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89)
지사에서 생긴 일
‘일본 여자는 스튜어디스도 작군.’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는 일본 항공을 타고 갔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의 고속 경제 성장과 1964 도쿄 올림픽, 1970 오사카 엑스포로 크게 성장했다.
지금은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서 최신 항공기를 대거 유럽과 미국에 취항하고 있었다.
일본 항공(JAL)은 서양의 다른 항공사에 비교해서 최신 기종에 기내 서비스도 괜찮았다. 다만 스튜어디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친 예의가 부담스러웠다.
‘자꾸 괜찮냐고(気持ちいい) 물어보면…… 일본 AV가 생각나잖아.’
일등석이다 보니 승무원이 자주 와서 챙겼다. 그런데 친절을 표시한다고 너무 과하게 허리와 고개를 숙이다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상상이 되었다.
“장기간 비행으로 힘드시죠. 아! 승객님, 어딘가 불편해 보이시네요? 제가 도와 드릴 게 없을까요?”
‘불편한 것이 그건데… 자꾸 불편한 게 없냐고 물어보면 어쩌라고…….’
이 시절 스튜어디스는 바짝 묶은 맨머리나 파마해서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는 머리를 했다. 한국 여인들보다는 세련되었다.
일본에 서양의 문물이 빠르게 전달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자유로운 성문화가 일본과 만나서 개화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땅콩 하나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도 모르게 승무원에게 말을 걸었다가… 민망해서 땅콩을 주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래 그룹 부회장이 한국을 벗어나자마자 강아지가 될 수는 없잖아.’
김 비서에게 강아지가 아니라고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강아지가 되기에는 너무 빨랐다. 비행기는 한참을 날아서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 * *
“부회장님, 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괜찮아. 따로 들어줄 사람이 있어.”
비서실과 경호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기획실의 직원들이 몇 명 함께 비행기를 탔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파견 직원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래도 저희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자네들은 짐도 많잖아.”
그들은 유럽으로 장기 파견을 오기에 짐들이 손에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짐을 맡길 수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부회장님을 잘 모시겠습니다.”
“지나친 예의는 결례야.”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 타기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두 번이나 지적해 버렸다.
‘이러면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어쩔 수 없군.’
“아니, 괜찮아. 자네가 원한다면…… 가방 하나를 맡겨 볼까?”
작은 손가방 하나를 맡겼다. 그러자 그 직원은 많은 짐을 끙끙거리며 들고 오는 와중에도 맡긴 가방을 보물처럼 품고 왔다.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이것이 권력인가…… 재벌의 생활도 나쁘지는 않아.’
벌써 2회차의 재벌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일본과 유럽의 귀족들은 손과 발이 있어도 자신이 옷을 입지 않았다. 그래서 벗은 몸을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이 익숙했다.
여인이 귀족 출신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보는 앞에서 벗겨 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귀족 출신이라고 말해졌다.
‘이러다가 정말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몰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재벌이기도 했다. 공항의 출구 대기실에 런던 직원들이 2열로 늘어섰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박 지사장을 비롯한 양복 입은 직원들이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부회장님, 런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니, 거 참……. 조폭도 아니고 이건 좀 심하잖아……. 주변에 사람들도 많은데 남사스럽게 말이야…….’
런던의 히스로 공항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주변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 어디 아시아에서 왕족이 왔나 생각하는 듯했다.
이것이 부끄러운 것을 보니…… 아직 재벌 물이 덜 들었다.
‘재벌이 귀족도 아니고 이러면 좀 부끄럽지…….’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재벌이었다. 과거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들처럼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웠다.
“박 지사장……. 지나친 예의도 결례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아니네. 자네가 의전을 제대로 하려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을 아네……. 그러니 죄송할 일은 아니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래에는 공항에서 정치인과 재벌의 과잉 의전이 금지되었다.
본인이 직접 휴대품을 운반하지 않고 수행원이나 항공사 쪽의 의전 인력을 통해 대리 운반하는 경우 관세청의 직원을 문책하기로 규정을 정할 정도였다.
관세청에 그러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정치인과 재벌들의 과잉 의전이 심각했다.
땅콩 회사는 갑질뿐만 아니라 과잉 의전, 밀수까지 해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래서 제정된 규정이었다. 미래의 재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부끄러움을 좀 아는 사람이라고. 뭐든 적당하게 해야지…….’
“숙소로 안내해 주게.”
“네, 차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이 정도는 재벌로서 누려도 되겠지.’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런던의 최고급 호텔로 향했다.
‘아! 내 손가방! 이런…….’
직원에게 맡긴 손가방에는 중요한 것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과잉 의전에 신경을 써서 받지 않고 차에 탔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망할…….’
거기에는 내가 오랫동안 애장했던 플레이보이지가 들어있었다. 심심하면 보려고 손가방에 챙겨 왔다.
‘아…… 제기랄. X나 쪽팔리네…….’
이 일이 부끄러운 걸 보니, 나는 역시 부끄러움을 아는 재벌이었다.
‘내일 유럽 지사에서 얼굴을 어떻게 보나……. 그들 앞에서 온갖 무게란 무게는 다 잡았는데…….’
그렇다고 지금 연락해서 호텔로 가져오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다음 날 런던의 유럽 지사로 향했다.
*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가방을 가져간 직원이 가방을 전해 주지 않고 간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
“안은 보지 않았겠지?”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부회장님의 가방을 열어 보겠습니까?”
‘표정을 보니 봤군…….’
“자네도 어제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피곤할 것이니. 이만 가 보게…….”
“네…… 가 보겠습니다.”
직원이 나가고 난 다음 손가방을 열어 보았다. 플레이보이지가 넣었을 때와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건 손을 탔네, 손을 탔어. 에이…….’
박 지사장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유럽 지사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래……. 전기레인지는 잘 나가는데, 지프는 잘 안 나가는군요. 박 지사장,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네…… 그게…….”
“원인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네, 죄송합니다.”
박 지사장을 깨고 있었다. 어제 플레이보이지의 일로 기분이 안 좋았다.
‘아니, 이건 실적이 안 좋아서 그런 거야.’
원인은 지사장도 나도 알고 있었다. 전기레인지는 유럽에서 먼저 팔렸고 현지의 사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반면에 지프는 유럽과 같이 도로가 잘된 곳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승용차, 그중에서 배기량이 작은 휘발유 차들이 잘 팔렸다.
지프는 미국과 같이 비포장도로가 많은 곳에서 잘 팔리는 차였다. 그렇다고 유럽 지사장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상사 직원은 추운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고 더운 중동의 사막에서 담요를 팔아야 했다.
‘이 문제는 좀 쉽지. 알래스카에도 여름이 있으니 냉장고를 팔 수가 있지. 사막의 밤은 추우니 담요도 팔 수가 있고…….’
어쨌든 지사장은 지프를 팔기 어려운 유럽에서도 지프를 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패럴과 식품, 수산 전 분야에서 미주 지사보다 너무 차이가 나요. 이걸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은 유럽 전체보다 미국의 시장이 훨씬 더 컸다.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는 S.P.A와 같은 미래 그룹의 제품을 팔아 줄 대형 유통 채널도 없었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어.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내가 잘못이지. 그만하자.’
나는 어제의 일로 쪼잔하게 분풀이하는 재벌이 아니었다.
“이번에 유럽 지사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지원을 하겠어요.”
“네? 정말이십니까? 부회장님.”
오기 전에 생각한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선 영국에도 미국의 S.P.A 매장을 출점시키겠어요. 런던 외곽에 넓은 부지를 알아 보세요. S.P.A의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영국에 매장을 더 늘릴 거예요. 런던 외에 추가로 다른 유럽의 도시도 알아보세요.”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런데…… 박 지사장의 표정이 말할까 말까 하는 표정이었다. 잘못 말했다가 부화장에서 깨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함부로 직원들을 뭐라 못하는 거야. 직원들이 해야 할 말을 못 하면 회사에 발전이 없어.’
이창동 사장을 뭐라 안 하는 것도 그 이유였다.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미래 그룹은 그런 회사가 아닙니다.”
그럼 방금 깬 건 뭔데……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표정을 바로 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유럽은 미국과 상황이 다릅니다. 외곽에 있는 대규모 S.P.A 매장이 잘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럽은 미국과 상황이 달랐다. 유럽의 경우 도시마다 편리한 쇼핑몰이 갖추어져 있었다.
쇼핑하기 힘든 시골 아칸소에서 발전한 월마트의 모델이 먹히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만 보고 하는 소리였다. 영국에서도 S.P.A가 먹힐 것이 확실했다.
“최소한 영국에는 잘 먹힐 것입니다. 영국과 미국은 문화적으로 서로 비슷해요.”
“부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괜한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걱정은 기우가 맞았다. 전 세계 유통업체 매출 2위인 테스코가 영국에 있었다.
문화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 것은 그 결과를 알고 설명하기 위한 핑계였다. 테스코는 영국에서 미국의 월마트만큼 잘 나갔다.
‘아니지, 인구 대비로 보면 월마트보다 더 잘 나갈지도…….’
“프랑스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회장님, 프랑스는 영국과 문화가 다릅니다.”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습니다. 영국 외 다른 유럽 국가들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세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테스코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는 까르푸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S.P.A가 먹힐 것이다. 유럽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업종은 좀 다르지만, 의류업체 자라가 스페인에 있었다. 북유럽에도 대형 할인점이 잘되었다. 그곳에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가구업체 이케아가 있었다.
사고 품질 좋은 물건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었다. 유럽에도 S.P.A 매장을 진출시킬 계획이었다.
‘S.P.A 세계 곳곳에 다 진출시킬 거야.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지.’
전 세계의 유통을 장악하는 것은 미래 그룹의 최고의 재벌로 가는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였다.
‘유통과 반도체, 화학과 정유, 자동차, 자원 개발 등 돈 되는 것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