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199)
상대에게 살을 주고 뼈를 취하다
여의도는 개발이 거의 완료되고 있었다. 아파트는 모두 완판되어 사람들이 대부분 입주했다. 고층의 고밀도 아파트로 지어 3만 세대가 넘는 규모였다.
이전에 지은 상계와 장안 지구와 비슷한 규모의 대단지였다. 여의도 아파트가 그곳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중상층 아파트로, 아니, 부유층 아파트로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32평 아파트 이상으로 단지가 구성되었다. 이 시기에 32평 아파트도 대형 아파트였다. 40평대나 50평대 아파트는 초대형 아파트였다.
아직 한강은 깨끗한 편이었다. 한강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은 아파트였다. 거기에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았다.
무엇보다 여의도에 국회 의사당과 방송국, 신문사, 은행과 증권과 같은 금융사, 대기업 본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여의도 아파트를 구했다. 여의도 아파트가 큰 인기였다.
‘증권 파동을 겪었지만…… 다행히 증권 시장이 무너지지 않았어.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겠어.’
기업들이 여전히 정권 유착으로 저렴한 외국의 차관과 은행의 자금을 이용하겠지만, 그런 여유가 안 되는 사람들이 사채 시장을 기웃거리는 일은 조금은 줄게 될 것이었다.
증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사채가 여전히 인기 있겠지만…… 기업들이 사채에 매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컸던 한국의 사채 시장이 그 정도로 성장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대기업뿐만 중소기업들도 커질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미래 그룹은 국내 시장의 중소기업들과는 경쟁하지 않을 거야. 그들이 커지는 것이 더 이득이니까.’
미래 그룹이 문어발이고 수직 수평적인 결합이 강하지만, 주 시장이 국내가 아니라 국외였다. 국내의 중소기업들과 부딪힐 일은 많지 않았다.
앞으로 오히려 그들과 함께 일할 일이 많을 것이다. 정유와 화학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은 섬유와 플라스틱, 합성 고무, 제약 원료 등 중소기업들과 연관이 되었다.
그런 상품들을 대량 생산해서 국내에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다. 그들의 대외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재벌이 착한 기업이 될 수는 없지만…… 나쁜 기업은 되지 말아야지.’
재벌이라는 존재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쁜 기업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 * *
서울역 부근에서부터 3개의 큰길이 여의도로 향하는 한강 강변까지 연결되었다. 그 도로들은 한강에 마포 대교를 포함하여 3개의 다리로 여의도로 이어졌다.
새로 만들어진 길들이 넓고 시원하게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서 버스나 승용차로 쉽게 여의도로 올 수 있었다.
‘이거 국가에 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 도로를 공짜로 놓아 주다니……. 땅값이 오르지 않았으면 손해 볼 뻔했어.’
이것은 장사꾼이 손해를 보고 판다는 엄살이었다. 도로 공사를 들어가기 전에 그 주위 땅을 대거 매집했다. 도로가 들어서고 주위가 개발되자 그 땅들을 팔아서 공사비를 충당했다.
건설에 일거리도 마련해 주고 시멘트와 레미콘도 팔고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그 길들은 영등포를 지나서 구로 공단까지 연결되었다.
영등포에도 대량의 땅을 사 놓았다. 구로 공단에도 전자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었다. 여의도 개발 사업으로 많은 이득을 보았다. 이것저것 따져 보면 크게 남는 장사였다.
장사꾼이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는 특별한 때였다. 그것도 뒤에 손해를 복구할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다목적 댐도 절대 손해가 아니야. 부가적으로 얻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크게 남는 장사야.’
서울역에서 여의도로 가는 길에 차들이 많이 늘었다. 미래 자동차의 지프뿐만 아니라 승용차도 많이 보였다.
“도로에 차가 많이 늘었군.”
그 말에 리무진 차량의 운전사이자 경호원이며, 전략 기획실의 직원이기도 한 건장한 사내가 대답했다.
“네. 최근에 도로가 개통되고 시내에 차를 타고 가기 좋아져서 승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가 많이 보이는군요.”
“네. 수입 금지가 풀리고 관세가 인하되면서 일본 자동차의 가격이 많이 내렸습니다.”
“차종이 다양하네요.”
“제일과 럭키를 포함하여 대다수 그룹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이 경쟁해서 자동차 가격이 직장인도 살 만한 가격대로 낮아졌습니다.”
일본의 차들은 대부분 저배기량의 소형차였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국민차로 널리 보급되는 차량이었다.
수입 관세가 내리고 수입업체들이 경쟁하자 차량의 가격이 대폭 내렸다.
고가의 사치품인 승용차가 전문직이나 대기업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크게 마음을 먹으면 살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아직 자동차가 고가의 사치품이지만, 특권층들만 살 수 있는 차에서 중산층 이상이면 무리하면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역사보다 높아진 소득 수준과 잘 닦인 길은 사람들의 그런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지방은 아직이지만…… 서울에는 승용차들이 상당히 다니고 있었다.
“그 회사가 힘들겠군.”
“네? 무슨 회사 말이십니까?”
“아…… 그런 회사가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신경 쓰지 말라고 하니 더는 묻지 않았다. 운전에 집중했다. 그는 전략 기획실의 직원으로 훈련을 받았다. 보지 말라고 하면 보지 않았다. 듣지 말라면 듣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그런 척을 하는 거지.’
그래도 그런 태도는 전략 기획실 직원으로 필요한 태도였다.
‘새나라 자동차가 곧 무너지겠어.’
새나라 자동차는 일본 닛산의 자동차를 수입해서 비싸게 파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회사였다.
그 회사는 멀쩡한 자동차를 분해해서 일부로 부품으로 수입했다. 그렇게 관세와 세금을 회피했다.
자동차 산업 보호라는 명목으로 수입 금지하여 고가로 국내에 팔아서 많은 이득을 보았다. 그 돈이 중앙정보부로 들어갔다.
‘중앙정보부가 그런 회사 사정을 봐줄 리가 없지. 아니면 대통령 선거를 이유를 벌써 가져갔을 수도 있고. 곧 무너지겠어.’
새나라 자동차는 얼마 가지 않아 망할 것이다. 곧 시장의 매물로 나올 것이었다.
‘그 회사에서 가져올 게 있을지 모르겠군.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배지 엔지니어링(Badge Engineering)을 통한 생산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안되면 공장 터와 직원들이라도 남아있겠지.’
뭐라도 있으면 없는 것보다 나았다. 기술이 없으면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 직원을 고용하여 승용차를 생산하면 되었다.
‘원 역사에서는 새나라 자동차가 사라진 후 그 직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가끔 착한 일도 하고 살아야지.’
새나라 자동차는 망하는 회사였다. 가끔 착한 일도 하고 살기로 했다.
‘일본에서 자동차도 사 주어야…… 미래 그룹도 일본에 많은 물건을 팔 수가 있지.’
미래 그룹에서, 많은 제품을 일본에 팔고 있었다. 수산과 식품, 의류, 인형, 전자(전기레인지), 트럭과 상용차에 지프까지……. 곧 픽업트럭과 반도체, 정유, 화학 제품까지 팔 것이었다.
미래 워커힐 호텔&리조트가 완공되면 적극적으로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었다. 양국의 교역과 비 교역 장벽을 미리 낮추어 놓는 것이 미래 그룹에 유리했다.
새나라 자동차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재벌로서 작은 선심이었다.
‘하동환 자동차도 곧 넘어올 거야.’
시발 자동차는 스포츠카, 하동환 자동차는 버스와 트럭, 새나라 자동차는 승용차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었다. 미래 자동차 그룹의 서브 브랜드로서…….
* * *
여의도 본사는 위치가 좋았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에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한국의 맨해튼 중심에 미래 그룹의 본사가 들어섰다.
여의도로 이전하자 본사의 공간이 넓어졌다. 그동안 비좁게 사용하던 부서들도 여유 있게 공간을 배정받았다.
전략 기획실도 부회장이 있는 층에 넓은 공간을 배정받았다. 미래 그룹의 계열사들은 서로 다른 층을 사용했다. 각 계열사의 사장실도 해당 층에 있었다.
이제부터는 직접 사장들을 불러서 이야기하지 않고 전략 기획실이 각 계열사와의 연락을 담당할 것이었다.
미래 그룹이 더 커지면서 소통의 방식이 바뀌었다. 나중에는 각 계열사가 각각 별도의 빌딩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중간에서 통합적으로 그들을 관리하고 연락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
전략 기획실이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본연의 임무였다.
‘김 비서와 내 뒤치다꺼리를 하라고 조직을 만들지는 않지. 그건 비효율적이야.’
“부회장님, 샌프란시스코에서 페어차일드의 기술자를 데리고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이 실장. 조심해서 와.”
“그럼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이학수 미주 지사장은 이미 전략 기획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제 인수인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반도체 기술자들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 이미 구로 공단에 페어차일드사에서 수입한 장비와 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장이 완성되었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기술자들이 오면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것이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의 전자 회사에 팔려나갈 것이다. 샛별 전자도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로 소형 전자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자 업체들은 미국에 많은 소형 가전을 수출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 트랜지스터와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다.
높은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을 가진 미래 전자의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었다.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데는 장사가 없었다. 한국의 일본 자동차 수입으로 일본의 무역 장벽도 낮추어 놓았다.
일본의 반도체 업체가 무역 장벽으로 방어를 하려 해도 자동차 업체들이 그것을 반대할 것이다. 한국에 일본 자동차들이 잘 팔리고 있었다.
미래 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지프와 곧 판매할 픽업트럭은 그들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아닌 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경쟁했다.
‘이게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지.’
일본에서 미래 반도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막기는 힘들었다. 지금은 자동차가 반도체보다 더 커 보였다. 거기에 일본의 전자업체도 미래 반도체의 제품을 환영할 것이었다.
반도체는 소재 산업이었다. 제조사에서 싸고 질이 좋은 소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아직 누구도 반도체 시장이 그렇게 커지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지. 심지어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그곳의 반도체 업체를 다 죽여 버리면 더는 수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재에서 종속되어 버린다. 국내에 대체할 회사가 없으면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일본이 한국에 그런 상대였다. 그것이 미래 그룹의 탄생으로 뒤바뀔 수도 있었다.
* * *
페어차일드의 기술자가 한국에 오는 문제로 상사의 이창동 사장을 불렀다. 그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 일은 뒤에 페어차일드의 연구원들을 부르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이 사장, 곧 이 실장이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직원을 데리고 올 거예요. 그들이 묵을 곳과 편의시설을 준비해 주세요. 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이 사장의 일이 줄겠네요.”
“잘되었습니다. 이 실장이 오면 제가 상사 일에 집중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창동 사장은 이학수 실장이 오는 것을 반겼다. 그가 하던 일들의 상당수를 이 실장에게 맡길 수 있었다.
‘일과 권한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군. 이 사상은 아직도 순수한 점이 있어.’
그래서 이창동 사장이 그 자리를 지킬 수가 있었다.
‘회사에 약삭빠른 모략가만 있으면 그것도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