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35)
힐 호텔
쿠데타가 발생한 한국에 돌아와서 미래 그룹 내외부 일을 처리했다. 그러는 사이에 1960년도의 마지막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군사 정권이 쿠데타 정국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에 따라 혼란스럽던 국내의 상황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미래 그룹은 세상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하며 수출을 늘려가고 있었다.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그것을 국내에 풀었다.
한국의 물가가 안정화되고 경제도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전회차보다 빠르게 진정되었다. 대한민국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태창의 거래처들을 모두 접수했습니다.”
미래 상사는 태창의 해외 바이어를 모두 흡수했다. 그곳으로 미래 어패럴에서 생산하는 의류와 봉제 제품, 가발을 납품했다.
태창의 거래처까지 인수하자 미래 어패럴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미래 그룹이 세계 저가 의류와 봉제 OEM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서서히 납품 단가를 올려서 수익성을 높여 갈 것이었다. 그 시장이 큰 만큼 단가를 올려서 이익률이 높아지면 미래 어패럴의 수익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그중 일부는 제일에서 납품받으세요. 우리는 더 고가 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윤이 적은 저가 의류 시장은 생산 능력이 남아도는 제일을 이용하기로 했다.
“제일은 현재 판로가 없습니다. 납품 가격을 최대한 후려치세요.”
미래 어패럴은 저가에서부터 중고가 패션 제품까지 폭넓은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다.
‘이제 저가 시장은 국내 업체에 넘겨줘야지.’
미래 어패럴은 더 부가 가치가 높은 상품에 집중할 것이다.
1961년 1등 계열사는 미래 어패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계열사들의 1위 경쟁은 치열했다. 결과는 나와 봐야 알 수 있었다.
다른 계열사도 숨겨 놓은 한방이 하나씩 있었다.
* * *
여러 가지 일들이 정리되자 초유진이 하는 일을 돕기로 했다.
한남동의 채움 미술관으로 갔다. 그곳은 개관을 준비하며 사들인 미술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중이었다.
미술관은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 전시관과 유럽과 미국의 현대 미술, 한국 작가의 작품전, 고미술품 등 여러 전시관으로 구성이 되었다. 해외의 미술관과 견주어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인상파 작가와 해외의 유명 작가의 작품은 웬만한 해외 유명 미술관보다 작품 수가 많았다.
그것들을 정리하고 개관 준비를 하느라 미술관이 바쁘게 돌아갔다.
“내년 연초에는 미술관 개관이 가능할 것 같아요.”
“잘되었네. 이 정도 수준의 미술관이라면 내국인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구경하러 올 거야.”
“에이, 설마 먼 해외에서 구경하러 여기까지 올까요?”
“외국인이 먼 유럽이나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
한국과 그 주변에도 외국인이 많았다.
“일본인들이 이런 작품을 좋아하지. 그 외에 한국에 일로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미군들도 있잖아.”
주한 미군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미군들이 미술품을 좋아할까요?”
“군인들이라고 해서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그러면 개관전에 보유한 미술품으로 전시회를 열어볼까요?”
“전시회를 어디에서 하려고?”
“반도 호텔처럼 저희도 호텔에서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미래 호텔이 확장하여 컨벤션 시설이 확장되었다.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할 공간이 되었다.
“일본과 미군에 이번 전시회를 널리 알리자고.”
미술관을 개관하기 전 먼저 미래 호텔의 컨벤션 센터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미리 사들인 미술품을 활용하고 채움 미술관을 홍보하기 적당했다.
이창동 사장을 불러 지시했다.
“상사의 영업망을 통해 일본에 이번 전시회를 알리세요.”
“네. 일본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라고 하면 반응이 괜찮을 거예요.”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일본인은 유난히 좋아했다.
그들은 거품 시기에 주체 못하는 부로 미술품을 싹쓸이하다시피 사들였다. 인상파 작품의 가격 폭등 배후에 일본의 경제 거품이 있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대거 선점했다. 한동안 미술 작품 전시로 돈을 벌다가 거품 시대가 되면 일본에 팔아치울 것이다.
‘그렇게 팔아 치운 후 거품이 꺼지면 사들이는 것이지.’
일본에 판 미술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저렴하게 다시 회수할 생각이었다.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에도 홍보하세요.”
이학수가 나온 뒤에도 미래 그룹은 미군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을 합치면 8만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한국과 일본에 있었다.
홍보 팀도 신문과 라디오 방송을 이용하여 대대적으로 전시회 개최를 알렸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행사였다.
―미래 호텔에서 전 세계의 명화를 감상한다.―
―아시아 최초 대규모 인상파 작품 전시회.―
―채움 미술관 개관에 앞서 무료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
전시회는 한 달간 이루어졌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미래 호텔에 방문했다. 일본인과 미군, 국내의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중에는 외신 기자도 있었다.
“이 작품은 고흐의 해바라기잖아? 최근에 소더비에서 낙찰되었다더니 여기에 있었군…….”
그것은 일본 보험 회사에 1982년 8천2백만 달러에 팔리는 작품이었다. 그들보다 먼저 손에 넣었다.
‘5만 달러에 샀으니. 20년 만에 거의 160배네.’
이 정도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도 없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올라 1~2억 달러가 넘어가는 작품이 된다.
“옆 전시관에는 모네의 수련과 건초 더미, 해돋이도 걸려 있더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미술품들이 걸려 있다니…….”
모네의 수련과 건초 더미, 해돋이 연작도 대량으로 사들였다. 모네의 작품은 반 고흐의 작품만큼 비싸지 않지만, 대신에 숫자가 많았다.
그런 작품 하나하나가 보통 수천만 달러가 된다. 많이 사 두면 사 둘수록 좋았다.
“한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야. 하지만 이 ‘미래’라는 기업만큼은 다른 것 같더군. 여러 가지 유용한 물건들도 팔고 말이야.”
그들은 본국에 돌아가서 미래 그룹과 채움 미술관에 관한 놀라움이 담긴 기사를 기고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숨겨진 인상파의 명작들―
―극동의 작은 나라 속 수많은 명화, 채움 미술관의 주인은 누구?―
―미래 그룹, 아시아 최고의 미술관을 건립하다.―
“부회장님, 신문들을 잘 받아 보셨습니까?”
“수고했어.”
그 기자들을 미래 그룹 미주 지사가 후원했다.
“그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다음에 한국에 오면 더 좋은 곳에서 모신다고 말해 줘.”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 * *
전시회의 마지막 날 회장을 둘러보는데 주변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부회장님, 덕분에 제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에서 교수님의 작품이 큰 인기가 있더군요.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화가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교수님의 작품이 전시회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의미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미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홍익대 교수인 김환기 화백이었다.
“저뿐 아니라 이번에 참가한 화가들 모두 부회장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미술 협회 이사장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의 유, 무명 화가들의 작품도 전시가 되었다.
“그들의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이 생겼습니다.”
작품이 소개되면서 문의가 급증했다. 전시회는 작품을 알리는 기회임에 동시에 미술품이 거래되는 행사였다.
이 시기 반도 호텔에 있는 반도 화랑이 유명했다. 미국 대사관 부인이나 미군 가족들이 미술품을 많이 구매했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기념품으로 팔렸다.
“많은 가난한 화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행사로 그들의 미술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미군과 일본인을 포함하여 국내의 많은 사람에게 한국 화가의 작품이 알려졌다.
“무엇보다 먼저 간 이중섭 화백의 작품이 재평가받은 것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미래 그룹에서 사들인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도 대거 전시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많은 사람에 호평받았다.
이중섭 화가가 이번 전시회로 재조명받았다.
‘이중섭 화가 작품을 미리 많이 사 두었는데, 잘되었네. 그것을 전시하든, 팔든 이득이야.’
헐값에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대거 사들였다. 이중섭 화가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화가가 된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미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로 록펠러 재단 소속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더 이른 시기에 김환기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미래 그룹이 그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 드릴 것입니다. 저의 아내와 한국의 미술학도를 위해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좀 더 여유를 두고 하시죠.”
“미국으로 가는 것을 조금 더 기다리라는 말이시군요.”
‘지금 아시아 소사이어티를 통해서 미국에 가면 고생만 해.’
“한국 미술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이번 기회로 대한민국의 미술계가 더 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지원하는 많은 제삼 세계 예술인 중 한 명일 뿐이다. 미래 그룹의 지원을 받고 미국으로 가는 게 더 나았다.
“한동안 대학에서 후학 양성을 부탁드립니다.”
“음…… 저만 생각했군요.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회로 미래 호텔에도 화랑을 열 생각입니다. 그곳에 교수님의 작품을 많이 팔아 주세요.”
“하하, 감사합니다.”
화랑으로 나오는 그의 작품을 다 사들일 생각이었다.
‘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동시에 돈도 버는 일이야.’
그의 작품도 수백 배에서 수천 배로 반 고흐의 작품 못지않게 가격이 폭등했다.
* * *
“유진아, 전시회 개최 수고했어.”
“아뇨. 많은 사람이 보러 와서 일한 보람이 있었어요.”
전시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곳에 카지노와 오락 시설이 없는 게 아쉽군. 미군과 일본인에게서 큰돈을 벌 수 있었는데…….’
“아! ”
“오빠,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아니, 별것 아니야. 좋은 사업이 하나 생각나서.”
‘그래, 이 시기 워커힐이 있었지.’
1961년 7월 중앙정보부 부장은 멜로이 유엔군 사령관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적당한 미군 위락 시설이 없어 연간 3만여 명의 미군이 일본으로 휴가를 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미군 대상 위락시설로써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의 재가를 받아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워커힐 호텔의 건설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중앙정보부는 4,158대의 각종 장비와 연인원 24,078명을 무상 노역시켰다. 워커힐 호텔&리조트의 건설비 명목으로 책정한 5억 3천6백만 원 중 2억 5천여만 원을 착복했다.
이 일은 군사 정권의 4대 의혹 사건 중의 하나가 된다. 그렇게 착공한 호텔이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었다.
‘공사와 관련된 비리가 알려져 미국에서 자국 군인들에게 이용을 못 하게 막았지.’
미군을 위해 만든 시설이 미군이 이용을 못 했다. 워커힐 호텔은 한동안 많은 적자가 났다. 그것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었다.
그러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워커힐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하게 된다.
‘워커힐 호텔을 제대로 짓고 만든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서울에 그 정도의 위치가 없지.’
남산에 있는 미래 호텔만큼 한강변이 보이는 넓은 부지에 생기게 되는 워커힐 호텔&리조트는 입지가 좋았다.
위치도 성동구라 시내에서 가까웠다. 미래 그룹에서 만든다면 대한민국 최고 리조트 호텔이 될 것이다.
‘미래 그룹은 이미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사업을 추진할 명분은 충분해.’
중앙정보부가 나서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했다. 미래 그룹이 워커힐 호텔을 먹는 것이 모두에게 좋았다.
“오빠는 매일 사업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태어날 아이들이 좋은 나라에 살게 되지 않겠어?”
“아! 오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뭐가?”
“저 임신했어요.”
그녀의 말에 매우 기뻤다. 자녀가 태어나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었다. 나중에 원수가 되더라도…….
“유진아, 축하하고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오빠를 닮은 잘생긴 아들을 낳아 드릴게요.”
“아니, 유진이를 닮은 예쁜 딸을 낳아 줘.”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아 달라고 했다. 이렇게 좋은 소식과 함께 1961년 새해가 밝았다.
* * *
신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움 미술관의 개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이 행사에는 예술계의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다 모였다. 미래 그룹이 채움 미술관을 개관하는 것도 있지만…… 미술관의 규모와 시설, 작품이 압도적이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도 아직 생기기 전이었다. 제대로 된 미술관이 한국에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미술관을 대한민국에 개관하는 것이다.
일본에도 이 정도 수준의 미술관이 없었다. 채움은 아시아 최고의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해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대한민국에 이 일은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 주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자리에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이 빠질 수가 없었다.
개관식에 언론사가 취재 경쟁에 나섰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지는 와중에 의장과 함께 커팅식을 했다. 아마 내일 조간에 이렇게 기사가 나올 것이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와 미래 그룹이 아시아 최고의 미술관을 개관하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가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 이바지하다.―
―OOO 의장, 이강철 부회장과 나란히 채움 미술관의 개관식에 참석하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OOO 의장.―
채움 미술관 개관 소식이 뉴스의 메인을 차지했다. 언론이 군사 정권에 장악되어 있었다.
미래 그룹에서 하는 일을 자신의 업적으로 치장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의 대가였다.
‘뭐, 괜찮아. 이렇게 언론에 요란하게 떠들어 대었는데, 미술품을 가져갈 생각은 하지 않겠지.’
지금 군사 정권은 탐욕스러운 승냥이와도 같았다. 돈이 되는 것은 다 강탈해 가려고 했다. 미술품은 스리슬쩍 하기 좋았다.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해 놓으면 군부에서 빼앗아 가기 어려웠다. 미술품에 욕심이 나도 참아야 했다.
개관식이 끝나고 의장이 미술관의 접객실로 왔다. 그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멋진 미술관을 건립하다니, 역시 미래 그룹이오.”
“미래 그룹은 언제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기업입니다.”
“전시된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몇 개 있던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미술품을 헌납할 생각은 없소?”
‘이런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
“큰일을 하는 분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볼 수 있게 전시하는 것이 더 공익이 큽니다.”
정중하게 미술품을 달라는 것을 거절했다.
“역시, 부회장은 바늘로 찔러서 피도 안 나올 사람이오.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융통성이 없습니다.”
‘삥을 뜯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빼앗길 생각은 없어.’
“……나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이 자리에 있소. 알겠소?”
“그러니 국민을 위해 전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
국민을 위해 전시한다는 말에 그도 별수 없었다.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지.”
“말이 나온 김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건의 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 아니면 청탁은 받지 않겠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이쪽이 먼저 요구를 거절한 마당에 그도 편의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입니다. 최근에 멜로이 유엔군 사령관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적당한 미군 위락 시설이 없어 연간 3만여 명의 미군이 일본으로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멜로이 유엔군 사령관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냥 지어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의장이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이 내용도 워커힐 비리를 일으킨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야. 진실은 누구도 몰라.’
미래 그룹이 미군과 친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미군이 한국에서 사용해야 할 돈이 일본으로 간다니요.”
“그건 아깝군. 연 3만 명이면 상당히 많은 달러를 쓸 것인데…….”
“그러니 서울 근교에 미군을 위한 휴양 시설을 건립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부에는 돈이 없소. 미래 그룹이 지어 줄 것이오?”
‘대머리도 아닌 사람이 어디서 공짜로 먹으려고…….’
“당연히 지어 드려야죠. 거기에 미래 호텔의 뛰어난 운영 능력으로 잘 경영하겠습니다.”
그가 날름 공짜로 먹으려고 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면 미래 그룹에서 알아서 지으면 되지, 말은 왜 꺼낸 것이오?”
“국가를 위해 외화를 더 벌기 위함입니다.”
“휴양소로 미군의 달러를 벌 것이 아니오.”
“미군의 달러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엔화도 끌어올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세금도 많이 내게 될 것입니다.”
외화 획득은 그에게 중요한 과제였다. 관심을 보였다.
“그런 방법이 있단 말이오? 그것이 무엇이오.”
“외국인 전용 카지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