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88)
다 공항에서 런던으로
유럽 출장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아버지, 어머니. 유럽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강철아,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어디를 그리 가려고 하느냐?”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유럽에 갔다 올 생각입니다.”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커졌는데…… 뭘 더 하려고…….”
아버지가 보기에 미래 그룹은 충분히 컸다. 아니, 지나치게 컸다. 한국이라는 작은 우물에 거대한 빅 피시(대형 메기)가 사는 것과 같았다.
미래 그룹은 대마불사로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쉽게 다른 사람의 입방아에 오를 수가 있었다. 뒷말한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은 아니었다.
‘아…….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어.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니.’
이 시기는 경제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면에서 북한과 남한이 비슷했다. 비슷한 이들이 서로를 극렬히 비난했다.
‘이게 바로 동족 혐오라는 것인가?’
극단적인 두 부류가 서로 매우 닮은 경우가 있었다. 그들을 사실 서로 같은 사람들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극단으로 가지 않았다.
일본에서 차별받던 재일 교포가 이 시기에 북송된 것은 이런 이유가 컸다. 그들이 보기에는 북한이나 남한이나 도토리 키 재기였다.
‘마루한의 영향으로 북한으로 가는 이들이 줄겠지……. 일본에서 잘 정착해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아 주면 좋겠어.’
그것은 미주 교포도 마찬가지였다. 미래 그룹의 영향으로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좀 더 살기가 좋아졌다.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 반드시 한국 편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짐이나 적이 되기보다 동료와 협력자가 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미래 그룹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었다.
마루한에 속한 재일 교포나 미래 그룹과 관련된 미국 교포들은 대한민국과 그룹에 소중한 자산이었다.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함께 갈 생각이었다.
‘다 같이 힘을 모아도 최고가 되기 힘든데…… 서로 갈라치기를 하면 더 힘들어지지.’
전쟁과 전술의 핵심은 각개 격파였다. 면과 선, 공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힘을 최대로 만들고 적의 힘을 최소로 만들어서 상대방을 무너트렸다.
이런 각개 격파 전술이 전쟁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 간의 경쟁과 국내의 정치에도 많이 이용되었다.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나누어진 화살이 되어 부러져 나갔다.
‘내가 김 비서의 문제로 여론의 공격을 받아 민감해졌군. 왜 나만 갖고 그래? 자기들도 재벌이 되면 다 그럴 거면서…….’
* * *
유럽 출장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부모님이 출장을 반대했다. 밖으로 도는 것보다 가정에 충실하기를 원했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 유럽으로 간다고 말할 수도 없고 곤란하네…….’
전략을 바꾸었다.
“사실은…… 요새 세상이 워낙 시끄러워서 한동안 외유를 하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언론이 조용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 잘 다녀오거라. 몸조심하고…….”
…….”
아들이 사람들에게 욕먹는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솔직히 이야기할걸……. 쉬운 걸 어렵게 갈 뻔했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지금은 서로의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는 시기였다. 중간에서 그 불똥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것을 피하는 방법은 불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시기에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 최고였다. 사람은 논란을 금방 잊었다. 잠시 외유하고 오면 조용해졌다.
그때는 그들이 씹고 물어뜯을 다른 것들이 나타날 것이다.
‘큰 거를 터트려서 이슈를 묻어 버려?’
이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정치권이나 재벌들이 잘 사용했다. 중앙정보부 김종칠의 특기였다. 지역감정 조장과 함께…….
전 정권에 이기봉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김종칠이었다. 4대 의혹으로 1차 외유를 하고 ‘김종칠―오히라 메모’ 파동으로 굴욕 외교를 비판하는 6·3사태가 일어나자 2차 외유길에 올랐다.
양 김 시대에는 나라를 세 개로 쪼개고 그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에이, 잠시 피해 있다 오면 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그렇다고 군사정권의 비리를 터트릴 수도 없고……. 사업도 알아보면서 외유를 하는 것이 최선이야.’
사실 재벌들이 잘 사용하는 방법도 외유였다. 일을 핑계로 해외에 다녀오면 조용해져 있었다.
‘진짜로 일하러 간다고…. 이번 유럽 방문은 미래 그룹이 화학과 정유 산업을 하기 위해 가는 거야.’
사실은 반반이었다. 놀면서 일을 하듯이 몸을 피해 외유 가면서 사업도 확장하는 것이었다.
“여보, 유럽에 다녀오려 해.”
“당신,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어디를 가려고요?”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유럽에 갔다 올 생각이야. 유럽에 간 김에 미술품도 구매하고…….”
“미술품도 많고 사업도 충분히 크잖아요. 두 달 정도면 둘째도 태어날 텐데…….”
“그전에 돌아올 거야.”
“좀 더 한국에 머물다가 가요.”
‘작전 변경이다.’
“사실은…… 요새 시끄러워서 한동안 외유를 하려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사람들과 언론이 조용해지지 않겠어.”
“……그래, 잘 다녀오세요. 몸조심하고요.”
‘성공이다!’
아야!―
초유진에게 제대로 꼬집혔다. 솔직한 게 반드시 최선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또 아이를 만들어 오면 안 돼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아야!―
김 비서를 만나러 가서도 심하게 꼬집혔다.
“아니, 왜 꼬집는 거야. 이건 영란을 위해서 해외로 가는 거잖아.”
“저 말고 유럽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안 돼요.”
“내가 강아지야? 아무 데서나 하고 다니게…….”
“아니에요?”
“어…… 그게……. 아닐걸?”
남자는 그 부분에 있어서 확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XX라는 욕을 싫어하나……. 그것도 동족 혐오인가? 좀 찔리긴 하네.’
개가 그렇게 욕먹을 동물이 아니었다. 인간이 개를 키우면서 동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최초로 길들인 가축이며 오랜 인간의 동반자였다. 인간의 문명은 개와 함께 시작되었다. 개가 없었으면 지금은 문명도 없을 수 있었다.
‘개가 얼마나 좋은 동물인데…….’
* * *
유럽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김포에서 하네다로 가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의 도쿄는 이 시기에 아시아의 중심이 되었다. 하네다 공항은 동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이거 항공사라도 세워야 하나……. 매번 이렇게 둘러 가는 것도 귀찮군.’
“부회장님, 이렇게 함께 유럽으로 가게 되어 영광입니다.”
환승 터미널에서 해외로 파견 가는 직원을 만났다. 미래 그룹의 해외 사업이 늘어나면서 주재원들이 많이 파견 나갔다.
“그래…… 자네들이 고생이 많아.”
“아닙니다.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가 보는 것도 부회장님 덕분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국내선도 변변치 않은 시기였다. 해외에 나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이 부러워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모두 유럽으로 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저는 L.A를 거쳐서 뉴욕으로 갈 것입니다.”
뉴욕으로 가는 직원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 시기에 뉴욕과 유럽은 꿈의 장소였다. 그곳으로 파견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럼 상사 쪽인가? 전자 쪽인가?”
샌프란시스코에는 미주 지사의 지점이 있었다. 상사 직원이 그쪽으로 파견 갔다.
최근에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와의 합작 사업 건으로 전자 쪽에게서도 직원을 파견하였다.
“아닙니다. 자동차 쪽입니다.”
“자동차?”
“네. 픽업트럭의 미국 출시에 앞서서 사전 홍보차 가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그룹 내에 일어나는 일 중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졌다. 혼자서 모든 것을 챙기기엔 그룹이 너무 커졌다.
“자네가 차를 잘 모는가?”
“예. 저도 부회장님처럼 미군에서 트럭과 지프를 몰았습니다.”
“카투사였나?”
“네. 부회장님과 같은 부대에 있었습니다.”
“그렇군.”
“전설적인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네,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군.”
“아닙니다. 저는 사실만을 말합니다. 부대의 전설이십니다.”
“하하, 전설은 무슨…….”
그런 말이 듣기 싫지 않았다.
‘전설이라고 불릴 만했지. 사령관부터 장교들까지 꽉 잡고 있었으니…….’
미군과의 관계는 미래 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페어차일드 회장과의 만남과 미국에서의 성공도 일부분은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과 계속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앤더슨도 만나야 하는데……. 미래 조선에서 대형 호화 요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을 못 했군. 역시 학수가 빨리 돌아와야 해.’
이학수 미주 지사장은 아직 미국에 있었다. 유럽에서 돌아왔을 때 이학수가 돌아와 있기를 바랐다.
미래 그룹이 혼자서 챙기기에는 너무 커졌다.
이창동 사장이나 각 계열사의 사장들도 자신이 맡은 회사를 관리하기에도 바빴다. 그룹이 커진 것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의 덩치도 커졌다.
계열사마다 비서실을 따로 두어야 할 정도였다. 직원들도 많고 할 일이 많았다. 그러한 계열사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손발이 되어줄 전략 기획실이 필요했다.
이미 전략 기획실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비서실처럼 개인적인 처리를 해 주는 정도였다. 이학수가 와서 그룹의 전반적인 부분과 대외 업무도 맡아 줘야 했다.
이렇게 생각에 잠겨 있으니, 앞서 이야기하던 직원과 동료들이 얼음이 되어 있었다. 부회장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다른 곳을 가거나 딴짓하면 결례였다.
‘이런 분위기는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사실 이런 것을 즐겼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은근한 수컷의 권력 표시였다.
“아! 미안하군.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네. 자네들 편하게 행동하게.”
“아닙니다. 지금이 편합니다.”
“그런데…… 다들 친해 보이는군. 동기들인가?”
“맞습니다. 미래 그룹 공채 6기입니다.”
“벌써 공채가 6기나 되었나? 자네들은 신입 사원 같지는 않은데?”
“맞습니다. 2년 전에 입사했습니다.”
“2년? 그러면 뭔가 맞지 않은데?”
미래 그룹의 공채는 1957년에 시작되었다. 2년 전이면 1960년이었다.
“그룹 공채를 1년에 두 번 하나?”
“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럼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네. 작년부터는 1년에 3~4번 뽑기도 합니다.”
고속 성장기에 한국에서는 대기업 정기 공채를 상반기, 하반기로 1년에 두 번 뽑았다. 그런데 미래 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1년에 서너 번 뽑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필요한 인원을 수시로 뽑기도 하니 공채 외에도 많은 사람이 미래 그룹으로 들어왔다. 그룹 내에 알지 못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3년 차에 해외 파견 근무라…… 자네의 사내 평가가 좋은 모양이군.”
“네. 그렇습니다. 동기 중에 제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신감의 표출이기는 하지만…… 그럴 만도 하지.’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회사였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직원으로 해외 파견을 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해외 근무를 원하는 시대였다. 사내의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선발된 이들이었다.
“그럼, 다들 유럽과 미국으로 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저는 아시아 지사가 있는 베트남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두 명 정도가 부끄러워하면 손을 들었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그것에도 나름의 격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서 동남아시아는 격이 떨어졌다.
그들도 성적 우수자들이지만 상대적으로 비교되었다.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비교하면서 살았다. 그들의 기를 살려 주기로 했다. 베트남도 곧 미국과 유럽만큼 중요한 곳이 된다.
“미래 그룹의 일원으로 해외로 가는 직원은 모두 그룹을 대표한다네.”
“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자네들도 대한민국과 미래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이네. 베트남도 그룹에서 중요한 곳이네. 자신에게 자부심을 품게.”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들과 이야기하는 중간에 기획실 직원이 다가왔다.
“부회장님,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가 탑승 수속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 가지.”
모여있는 직원들에게 격려했다.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게.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게.”
“네, 부회장님. 최고가 되겠습니다.”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도 최고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자네들은 왜 따라오는가. 지나친 예의도 결례라네.”
“네…….”
몇 명의 직원이 탑승장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기획실 직원을 시켜서 그들이 왜 저러는지를 물었다.
“부회장님, 저들도 런던으로 간다고 합니다.”
내가 착각했다. 그들은 예의를 차리기 위해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도 런던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온 것이었다. 부회장이 따라오지 말라고 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앉아서 편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라고 하게.”
‘비행기의 좌석이 달라서 다행이군.’
그들과는 클래스가 달랐다. 일등석을 타고 런던으로 갔다. 비행기에서 얼굴이 마주칠 일은 많지 않았다.
‘아니, 그들도 그게 편하다고……. 부회장이 옆자리에서 함께 타고 가 봐……. 장시간의 비행에서 얼마나 불편하겠어.’
지나친 예의도 결례(缺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