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37)
재벌의 취미
“평당 만 환을 드리겠습니다.”
“자네 나하고 장난하나? 그 땅이 어떤 땅인데 헐값으로 가져가려고……. 없던 것으로 하세.”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쓸모없는 산까지 포함한 가격입니다. 그것도 고려하셔야지요.”
그가 보유한 25만 평에서 알짜배기 땅만 쪼개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전체를 통으로 사는 것치고 가격을 잘 쳐주는 것이다.
“25만 평이면 25억 환입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화폐 개혁이 되었으면 2억 5천만 원이었다. 삼양 라면이 10원, 자장면이 20원 하는 시대에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라면과 짜장면이 고급 음식이던 시기였다.
인플레도 전회차와 달리 심하게 일어나지 않아. 실제 돈의 가치는 더 높았다. 자장면이 5~10원, 50환에서 100환으로 보면 되었다. 한 평당 자장면이 100그릇이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나대지에다 산지였다.
“나는 그 땅이 자네가 제시한 가격의 10배는 이상 된다고 생각하네.”
‘그것은 제대로 개발했을 때나 이야기지.’
헐값에 빼앗길 것을 제값을 주고 사 주는 것인데. 욕심이 많았다.
“알겠습니다. 평당 2만 환을 드리겠습니다. 더는 높여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가격에는 팔 수 없네.”
“그럼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중앙정보부가 그 땅을 가져가면 평당 천 환도 안 줄 것입니다.”
중앙정보부가 워커힐 호텔의 공사비로 국가로 받은 돈이 5억 원이 좀 넘었다. 그중 절반도 안 쓰고 나머지를 착복했다.
공사비가 2억이 좀 넘었다. 그중에 땅값은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중앙정보부가 땅을 가져간다면 천 환은커녕 잘못하면 평당 백 환도 못 받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돈의 가치가 좀 더 높았다. 중앙정보부가 천 환에 산다고 말한 것도 최대한 높게 부른 것이다. 평당 2만 환이면 엄청나게 땅값을 잘 쳐 주는 것이었다.
그는 그 가격에 만족하지 못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땅의 가치는 대한 그룹이 그곳에 호텔과 리조트를 지었을 때의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호텔과 리조트를 지을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해 주어야 했다.
“대한 그룹은 그 땅을 지킬 수 없습니다.”
“자네가 말한 중앙정보부가 그 땅을 노린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저희가 그 땅을 안 산다면 중앙정보부에서 헐값에 가져갈 것을 확신합니다.”
“그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지 않나?”
“그 땅을 내놓지 않으면 대한 전선도 지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건 자네의 가정일 뿐 아닌가?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 봐야 아는 것은 아니잖아.’
설경구 회장이 워커힐의 땅을 중앙정보부에 헐값에 빼앗길 것은 확실했다.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면 대한 전선도 빼앗길 것이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이 그 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에게 외국인 카지노와 면세점, 미군과 일본인들이 놀러 오는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이미 이야기했다.
미래 그룹이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의장이 중앙정보부에 그 일을 맡길 것이었다. 사람이 바라보는 눈은 다 비슷했다.
대한 그룹의 회장이 그곳을 호텔&리조트 최적의 자리로 본 것처럼 중앙정보부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큰일이군.”
미래는 알 수 없게 계속 변화했다. 그중에서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욕심과 땅의 입지였다.
‘강남에 사둔 땅덩어리가 언젠가는 금싸라기가 될 거야,’
강남은 변화 속에서도 서울의 외연 확대와 더불어 대규모로 개발될 것이었다.
강남은 대한민국의 최고 위치와 땅값을 자랑하게 될 것이었다. 이런 것은 쉽게 변하기 힘들었다.
변하기 힘든 확실한 곳에 투자했다.
* * *
서울과 가까운 한강 변에 호텔&리조트를 짓는다면 워커힐 호텔 자리를 제외하고는 적당한 자리가 없었다. 미래 그룹이 아니면 중앙정보부에서 개발할 것이다.
이 두 곳이 그곳을 개발하지 않아야 대한 그룹에 차례가 갈 것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작았다.
어차피 워커힐 호텔이 있는 그 땅은 대한 그룹이 개발하지 못하는 땅이었다. 지금 제값 받고 팔아서 대한 그룹을 키우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도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네. 중앙정보부에서 그 땅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
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 그도 알지만…… 아까운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러다 매도 기회를 놓쳤다. 마지못해 내어놓게 되면 똥값이다.
“그것은 회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이 그런 낮은 가능성에 도박을 거실 것이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는 사업가지 도박사가 아니었다. 그가 굉장히 무모한 것처럼 보이나, 벌인 사업들을 돌아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사업에 투자했다.
높은 확률에 투자하고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 그에게 부를 가져다 주었다.
“이때가 아니면 평당 천 환, 아니, 백 환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
“그럼, 좀 더 생각해 보시고 연락을 주십시오. 다만 늦으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대한 그룹의 회장과 헤어졌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전화로 연락이 왔다. 그도 무언가 정보를 들은 것 같았다.
“평당 3만 환을 주게. 그럼 팔겠네.”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평당 2만 환입니다. 회장님, 더 늦어지면 그 가격에 팔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알겠네. 평당 2만 환에 25만 평 모두를 팔겠네.”
미래 워커힐 호텔&리조트 부지 25만 평을 50억 환을 주고 샀다. 적정한 가격이었다.
‘대한 그룹은 고마워해야 해. 미래 그룹이 안 샀으면 5억 환도 못 받았을 거야.’
대한 그룹은 그 돈으로 벌금을 갚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여유가 될 것이었다. 미래 그룹도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리조트가 될 땅을 평당 2만 환을 준 것이면 싸게 산 것이었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워커힐 호텔 자리를 대한민국 최고, 아니, 최고의 재벌답게 세계 최고로 만들겠어.’
* * *
‘돈을 버는 일이 제일 재미있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재벌의 삶을 즐기는 것은 아니야.’
돈을 버는 게 사실 재벌에게는 제일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돈만 벌고 살기에는 아쉬웠다.
이번 회차의 목표는 최고의 재벌이 되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후회 없이 재벌의 삶을 즐기는 것이었다.
‘남자의 3개 잡기가 도박과 술, 여자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 밋밋해.’
주색잡기(酒色雜技)를 재벌이 좋아한다. 하지만 술은 몸을 버리고 도박은 재산을 탕진했다. 제대로 된 재벌 중에 술과 도박을 좋아하면서 오래 간 사람은 드물었다.
‘카지노와 파칭코로 돈을 벌면서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은 난센스지.’
카지노와 파칭코는 도박하는 사람이 돈을 잃어야 버는 산업이었다. 그 많은 세금을 내고 파칭코와 카지노가 돈을 버는 것은 많은 사람이 돈을 잃어야 가능했다.
돈을 버는 재미로 사는 재벌이 도박한다는 것은 가능은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도박보다 더 짜릿한데…….’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일이었다.
‘도박을 왜 해? 도박이라고 하니, 복권 사업이 있었지.’
복권도 도박과 비슷했다. 재벌은 복권을 사지 않는다. 그것으로 돈을 벌 가능성은 희박했다. 복권은 가난한 자의 세금이라고 했다. 가난한 나라에도 복권은 잘 팔렸다.
사치와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군사 정부에서도 복권을 많이 발행했다. 복권은 도박이고 군부에 큰돈이 되었다.
‘이 사업은 정권과 결탁하지 않으면 건드릴 수가 없어.’
복권 사업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할 수는 있지만 많은 세금을 떼이고 운용사는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
복권은 정권에서 비자금을 만들기 좋은 사업이었다. 그들을 위해 일할 생각은 없었다.
‘그 수익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아무도 몰라.’
복권 사업은 미래 그룹이 할만한 사업이 아니었다. 도박은 즐길 거리에서 제외했다.
술은 그나마 낫지만, 너무 즐기면 몸이 망가졌다. 취미로 명품 술을 모으고 즐기는 정도는 재벌의 취미로 심심했다.
‘술과 함께 여자를 즐겨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바른 생활을 했어.’
초유진의 매력에 빠져 너무 건전하게 살았다.
‘재벌 중에 첩이나 여자가 없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고 막상 하려고 해도 막막하네.’
여자와 즐기려고 해도 상대가 있어야 했다. 이 시대에는 룸이나 클럽 대신에 요정이 있지만, 딱히 끌리지 않았다.
‘요정이나 술집 여자는 좀 그렇지. 괜히 모르는 사람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아.’
그렇다고 누구처럼 특별 조직을 만들어 여대생과 연예인들로 기쁨조를 만들기도 뭐했다.
‘그건 좀 그렇지. 소박하게 몇 명 정도만 만들자.’
할 수는 있지만, 군사 정권에서는 꼬투리가 잡힐 수 있는 행위였다. 원래 자기가 해도 남이 하는 것은 못 보는 법이다.
‘어쨌든 주색잡기도 그래.’
건전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주색잡기를 제외하니 생각보다 이 시대에 즐길 거리가 별로 없었다.
‘막상 즐길 거리가 별로 없어. 없으면 만들어야지. 그래야 최고의 재벌이 아니겠어?’
최고의 재벌이 되는 과정에서 돈 버는 것 말고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화끈하게 이번 회차에 즐기고 끝내기로 했다.
‘역시 재벌의 취미라고 하면 자동차와 요트 정도겠지.’
고급 명품 차와 요트를 취미로 즐기기로 했다. 그 두 가지는 돈의 단위가 크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될 수 있었다.
사람은 결국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 사는 것이다. 부자는 보통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우주여행도 있었다.
‘돈지랄의 최고는 우주여행인데…… 체감 만족도가 너무 떨어져.’
우주여행은 돈이 남아돌아서 허공에 뿌리고 싶을 때 하는 취미였다. 최고의 재벌이 돼도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성능 자동차와 요트는 재벌로서 괜찮은 취미였다. 그런 것을 취미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
‘역시 최고는 덕업일치겠지.’
미래 그룹은 자동차 회사와 조선업체를 가지고 있었다. 돈도 벌고 취미도 즐기면 그것이 최고였다.
‘역시 돈을 버는 게 제일 재미있어.’
취미를 즐기기 위해 자동차와 조선의 사장을 불렀다.
* * *
자동차의 이건히 사장이 먼저 사무실에 도착했다.
“픽업트럭을 개발하는 것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부회장님의 지시대로 힘과 연비가 좋은 픽업트럭과 함께 지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픽업트럭과 함께 힘 좋은 디젤 지프도 개발하고 있었다.
“조만간에 미국과 유럽에 팔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개발하면서 힘에 특화된 모델도 개발해보세요.”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힘만 강하게 한 모델 말입니까?”
“그래요. 스포츠카나 슈퍼 카 아시죠?”
“스포츠카는 알지만…… 슈퍼 카는 무엇입니까?”
‘아, 깜빡했군. 슈퍼 카가 정식 명칭은 아니지.’
사실 슈퍼 카란 명칭은 없었다. 스포츠카 중 경기용이 아닌 일반인들이 타고 다니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 굳어진 이름이었다.
자동차 업체에서 슈퍼 카라는 명칭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1966년부터 생산된 람보르기니 미우라를 첫 번째 슈퍼 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이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가장 빠른 스포츠카의 양산형 버전의 차라고도 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 중에서 경기장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타고 다니는 차량을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보급형 스포츠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아! 최근에 유럽의 고급 차 브랜드에서 그런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젤 엔진으로 그런 차를 만들어 보세요.”
“죄송합니다만 부회장님, 디젤 엔진으로 빠른 속도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휘발유로 움직이는 스포츠카를 개발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
‘이런 슈퍼 카 마니아. 이 인간도 덕업일치를 원하는군.’
그의 말이 맞았다. 스포츠카는 휘발유 차였다. 비행기의 연료와 같은 옥탄가가 높은 고급 기름을 사용하는 차들이었다. 그것이 고속을 내는 데 더 유리했다.
디젤은 힘이 좋지만…. 엔진이 무거웠다. 휘발유 엔진보다 고속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 엔진이 만들어지려면 한참은 더 연구해야 했다. 이건히 사장에게 그런 엔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스포츠카가 아닌 다른 형태의 슈퍼 카입니다.”
“스포츠카가 아닌 고성능 자동차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무식할 정도로 무겁고 힘이 좋은 차를 말합니다.”
“그런 차는 트럭이 있지 않습니까?”
트럭을 포함하여 그런 차나 중장비는 많았다. 호주의 노천 광산에 사용되는 차량은 집채만 했다. 조선소에 사용되는 것도 비슷했다.
“그렇죠. 트럭이 있지요. 25톤 트럭의 엔진을 넣은 픽업트럭을 상상해보세요.”
“그런 엔진이 픽업트럭과 같은 작은 차량에 들어가겠습니까?”
“그러니까 시험 삼아 만들어 보라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건히 사장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자동차광이었다. 눈이 빛났다.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몬스터 트럭이겠습니다.”
“몬스터 트럭이라……. 그것도 괜찮은 이름이군요.”
몬스터 트럭이라는 차량이 실제로 있었다. 노천 광산의 채굴용 거대한 트럭을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스포츠카처럼 경기용 차도 있었다.
그것은 속도보다는 힘과 강인함을 겨루는 경기였다. 몬스터 트럭 경기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중장비와 함께 이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나름대로 수요도 있고 재미도 있어.’
미래 자동차가 지향하는 바를 강하고 힘 좋은 차로 정했다.
‘역시 남자는 속도보다 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