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98)
운빨로 탑스타-98화(98/200)
제98화
차분한 분위기의 사무실.
한 남자가 옷장에서 코트를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현장에서 보니까 느낌이 아예 다르더군요. 배우님께서 괜히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유규언 대표였다.
최근 [패션 앤 패션]에 의상 협력으로 참여한 쇼핑몰의 사장 겸 디자이너.
딸그락.
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 옷 한 벌을 골라 들더니, 시선을 돌려 이민기에게 발걸음을 향하며 말했다.
“박력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더군요. 오디션 때 이미 배우님의 연기력을 보기는 했지만, 현장에서는 대사 하나에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 과찬이시네요.”
“연기하는 현장을 보면 거의 배우님의 모습만 보이더군요.”
그 말에 이민기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상대역 배우님들이 다 배려해 주셔서 그래요. 아무래도 제가 작중에서 주연이니 많이 도와주신 거죠.”
겸손하게 나온 대답에 유규언 대표가 차분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민기 특유의 화법은 몇 번을 듣더라도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저 나이에 저 커리어로 저런 자세를 줄곧 고수할 수 있다니.’
데뷔하자마자 연달아 대박이면 슬슬 자기 잘난 맛에 취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전혀 그런 면모가 없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 않는 선에서 상대를 띄워 준다.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낄 화제로 대화가 흐르지 않게끔 유도하기까지.
“전 운이 좋아요.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랑 같이 작품을 찍을 수 있다니.”
저 짧은 말 한마디에도 깊은 배려가 녹아들어 있지 않나.
이러니 대화를 아무리 나눠도 마냥 편안할 수밖에.
문득, 유규언 대표의 마음속으로 짓궂은 장난기가 슬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라면 어떨까.’
이민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일수록 그 먼지를 한 번쯤은 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과연, 이민기라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밑바닥이란 게 존재할까.
유규언 대표가 작게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말씀드리고 싶군요. 제가 연기를 그리 잘 아는 건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배우님과 상대역 배우분의 격차가 확 느껴졌습니다.”
던졌다.
이건 어떻게 대답할 텐가.
내 눈으로 보기에, 네 연기가 상대방보다 정말로 잘난 것 같아서 그렇게 보인 거라고 말한 거다.
내가 연기를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대답하겠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을 낮출 텐가.
유규언 대표가 자그마한 퀴즈를 던진 순간이었다.
“으음, 그건 말이죠.”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민기가 돌려준 대답은 완전히 다른 방향에 다다라 있었다.
“황의성 감독님의 설계 덕분일 거예요.”
“설계라면?”
“대본부터 시작해서 촬영장의 모든 상황을 제가 주목받게끔 유도하셨으니, 그렇게 비친 거죠. 아주 자연스럽게요.”
시스템 그 자체를 언급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자신을 낮추지 않은 채 타인에게 공을 돌리다니.
유규언 대표가 거듭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배우님께서 실력이 받쳐 줬기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감독님께서도 그걸 안 거지요.”
실례라는 걸 안다.
이런 질문이 이민기에게 못된 대답을 강요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궁금했다.
슬슬 이민기라는 사람이 가진 화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배우님께서 주연인 만큼, 눈에 띄는 실력을 보이셨던 거 아니겠습니까.”
주사위가 던져진 찰나였다.
“감독님께서 절 주연으로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긴 할 거예요.”
그 호기심 속에 선 이민기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게 제가 곧 최고라는 이유는 아닐 거예요. 과도랑 식칼은 둘 다 좋은 물건이어도 용도가 다르잖아요?”
그 대답에 유규언 대표가 내심 감탄했다.
아.
여기에서는 이렇게 빠져나간다는 건가.
자기가 주연으로 발탁된 건, 주연에 적합해서 그랬지 결코 절대적으로 우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건가.
유규언 대표의 장난기를 한숨에 흩트려 버리는 대답이었다.
‘정치인을 해도 되겠군.’
그가 자기도 모르게 웃은 찰나였다.
이민기는 이 짧은 대화가 쑥스럽다는 듯 작게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제가 그동안 짧게나마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요. 현장에서는 무엇 하나 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말을 차분하게 늘어놓던 이민기가 손을 들어 천장의 조명을 가리켰다.
“제가 주연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제게 시선을 주목시키는 조명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절 주연답게 비춰줄 촬영팀 스태프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옆에 놓인 의자를 쓰다듬었다.
“이런 소품도 절 위한 미장셴이 되어 주겠죠.”
마지막으로.
이민기가 몸 위에 걸친 셔츠의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대표님이 만들어 주신 옷도 그래요. 저한테 가장 눈에 띄는 옷을 주셨잖아요?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서 절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거라고 생각해요.”
마침내 유규언 대표에게 돌아왔다.
자칫 불편했을 법한 질문을 돌리고 돌려, 마치 숙련된 태극권 권사처럼 부드럽기 짝이 없는 칭찬으로 돌려주었다.
내가 누구보다도 빛날 수 있었던 건, 네가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받을 수 있는 찬사 중에서 과연 이것만 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죽었다 깨어나서 교훈을 얻은 도인도 아니고, 내가 졌군.’
마침내 유규언 대표는 포기했다.
저건 가식이 아니다.
갈고닦은 화술 같은 것도 아니다.
그저, 타고난 성품에서 배어 나오는 행동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상대역을 존중하며, 그 이상으로 업계의 종사자를 모두 존경하고 있다.
그렇기에 가능한 화법이었다.
‘내가 누구를 평가하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군.’
유규언 대표는 끝내 이민기의 못된 구석을 티끌이나마 캐내기를 포기한 채, 잔잔하게 웃으며 반문했다.
“그렇습니까?”
“네,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거예요. 언제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민기가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이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유규언 대표는 이민기가 상대를 배려한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반만 맞았다.
이민기의 성격 자체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타입인 건 맞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지금까지 나온 질답은 이민기에게 있어서 고민조차 필요 없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변하지 않아도, 세상이 변하면 내 자리가 바뀔 수 있지.’
한차례 실패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뼈가 가루가 되도록 노력했어도 운이 나쁘다는 이유로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았다.
말 그대로 세상이 그를 괴롭혔다.
그렇게 한참을 살다가 과거로 돌아와, 옛날에 살던 그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모두가 그를 돕고 있다.
만나는 이의 태반이 그를 인정하고 그를 존중하고 우대하며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고마울 따름이야.’
세상 모두에게 감사하다.
나도 열심히 하고 있지.
하지만 세상이 그런 나를 알아봐 주기에 내가 세상에서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이민기가 그런 마음을 담아서 거듭 말했다.
“그건 그렇고, 대표님이 이번에 만들어 주신 옷들은 전부 다 예쁘네요.”
“그렇습니까?”
“네, 저도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참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말이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티셔츠까지도 절 위해서 만든 옷 같은 느낌이 있어요.”
“배우님을 위해 만든 옷이 맞으니까요.”
“아, 그것도 그렇지만요.”
이민기가 작게 헛기침을 뱉었다.
사실, 이걸 말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가 기억하는 원본 [패션 앤 패션]과 이번 생의 [패션 앤 패션]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황의성 감독은 그에게 맞춰 대사의 태반을 다시 썼다.
장면 자체도 부분부분 달라졌다.
‘날 위해서 하나하나 장면을 최적화하고 계신 거겠지.’
게다가 의상 협력도 원래는 다른 업체가 맡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유규언 대표가 담당하지 않았나.
‘옷이 정말로…… 다 나한테 맞춰서 아예 새로 다 만들어졌고.’
이게 중요한 점이었다.
기억하고 있다.
원작 주인공의 옷은 전형적인 하이패션에 가까웠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전형적인 모델 패션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뉘앙스가 상당히 많이 가미되었다.
‘유규언 대표님이 제작에 합류해서 달라진 건가?’
사실, 이것 또한 이민기의 행동이 영향을 끼친 것이었다.
그가 성공했기에 그를 모델로 기용한 유규언 대표의 쇼핑몰도 덩달아 성공을 거두었다.
‘원래는 뭐 하셨을까.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엄청 대박 나셨겠지?’
아니다.
한낱 아는 사람만 아는 쇼핑몰에서 끝났어야 했을 쇼핑몰이다.
유규언 대표는 본디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쇼핑몰 운영에서 방황하던 와중, 디자이너로서의 고집을 버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민기를 만났다.
그 덕에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을 유지하며, 동시에 쇼핑몰 운영까지 함께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민기 씨를 안 만났더라면 훨씬 매니악한 옷을 만들었을 것 같군.’
그 끝에 황의성 감독의 눈에 띄었고.
[한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을 하신다고 판단했습니다.] [패션 앤 패션]의 제작진에 합류했다.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졌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갚아 주었다.
모델과 디자이너가 그렇듯, 이들은 한참 예전부터 호혜로운 관계였다.
“좋습니다. 충분히 쉬었군요.”
유규언 대표가 작게 손뼉을 치더니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슬슬 다음 스케줄이 있으니, 손님 오시기 전에 옷 몇 벌만 더 입어보고 일정 마치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 바쁘신가 봐요?”
“배우님 덕분에 말입니다.”
그렇게 짧은 잡담을 마치고 일로 돌아가려는 찰나였다.
끼익.
사무실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제가 너무 일찍 왔나요?”
한 여성이었다.
세련되기 짝이 없는 옷을 한껏 입은 여성.
마치 패션쇼 런웨이 한복판에서 뛰쳐나온 것만 같은 여성이었다.
‘모델인가?’
이민기가 작게 놀라는 찰나, 그 여성 또한 선글라스를 내리더니 그 이상으로 놀란 시선으로 말했다.
“대표님, 그런데 이분…… 이민기 배우님 아니에요?”
맞다.
알면서 그냥 물어봤다.
* * *
런웨이.
모델이 디자이너의 옷을 걸치고 대중 앞에서 패션을 선보이는 것.
가수에게 콘서트가 있다면, 모델에게는 런웨이가 주 무대였다.
그런데 이 런웨이 중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것 중 가장 큰 무대는 무엇인가.
바로.
“서울패션위크에서 오셨다고요?”
서울패션위크였다.
한국의 패션모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환상의 무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패션계에서 그 이름을 인정받으며, 진정한 프로로 인정받게 된다는 게 서울패션위크였다.
커머셜(상업) 패션과 하이 패션이 한데 뭉쳐 앞으로 국내 패션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장소.
모델이라면 누구나 이 무대 위에 한 번쯤은 올라보고 싶기 마련이었다.
물론, 수준으로 따지자면 더 큰 무대도 많다.
하지만 그 명성으로 따지자면 서울 패션 위크 만한 곳이 없었다.
야구로 치면 일본 코시엔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후후, 알아봐 주신다니 고맙네요.”
그 서울패션위크를 주관하는 서울 디자인 재단의 정가연 이사가 싱긋 웃었다.
“모를 수가 없죠. 그 서울패션위크인데.”
이민기가 열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패션모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올라보길 꿈꾸잖아요.”
당장 그가 그랬고 말이다.
서울 패션 위크에 참가해서 진정한 프로가 되고 싶었지.
배우로서 벽을 마주해 막막하던 시절, 다행히도 모델 일로 밥값 정도는 벌다 보니 패션모델 쪽 진로도 알아봤었다.
“배우님도 알아보셨나요?”
“아, 잠깐이요.”
결국, 거기서도 벽을 느끼고 배우 쪽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말이다.
정가연 이사가 이해한다는 듯 눈웃음을 살짝 지었다.
‘하긴, 패션모델은 위로 가면 갈수록 타고난 몸이 너무 중요해지니.’
그렇다.
이민기의 타고난 신체조건이 아쉬웠다.
굳이 신체 비율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키가 문제였다.
이민기의 키는 170대 중후반인데, 이는 여자 모델이라면 모를까 남자 모델로서는 심히 모자란 수치였다.
왜, 엄청난 배경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남자라면 183cm 정도는 찍어야 모델에 도전이라도 해 볼 테니.
‘흠, 그래도 확실히 비율은 좋네.’
물론, 그게 못 되었다고 이민기의 몸이 모델로서 부족하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세상에 모델이 하이 패션 모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커머셜 모델이라면 또 기준이 조금이나마 유해진다.
이민기의 신체조건은 대중적인 수요를 끌어당기는 면모가 있었다.
‘최근 뜬 이유가 있기는 있네. 기억에 남아. 압도적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보고 싶어지는 프로포션(비율)이야. 중독성 있네.’
정가연 이사가 본능적으로 이민기의 신체조건을 훑었다.
‘키는 부족하고 비율도…… 아예 모델로 보면 아쉽지만, 전체적인 아우라가 좋은 건가?’
아우라.
짧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민기에게 자연히 서려 있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게 정가연 이사를 웃음 짓게 했다.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인데.’
본디 다른 용무가 있어서 들린 참이다.
유규언 대표와 패션 위크 관련해서 논의 차 방문한 참인데, 일정이 비어서 일찍 왔다가 이런 운이 따라붙다니.
역시 영업은 발로 뛰고 볼 일인가.
정가연 이사가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고는 이민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배우님께서도 처음에는 패션모델로 데뷔하셨다고 하셨던가요?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죠? 원래 배우를 꿈꾸셨나요?”
“그게요.”
이민기가 잠시 과거를 되새기더니 입을 열었다.
“헬스장에서요.”
“헬스장?”
“네, 열심히 다니던 중에 회원분이 생각지도 못하게 유규언 대표님을 연결해 주셨죠.”
“그렇습니다. 저희 친척분께서 이민기 배우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당시에는 무명이셨지요.”
유규언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만 해도 웃어른의 부탁이다 보니 사실 달갑지는 않았습니다만, 배우님을 만나게 된 게 뭐라고 해야 할까. 근래 제 인생에서는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대표님, 감사하기는 한데 그렇게까지 저 띄워 주시면 남들이 오해해요.”
“진심입니다. 사실이 사실인데, 그걸 사실이라고 하지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저렇게까지 감사 인사를 말하나.
이민기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한결 확고한 감사가 서려 있었다.
그 모습에 정가연 이사가 한층 더 놀랐다.
‘유규언 디자이너가 그렇게까지 고평가를 한다고?’
유규언의 평가이기 때문이었다.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모델을 좋게 평가하는 정도야 흔하다. 애초에 좋게 평가를 안 했으면 협업도 안 할 테니까.
하지만 그게 유규언 대표라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이 사람, 모델 보는 눈이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단순히 같이 일하는 관계가 아닌 건가?’
그녀가 아는 유규언 대표는 워낙에 기준이 까다로운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모델이든 한번 만나면 영감이 고갈돼, 두 번 다시 안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규언 대표의 악명은 업계에서 그럭저럭 자자했다.
그런 그가 대놓고 이렇게까지 칭찬을 쏟아낼 정도라니.
‘흠, 이거 어쩌면.’
고민하기를 잠시.
정가연 이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배우님, 혹시 패션쇼에 관심 없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