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27)
주도형 성장
국가 재건 최고 회의 부의장에게 한 말은 사실이었다. 합법적이지 않은 군사 정권이지만 국가 정상화를 위해 협조할 생각이었다.
미래 그룹이 군사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을 몰아내고 민주정권을 세울 힘은 아직 없었다.
미래 그룹이 재벌이지 군벌이 아니었다. 그럴 무력도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다.
‘변수가 많아지면 예측이 어려워져.’
군사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정부가 제대로 돌아갈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4·19 후에 민주 정부가 들어섰어도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군사정권이 들어설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재벌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이번은 국가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 협조하는 것뿐이다.
“아직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부할 생각은 없소?”
“미래 그룹은 다른 방법으로 이바지할 것입니다.”
“어떻게 말이오?”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국내로 반입하는 것이지요.”
“수출 말이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그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출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오?”
수출이 중요하다는 것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이 시대에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저번 정부의 경제 정책은 틀렸습니다.”
* * *
1950년대 경제학자(라울 프레비쉬, 뮈르달, 루이스)들 대다수가 수입 대체가 개발 도상국의 산업화 및 경제 성장 촉진에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해법은 잘못된 것으로 후대에 판정이 났어.’
미국(UN)은 개발 도상국을 지원하면서 수입 대체 정책(Import Substitution)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그에 따라서 많은 개발 도상국이 그것을 따랐다.
UN의 지침에 따라 저번 정부에서 수입 대체 정책을 사용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수입 대체 정책은 가계로 친다면 수입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소비를 줄이는 정책이었다.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가계가 잘 되려면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갑으로 들어오는 수입 자체를 늘려야 했다. 그 단순한 이치를 사람들이 몰랐다.
수입 대체 정책으로 개발 도상국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후 정책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것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수입 대체가 주류 의견이었다. 부의장도 수출의 중요성을 몰랐다. 군사 정권 초기에 전 정부와 같이 수입 대체 산업을 지원했다.
수출 진흥 정책으로 바꾼 것은 외채가 늘어서 무역 적자가 심해지고 난 이후였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미국의 경제가 점점 안 좋아지게 된다. 미국이 전 세계에 뿌리던 원조와 차관을 줄이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았어. 군사 정권을 묵인해 준 거지, 지지한 것은 아니야.’
미국이 원조와 차관이 줄이자 한국은 외환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외화가 있어야 원재료를 수입하고 수입 대체 산업도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무역 적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에 외화가 부족해졌다. 원조와 차관으로 편하게 먹고살던 시절이 갑자기 끝났다.
곧 무역 적자와 외화 부족이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뒤에 부랴부랴 수출 진흥 정책을 펼쳤다. 그러한 실수를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1년이라도 더 빠른 시기에 수출 진흥 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에 이득이야.’
* * *
“수입 대체로는 현재의 외화 부족 문제를 해결 못 합니다.”
“저번 정부의 수입 대체 경제 정책이 틀렸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들이 잘못했단 말이군……. 더 말해 보시오.”
군사 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해 명분이 없었다. 전 정권과 차별화가 필요했다. 저번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듣기 좋았다.
“국가에서 수출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정으로 치면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입니다. 남자가 밖에서 돈을 잘 벌어와야지 가정이 풍요롭지 않겠습니까?”
“수출이 남자의 일이란 말이오?”
“맞습니다. 수출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일, 수입이 그 돈으로 먹고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녀는 상관없지만…… 누군가는 돈을 벌어와야 했다.
“둘 다 중요하지만, 우선 남편이 밖에서 돈을 충분히 벌어 와야 생활이 안정되지 않겠습니까?”
“그대의 말이 맞소. 남자가 밖에서 돈을 잘 벌어 와야 가정이 편안하지.”
“제가 말하고 싶은 것도 그것입니다. 수출을 잘해야 나라가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그가 군인이지만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군사 정권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먹고살 만해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 수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이야기가 편해지겠군.’
사실 이 정권은 누구보다 국민의 눈치를 많이 봤다. 깡패 소탕과 재벌 구속, 막걸리, 소탈한 이미지 모두 그 연장선이었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라는 이름 자체가 국민의 열망을 담은 표현이었다.
‘강한 척하지만…… 언제나 불안해했지. 그가 의심이 많고 변덕스러운 것도 이유가 있어.’
불안한 사람이 오히려 더 강한 척했다. 그것이 공포 정치로 나타났다. 북한과 이번 정권은 닮았다.
‘그런 그를 이용해서 빨리 수출 주도로 나가야지.’
“그대의 말대로라면 미래 그룹이 한국에서 제일 돈을 잘 버는 남편이군.”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지요.”
* * *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그대의 말은 정부에서 수출을 많이 하는 미래 그룹을 지원하라 그 말이오?”
“그걸 조금 부드럽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수출 기업들이 편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이지요.”
“그게 그거지 않소.”
“지원하지 않더라도 수출을 막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마시라는 말입니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가 수출 기업에 뭘 방해했다는 말이오.”
‘아주 많이 했지.’
또 목소리가 높아졌다.
‘원래 저런 사람이야.’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말을 했다.
“우선 비행기와 선박의 운항 제한을 풀어 주십시오.”
“이미 어느 정도 풀어 주지 않았소.”
“출항하는 어선이나 선박, 비행기 등에 군인이 탑승해서 검색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어선과 수출선의 출항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큰 배의 경우는 그러한 수색에 며칠, 몇 날 밤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선박의 운항이 지연되었다.
“그것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밀항을 막기 위한 일이오.”
“그게 빈대를 잡느라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 아닙니까? 그런 몇몇 사람들을 잡기 위해 출항하는 모든 배와 항공기를 수색하다니요.”
“…….”
“너무 시간과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입니다. 그런 사람 몇몇이 도망친다고 나라에 무슨 일이 생깁니까?”
“……그게 정말 비효율적이오?”
“못 믿겠으면 현장에서 확인해 보십시오.”
“…….”
시간이 지나면 이 문제도 결국 상부에 보고되어 제한이 풀리게 된다. 그것보다는 먼저 이야기해서 푸는 게 좋았다.
이런 조언과 제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부하들에게 그런 보고를 받으면 그의 신뢰도 얻게 된다.
‘일종의 확증 편향이지.’
100% 신뢰하지 않더라도…… 미래 그룹이 하는 일과 제안한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50% 정도는 믿게 될 것이었다.
* * *
“알겠소. 그것도 최고 회의에서 재검토하겠소.”
제안이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졌다. 현재 그의 주변에 경제에 대해서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쿠데타로 다양한 포고령과 경제를 억제하는 정책이 실행되었다. 그 결과로 나라의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러한 상황에 주위에 해결책이나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제대로 없었다. 그는 그러한 부분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힘으로 억제한 국민의 불만이 언제 터져 나올지 몰랐다.
“그것 외에 국가 재건 최고 회의가 들어줄 것은 없소?”
‘왜 이리 쉬워? 좀 더 까다로운 줄 알았는데…….’
그가 경제 정책에 관한 조언이 절실하던 참에 내가 나타났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참으며 말을 들어 주고 있었다.
“우선 몇 사람들 바로 풀어 주시죠.”
“누구를 말이오.”
“산업부의 안 차관을 포함하여 경제 관료들입니다.”
“그들은 그대와 친한 사람이 아니오.”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풀어 주라는 말은 아니었다.
“동시에 그들은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안 차관의 경우는 전 정부에서 수출과 경제에 대해서 잘 아는 인사입니다.”
군사 정권도 잘못을 알고 그런 사람들을 풀어 주고 받아들인다. 그런 시행착오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를 중히 쓰시면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와 그들은 비리가 있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번 정권도 뒤집어야지. 군인들의 비리도 얼마나 심한데.’
안 차관이나 경제 관료들은 부패한 전 정권에서 일한 만큼 오물이 묻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안 쓰면 일을 맡길 사람이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게 국가의 중요한 경제 정책을 맡길 수 없습니다. 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에게 그 일을 맡기시겠습니까?”
“그대의 말대로 학생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지.”
‘중앙정보부를 학생과 같은 아마추어라고 비유한 거라고…….’
무엇보다 무능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쓰는 것이 나았다.
‘무능한 중앙정보부보다는 경제 관료가 훨씬 능력 있고 깨끗하지.’
“알겠소. 그들을 풀어 주겠소.”
그도 결국 전 정부의 관료들에게 경제를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결단을 빠르게 했다.
“그들과 함께 동대문 상인회의 이정재를 풀어 주십시오.”
* * *
이정재를 풀어 달라는 요구에 그는 반대했다.
“그는 깡패가 아니오? 깡패를 풀어 줄 수는 없소. 사람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오.”
군사 정권이 권력을 잡으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깡패 척결이었다. 이것은 국민에게 인기를 얻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인기를 얻기 위해 펼친 정책에 억울하게 잡혀 들어간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풀어 줘야 했다.
“그가 예전에 깡패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대문 상인회의 회장으로서 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깡패 일에서 손을 뗀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음. 그래도 깡패였던 것은 사실이 아니오.”
“지금은 동대문 시장 재개발과 현대화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동대문 시장은 이번 재개발로 서울과 대한민국의 중요한 시장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미래 건설의 주도하에 동대문 시장 재개발과 현대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동대문을 시장을 의류와 패션, 화장품들에 특화된 시장으로 개발할 생각이었다.
그곳에 미국의 S.P.A와 같은 대형 할인점과 복합 쇼핑몰과 같은 한국형 S.P.A를 세울 생각이었다.
동대문 시장이 대한민국의 중요 도매 및 소매 시장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동대문 시장의 현대화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일에 그가 필요합니다.”
“……음. 그 일에 그가 필요하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도 풀어 주라고 하겠소.”
동대문 시장의 재개발과 현대화는 이정재가 없어도 가능했다. 그래도 그 핑계로 그를 구해주는 게 좋았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필요해. 사람의 신뢰를 얻으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 줘야 하는 법이야.’
믿음과 신뢰는 등가 교환이었다.
이정재나 이미자뿐만 아니라, 미래 그룹을 위한 일이었다. 최고의 재벌은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
“잡혀간 사람들을 엄밀하게 살펴봐 주십시오. 죄 없는 사람은 풀려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시에 이 일은 군부에 의해 억울하게 끌려간 사람을 풀어 주는 일이었다.
“최대한 노력해 보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저번 회차보다는 억울한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 작가의 말: 참고 자료―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은 5·16 이전 민주당 정권에서부터 입안된 것입니다. 이 글에는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지 않았으므로 군사 정권에서 시작된 것으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