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9)
USA
‘이제 슬슬 군대의 문제도 해결해야겠어.’
한국에서는 군대 문제가 중요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재벌 회장들이 대부분이지만, 그건 정부와 유착 관계가 좋아야 했다. 누군가 그것을 잡고 공격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었다.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면 군대를 다녀와야 해. 그것도 일에 도움이 되면서, 빠르게 제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군대에서 오래 썩으면 곤란해.’
군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했다. 지금의 미군 군무원 신분은 군인처럼 보이지만 정확하게는 민간인이었다.
군무원은 민간인으로서 군인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채용할 때도 일반 회사처럼 미군에서 면접을 보고 뽑았다. 미군의 군수 사령부의 군무원도 기본적으로 민간인이었다.
군무원은 군인으로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미군 군무원의 신분이 군대로 끌려가는 것은 막아 주지만 군 복무를 대체하지는 못했다. 군무원을 마치고 군 복무를 이행해야 했다.
미군 군무원의 지위는 장기적으로 시민권을 받는 혜택이 있지만, 나에게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미국 국적도 나쁘지 않지만…… 최고의 재벌에게 그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지.’
이제 슬슬 군대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저번 회차에서는 한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군대에 갔었다. 그때는 아버지의 회사도 그렇게 크지 않은 회사라 전방에서 개고생했다.
‘이 시기 군 복무는 5~6년이야. 군대에 가면 좋은 기회를 다 놓쳐.’
기회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1950년대 군대는 정말 갈 곳이 못 되었다. 다행히 한국대 출신이라 행정병으로 갔었다. 행정병이 일반병보다 조금 더 편한 것뿐이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야, 그때 일반 소총수로 갔으면 죽었어, 죽어. 수용소도 그곳보다 낫겠다.’
수용소는 가 보지 않았지만, 수용소가 그러리라 상상할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식사, 힘든 훈련, 상시로 이어지는 구타. 다시는 군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한 번 더 군대에 가라면 차라리 죽지.’
하지만 한국에서 살려면 군대에 안 갈 수는 없었다. 물론 재벌가의 자식 중에는 안 가는 사람도 많았다. 조금만 힘이 있으면 힘을 써서 면제를 받았다. 나중에는 정부의 고위층이나 경제계에 그런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건 편하게 가는 방법을 몰랐을 때 이야기고. 편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곳을 아는데, 다녀오는 것이 더 낫지.’
군대는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것이 좋지만, 다녀올 수 있으면 다녀오는 것이 좋았다. 이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 되었다.
군대를 다녀오는 게 한국 사회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군대는 가능하면 다녀오는 게 좋았다. 단, 그것이 전방에서 개고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였다.
‘지금 전쟁터에 끌려가거나. 나중에 전방으로 간다면 안 가. 하지만 쉽게 군 경력을 채울 수 있는데…… 안 하면 바보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에서 나와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 군무원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 문제로 앤더슨 중령을 만났다.
‘이 인간은 진급도 안 하나? 꿀보직이라 진급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네.’
앤더슨 중령이 맡은 일은 군수 사령부에서도 먹을 것이 많은 자리였다. 그가 대령이 되면 다른 부대로 전출 갈 수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진급할 생각이 없는 것 같군. 그럼 나도 같이 꿀을 빨아야지.’
“중령님, 아무래도 이번에 일을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이 말에 앤더슨 중령이 크게 당황했다. 그의 자리가 좋은 보직인 이유에는 나의 영향도 있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면 그도 곤란해졌다.
“헤이, 아이언. 내가 너에게 섭섭하게 한 게 있어? 그럼 사과할게, 미안해. 우리 잘 지냈잖아. 갑자기 왜 그만두려 해.”
“중령님은 잘못하신 게 없습니다.”
‘당신은 잘못한 게 없지.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게 문제지.’
“그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아이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거야.”
‘그래, 이 말을 기다렸어. 지금이다.’
“별거 아닙니다. 저도 이제 군대에 갈 나이가 되어서 군대에 가려고요.”
“지금 군대에 가면 싸우다가 죽을 수도 있어. 전쟁이 끝나면 가. 그동안 내 일 좀 돕고.”
‘맞는 말이야. 그래서 당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잖아.’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저도 계속 나이를 먹고…… 결국 군대 가는 것을 피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전쟁은 휴전선 근처에서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몰랐다. 정말 이렇게 2년을 더 끌어 1953년에 휴전으로 마무리되었다.
지금 대부분 사람은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결국 전쟁터에 가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휴전만 되었지. 전쟁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앤더슨은 내 말속에 숨은 뜻을 찾았다.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데 언젠가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가겠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그럼 KATUSA로 여기로 오는 것은 어때?”
“KATUSA가 된다고 해도 여기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당신이 힘 좀 쓰라고…….’
KATUSA는 미군 소속이 아니었다. 한국군 소속으로 미군을 돕는 역할이었다. 거기에 이 시기에 KATUSA는 미군의 후방 지원보다는 미군과 함께 싸우는 일이 더 많았다.
미군의 후방 지원은 군무원이 하고 KATUSA는 미군의 부족한 병력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원칙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전선이 교착화되자 미군 군수 사령부에도 KATUSA가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KATUSA도 군무원과 비슷한 일을 했다.
군무원은 민간인으로 미군에서 월급을 주어야 했다. 반면에 KATUSA는 한국군으로 미군 입장에는 공짜였다.
미군 군수 사령부도 군무원들을 늘리는 것보다는 KATUSA를 쓰는 것을 더 선호했다. KATUSA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한국전쟁으로 탄생한 특이한 군 복무 형태였다.
미군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제도였다. 하지만 KATUSA는 한국 군인으로 그 복무지는 한국군이 결정한다. 결국 KATUSA에 지원해도 내가 어디로 갈지 몰랐다.
“걱정하지 마, 아이언. 내가 손을 쓸게. 네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그래, 그래야지. 내가 벌어 주는 돈이 얼마인데…….’
“알겠습니다. 중령님이 그러시면 KATUSA에 지원하겠습니다.”
“KATUSA에 합격하면 반드시 나에게 연락하고 알겠지.”
‘걱정하지 마. 말 안 해도 연락할 거야.’
“네.”
앤더슨 중령에게 부탁하지 않고 그가 부탁하도록 만들었다.
이번에 최고의 재벌을 목표로 하였다. 그에 따라 행동도 달라져야 했다.
‘최고의 재벌은 부탁하지 않아. 단지 부탁을 받을 뿐이지.’
최고의 재벌은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일부러 사귀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사람이 나를 찾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지인들과 직원들에게 한 것처럼…….
―아버지, 그들에게 부탁이 아닌 은혜를 입히세요. 그래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고마워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쪽에서 부탁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찾아와서 부탁하게 할 것이다.
‘왜 찌질하게 외국의 창업자에게 지분을 달라고 졸라. 그냥 내가 차리지.’
소설이나 드라마는 잘못되었다.
‘왜 번거롭게 정치인도 미리 만나서 사귀어. 이번 회차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알고. 필요하면 그가 찾아와야지.’
최고의 재벌이 되려면 행동도 최고답게 해야 했다.
* * *
‘부민동에 사니 편하네. 자리를 잘 잡았어.’
정부의 청사와 중요 기관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었다. KATUSA를 지원하는 곳도 이곳에 있었다.
“미군 군수 사령부의 군무원이셨다고요. 그런 분이 굳이 왜 KATUSA를 지원하려 하십니까?”
KATUSA 모집 장교가 자기도 모르게 높임말을 했다. 끗발이 가장 좋은 곳에서 왜 이곳으로 지원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대위인 모집 장교가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지. 군인으로서 좋은 자세이네.”
벌써 모집 장교에게 +10점을 가지고 들어갔다.
“자네가 미군의 군무원이라고 하니 영어를 잘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하니 테스트해 보겠네.”
KATUSA는 미군과 함께 전투나 일을 하기에 영어는 필수였다. 그가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보다 더 유창한 영어로 대답을 했다.
“어어…… 자네는 어찌 그리 영어를 잘하나.”
“말씀드린 대로 미군의 군무원이었습니다. 영어는 학교 때도 잘했습니다. 한국대 상학과 출신입니다.”
이걸로 +20점이었다.
“어…… 이건 뭐 테스트할 것도 없군. 자네, 설마 유력한 집안의 자제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아버지가 미래 그룹 회장이십니다.”
‘추가로 +10점.’
순간 그의 표정이 굳었다. 부산에서는 미래 그룹이 아주 유명했다. 부산 곳곳에서 미래 식품의 국수와 오뎅을 팔았다.
그 외에도 부산에 있는 사람이라면 미래 그룹이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저기, 미안한데…….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나?”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
‘말만 해. 웬만한 건 다 들어줄 능력이 돼.’
“내 형님이 참 착하고 성실한데 말이야. 지금 전쟁 중이라 놀고 있지 않나. 조카도 있는데 말이지.”
결국 혈연에 의한 인사 청탁이었다.
‘군대 문제라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알겠습니다. 형님에게 미래 그룹의 계열사 중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봐 주십시오.”
그에게 계속 면접 점수가 쌓여 갔다.
“고맙네. 좋은 소식을 기다리게.”
“네. 말씀하실 것이 없으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기다리게. 더 부탁할 게 있네.”
‘그 정도면 되었지, 또 뭘 부탁하려고…….’
“네, 말씀하십시오.”
“내 조카와 부모님이 미래 식품의 오뎅을 그리 좋아한다네.”
‘그 정도쯤이야……. 얼마면 되겠어? 마음껏 주지.’
“알겠습니다. 주소를 알려 주시면 직원을 시켜 몇 박스 가져다 놓으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몇 상자까지 필요 없네. 한 상자면 되네.”
‘남자가 배포가 작게 그럴 수가 있나. 명색이 미래 그룹 부회장인데…….’
“이웃들과 나누어 드십시오.”
“그래, 고맙네.”
‘이것으로 끝났네. 그가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지.’
그가 형님의 성함과 자신의 주소를 알려 주었다.
‘누구나 가족이나 필요한 것이 있는 법이지. 내가 매달릴 필요가 없지.’
그에게 100점 만점에 150점을 받았다. 그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주었다. 앤더슨뿐만 아니라 모집 장교에게도 손을 썼다.
그들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KATUSA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앤더슨 중령님, KATUSA에 합격했습니다.”
“그게 잘됐네. 혹시 다른 데로 전출되더라도 절대 가지 말고 버티게.”
“군인이 명령을 받았으면 그것에 따라야지요.”
“아이언, 내가 손을 쓸 테니까. 무조건 가지 말고 버텨.”
‘그러니 지금 빨리 손을 쓰라고…….’
“그럴 바에야 미리 손쓰는 게 낫지 않습니까?”
“혹시라고 했잖아. 혹시!”
“알겠습니다. 그래도 부드럽게 가고 싶네요.”
‘앤더슨, 알아서 일 처리 좀 잘해 줘.’
“걱정하지 마.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그가 최선을 다할 거라는 말을 믿었다. 그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그게 최고로 가는 방법이었다.
며칠 후 정말 앤더슨이 있는 부대로 배치를 받았다.
“아이언 하사,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반갑네.”
“앤더슨 중령님, 저도 다시 함께 일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군무원에서 KATUSA로 신분이 바뀌어 미군의 군수 사령부에서 일하게 되었다. 소속과 신분만 달라지고 하는 일은 군무원 때와 같았다.
앤더슨 중령과 내가 원하는 것이 일치했다. 전과 변함없이 회사 일과 미군을 돕는 생활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