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81)
개방과 수출
다음 날, 본사로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저녁에 미래 호텔로 갔다. 그곳에서 경제 부총리와 만나기로 했다.
“후배님, 미국을 잘 다녀왔다는 소식은 들었네. 성공을 축하하네.”
S.P.A의 상장은 한국에 알려졌다. 미국에서 상당히 쟁점이 되었는데 한국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일반인들은 몰라도 군사 정권과 정부의 요직들은 알았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건 자네의 노력과 실력이야.”
“그것보다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좋은 소식이라니…… 어떤 일인가?”
“한국에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공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공장이라고 하지만, 한동안 미래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생산 사용할 것이다. 트랜지스터가 아직 가격이 저렴하고 활용도가 더 높았다.
일본에 주로 수출하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트랜지스터가 될 것이다. 반도체가 널리 사용되려면 먼저 수율이 올라가고 가격이 내려야 했다.
그래야 반도체 소자(semiconductor device)가 트랜지스터에서 집적 회로(IC)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라디오나 소형 가전은 아직 트랜지스터를 많이 사용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가 나온 이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되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력이 좋았다. 강한 내구력으로 변압기 등과 같은 전력용 제품에도 사용되었다.
소리나 전기의 증폭 기능으로 앰프와 같은 음향 증폭기 등 많은 곳에 사용되었다. 그래서 미래 전자가 만드는 전기레인지에도 들어갔다. 반도체가 그것을 점점 대체해 나가지만, 트랜지스터의 수요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었다,
트랜지스터와 비슷한 다이오드는 LCD와 LED 같은 발광 소자로 사용되었다. 반도체 소자는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했다.
한국에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니 경제 부총리가 크게 기뻐했다.
“트랜지스터 말인가? 그거 잘되었군. 안 그래도 국내에서 매우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한국에도 샛별 전자와 같이 라디오나 소형가 전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트랜지스터 수요가 많아서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다. 다 외화였다.
“수입 대체에 큰 도움이 되겠어.”
군사 정권은 일본 전자제품 수입을 막았다. 하지만…… 소재나 원재료는 막지 못했다.
한국의 산업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여 시작했다. 그 결과로 많은 소재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오랫동안 일본을 상대로 무역 적자가 지속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럼 이제부터 일본에서 트랜지스터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해야겠어.”
정부와 경제 고위 관리들도 그러한 문제를 알았다.
그래서 자급화가 되는 소재나 부품은 산업의 보호를 위해 수입 금지 조치를 때렸다. 자국의 생산품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선배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수입 금지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국의 소비자나 다른 기업에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국 산업 보호가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야.’
수입을 금지하면 저품질의 국산 제품을 비싸게 사용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래 반도체는 수입 금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판매처가 시장이 작은 국내가 아니었다.
“미래 그룹에서 생산하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는 일본과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할 것입니다.”
미래 반도체는 일본과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굳이 수입 금지 조치로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트랜지스터의 수입을 막는다면 일본 기업의 반발이 심할 것이었다.
무역은 상호주의였다. 그들에게 미래 반도체 수입을 막을 명분을 주었다.
“양국이 시장을 개방하여 경쟁하는 것이 미래 그룹에 더 이득입니다.”
그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있을 때 빠르게 일본 시장을 점령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나? 일본 업체들이 만만치 않은데.”
일본도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고 있었다. 아직 국산품은 일제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아쉽게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이번에 미국 최고의 반도체 기업과 합작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술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의 기업과 협력한다는 말인가?”
“네.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합작 회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 항공기를 만드는 그 페어차일드사 말인가?”
“그렇습니다.”
페어차일드는 한국에 항공기 메이커로 유명했다. 그 회사에서 만든 전투기와 수송기, 여객기가 이미 많이 들어와 있었다.
“그 회사와 합작이라면 기술력에 문제가 없겠어.”
50~60년대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은 미국이었다. 건축뿐만 아니라 항공,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강점을 지녔다.
이 시절 미국이 세계 최강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최고 전성기였다.
“게다가 인건비가 한국이 더 저렴하니 가격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일본 업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역시 미래 그룹은 다르군. 내가 후배님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한국에서 고품질의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전자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 사실에 경제 부총리가 고무되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편하게 말해 보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구로에 공단을 지을 생각입니다.”
구로를 디지털 산업 단지로 만들 생각이었다.
“사업 허가와 전기, 수도, 도로만 해 주시면 됩니다.”
“구로라…… 좋은 곳이군. 사업 허가는 문제가 없는데……. 전기, 수도, 도로와 같은 기반 시설은 미래 그룹에서 하면 안 되겠는가? 나라에 돈이 없어서…….”
‘나라에 돈이 없겠어? 도둑이 많겠지.’
언제나 나라에 도둑이 많았다. 그것 다른 국가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 * *
한국이 아직 못사는 나라라고 해도 작은 나라는 아니었다. 최근에 원조와 차관이 줄었다고 해도…….
제대로 세금을 거두고 사용한다 그 정도 기반 시설(구로 공단)을 갖추는 데 필요한 자금은 마련할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그쪽으로 돈이 많이 나가고 있었다.
‘페어차일드 회장이 한국의 인프라에 관해서 어렵다고 이야기한 것도 일리가 있어.’
인프라는 물적 인프라와 정치 사회적 인프라, 인적 인프라가 다 포함되었다. 그 중은 한국은 인적 인프라를 빼고는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그나마 인적 인프라가 좋다는 것이 다행이지.’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강한 성공에 대한 열망, 부지런한 노동자 등 인적 인프라가 최상급이었다.
그 덕분에 산업화에 성공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반도체 선진 기술을 가져와도 노동자들이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소용없었다. 반도체는 수율이 중요했다.
거기에 저렴한 인건비도 도움이 되었다.
생산 단가가 높으면 일본에 팔 수 없었다. 작은 내수 시장으로는 큰 수익이 안 되었다.
뛰어난 손재주와 근면한 노동력,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 그에 비교해서 너무나도 저렴한 인건비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기에 최적지였다.
미래의 지식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의 제반 사항을 살펴보아도 미래 반도체의 대성공은 예정되어 있었다.
더 질이 좋은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에 당해 낼 회사는 없었다. 일본 시장을 석권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해 줄 수는 없지. 정부에 뭔가 얻어야 해.’
“알겠습니다, 선배님. 공단의 조성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대신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일본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는 신중히 해 주십시오.”
반도체를 포함하여 다른 산업도 수입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자네도 기업인인데…… 수입 금지 조치를 환영하지 않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한 일이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새싹은 잘 자랄 수 있게 보호해야 하지요.”
‘몰래 밀수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밀수도 밀수지만, 미래 그룹은 전략상 수입 금지 조치의 해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나친 보호는 경쟁력을 약화합니다. 선배님의 주도로 경제 정책이 수출 주도 정책으로 바뀐 것으로 압니다.”
경제 부총리의 강한 주장으로 인해 경제 정책이 수입 대체에서 수출 주도로 빠른 시기에 전환했다.
수출 주도 정책을 펼 때는 자국 산업 보호 조치에 신중해야 했다. 특히 수입 금지 조치는 더 신중하게 내려야 했다.
상대국과의 무역 흑자가 많을 때는 어느 정도 용납해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복 조치를 맞을 수 있었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자국 산업의 보호 조치를 하는 것처럼 일본도 미국에 자국 사업 보호 조치를 했다.
그것은 아직 일본이 미국에 대해서 무역 적자국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수출이 늘고 무역 흑자가 심해지면 미국에 보복 조치를 받는다. 무역과 교역과 관련된 조치들은 상대적이었다.
한국도 일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다. 미래 그룹이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면서 무역 적자가 저번 회차만큼 크지 않았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함부로 내리다가는 미래 그룹에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
‘미래 그룹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이번 기회에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 좋아.’
미래 반도체까지 본격적으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면 대일 무역 적자가 아예 없어질지도 몰랐다.
한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 미래 그룹 제품의 수입을 막을 빌미를 주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반도체는 그럴 가능성이 컸다.
반도체는 일본이 전략 품목으로 삼아 중점적으로 키우는 품목이었다.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는 전자 산업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였다.
“수출 주도 정책을 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자신의 시장을 개방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시장 개방이라…….”
* * *
수출 주도 정책이 반드시 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번 회차에서 한국은 시장 보호를 하면서 수출 주도 정책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이 만성 적자국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외화가 부족해서 허덕였다. 특히 일본과 미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심했다.
그런 상황이기에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서 수출 주도 정책을 펼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무역 적자가 심하지 않고 국내에 외화가 많은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수출 주도 정책을 사용한다면 바로 무역 보복을 받았다. 상대방이 이쪽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맞추어 바뀌어야 해.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변하는 부분도 있어.’
자신의 하는 행동들이 역사에 영향을 주었다. 그것만 믿고 성공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했다. 미래를 안다고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큰코다쳤다.
“시장 개방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취약한 산업에 대한 보호는 필요한 법이야.”
“그러니 선택적으로 해야지요.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개방하고 약한 분야는 보호해야 합니다.”
“한국이 일본에 개방해야 할 분야가 어디에 있나?”
“우선 미래 반도체에서 하는 사업입니다.”
“그거야 후배가 원한다는 데 막을 필요가 있나?”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자동차입니다.”
“음…… 자동차는 애매한데…….”
한국에 자동차 회사가 미래 자동차 말고도 몇 개 더 있었다.
* * *
그중 하나는 국제 차량 제작소였다. 역사에 변화를 주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미래를 알고 사업한다는 것 그 자체가 공평하지 않았다.
‘원래 새나라 자동차에 밀려서 사라질 회사라서 그나마 덜 미안하군.’
시발자동차가 망하기 직전 그곳을 방문했다. 한때 잘나갔던 회사가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이런 누추한 곳에 미래 그룹 부회장님께서 뭘 얻어먹을 게 있다고 오셨소.―
그의 말에 뼈가 있었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변명은 필요 없었다. 용건을 간단히 말했다.
―이곳을 인수하러 왔습니다.―
―미안하지만…… 미래 그룹에 회사를 팔 생각이 없소.―
―회사를 판다면 아쉽지 않은 돈을 주겠습니다.―
―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오.―
―그럼 무엇입니까?―
―이곳은 나와 직원들의 터전이오. 그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소.―
그래서 시발자동차를 인수하려 했다. 피와 땀이 바로 기술이었다.
―직원들의 터전을 지키려면 미래 그룹에 넘기는 것이 더 낫습니다.―
―미래 자동차를 위해서 일하란 말이오.―
―아닙니다. 이곳에서 그대로 일하면 됩니다.―
―미래 자동차의 하도급을 하라는 말이잖소. 그건 싫소.―
―음…… 오해하셨군요. 다른 일을 맡길 것입니다.―
국제 차량 제작소는 상당한 기술을 보유했다. 엔진의 실린더 헤드와 실린더 블록, 브레이크 라이닝, 클러치 디스크, 배터리까지 자체 제작했다. 부품 국산화율이 50~80%에 달할 정도였다.
―시발자동차는 부품 자급률이 높지만, 대부분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대량 생산 체계에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망해야 한다는 말이오?―
―아닙니다.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 합니다.―
―무슨 길 말이오.―
새로운 길이라는 말에 조금 관심을 보였다.
―트랙터입니다.―
―나보고 농사용 기구를 만들라는 말이오.―
―트랙터가 어때서 그렇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자동차입니다. 게다가 트랙터는 만드는 곳이 적어 경쟁이 적습니다.―
―그래도 트랙터는…….―
―앞으로 농촌에 트랙터가 대규모로 보급될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도 있을 것이고요. 미래 자동차의 트랙터 사업부로 새 출발 하십시오. 독립 회사로서 경영의 자율권을 드리겠습니다.―
―음…….―
그도 고민이 되었다. 트랙터를 만드는 것이 망하는 것보다 나았다. 듣고 보니 트랙터 사업이 괜찮아 보였다. 경영권을 준다는 말도 솔깃했다.
흔들리는 그에게 더 큰 먹이를 던져 주었다.
―트랙터가 스포츠카와 비슷하다는 것은 아십니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둘이 얼마나 차이 나는 물건인데요.―
그의 말이 부드러워졌다.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관심이 있었다.
―생각보다 차이가 없습니다.―
람보르기니가 트랙터 회사였다.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주물과 망치로 시발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인데……. 불가능하지 않아.’
―시발자동차가 트랙터 사업에서 성공하면 스포츠카 생산도 맡기겠습니다.―
―저희가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말입니까?―
스포츠카는 이건히 사장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의 꿈이었다.
―미래 자동차와 함께한다면 가능합니다.―
그도 결정을 내렸다.
―미래 그룹의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