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23)
불사
“미래 그룹도 한국에서 금융업에 뛰어드실 생각이십니까?”
이학수가 오해했다. 설마 미국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금융업은 이미 하고 있잖아. 미래 그룹에서 주택 할부 금융과 보험을 하고 있어.”
“그것 말고 이곳과 같은 증권업 말입니다.”
학수가 증권업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주식 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었다.
“아직 한국은 증권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어.”
이 시기 한국의 증권 시장은 제 기능을 못 했다.
“이곳처럼 투자 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말이지.”
“맨해튼에 투자 은행을 말입니까?”
“한국에서 불가능하지만, 미국은 투자 은행을 설립하기 어렵지 않잖아.”
“미국의 거대 투자 회사와 경쟁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에는 대형 투자 은행이 있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 스탠리와 같은 회사는 투자금의 규모가 엄청났다.
“그들과 경쟁할 필요가 있겠어? 이곳에는 소규모 투자 회사들도 많잖아.”
미국은 투자 회사의 개설이 쉬웠다. 아주 작은 규모에서부터 큰 것까지 다양했다.
“그러면 그만큼 수익이 적지 않겠습니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어? 대형 투자 은행도 처음에는 작았다고.”
“그건 그렇습니다.”
“작은 성공을 쌓아 나가면 세계적인 투자 회사가 될 수 있지 않겠어?”
“작은 성공을 쌓아서 성장해 나간다…… 멋진 말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이루기 어렵다고 규모가 큰 미국 금융 시장을 바라만 보는 것은 아깝지 않아?”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 따먹기 힘들다고 신 포도가 아니었다.
“우리도 한입 베어 물어야지.”
“맞습니다. 그것은 아주 탐스러운 과실입니다.”
미국 증권 시장은 아주 탐스러운 과실이었다.
* * *
채권과 증권 거래와 같은 금융업은 변동성이 심했다. 선물과 옵션 기법이 가미되면서 그것이 더 심해졌다.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견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곳은 고위험, 고수익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이 모든 이들에게 고위험, 고수익의 시장은 아니었다. 미래의 큰 흐름을 아는 사람에게는 저위험, 고수익의 시장이 될 수 있었다.
JP모건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 국채를 헐값에 대거 사들이면서 큰 부를 쌓았다. 당시 다른 많은 금융인이 프랑스가 국채를 갚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여 마구잡이로 투매했다.
그렇게 증권 시장에 나온 프랑스 국채를 JP모건이 쓸어 담았다. 그가 그렇게 과감하게 국채를 사들인 것은 프랑스의 경제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도박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판단이야.’
그는 유럽을 돌아보며 프랑스의 상품과 식품이 유럽 전체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파악했다. 그런 나라가 전쟁에 한 번 패배했다고 망할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 당시 프랑스는 유럽에서 땅과 인구가 많은 부국이었다. 프랑스가 피해 보상금을 갚고 국채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막대한 부를 얻었다.
그것이 JP모건 투자 은행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전 세계의 금융업계는 미래 그룹이라는 블랙 스완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다.
단기적인 흐름은 아무리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알아맞힐 수 없었다. 그것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큰 흐름은 변함없이 진행될 것이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져도 국채를 갚을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것처럼…….
근본적이고 변화가 힘든 것은 잘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많이 있을 것이었다.
‘큰 흐름에 투자하면 많이 먹을 수가 있어.’
현재 베트남에서 남북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 미국의 참전은 시간문제였다. 미국의 참전과 패배에 금융 시장이 또 한 번 크게 움직일 것이다. 그때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의 중동 전쟁은 큰 변동 없이 발생할 것이었다. 오일 쇼크도 역사와 다르지 않게 발생할 것이다.
오일 쇼크에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을 칠 것이고 그것의 영향과 결과를 알고 있는 미래 투자 은행은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플라자 합의와 엔고의 발생과 그에 따른 일본의 부동산과 증권의 거품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일본만 남의 불행으로 돈을 벌라는 법은 없지. 이번에는 한국이 일본을 이용해 주겠어.’
JP모건이 프랑스의 국채로 큰돈을 번 것과 같은 막대한 돈을 안전하게 투자 회사로 벌 수가 있었다.
‘쉽게 엄청난 돈을 벌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줘도 못 먹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어?’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 * *
“학수,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곳에 투자해 봐. 우선 이곳의 선진 투자 기법을 배우라고.”
“부회장님, 선진 투자 기법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선물과 옵션과 같은 다양한 파생 상품들이 있잖아. 그것도 배워 두라고.”
선물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선물을 포함한 파생 상품은 이미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고 시장이 컸다. 오래되지 않아 옵션과 같은 상품도 증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도 선물은 알고 있었다. 상사는 선물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있었다. 그 위험성을 잘 알았다.
“분산 투자를 하면 괜찮아. 원래 그런 상품들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품이야. 보험과도 비슷하지.”
“보험 말입니까?”
“선물은 보험이면서 도박이야.”
생산자나 공급자에게는 보험, 투자자에게는 도박이었다.
“방향성을 파악하고 적절히 투자하면 괜찮아. 이번에 경험을 쌓아 두라고.”
“알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시장에는 선진 투자 기법으로 부르며 사기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
파생 상품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모든 돈을 안전한 금융 투자에만 넣을 생각은 아니었다.
금융 시장의 큰 흐름을 안다면 2(고위험):8(저위험)이든, 1:9 등 일정 비율을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고수익의 파생 상품에도 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지만 큰 흐름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고 수익이 높았다.
‘1이 10이나 100이 될 수도 있어.’
심하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면 상당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JP모건이 거둔 프랑스 국채와 같은 안정적이면서 고수익 상품은 많았다.
“회사는 어떻게 설립하실 것입니까? 미래 그룹 산하로 넣을까요? 아님. S.P.A처럼 부회장님 명의 유한 책임 회사(LCC) 형태로 할까요?”
“3백만 달러를 줄 테니, 내 이름의 LCC로 만들어. 이름은 미래 투자 은행으로 하고.”
“음…… 미래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미래 그룹과는 별개의 회사가 되겠습니다.”
“그게 편해. 아무래도 미래 그룹은 한국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으니. 미국에서 하는 사업은 그룹과 분리하는 것이 좋아.”
역사적인 흐름은 생각보다 안 바뀌는 것이 많았다. 바뀌더라도 세부적인 내용만 변경되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인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 * *
3·15가 발생하고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전국에 걸쳐 발생했다. 군부 내부의 쿠데타도 일어났다. 그런데 그 결과는 조금 달라졌다.
군부 소장파들의 쿠데타가 더욱 이른 시점에 발생하고 내전 양상으로 커졌다. 내전에서 소장파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들이 나서서 대통령을 몰아냈다.
그들의 명분은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하여 자신들이 통치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 정권의 부패에 메스를 대었다.
정치 깡패들을 구속하고 가두었다. 재벌도 정경 유착과 부패로 잡아들였다. 군부는 사회에 대한 강력한 사정의 바람으로 전국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갔다.
일부 사람 중에는 그런 군부의 행동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 정부의 부정부패는 심각했다. 정치 깡패뿐만 아니라 재벌들도 국민의 손가락질 대상이 되었다. 군부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내세워 선동했다.
‘결국 정치는 저번 회차와 비슷하게 돌아가는군.’
정권은 바뀌었지만, 한국 사회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재벌 중 일부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돈을 받고 풀어 줄 것이었다.
군부의 사정 바람은 국민의 마음도 얻고 정치 자금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것이 1961년이 아닌 1960년에 발생했다.
5·16이 날짜만 다르게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었다. 군부는 대통령을 사면하고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과 군사 정권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겠네.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되겠어.’
미국이 한국의 혼란에 개입했다. 지금 돌아가면 나를 함부로 구속할 수 없었다. 이때를 기다렸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겠어.”
“아무래도 그러셔야겠지요. 회장님이 군부에 잡혀있으니.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군부를 만나서 아버지를 풀어 달라고 해야지.”
“그런데 지금 부회장님이 돌아가셔도 되겠습니까?”
‘돌아가도 괜찮으니 돌아가는 거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래 그룹이 잘못한 것이 없지 않아?”
“회장님도 잘못하셔서 잡히신 것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군부에서 10대 재벌 그룹 총수들을 일괄하여 잡아넣었다. 정경 유착과 비리, 탈세들을 조사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니 내가 가야지. 미래 그룹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어? 그들도 잘못한 것 없는 사람을 계속 잡아 두지는 못해.”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부회장님. 세상은 꼭 잘못한 사람에게만 벌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한국에 머물렀으면 나도 잡혀갔을 것이다.
“알고 있어, 학수. 반대로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그 차이가 뭔지 않아?”
“그 차이가 뭡니까?”
그에게 세상의 변하지 않는 진리에 대해서 말했다.
“그것은 힘이야. 미래 그룹은 그럴 능력을 갖췄어.”
“힘이라…… 저희가 그 정도로 강합니까?”
이학수의 말은 미래 그룹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막을 정도로 강하냐는 말이었다.
“그래. 학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래 그룹의 힘이 더 크다고. 지금도 커지고 있지.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자신을 가지라고. ”
“뭔가 부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사나이의 가슴이 뛰는군요.”
이런 말이 그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그로기 상태인 그에게 마지막 어퍼컷을 먹였다.
“내가 너의 큰 우산이 되어 줄 테니 넌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면 돼.”
“…….”
“세상의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전 세계를 우리의 손아귀에 넣자고.”
“네. 그리하겠습니다, 부회장님. 아니, 앞으로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학수가 소설을 너무 많이 봤어. 주군이라니. 뭐…… 그의 주인이 된 것이니 주군이나 다름없기는 하지.’
이학수가 마지막 어퍼컷에 녹아웃되었다.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단순히 직원, 고용인에서 부하, 아랫사람이 되었다. 그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
이학수는 앞으로 전략 기획실장으로 미래 그룹과 나를 섬기게 될 것이었다. 뉴욕에 온 목적 중 또 다른 하나를 이루었다. 초유진에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알렸다.
“이번 미국 여행은 어땠어?”
“디즈니랜드도 가고, 맨해튼의 미술관과 경매장에도 들리고. 상당히 즐거웠어요.”
“나도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았어. 가끔은 이렇게 미국으로 여행을 올까?”
“저는 좋아요. 유럽이든, 미국이든 자유롭게 해외에 가 보고 싶어요.”
자유롭게 해외를 갈 수 있는 것은 이 시대 재벌만의 특권이었다. 아무나 이렇게 다닐 수 없었다. 그것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군사 정권이 들어서면 해외여행에 여러 가지 제약을 둘 것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이 이렇게 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내로 들어가도 되겠어요? 한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좀 더 이곳에 있다 가는 것이 좋지 않아요?”
초유진은 이러한 시기에 한국에 돌아가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했다. 거기에 미국에 좀 더 있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걱정하지 마. 그들도 나를 어쩌지를 못해. 오빠를 믿어.”
“네. 언제나 오빠를 믿었어요.”
‘오빠는 안 믿어도 미래 그룹의 힘은 믿어도 돼. 미래 그룹은 그들이 건드리기에는 너무 커.’
이렇게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오르는 비행기에서 하나의 말이 떠올랐다.
‘대마불사.’
이 말이 잘못 사용되기는 하지만 사실이었다. 너무 큰 것은 죽이기가 어려웠다.
자신도 함께 죽을 생각이 없다면……. 그리고 나는 이미 그들이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지, 자신을 희생하여 국민을 위해서 그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그들도 무모하게 모험하기 어렵지.’
권력의 과실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을 차 버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가서 아버지 문제도 해결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