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06)
식
이정재를 끝으로 미리 와서 인사할 손님들은 대부분 왔다 갔다.
부모님은 전통 결혼식이 없는 것을 크게 아쉬워하셨다. 이 시기에 전통 결혼식을 많이들 했다. 신식 결혼식을 하더라도 별도로 전통 결혼식을 추가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결혼식도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합동결혼식도 해 줘야겠어.’
미래 호텔 컨벤션 센터나 앞으로 지어질 서울역 백화점에서 치러 주는 것도 괜찮았다.
‘지방에서 많은 하객이 모여들면 백화점 매출과 홍보에 도움이 돼.’
좋은 일을 하고 돈도 버는 일이었다.
“어머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전통 결혼식은 서울에서 할 장소가 없어요. 호텔에서 하는 신식 결혼식만으로도 충분해요.”
전통 결혼식은 일종의 마을 축제였다. 많은 사람을 불러서 배부르게 먹이고 집안의 성세를 과시하는 행사였다.
“결혼식은 축하해 주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법이야.”
많은 사람이 결혼식에 손님으로 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언제나 마찬가지였지만…… 미래 그룹은 단위가 달랐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것이다.
신식 결혼식은 참석자가 축하금을 내었다. 그 답례로 식사와 교통비를 받는 형태였다. 전통 결혼식은 누구나 와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정말 동네잔치였다.
“전통 결혼식을 한다면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일 거예요. 서울에 그런 장소가 없어요.”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이었다. 전통 결혼식을 한다면 서울의 시민들이 다 모일 것이다.
그들을 먹고 마시는 비용과 준비를 어떻게 한다고 해도 장소가 문제였다. 서울 시내에 그럴만한 장소가 없었다. 서울 외곽의 넓은 벌판에서 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소문난 잔치에는 불청객도 오는 법이에요.”
술을 마시고 노는 사람으로 결혼식이 도떼기시장이 될 것이었다.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결혼식은 사양이었다.
“강철이 네 말대로 우리가 전통 결혼식을 하기에는 무리지만…… 뭔가 아쉽네.”
“어머니, 대신에 미래 호텔에서 성대하게 할 것이니 아쉬워하지 마세요.”
이번 결혼식을 위해서 미래 호텔의 전관을 빌렸다. 호텔 전체를 결혼식을 위해 사용했다.
연회장은 모두 결혼식장으로, 객실은 먼 곳에서 오는 손님들이 묵는 곳으로 사용될 것이다.
결혼식에 관련된 것은 미래 호텔과 상사가 맡아서 진행했다. 따로 신경 쓸 것은 없었다. 대신에 초유진과 신혼여행 갈 곳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면 좋을까?
“제주도는 어때요?”
신혼여행이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는 시점이었다. 신혼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간다고 해도 강릉의 경포대나 부산 해운대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이 시대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은 아주 부잣집이었다.
올해 대한 국민 항공사가 서울―광주―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비싼 가격에 승객이 별로 없었다.
“아니, 제주도는 아직 신혼여행지로 불편해.”
제주도의 공항이 재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지 않아 비행기에서부터 숙박, 섬 안에서의 이동까지 여행에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제주도는 앞으로 갈 일도 많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
제주도에 제대로 된 호텔과 렌터카, 택시 서비스도 없었다.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좀 더 나아지고 항공과 호텔들이 발달해야 했다.
생각보다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주목받은 기간은 짧았다. 제주도 다음은 동남아시아였다. 그다음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해외가 어떨까 생각하는데…… 유진이 생각은 어때?
“해외요! 저도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
유진이도 내심 해외를 기대했다. 하지만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자는 말을 쉽게 꺼내기는 힘들었다.
해외여행은 큰마음을 먹고 떠나야 했다. 김포에 취항하는 비행기 노선이 많지 않았다. 비행기 푯값도 장난이 아니었다. 일이 아닌 신혼여행으로 놀러 가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돈을 버는 것도 쓰기 위해서야. 게임의 목적이 끝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더 큰 것은 즐기기 위한 것 아니겠어.’
“유진이는 신혼여행 어디로 가고 싶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포함해서 유럽 여행요.”
‘앗, 실수했다.’
* * *
로마의 휴일이라는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전 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중 일본과 한국에서 유달리 큰 인기를 끌었다.
여성의 로망은 로마의 휴일의 배경이 되는 로마에 한번 가보는 것이었다. 동시에 문화와 예술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에 가는 것이 소원이던 시대였다.
여성들의 로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냥 제주도 가자고 할 때 그러자고 할걸.’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많은 환승을 거쳐야 했다. 비행기의 성능도 좋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여행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 여행은 명소가 많았다. 그곳을 둘러보는 힘든 일정이었다. 유럽 패키지여행과 비슷했다.
신혼여행에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저번 회차에 유럽을 여러 번 다녀온 입장에서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는 곳이었다.
소매치기와 도둑이 많아 기대하는 것보다 신혼여행지로 별로였다. 영화는 영화, 드라마는 드라마. 현실과 차이가 컸다.
‘신혼여행은 종일 하다가 힘이 빠지면 한 번씩 열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휴양 여행이 최고인데…….’
아쉽게도 몰디브와 같은 대규모 휴양 리조트는 개발되지 않았다.
‘카리브 쪽은 지금도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 있을 것인데…… 그곳까지 가는 것은 생각해도 아찔하군.’
최소한 비행기를 4~5번을 갈아타고 이틀 이상을 가야 할 것이었다. 신혼여행지는 이왕이면 가까운 곳이 좋았다.
‘L.A가 있긴 있는데…… 아직 별장이 없는 게 아쉽군.’
이학수와 베벌리 힐스에 매입한 땅에 아직 저택이 올라가지 않았다. 별장을 지으려면 최소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려 해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 괜히 이야기를 꺼냈어.’
대한민국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 최대의 재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 *
“오빠,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세요?”
“응. 어떻게 하면 유진이에게 최고의 신혼여행을 선물할까 고민 중이었어.”
입에서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정말요? 오빠가 최고예요.”
“그런데…… 로마와 파리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두 군데를 동시에 가기에 유진이가 힘들 거야.”
“두 군데 다 가고 싶은데…….”
‘입이 방정이야. 이왕 저질러진 것 한 군데라도 줄이자.’
“유럽은 신혼여행을 하고 온 후에도 자주 가게 될 거야. 한 번에 한 곳을 보고 오는 게 더 나아.”
이탈리아를 구경하고 프랑스를 함께 여행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교통수단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비행기를 타면 되지만 그러면 명소만 구경하는 여행이 되었다. 신혼여행은 한 장소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좋았다.
‘신혼여행은 느긋하게 즐기러 가는 여행인데…… 이동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미술관을 운영하려면 루브르 박물관도 가 봐야 하고 로마의 유적지도 가 봐야 하는데…….”
유진이가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다. 결혼 후에 미술관을 운영하게 될 것이니, 그곳들에 가 보고 싶은 것 같았다.
“미술관을 운영하려면 미술품이 많은 루브르가 좋지 않을까? 그게 더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유진이 생각은 어때?”
‘이왕이면 동선이 적은 루브르가 낫지. 그만큼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오빠 말대로 루브르가 더 나은 것 같아요.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루브르도 안 다녀왔다면 좀 그렇겠죠?”
“그래, 루브르는 필수 코스지.”
유진을 미술관 운영으로 꾀어서 로마의 휴일을 이겼다. 파리는 오래된 서양 문화의 중심지였다.
르 모리스와 데 그랑 불바르, 르 브리스톨 파리, 리츠 파리 호텔 등 프랑스 파리에는 오래된 최고급 호텔이 즐비했다.
‘로마보다는 파리가 느긋하게 신혼여행을 떠나기에 나아.’
최고의 선택지로 신혼여행지를 파리로 정했다. 신혼여행에서는 잠자리가 제일 중요했다.
‘이것은 선진 호텔을 구경하고 미래 호텔에 적용하기 위해서야.’
동시에 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최고의 재벌은 노는 것도 비즈니스였다.
* * *
결혼식 날이 되자 수많은 사람이 결혼식장으로 몰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미래 힐튼 호텔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정·재계와 언론계를 포함하여 미래 그룹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다 모였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건설 정 사장님.”
“김포 공항 건으로 아직도 그런 것은 아니겠지?”
“이번 일로 잊겠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네.”
‘다음에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줘야지.’
사소한 감정은 묻어 두었다. 베트남 전쟁 때 그가 맡게 될 공사 몇 개는 미래 건설이 맡을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동방예의지국의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하객으로 온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제일 제당의 설탕과 미래 수산의 통조림 세트를 하나씩 돌렸다. 이 시기는 설탕과 참치 통조림 세트가 답례품으로 큰 인기였다.
‘스팸도 좋지만…… 남 제품을 팔아 줄 필요는 없지.’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식사를 위해서 호텔 내의 뷔페와 레스토랑들이 풀로 가동되었다. 참석자들은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호텔 식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 결혼식은 한동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결혼식으로 기록이 될 것이었다. 많은 신문기자가 결혼식을 취재하기 위해 호텔로 운집했다. 미래 호텔의 홍보에도 도움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누구나 한 번은 이용하고 싶은 호텔이 될 거야.’
결혼식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내일 신문의 머리기사로 결혼식에 관한 기사가 대서특필 될 것이었다.
―세기의 결혼식. 미래 그룹 부회장 이강철 씨, 모델 초유진 양과 미래 힐튼 호텔에서 화촉을 밝히다.―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성대한 결혼식, 대한민국이 들썩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초유진 양, 결혼 신부들의 본보기가 되다.―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특히 초유진의 결혼 드레스가 압권이었다. 드레스는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든 순백의 드레스였다.
머리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보석 티아라를 썼다. 목에는 아름다운 광채를 뿌리는 진주 목걸이를 걸었다. 손가락에는 청혼 때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여져 있었다.
마치 어느 나라의 공주님 같았다. 그녀는 이곳에 온 모든 여인의 부러움을 샀다.
‘김 비서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데…… 조심해야겠어.’
그녀의 눈빛이 개구리를 노리는 뱀과 같았다. 순간 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결혼식의 주례는 제일 그룹의 회장이 맡았다.
“이강철 군은 미래 그룹의 부회장으로서……. 초유진양은 미스 미래로서…….”
정치인들은 좀 그렇고 해외에서 온 인사들도 애매했다. 그나마 제일 그룹의 회장이 제일 나았다. 이번 결혼의 답례품에 설탕이 포함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지루한 주례사가 끝나고 결혼식이 마무리되었다. 결혼식장을 나가는 길에 팡파르가 울리고 의장대가 늘어섰다. 신혼부부가 걷는 길에 맞추어 꽃잎이 휘날렸다.
호텔 앞에는 화려하게 치장된 멋진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타고 한남동의 집으로 향했다.
신혼여행을 가기 전에 하룻밤을 집에서 머물렀다. 서로가 잊을 수 없는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잊을 수 없는 밤을 위해 많이 준비했어.’
최고의 순간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