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50)
대교와 여의도
차량은 용산을 지나서 한강 대교로 향했다. 강북에서 여의도로 연결되는 마포 대교가 건설되기 전이었다.
이번 회차의 마포 대교는 여의도 개발과 함께 건설되고 있었다. 이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선배님, 다리의 건설 대금을 주셔야지요.―
―나라에 돈이 없네. 미래 그룹에서 다리에 요금소를 세워 돈을 받으면 안 되나?―
―그건 안되죠. 그러면 강북에서 매일 여의도로 출근하는 사람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여의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료 통행이 필요했다. 이 시대에는 그런 통행료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뭐, 어때. 대부분은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갈 건데.―
―그래서 통행료는 안 됩니다. 처음엔 다들 버스를 타서 돈을 벌지 못할 것입니다. 나중에 차량이 늘면 사람들에게 통행료가 비싸다고 욕먹을 거예요. 그런 짓을 왜 해요.―
지금 마포 대교에 통행료를 받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그런데 자네가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출퇴근하게 만들겠다고 안 했나?―
―세상일이 그렇습니까? 아무리 그렇게 해도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아무리 자족 도시로 만들어도 다른 곳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자족 도시를 표방하는 판교도 마찬가지였다.
― 출퇴근이 아니라도 일 때문에 그곳으로 오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여의도에 국회 의사당과 금융 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 외에도 미래 그룹과 다른 그룹들의 본사가 그곳에 생기게 된다.
출퇴근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그곳으로 방문해야 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라에 돈이 없어. 다리 정도는 후배가 알아서 해 줘.―
‘아니, 이 사람이……. 다리 건설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나라에 왜 돈이 없습니까? 미래 그룹이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고 있는데요.―
―후배도 잘 알지 않아. 나라님들이 돈 쓸데가 많잖아.―
―그들이 언제 나라님이 되었습니까?―
―후배도 잘 알면서 왜 그래……. 그들이 나라님이 될 것이 확실한데.―
쿠데타가 일어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출처 혁명 공약.]이제는 그들이 쿠데타 때 한 약속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그렇죠. 선배님이 그들에게 잘 좀 이야기해 보세요.―
―나야 전문 관료지, 정치 관료가 아니라는 것을 후배도 알잖아. 내가 무슨 힘이 있어.―
― 그들과 이야기를 잘해 보세요. 여의도 부지 대금 대신에 다리로 만족하라고 말해 보세요.―
―그럼 그들이 손해라고 하지 않을 건데…….―
여의도 개발은 전 정부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는 말이 없었는데, 군사 정권이 들어서자 전 정부의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의 의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래 그룹이 진행하는 개발 사업에 태클을 걸었다.
―세간에 미래 그룹에 특혜를 주었다는 말이 많소.―
―처음 듣는 말입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그런 곳이 있소.―
군부 내에 그런 이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정부와 협의하여 공정하게 진행된 일입니다.―
―저번 정부와 우리는 다르오.―
‘하는 짓이 똑같구먼…… 다르긴 뭘 달라.’
―그래서 뭘 원합니까?―
―정당한 비용을 내시오.―
―두 사업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국가와 민족을 위해 비용을 내시오.―
정치 자금이 필요한 그들은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정치 자금을 줄 수 없으니, 다른 걸 내어주지.’
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군사 정권과 재협상에 들어갔다.
서울역 재개발의 경우는 국토부에 1층을 무상, 2층을 저렴하게 유상 임대하는 것으로 합의 보았다. 국토부에서 2층을 상가로 민간에 임대해 주면 정부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여의도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강에 다리를 건설해 줌으로써 없는 것으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리 하나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 * *
―아니, 선배님. 여의도에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만 들어갑니까? 많은 땅이 국회 의사당으로 배분될 것인데요.―
이번에도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있게 되었다.
―미래 건설에서 공짜로 여의도에 국회 의사당을 지어주는 것이 어디입니까?―
―후배도 그들이 욕심이 많은 것은 알잖아. 더 큰 거를 줘야 할걸.―
그렇다고 그들에게 돈을 바치기는 싫었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국민과 여의도 개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마포 대교 외에 여의도에 연결되는 다리를 추가로 2개 더 건설하겠습니다.―
―한강에 다리를 2개나 더 말인가?―
한강에 제대로 된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다. 한강 대교가 한국전쟁 때 파괴되었다가 얼마 전에 복구되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는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다.
한강에 제대로 된 다리가 없으니 강남 개발이 늦어진 것이다.
강북과 강남은 아주 가까웠다. 하지만 건널 다리가 없으면 아주 먼 곳이었다. 강과 바다는 두 지역의 경계를 나누는 큰 장애물이었다.
한강 나룻배가 70년대 중반까지 운행되었다. 그것을 바꾸기로 했다. 전기와 함께 교통과 물류(운송)는 산업화의 필수 요건이었다.
―정확하게 여의도로 연결되는 다리를 추가로 2개 더 짓겠습니다.―
한강과 여의도는 같으면서 달랐다.
―언제 가능한가?―
그가 반색했다. 부총리도 교통과 물류의 중요성을 잘 알았다.
―우선 마포 대교부터 완공하고 차례로 건설하겠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그거라면 그들이 응할지도 모르겠군. 한강에 미래 그룹이 건설하는 다리가 3개라……. 괜찮은 조건이야.―
‘한강이 아니라 여의도라고…….’
* * *
바다나 강에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리는 흐르는 강물 위나 파도가 치는 바다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공사 난도가 높은 시설이었다. 한국 건설 업체는 1960년대 후반이 되어야 한강에 제대로 된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다.
국내에 기술이 충분하지 않아 외국 업체에 맡겨야 했다. 다리 건설은 외화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원조와 차관은 군사 정권이 이미 다른 곳에 다 썼다. 그런 상황에 미래 그룹이 다리를 지어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한강 다리 공사는 힘든 일이었지만 미래 그룹과 건설은 달랐다. 미래 그룹은 대형 바지선과 중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미래 기계 공업과 자동차, 조선 덕분이었다. 미래 건설은 그런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다리 건설은 바지선과 중장비가 충분하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미리 육상에서 다리의 토대를 만드세요.”
“그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까?”
“네. 그 방법을 사용할 거예요.”
조선과 건설 기술자들이 다리의 토대가 될 구조물을 육상에서 건조했다. 그것을 바지선에 실어 마포 대교가 설치될 곳으로 가지고 왔다.
―구조물을 들어 올려!―
선박 플로팅 독에 사용되는 거대한 크레인이 구조물을 들어 올렸다. 선박 블록에 비하면 다리의 토대가 되는 케이슨은 가벼웠다.
킥― 킥―
―투하 위치가 한치라도 틀리면 안 돼. 크레인으로 정확한 위치를 잡아!―
―좋아, 좋아. 잘되었어. 케이슨을 강물에 투하한다!―
다리의 토대가 될 구조물이 강바닥에 안착했다. 그 안을 철근과 콘크리트로 채웠다. 시멘트가 굳자 바로 다리의 토대가 완성되었다.
그다음부터 다리 건설은 간단했다. 바지선에 실린 중장비로 철골을 들어 올려 연결하면 되었다. 그러면 용접공과 건설 기능사가 용접과 나사 이음으로 다리 골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다음은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작업을 하면 되었다. 다리 하나를 만드는 일이 뚝딱이었다.
‘다리 건설과 항만 큰 차이가 없어. 이 방법으로 베트남의 깜라인 항구와 사우디의 주베일 항구도 쉽게 만들 수 있어.’
미래 건설이 진행하는 마포 대교 공사를 신문사들이 취재했다.
―자고 일어나니 한강에 다리가 생기다!―
‘이건 오버야. 이제 다리의 토대만 쌓았는데.’
언제나 신문 헤드라인은 자극적이었다.
―미래 건설은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 최초의 신기술로 한강에 다리를 건설하다!―
‘신기술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초는 아니지.’
케이슨 공법은 100년 가까이 된 공법이었다. 1869년에 착공된 뉴욕의 브루클린 대교가 최초였다.
미국의 건축 기술은 매우 앞서 있었다. 금문교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후버 댐 등 거대한 구조물들을 이른 시기에 건축했다.
‘미래 건설도 그들에 한발 다가섰어.’
* * *
마포 대교 건설에 관해 보고 받은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이 연락했다.
―임자, 미래 건설이 다리 하나는 잘 만드는군. 여의도 땅값 대신에 다리 두 개를 추가로 짓는 것으로 함세.―
‘아니, 왜 내가 계속 당신의 임자야!.’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다리들을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에 지으면 안 되겠나.―
다리가 건설되는 위치에 따라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그들은 강남 땅 투기를 통해서 목돈을 만져 보겠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네. 내가 다리를 지을 자리를 콕 집어 주겠네.―
그가 다리의 위치를 정해 주겠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부동산으로 정치자금 마련하고 땅 투기하는 부하들을 챙겨 주기 위해서였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여의도에 추가로 다리를 짓겠습니다. 저의 애국과 충심을 이해해 주십시오.―
―……알겠네.―
미래 그룹이 여의도에 다리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에 연결되는 다리가 많아야지 그곳이 가치가 더 커졌다.
지역 개발에서 교통은 필수였다. 교통이 안 좋은 곳은 아무리 건물을 잘 지어도 땅값이 오르기가 힘들었다.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영등포의 땅을 대거 사들였다. 다리 두 개가 추가로 건설되면 여의도뿐만 아니라 영등포의 땅값도 대폭 오를 것이었다.
‘지금부터 군사 정부의 인사들이 그쪽 땅을 급하게 사들이겠군. 적당한 시기에 그 땅을 그들에게 팔아 치워야겠어.’
영등포의 땅값이 오르면 그곳의 땅을 팔고 강남과 잠실, 목동의 땅을 사들일 것이다. 한강 남쪽 지역은 넓었고 사들일 땅도 많았다.
미래 그룹에서 강남 지역의 땅을 일찍부터 사들였지만, 아직도 그곳에 살 땅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곳의 땅이 개발되면 그 땅을 팔고 더 많은 외각 땅들을 사들일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지. 물론 요지에는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서 팔아먹고.’
국내에서도 정부나 미군의 공사가 아니더라도 건설로 돈 벌 곳이 많았다. 해외에 건설 붐이 일어나면 그곳의 건설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었다.
국내에서 충분한 시공 능력을 쌓은 미래 건설은 해외에 할 일이 많을 것이다.
* * *
서울역에서 용산을 지나는데 기지촌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었다.
아직 미군 기지촌이 한국의 외화 획득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국가에서 공창을 운영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근검절약과 올바른 풍속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구호야.’
정치인들은 언제나 그랬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래 그룹이 열심히 외화를 벌어와야 했다. 동시에 워커힐 호텔을 멋지게 지어서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미군이 여유롭게 쉬고 갈 수 있게 해 줘야 했다.
‘미군의 주머니도 싹싹 비워서 가게 만들어야지. 미군들은 봉급이 많잖아.’
미군은 한국군과 달리 봉급이 많았다. 그들의 주머니를 떨어도 짭짤할 것이었다. 용산 기지를 지나오면서 미군의 주머니를 털 궁리를 했다. 나중에 베트남에 가게 되면 그들의 주머니도 잘 털어먹을 생각이었다.
한강 대교를 건너는데 다리가 좁고 부실했다. 거기에 한강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으니 차가 막혔다.
추가로 옆에 하나의 다리가 더 놓아져야지 한강 다리가 다닐만하게 된다.
‘이러니 사람들이 강남에 잘 안 가고 그곳의 개발이 안 되지.’
왜 서울 사람들이 강남 개발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알았다면 모두 그곳을 땅을 미리 사 놓았을 것이다. 강남 개발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강남으로 가려면 아직 나룻배나 소형 동력선으로 가야 해.’
서울은 강북의 동쪽과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강남 개발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한강에 다리가 쉽게 놓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강남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다리와 넓은 지역의 매립, 긴 제방이 필요했다.
‘미래 그룹이 나선다고 해도 강남 개발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어.’
그래서 미래 그룹은 상계와 장안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지었다. 그 후 동대문과 그 사이를 잇는 지역에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과 아파트들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은 동쪽으로 빠르게 확장되었다. 지금은 동대문의 시대였다.
‘여의도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동대문 시장으로 가봐야겠어.’
한강 대교를 건넌 리무진들은 노량진을 지나 여의도로 향했다. 노량진은 예전부터 경인선이 연결된 지역이었다.
노량진은 한강 대교와 가까워서 이미 개발되어 있었다. 판자촌과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노량진은 그러한 난개발로 오히려 강남보다 발전이 더뎌졌다. 그곳이 저렴한 고시촌으로 주목받은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여의도가 저번 회차보다 빨리 개발되면 노량진이 달라지려나, 아니면 이대로 가려나?’
그건 나도 알 수 없었다. 역사의 변화가 커져서 세부적인 것은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리무진은 노량진을 지나 여의도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