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47)
아 지사와 브랜드
이 시기 필리핀은 동아시아의 선진국이었다. 미국의 영향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60년대 중반까지 한국보다 GDP가 훨씬 높았다.
1966년 필리핀의 GDP(국내총생산)는 63억 7천1백만 달러였다. 당시 한국의 GDP는 39억 2천8백만 달러에 불과했다.
필리핀의 GDP는 동남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편이었다. 태국의 GDP는 52억 7천만 달러, 말레이시아 GDP는 31억 4천4백만 달러였다.
‘사실 이 시기에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를 찾는 게 더 쉽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고,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였다.
미국에 의해 산업 인프라도 잘 갖추어진 나라였다. 미래 그룹이 동남아시아에 지사를 세운다면 필리핀이었다. 그다음이 태국이었다.
“필리핀과 태국도 괜찮은 후보지입니다만, 저는 베트남을 추천하고 싶어요.”
“왜 하필 베트남입니까? 그곳은 전쟁 중인 나라가 아닙니까?”
베트남은 지금 이미 전쟁 중이었다. 미군이 참전하여 베트남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오래전부터 전쟁을 이어 오고 있었다. 실제적인 전쟁은 그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 전쟁은 1955년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중공은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를 노렸다. 무능한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그것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전부터 개입은 계속해 왔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직접 뛰어든 거야.’
미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참전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 베트남전의 참전은 확정적이나 마찬가지였었다.
미군이 베트남에 참전하면 외화와 비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군사 정부가 한국군 파병을 결정할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해를 줄이고 최대한 이득을 봐야지.’
베트남 특수가 눈앞에 있었다.
“그곳이 전쟁 중이니까 베트남으로 가야지요. 그곳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원조를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닙니까?”
미국의 본격적인 베트남전 참여는 1964년이지만, 오래전부터 베트남전에 개입해 왔다. 1963년 1만 6천명의 미군 병사가 남베트남에 주둔하고 있었다.
“베트남에 미국 달러가 많이 있습니다.”
케네디 정부와 미국은 베트남전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케네디는 반공주의자였고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고자 했다.
케네디가 아니더라도 쿠바 사태와 함께 전 세계의 냉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많은 미국의 달러가 베트남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미군이 베트남에 쓰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정정이 불안한 나라에 지사를 세우는 것은 반대입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합시다. 태국에 지사를 세우고 베트남에는 연락 사무소를 만드는 것으로 하죠.”
“지사를 필리핀에 세우고 연락 사무소를 태국에 설치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미국에서 지금 베트남에 투자하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것을 저희가 가져와야지요.”
‘이창동 사장에게 곧 베트남에 미군과 한국군의 참전이 일어난다고 말은 못 하고, 곤란하군.’
본격적으로 미군과 한국군이 베트남에 투입되면 미국은 한국전쟁에 투입한 자금과 인원보다 많은 돈과 병사를 베트남에 보내게 된다.
베트남 특수의 시작이었다. 알고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면 바보였다.
‘줘도 못 먹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지.’
태국에 지사를 세워서 동남아 시장의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에는 연락 사무소를 세워 특수를 대비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마르코스가 집권하면 부정부패가 심해져서 사업할 곳이 못 돼.’
필리핀은 마르코스의 집권으로 몰락한다. 그곳에 투자하는 것은 돈 낭비였다. 동남아 지사 후보지는 태국이 제일 적당했다.
* * *
미래 그룹에서는 수산과 식품이 한국전쟁 때부터 큰 매출을 담당한 전통적인 강자였다.
새롭게 떠오르는 다크호스는 전자와 자동차였다. 그사이에 꾸준한 스테디셀러인 계열사들이 있었다.
그것은 미래 어패럴과 건설이었다. 어패럴에 관해서 보고받았다.
“태창의 거래처는 다 가져왔지요?”
“네. 태창의 거래처를 다 접수했습니다.”
“제일 그룹이 곤란하겠네요.”
“제일에서 저희 쪽에 의류 납품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수출 물량은 어떻습니까?”
“태창의 거래처 외에도 새롭게 주문하는 거래처가 늘고 있습니다. S.P.A 매장의 판매도 증가 중입니다.”
수출 오더가 계속해서 늘고 있었다. 생산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수출을 늘리는데 하도급을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제일 그룹으로부터 물량을 받아도 되겠군요. 우선 저가 제품부터 받으세요. 납품 가격은 충분히 후려치고요.”
“그러면 그들이 그것에 응하겠습니까?”
“국내에 그들의 물량을 소비할 곳이 없습니다.”
제일 그룹이 공중분해가 된 태창 그룹을 인수했다. 그러한 태창 그룹을 인수한 것은 좋았는데, 문제는 수출하는 의류나 패션 부분이었다.
제일 그룹도 무역업을 하는 제일 물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쪽은 아직 수입품 위주였다. 일부 있는 수출품은 의류와 패션 분야가 아니었다. 그들은 해외에 수출할 거래처가 없었다.
제일 그룹도 급하게 해외 거래처를 뚫어 보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그들이 거래할 만한 곳들은 먼저 미래 상사가 다 가져갔다.
그들이 인수한 공장에서 재고가 쌓여 갔다. 만들어 낸 상품을 팔 곳이 없었다.
“판로를 확보하고 공장을 인수해야 했어요.”
급하게 공장 문을 닫고 직원을 해고하려고 했는데, 군사 정부에서 그것을 금지했다. 태창의 직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면 정부의 평판에 안 좋았다.
군부는 제일 그룹에 제품을 계속 생산하게 압박했다. 제일 그룹은 손해가 나도 계속 공장을 돌려야 했다.
“성급한 욕심에 이런 사달이 난 거예요,”
‘제일이 태창을 먹고 제대로 소화불량에 걸렸군. 좀 도와줘야겠어.’
제일 상황을 해결해 주고 미래 그룹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었다.
“태창에서 해외 바이어에 납품하던 가격으로 미래 상사에 납품하라고 하세요.”
“태창의 가격으로 말입니까?”
“그러면 그들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뭐라고 하면 그것도 모르고 공장을 인수했냐고 하면 돼.’
제일에서 저가의 패션 제품을 납품받기로 했다. 그러면 어패럴의 생산능력을 높이지 않고도 많은 수출물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어패럴에게 중고가 제품 생산을 더 늘리라고 하세요.”
이제까지 미래 어패럴은 미주와 유럽의 중저가 의류와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에 OEM으로 납품하는 것은 중저가 브랜드였다. S.P.A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시설을 늘리지 않고도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
하도급을 주는 것과 부가 가치를 올려서 제품 단가를 높이는 방법이었다.
두 가지 모두 하기로 했다. 충분한 기술과 기능공을 축적했다.
“앞으로 중고가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야 합니다.”
그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시기였다.
“부회장님, 죄송합니다만…….”
“뭐가 문제입니까?”
“유럽 명품 업체들은 제품을 자체 생산합니다. 미국의 중고가 브랜드 납품은 일본이 잡고 있습니다.”
중고가 시장에 이미 납품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그런 거래처를 빼앗아 오기가 쉽지 않았다.
“말씀처럼 중고가 시장으로 진출이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쉬웠으면 제일 그룹이 우리에게 납품하지 않고 자신이 해외 거래처를 뚫었을 것이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 아디다스와 접촉해 보세요.”
“아디다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은 일본 업체가 잡고 있어 뚫기가 어렵습니다.”
아디다스는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스포츠화와 스포츠용품 브랜드였다.
미국의 컨버스가 중저가 스포츠용품의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면 아디다스는 중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미래 어패럴도 신발과 스포츠용품을 생산했다. 그것을 컨버스와 같은 중저가 시장에 납품했다.
컨버스는 저렴하지만 질이 좋은 제품, 아디다스는 제값을 하는 좋은 제품의 컨셉이었다.
아디다스에 아사히 슈즈과 아식스(오니츠카 타이거), 데상트, 요넥스와 같은 일본 회사들이 그곳에 OEM으로 납품했다.
“현재 일본 회사들이 자사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응해서 아디다스도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의류나 스포츠용품을 OEM 하는 회사들은 언제나 자신의 브랜드로 판매하려 했다. 자사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디다스도 저희가 S.P.A에 매장에 납품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S.P.A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은 경쟁품이 아닙니다. 크게 개의치 않을 거예요.”
SPA 상품은 패스트 패션으로 중고가 브랜드와는 크게 겹치지 않았다.
미래 어패럴이 S.P.A 매장에 PB 상품을 파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으로 뭐라 하기는 어려웠다.
“일본 업체들처럼 자체 상표로 미국에 진출할 것을 걱정할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선택 방법이 없어요. 그들은 계속 새로운 납품 업체를 찾아야 합니다. 그 둘 사이에는 언제나 파고들 여지가 있어요.”
아디다스를 포함하여 스포츠와 의류 브랜드들은 언제나 새로운 납품 업체를 찾아야 했다. 싸게 납품받아 비싸게 파는 것으로 이윤을 챙겼다. 의류와 스포츠용품은 광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거기에 잘 안 팔게 되면 상품의 재고도 문제였다. 그런 손해까지 고려해서 OEM 업체에 싸게 납품을 받는 것이었다. 그 대신에 OEM 업체는 광고비와 재고 부담이 없었다.
중고가 브랜드와 OEM 업체들은 한쪽이 손해를 보는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 공생하는 관계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깨어지게 되어 있었다. OEM 업체들이 있는 국가는 임금이 저렴한 저개발 국가들이었다. 그들의 수출로 그 국가들은 경제가 발전하게 된다.
결국 인건비 장사인 OEM 업체들의 수익이 점점 악화되었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납품받는 유명 브랜드들은 그런 상황에 맞추어 납품 가격을 올려 줄 생각이 없었다.
OEM 업체가 납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저렴하게 공급해 줄 수 있는 다른 업체를 찾았다. 그에 대항하여 OEM 업체는 자신의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다.
결국 공생 관계는 깨어지고 서로가 경쟁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일본의 다음에는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하고 그다음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였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였다.
중고가 브랜드가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으려면 유럽의 명품 업체처럼 제품을 아예 자체 생산해야 했다. 그러면 팔 수 있는 시장이 좁아지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가 어려웠다.
아디다스와 샤넬은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랐다. 서로 패션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달랐다.
마치 생태계의 생물 종처럼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도태되었다.
곧 나올 나이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새로운 납품 업체를 찾아야 했다.
* * *
“이 사장, 상사 직원은 도전을 두려워서 해서는 안 됩니다. 안되더라도 상대방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해요.”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가 있습니다.”
상사의 이창동 사장도 너무 소극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상사맨이었다. 바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아디다스를 포함하여 중고가 브랜드와도 계속 접촉하여 시장을 개척하겠습니다.”
그것에 추가 주문했다.
“미래 어패럴도 언젠가 자신의 브랜드를 출시해야 합니다. 그것도 이야기하세요.”
의류 회사가 OEM의 납품에서 자체 상표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였다. 계속 OEM 생산을 주력하는 예도 있으나 그것은 드물었다.
‘OEM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와 브랜드 회사를 분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자신의 상표는 언제나 매력적이었다. 마케팅 능력과 영업력이 안 되어서 못하는 것이다.
‘돈도 많이 들지.’
미래 어패럴도 OEM 납품과 S.P.A 매장에서의 판매를 통해서 능력을 길렀다. 중고가 브랜드로 납품뿐 아니라 자체 상표를 출시할 때가 되었다.
“브랜드를 만드신다면 어떤 이름을 생각하십니까??”
“스포츠 브랜드라면 나이키, 패션 브랜드라면 자라가 어떨까요? 뭐,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죠.”
아직 나이키와 자라라는 브랜드가 탄생하지 않았다. 그것을 먼저 선점해도 되었다.
‘그게 아니면 다른 것을 해도 되지. 아직 나오지 않은 브랜드들도 많으니.’
기존에 알고 있던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로 해도 되었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기술력과 마케팅, 영업력이었다. 미래 그룹은 그 세 가지 부분 모두에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게 최고의 재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