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4)
수산과 식품
이창동은 이번의 일본 방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았다. 돌아오는 배에서 신나게 떠들었다.
“부사장님, 도대체 어떻게 그곳에서 그렇게 침착하게 협상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저는 노련한 사업가이신 줄 알았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사업가 짬밥이 얼마인데…….’
“하하. 저도 긴장했습니다. 다만 상사직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제 미래 상사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 호랑이굴과 같은 곳에서도 침착하게 협상하시다니, 저도 부사장님처럼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확실히 손정희가 있던 곳은 야쿠자 사무실 같은 분위기였다. 재일 교포가 차별이 심한 일본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했다.
‘실제로 야쿠자일 수도 있고…….’
재일 교포와 파칭코, 아쿠자는 서로 연관이 많았다. 모두 음지에서 활동했다.
‘이제 재일 교포들도 양지로 나가게 되겠지.’
파칭코 사업을 양지로 끌어냈다. 오사카 재일 교포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그라면 파칭코와 재일 교포의 양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것이었다.
“그런데 손정희 씨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믿어도 돼요. 미군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가 함부로 못 해요.”
“지금은 미군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허튼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지 않습니까?”
‘미래를 알아. 다만 이것은 미래를 아는 것하고 상관없지만…….’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그가 양지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더 허튼짓할 수 없어요.”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해요. 다 생각이 있어서 그를 만난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감탄했습니다.”
마루한이 큰 사업이 되면 그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하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행동이 달랐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더 무서웠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재일 교포가 파칭코 사업을 하면서도 살아남은 것이 그런 이유였다. 야쿠자도 함부로 못 건드렸다.
그는 이미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를 따르는 식구가 많았다. 더 많은 사람을 책임지게 될 때 그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진다.
‘애 많은 유부남은 회사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전회차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다. 직장에서 구박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텼다. 능력이 좋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런 사람도 필요했다. 사람마다 다 쓰임이 달랐다.
“이창동 씨도 앞으로 무역과 협상을 할 때 먼저 상대를 파악하세요. 때로는 무모한 도전도 필요하지만, 상대를 모르고 하는 무모한 도전은 만용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부사장님.”
회사의 성장과 무역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르고 무모하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만용이었다.
그렇게 많은 기업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역사 뒤로 사라졌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은 큰 이점이지. 작은 것은 쉽게 변하지만, 큰 흐름은 그대로 유지가 될 거야.’
미래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었다.
‘성공이 확실한 사업을 골라서 할 수 있지.’
이것은 최고의 재벌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었다.
* * *
오사카에서 일을 마치고 부산에 도착하자 기타큐슈에서 구매한 쌍끌이 선박들이 도착했다. 오래된 낡은 배들이지만 현역으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는 배들이었다. 이러한 어선들은 수십 년 이상 사용했다.
그 배들을 바탕으로 미래 수산이라는 회사를 새롭게 차렸다. 그것을 위해 사람도 모집했다.
“왕기철 씨, 부산 고등 수산 학교를 나오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곳을 졸업한 후 계속 배를 탔습니다.
왕기철은 일제 강점기의 부산 고등 수산 학교(국립 부산 수산 대학) 출신이었다. 이 시기의 부산 고등 수산 학교는 한국대만큼 인기 있고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일제는 식민지 수탈을 위해서 어업과 관련된 인재를 적극적으로 키웠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수산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본의 원양 어선의 항해사로 시작해서 원양 어선의 선장까지 했습니다.”
“원양 어선 경험도 있군요. 좋습니다.”
원양 어선을 타 본 경험이 있으면 더 좋았다. 앞으로는 원양 어선도 구매해서 원양 어업에도 뛰어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는 왜 돌아오셨습니까?”
이 시기 원양 어선 선장이라면 상당히 괜찮은 직장이었다. 굳이 해방된 가난한 한국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었다.
“해방되자 한국 선원들이 고향으로 많이 돌아갔습니다. 새로 온 일본 선원들은 한국인 선장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더군요. 회사에서 저의 입장이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원양 어업은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다. 거기에 장시간 배에서 생활하며 일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그곳에도 한국인 노동자가 강제로 많이 동원되었다.
일제가 패망하고 해방되자 많은 선원이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러한 한국인 선원이 없어지자 배에서 그의 입지가 사라졌다.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서는 수산 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일본인 사이에서는 그냥 조선인이었다.
배에서는 선장의 힘과 통제가 절대적이었다. 선원이 인정하지 않는 선장을 회사에서 쓸 수 없었다. 결국 그도 한국인 선원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럼, 한국에 돌아와서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고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 배를 탔지요. 할 줄 아는 것이 그것이라……. 그중에는 이곳에서 운영하려는 쌍끌이 어선의 선단장도 했었습니다.”
“쌍끌이 선단 조업도 해 보셨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조국에서는 경력을 인정해 주더군요.”
그가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했다. 수산 학교를 나온 후 그는 원양 어선의 항해사를 거쳐 어선의 선장, 쌍끌이 선단의 선단장을 거친 인물이었다.
이 시기에 구하기 힘든 상당히 고급 인재였다. 그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함께 일하던 선원을 좀 데리고 있습니까?”
부산에는 많은 선원이 피난을 와 있었다. 문제는 선원들의 이직이 잦았다. 선장과 관계가 좋으면 선원들이 통째로 이직하는 때도 많았다.
배를 구하면 선장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배를 몰 선원들도 필요했다. 선장이 장악력이 있으면 선원들까지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거기에 선원들은 서로 친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선원이 선원을 불렀다. 다양한 배에서 일한 그라면 어렵지 않게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이곳 부산에 아는 선원들이 많습니다. 부사장님이 원하시는 만큼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산 회사를 차리는데 적합한 인물을 구했다.
“왕기철 씨가 앞으로 미래 수산을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그를 미래 수산의 사장으로 삼았다. 이쪽은 부산에 인재가 많아서 편했다. 게다가 지금은 수산업을 시작하기에는 좋은 시기였다.
일본 어선이 한국 바다로 올 정도로 어장에 수산 자원이 많았다.
‘일본 어선들이 먼 한국에 오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야. 중국 어선도 마찬가지고…….’
* * *
왕기철은 자신이 사장으로 임명되자 감격했다. 그가 큰 배의 선장을 맡았다고 해도 그는 아직 30대 초반이었다. 그런 그가 5개의 쌍끌이 선단을 가진 수산 회사의 사장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그로서도 매우 큰 큰 승진이었다. 성장하는 회사에는 좋은 기회와 자리가 많았다. 미래 상사에 그런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다. 그에 맞추어 괜찮은 인재도 많이 들어올 것이었다.
“맡겨 주신 미래 수산을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왕 사장, 미래 수산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키우세요.”
‘한국 최고로는 만족 못 하지.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해.’
어선 선단과 함께 그곳에서 일할 사람이 준비되었다. 미래 수산은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미래 수산의 발족과 함께 미래 상사를 포함하여 사업을 체계화했다.
“미래 수산을 정식으로 출범시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미래 상사는 고철과 수산물을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맡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미래 수산의 소속은 어떻게 됩니까?”
“미래 수산은 미래 상사와 별도의 법인이 될 것입니다.”
미래 상사와 미래 수산을 별개의 법인으로 분리했다. 두 개를 분리해서 미래 수산을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 대신에 미래 상사는 지주 회사 겸 무역 회사가 될 것이다.
“국수 공장과 오뎅 공장도 통합하여 미래 식품으로 미래 상사에서 분리하겠습니다. 그곳의 사장은 최종건 씨가 맡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부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제는 회사가 여러 개니, 부회장님이라고 부르세요.”
“네, 부회장님!”
국수 공장과 오뎅 공장을 묶어서 미래 식품으로 분리했다. 기존의 회사를 미래 상사와 미래 수산, 미래 식품 3개의 회사로 나누었다. 3개의 독립 회사로 이루어진 미래 그룹이 탄생했다.
추후 광복동과 남포동, 부평동의 상가를 관리하는 회사는 부동산 신탁 회사로 만들 것이다. 금은방과 환전소는 금융 기관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금산 분리로 은행의 소유는 힘드니, 그것은 보험이나 증권으로 만들어야겠지.’
사업의 형태가 점점 체계화되고 있었다.
“하하, 회사가 몰라볼 정도로 커졌구나.”
“회장님, 앞으로 회사는 더 커질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강철이, 아니, 부회장 덕분이야.”
회사에서는 아버지가 회장님이 되고 내가 부회장이 되었다. 조금씩 그룹으로 형태가 잡혀 가고 있었다.
* * *
고철과 함께 수산물을 초기 수출 산업으로 정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수산물을 좋아하던 나라였다. 패전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자 일본에서 수산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선을 잡기 위해 대한민국의 해안까지 일본의 어선들이 침범하는 것이다. 고철과 함께 수산물은 일본에서 수요가 많은 상품이었다. 좋은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정말 수산이 큰돈이 된다고. 지금 한국에 수출할 만한 게…… 별로 없어. 수출로 나가려면 이 방법뿐이야.’
이런 절호의 시기에도 한국은 국내 수요를 대기에도 급급했다. 다른 산업과 같이 시설이 없거나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름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중에서 뱃사람들과 어선들은 생각보다 많이 부산으로 넘어왔다.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는 이동이 자유로웠다. 거기에 바닷길과 하늘길은 전쟁 중에도 열려 있었다.
미군의 공군력과 해군력으로 하늘과 바다를 장악했다. 제공권과 해상을 장악한 것이 전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부산에 어선과 뱃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숫자에 비해 이곳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참, 아쉬운 일이야. 기름이 부족해서 어선이 놀고 있다니. 아니, 너무 비싸서인가?’
기름은 우선하여 전쟁을 치르는 군수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러고 여유가 되는 것이 민간에 공급되었다. 어선에 들어가는 기름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어선에 필요한 기름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겠습니까?”
“기름은 걱정하지 마세요. 구할 방법이 있으니.”
‘미군 군무원이 참으로 도움이 되는 곳이 많아.’
나에게 이 시기에 대한민국 정부보다 더 큰 백이 있었다.
* * *
“앤더슨 중령님, 선박용 중질유를 구할 수가 있겠습니까?”
“넘치는 게 군함에 들어가는 중질유이지. 알아서 구해 줄까?”
앤더슨 중령이 알아서 준다는 말은 선박용 기름을 폐기름으로 만들어 넘기겠다는 말이었다. 고철로 재미를 보더니 기름에까지 손을 대려 했다.
“아니요. 군납하는 회사에 추가로 주문을 넣어 주십시오.”
앤더슨이 폐기름으로 처리하면 더 싸게 사들일 수 있겠지만, 그러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런 부분에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나라고 다를 것은 없지.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어.’
손정희와 마찬가지로 잃을 것이 많아졌다. 고철도 진짜 고철로만 미군에서 매입했다.
“조금 아쉽군. 그래도 주문은 넣어 줄게.”
기름은 앤더슨 중령을 통해서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있었다. 이럴 때 미군과 거래하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이 시기에 미국을 통하지 않고는 기름을 구하기 힘들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고 추가로 운송비가 들어서 상당히 비쌌다.
‘직접 기름이 나는 나라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싸지.’
지금 텍사스와 중동의 기름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었다. 필요한 기름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있었다.
미군 군수 사령부의 군무원이 된 것은 신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