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29)
와 관계 정리
국가 재건 최고 회의 부의장은 자기 부하에 의해 내부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보안이 허술해서야, 밑에 부하들 단속을 잘해야겠어.”
잘못된 생각을 정정해 주었다. 괜히 부하들을 닦달하면 미래 그룹만 미움받는다.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 아니니 부하들을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대가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소?”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넘겨짚은 것뿐인데…….’
대충 짚었는데 맞추었다. 화폐 개혁은 손쉽게 통치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었다.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하기도 했고. 안 봐도 비디오지.’
군사 정권이 화폐 개혁을 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설명했다.
“그것이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무슨 근거로 말이오.”
“과거에 이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로마전부터 수많은 화폐 개혁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921년부터 1923년 사이에 독일에서 일어났던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이었다.
‘인간은 변함없이 같은 똑같은 잘못을 한다더니.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가?’
경제 교과서에 자주 소개되는 주제였다. 경제를 아는 사람이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과거의 전례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조선 흥선 대원군 시절에 당백전이 있지 않습니까?”
흥선 대원군의 당백전 발행으로 생긴 혼란과 문제는 한국에서 유명했다. 군인인 그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대가 역사를 잘 아는 모양이오.”
“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조선에 끼친 영향은 잘 알고 있죠.”
“그게 어떤 영향을 가져온다는 말이오?”
‘정말 그것도 모르고 화폐 개혁을 한 거야? 설마?’
조선말 흥선 대원군은 무리하게 경복궁 재건 공사를 추진한다. 왕실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돈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했다.
결국, 재정이 부족하게 되었다. 공사비 마련을 목적으로 100전짜리 당백전을 무리하게 발행하게 되었다. 가치가 없는 동전을 100전으로 강제로 유통했다.
그 결과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것이 기울어가는 조선에 큰 타격을 입히고 흥선 대원군의 큰 실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화폐 개혁은 인플레이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함부로 하면 위험해.’
나라에 돈이 부족해서 화폐 개혁을 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번에 10환을 1원으로 만드는 것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이 일은 화폐의 가치가 10분의 1로 하락한 것과 같았다.
그 정도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겠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확실했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니지.’
모든 것은 자신의 가치를 찾아 움직인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래 그룹은 손해를 보면서 외화를 풀었다. 더욱 늦게 달러를 국내에 들여왔으면 많은 환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큰 이익을 포기했는데…….’
이득을 포기한 것도 일종의 손해였다. 군부가 화폐 개혁을 실시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그것의 결과는 대규모의 인플레이션과 국가 경제의 혼란입니다.”
군사 정권에 의한 화폐 개혁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 화폐 개혁은 위험합니다.”
“화폐 개혁은 필요하오. 국정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오.”
“그게 문제입니다. 국가에서 돈이 필요하면 세금으로 해결해야지요.”
국가와 가정 재정의 기본 원칙이었다. 수입과 지출은 균형을 이뤄야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이 잘 안 지키고 쉬운 방법을 찾았다. 편법은 편하지만…… 그 부작용이 컸다.
“화폐 개혁으로 재정을 마련하려고 하면 시장도 그것을 압니다. 얻은 재정만큼 물가가 상승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시장은 인플레이션으로 보답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은 간접세였다. 간접세는 아주 평등하면서 불평등한 세금이었다.
“그럼 어쩌란 말이오. 그대가 돈을 내어 줄 것이오?”
기승전 돈을 내어놓으라는 말이었다.
“이번 정부의 목표가 부정부패 척결이지 않습니까? 그것만 제대로 해도 필요한 재정 마련은 가능할 것입니다.”
“세상이 모두 그대의 생각처럼 되는 것은 아니오.”
군사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할 생각이 없었다. 강하게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국민의 환심을 얻기 위해 보여 주기 정책이었다.
‘누구 말대로 세금을 제대로 내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 없어.’
그것은 부정부패에 대한 핑계였다. 부정부패는 군사 정권에서도 변함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치인과 재벌들이 비자금과 뒷돈으로 챙기는 것이 얼마인데……. 핑계 없는 무덤이 없지.’
부정 축재를 하는 사람이 정치인에서 군인으로 바뀐 것이다. 정경 유착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오.”
“그것은 세금을 제대로 걷기만 해도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오.”
“재벌에게 벌금으로 환수하게 될 돈을 아껴 쓴다면 한동안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소.”
‘모두 정치 자금으로 쓸 생각인가?’
밀가루와 고무신 선거 시대였다. 이번 회차도 군부가 정권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정치에 뛰어들 모양이었다.
“세금을 걷을 공무원이 없소.”
“…….”
공무원의 규율을 잡는다고 모두에게 사표를 받아 대량 해고했다. 남은 공무원도 군에 입소시켜 군사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이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나.’
“그러니 빨리 국가의 시스템을 정상화해야지요. 기업인과 관료를 풀어 주라고 말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지금은 화폐 개혁보다 국가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먼저였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대에 화폐 개혁까지 한다면 그 파급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화폐 개혁을 한다면 우선 경제가 안정화된 다음에 하십시오. 그래야 충격이 작을 것입니다.”
군사 정권은 기업인들을 풀어 주면서 그들에게 대규모 벌금을 매겼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돈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돈을 줄이면 기업들에 환수하는 벌금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 * *
지금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이번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나누어 줄 포상금이었다. 성공한 쿠데타로 전리품 분배, 돈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부의장은 자신을 따르는 군인에게 정부의 요직과 함께 돈을 보상하고 있었다. 충성심은 돈과 자리에서 나왔다.
‘다들 한몫 보려고 단단히 작정했어. 국가와 민족은 무슨…….’
나라를 위해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서였다. 군인의 욕심은 전 정권 정치인에 못지않았다.
‘이러니 그렇게 돈을 뿌리고도 선거에 질 뻔했지. 국민이 모두 바보가 아니라고…….’
“앞으로 정치를 한두 해 할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부의장님, 장기적으로 보시죠.”
그는 약속한 대로 민간에 권력을 이양할 생각이 없었다. 평생 해먹을 생각이었다. 속마음이 들켰다. 그 말에 펄떡 뛰며 부정했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우리는 충정으로 일어선 군인들이오. 국가 재건 최고 회의는 나라가 안정된다면 정치에서 물러나서 국가를 지키는 군인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것이오.”
‘똥개가 똥을 끊는다는 말을 믿는 게 낫지.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지만…… 얼굴 앞에서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선을 넘는 발언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러려면 빨리 나라를 안정시켜야지요. 물가를 잡기 위해 원자재 수입에 필요한 외화는 미래 그룹에서 제공하겠습니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금융 통제와 외화 부족으로 수입이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수입에 물가가 크게 의존했다.
“결정하십시오. 미래 그룹과 손을 잡을 것인지, 무리하게 화폐개혁을 하여 혼란을 가중할 것인지.”
금융 통제가 풀렸으니 외화만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면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다.
“미래 그룹에 그만한 능력이 되오?”
“그런 능력이 되니 말하는 것입니다.”
부의장은 잠시 고민했다.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음…… 그렇다면 화폐 개혁은 한동안 보류하지. 앞으로 잘 부탁하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의 기 싸움이 끝났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와 미래 그룹 사이에 역학 관계가 결정되었다.
미래 그룹의 외화를 받게 되면 이제 그들은 이쪽에 묶인다. 외화를 군사 정권에 강제로 빼앗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쪽에서 선심을 베풀 듯이 주는 것이었다. 정국의 주도권을 이쪽에서 잡았다.
부의장에게 고개를 숙이는 척했다. 그에게 더는 강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정치와 사람 모두 밀고 당기기가 필요했다. 당겼으니 이제는 풀어 줄 때였다.
부의장은 권력 욕심이 많았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래 그룹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 * *
‘이번 일로 미래 그룹이 입는 손해가 크지만…… 그만큼 얻는 이득도 커.’
외화를 주고 가치가 떨어지는 환을 받는 일은 그 자체로 큰 손해였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것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었다. 그것은 화폐 간에도 통용되었다.
달러의 공급이 부족하면 달러의 가치가 오른다. 반대로 공급이 늘면 달러의 가치가 내리고 환의 가치가 오른다.
공급이 많아 환의 가치가 오르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환 가치하락을 막으면 미래 그룹이 외화를 풀어서 한화를 매입한 손해가 작아진다.
추가로 주택 할부 금융&보험이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의 하락도 막을 수가 있었다. 미래 그룹의 손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었다.
“이 사장, 해외 지사에 남겨 놓은 외화를 추가로 국내로 들여오세요.”
‘이런 상황에서 화폐 개혁을 하면 미래 그룹은 큰 손해를 보게 돼. 화폐 개혁은 무조건 막야 하는 일이야.’
외화를 풀어서 한화의 가지를 안정시켜 놓았는데, 군사 정권에서 화폐 개혁을 하게 되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
미래 그룹이 시장에 풀어놓은 외화만큼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정부에 외화를 빌려주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확답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그룹이 본 손해만큼 군사 정권이 이득을 가져간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얼마나 들여오면 되겠습니까?”
“이번은 환율을 상황을 보면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큰 한방으로 급격히 오른 달러 가치를 하락시켰다. 이번은 천천히 풀어 환율과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생각이었다.
인플레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부와 기업에 외화를 빌려주는 것은 손해가 아니었다. 다른 이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었다.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빨리 안정되면 될수록 미래 그룹에 좋았다. 미래 그룹이 수출 위주의 그룹이라고 하지만 그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었다.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고 흔들릴수록 미래 그룹이 입는 손해가 커진다. 경제의 빠른 안정화는 손해를 줄이는 일이었다.
이번 일로 무엇보다 군사 정권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미래 그룹은 정부와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킬 수가 있었다.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정치에 끌려다니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지 못했다.
‘정경 유착은 미래 그룹에는 득보다 실이 많아.’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정치에 발목을 잡히기는 싫었다.
“모두 들여오지는 마세요. 정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준비하겠습니다.”
군사 정권과 아예 갈라설 수도 있었다. 그러면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여러 개 팠다.
‘군사 정권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 각오를 가져야 해.’
자신을 찌를 수 있는 상대에게 함부로 칼을 뽑지 못했다. 그것이 전쟁 억지력이었다.
* * *
부의장을 만나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업부의 안 차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후배, 고마워. 자네 덕분에 풀려나고 정부에 복귀할 수 있었어.”
“아닙니다. 정부에서 선배님이 필요하시니 풀어 준 것이지요.”
“고맙네. 그것보다 잠시 얼굴 좀 볼 수 있겠나?”
“무슨 일입니까?”
“자네와 조용히 이야기할 일이 있네.”
“알겠습니다. 그럼 매번 만나는 미래 호텔의 그 카페에서 뵙죠.”
그의 요청을 받아 약속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