 좋다고 그렇지, 꼴랑 한 달 쉬었다고 바로 시작하는 게 우욱.”
이민기가 뭐라 항변하려는데, 옆에서 유선아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러니까요. 1년에 한 작품만 찍어도 성실한 축에 드는데, 민기 씨는 남들 몇 배를 찍고 계시잖아요?”
“찍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요.”
“정작 광고는 별로 안 찍고요. 남들은 작품 하나에 광고 대여섯 개씩 마구마구 찍는데.”
“……그쪽에는 별로 찍고 싶은 작품이 없어서.”
이민기가 헛기침을 뱉었다.
‘그러고 보니까 진짜 열심히 하기는 했어.’
쉬는 타이밍도 없이 찍어댔구나.
하지만 어째서일까.
딱히 쉬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
어쩌면 오래오래 쉬었던 시간만큼 갈증도 쌓였던 걸지도 모른다.
“민기 씨 같은 분이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저희 같은 새싹이 진입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가뜩이나 레드오션인데.”
유선아가 하소연을 흘리며 바닥에 늘어지려니, 옆자리에 앉아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던 김아성 트레이너가 키득키득 웃었다.
“얼씨구, 선아 씨랑 민기 씨랑 지망생 생활했던 게 얼마나 차이 난다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선아 씨답지가 않네.”
“저 다운 게 뭔데요?”
“있잖아. 밝고 상쾌하고 긍정적인 거.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확실히 유선아의 캐릭터가 원래 그렇기는 했다.
어떤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기합 한 번에 털어낸 뒤 전력 질주할 것 같았지.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람이 조금 변했다고 해야 하나.
굳이 말하자면, 그래.
‘인간미가 생겼네.’
이민기가 웃음을 짓고 있는데 유선아가 말을 이었다.
“왜요, 동기 중에 잘나가는 사람 있으면 되게 부럽고 그러거든요? 민기 씨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 봐요. 내 세월은 어디로 갔나 막 신경 쓰이고.”
“에헤이, 그런 걸 누가 모르나. 나도 안다. 그보다 원래는 민기 씨를 룰모델 같은 거로 여기지 않았나?”
“아뇨, 앞으로는 민기 씨를 라이벌로 여기기로 했어요.”
“……라이벌? 라이벌?”
난데없이 튀어나온 단어를 김아성 트레이너가 작게 중얼거린 찰나.
분위기가 침묵에 빠져들었는데.
“…….”
정적 속에서 유선아의 뺨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딱히 라이벌이라고 선언한 게 부끄러워서는 아니고, 그냥 주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저렇겠지.
그 모습에 김아성이 큭큭 웃으며 말했다.
“민기 씨, 그렇다는데?”
“음, 그렇네요.”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이민기는 좌뇌와 우뇌 아이큐를 합쳐, 100은 넘고 180은 넘지 못하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야 라이벌이 생기면 좋죠. 탁 씨가 됐든, 선아 씨가 됐든.”
그렇다.
환영이다.
경쟁자가 늘면 나도 열심히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재밌는 연기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새로운 배우들의 연기라는 점에서 그러했다.
가뜩이나 보던 작품만 계속 반복해서 보는 참이다.
새 작품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새 연기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얼른 두 분 다 데뷔해서 좋은 작품…….”
이민기가 이어서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긴급 속보입니다.]TV 스크린 속 아나운서의 입에서 썩 재미있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연예기획사 3Y의 대표, 용도국이 국외 출장을 준비하던 중,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 경찰에게 체포되었습니다.]그러니까,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이번 김도하 스캔들의 주범 중 하나인 3Y의 대표가 현장에서 잡혔다는 말.
여기에서 3Y라는 곳은 김도하가 속한 기획사 중 하나이자.
“뭐야, 선아 씨가 오디션 준비했다던 거기 아니야?”
김아성의 말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