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80)
의 일에 책임을 지다
페어차일드 반도체 방문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왔다. 이제는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갈 때였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가 쉽지 않아. 그 와중에 재미도 챙겨야 하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제대로 놀지도 못했네.’
샌프란시스코도 나름대로 놀 것과 즐길 것이 많은 동네였다. 하지만 최고의 재벌이 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뉴욕에 비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시간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룹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어. 재미라는 것이 뭐라고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
사람과 어울리는 것과 여자, 게임, 음악, 소설. 세상에는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지만, 의외로 많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재벌로서 성장해 가는 것도 재미였다.
‘그러면서 재벌로서 여러 가지를 즐기고 그런 거지. 사는 게 뭐 별것이 있나.’
“학수, 수고한 샌프란시스코 지점의 직원들은 알아서 챙기고…….”
이곳의 직원들은 제대로 챙길 시간이 없었다. 그들에게 대신에 금일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래에는 카드를 지급하고 알아서 쓰라고 하지만, 아직 그런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
‘카드 사업도 해야 하는데……. 다른 사업에 비하면 작아 보이는군.’
카드 대신에 지폐가 가득 찬 돈 봉투를 건넸다. 십여 명 남짓인 샌프란시스코 직원들이 회식하고 즐기기에는 충분한 돈이었다.
직원들이 부회장의 방문에 의전을 하는 것처럼, 현장을 방문하고 금일봉을 하사하는 것도 관례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서로 주고받기이지.’
돈으로 충성심도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군사 정권에서 정치 자금이 많이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되지. 모든 것에는 적정한 선이 있어.’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돈은 이곳의 직원들을 위해 잘 쓰겠습니다.”
“그래. 이곳과 미주의 일을 마무리 잘하고 한국으로 올 준비를 해.”
“이른 시일 안으로 한국에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으로 떠나려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 * *
“학수, 그런데 자동차의 이 사장은 지금 어디에 있어?”
“얼마 전에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랠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사장도 고생이 많군. 한국에 오면 엉덩이 보호 방석이라도 사 줘야겠어.”
자동차의 이건히 사장은 랠리를 하면서 미국을 종주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시작하여 피츠버그, 인디애나 폴리스,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를 거치면서 랠리를 했다.
덴버에 열린 랠리는 압권이었다. 많은 참가자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미래 지프는 콜로라도의 거친 들판과 산과 숲을 내달렸다.
그 랠리는 상당한 이슈 거리가 되었다. 전국구 신문에도 많이 실렸다. 덕분에 미래 자동차에서 만드는 지프를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주 좋은 것을 사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S.P.A 매장에서 미래 지프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습니다.”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미래 지프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멋진 디자인과 성능, 내구성에 많은 미국인이 반했다.
‘그들의 취향에 맞게 만든 것이니, 그럴 수밖에…….’
미래 지프의 디자인과 성능은 미국의 소비자에 맞춘 것이었다. 인기를 끌었던 여러 모델을 참고했다.
아주 유명했던 모델들은 저번 회차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때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고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배운 지식이 쓸모가 되고 있었다.
“솔트레이크시티라……. 언제 그 랠리는 한번 참가하고 싶군.”
유타 주의 그레이트 솔트 호수를 돌아서 네바다까지 이어지는 그 랠리는 상당히 거친 길이었다.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제 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겠어. 이 사장을 보고 갈 건가?”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아, 그래. 미주 지사로 돌아가면 해 줄 것이 있어.”
이학수가 해 줄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루이 암스트롱을 한국으로 초청해 봐.”
“그 루이 암스트롱 말입니까?”
루이 암스트롱의 이 시기 미국 최고의 재즈 가수였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였다.
‘암스트롱 전성시대네. 암스트롱은 대포로도 유명하지.’
“그를 초청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내가 팁을 주지.”
“예, 감사합니다.”
“그의 애국심을 자극해 봐.”
“애국심 말입니까?”
“한국에는 미군이 있잖아. 그들을 위문하는 일이라고 말하면 움직일걸.”
미국인은 자부심과 애국심이 높았다. 그 유명한 메릴린 먼로도 한국전쟁 때 여러 번 위문 공연을 왔다.
실제로 루이 암스트롱도 워커힐 호텔 개점식에 미군 위문 공연을 왔다. 다만 이번에는 미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 공연을 볼 것이다.
“혹시 모르니 앤더슨에게도 이야기해 봐.”
“앤더슨요?”
“그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로비스트와 갑부, 정치인, 언론인, 연예인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선상 파티를 할 때 연예인이 안 왔어?”
“예. 왔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왔습니다.”
“부럽네. 자식.”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유명한 여배우이면서 동시에 미국 정·재계에 인맥이 넓었다.
“앤더슨이 능력이 좋네. 그런 유명인도 오고.”
“생각보다 건전한 파티입니다.”
“그럼 건전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말이네.”
“…….”
“애국심이든, 앤더슨을 활용하든, 루이 암스트롱을 미래 워커힐 호텔 개관식에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그가 오면 다른 사람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기 쉬워졌다. 루이 암스트롱도 유명하지만, 그들이 더 유명했다. 아직 세공하지 않은 보석이었다.
‘그들을 미국보다 먼저 한국에서 데뷔시키는 거야.’
그들이 아직 큰 인기를 얻기 전에 한국으로 초청할 생각이었다.
이학수와 공항에서 작별했다.
“그래, 마지막까지 일 처리를 부탁해…….”
“부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드디어 한국의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의 장기 출장이 끝났다. 시간은 벌써 1962년의 절반을 지나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 * *
한국에 도착하여 바로 집으로 갔다. 부모님과 아내를 만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강철아, 고생했다. 간 일이 잘되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셨지요.”
“나야 뭐, 별일이 있겠냐. 나라가 소란스러워서 그렇지.”
“얼마 후 대통령 선거가 있지요?”
“그래. 그 일로 난리다.”
국가 재건 최고 회의의 통치가 마무리되고 미국의 권유에 따라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의장은 각종 공작 정치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그의 당선에 크게 영향을 준 건 농촌에 대량 살포된 미국산 밀가루였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다.
‘이번에는 뭐로 하려나, 국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어 밀가루로 먹히지 않을 것인데……. 시골에 고무신이라도 살포하려나…….’
미래 그룹에 의해 국민의 전반적인 소득이 증가하였다. 밀가루로는 먹히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더 큰돈을 선거에 뿌려야 할 것이다. 1962년은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한해였다. 관권과 금권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변하는 것이 있는 반면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1963년에 발생해야 할 일들이 한해 앞서 크게 다르지 않게 일어났다.
“내가 너를 너무 잡아 두었구나. 오랜만에 왔는데, 며늘아기를 봐야지. 요새 몸이 안 좋은 것 같더구나.”
어머니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아내인 초유진을 보러 갔다. 그곳에서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배가 불러 있었다.
“둘째를 가졌어요.”
“유진아, 고마워……. 사랑해.”
‘잠깐, 날짜가 어떻게 되지? 올 초에 출발했으니 문제는 없네.’
다행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남자는 자기가 씨를 뿌리고 다녀도 남이 내 밭에 그러는 것은 못 참지.’
“오늘은 가능하지?”
“미안해요. 몸이 안 좋아요.”
“그래……. 그럼, 어쩔 수가 없지.”
첫날을 집에서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본사로 출근했다. 본사에 도착하자 상사의 이창동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부회장님, 미국 지사에서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회사에 특별한 일은 없지요?”
“경제 부총리께서 부회장님이 오시면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내일 저녁에 미래 호텔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주세요.”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경제 부총리인 선배가 연락한 것을 봐서는 뭔가 부탁할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군사 정권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정부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경제 부총리는 정부와 연결해 주는 중요한 끈이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게요. 가 볼 곳이 있어서…….”
“네, 고생하셨습니다.”
* * *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리무진을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서울(마포)대교가 완공되어 여의도가 금방이었다.
그곳에 새로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로 향했다. 이 시대에 보기 힘든 고층 아파트였다. 그중에서 평수가 넓은 단지로 향했다.
그곳은 국회 의원과 경제인, 언론인을 포함하여 일부 인기 연예인이 사는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 중 한 장소에 리무진이 멈추었다.
“부회장님, 이곳입니다.”
새로 만들어질 전략 기획실로 배속될 직원이 아파트로 안내했다. 그곳에 만삭인 김 비서가 살고 있었다.
“왜 이제야 온 거예요.”
“미국에서 할 일이 많았어.”
“그동안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아요?”
“미국에 불안할 것이 뭐가 있다고.”
“당신 없이 애를 낳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아이가 태어날 때는 곁에 있어 줘야 했다. 그것이 남자의 도리였다.
“그건 문제이긴 하군. 애를 낳을 때는 남자가 있어 줘야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그러면 잘해요.”
“그래…… 잘할게.”
“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요.”
“집에 이야기를 안 해서……. 늦게라도 가 봐야 해.”
“오랜만에 왔는데……. 그것도 못 해 줘요?”
“알겠어. 집에 연락할게.”
전략 기획실 직원을 통해서 일이 있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 알렸다.
“아이고, 아기가 장군감이구나.”
“딸이에요.”
“어…… 그래…….”
김 비서의 배를 만지고 있으니. 그녀가 속삭였다.
“오늘 자고 가요.”
“그래, 오늘 자고 가잖아.”
“그거 말고 다른 거요.”
“배가 부른데 뭘…….”
“해 줘요.”
그녀는 소유욕이 강했다. 같이 있으면 몸으로 사랑을 확인받으려고 했다.
“아이가 너무 크면…… 그게 안 좋다고 그랬어.”
“다른 방법이 있잖아요.”
“어…… 그래…….”
“저도 해 줄게요.”
“잠, 잠깐만…….”
사랑의 확인을 원하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 그것을 표현해 주었다. 그녀와 그렇게 밤을 보냈다.
“약속해요.”
“뭐를…….”
“저와 아이를 버리지 않겠다고…….”
“그건 약속하지……. 영란이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겠어.”
“고마워요.”
“이제 되었지?”
“아니, 한 번 더 해요.”
“잠깐…….”
그녀와 아이를 약속대로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것이 올바르지는 않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지.’
최고의 재벌은 정정하지는 않지만…… 당당했다.
‘어떻게 사람이 올바르게만 살겠어……. 다만 당당하게 살아야지. 그것으로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어.’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에 정식으로 등록할게.”
김 비서의 아이를 공식 자녀로 대하기로 했다. 서자는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고마워요. 제가 봉사를 더 해 드릴게요.”
‘안돼.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