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
, 3회차
‘이번엔 처음부터 작전을 잘 짜야 해.’
처음부터 전쟁이 난다고, 피난을 가자고 하면 정신 병원으로 끌려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피난을 가 봤자,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미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인 만큼, 잘한다면 전쟁 통에도 훨씬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심지어 전쟁 전보다 부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아버지,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 전쟁이 그리 쉽게 나겠느냐.”
“이승만 박사님이 북진 통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거야 그분이 그냥 하는 이야기지. 한민족끼리 실제 전쟁을 벌이기야 하겠냐.”
이승만의 북진 통일 주장을 정말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정치적인 구호로만 생각했다.
“이승만 박사가 실제로 북진하지는 않겠지만, 그 주장이 북한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있는데 북한이 쳐들어 내려오기야 하겠느냐?”
“현재 미국 대통령인 트루먼은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방어선을 일본으로 후퇴시켰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설명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애치슨이라는 미국의 국무장관이 극동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그어 버렸다.
애치슨 라인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후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거기에 거짓을 좀 보탰다.
“미국이 더는 남한을 지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이 별생각 없이 그은 선 하나가 김일성에게 확신을 심어 준 것이 컸다.
‘서로 오판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죽었어.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죽을 때 X나게 아프잖아. 아! 열받네…….’
“정말 그러냐? 미국이 한국을 지켜 주지 않는다고 했다는 말이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
“제가 한국대 학생이지 않습니까? 그런 정보는 빠릅니다.”
한국대가 알고 보니 서울대였다.
‘우기고 보는 거지. 정말 그런지, 누가 알겠어.’
“정말 미국이 남한을 지켜 주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냐? 그건 큰일인데…….”
북한은 그것을 기대하고 전쟁을 벌였다. 빠르게 남한을 점령하면 미국도 별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사소한 선 하나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한반도에 막대한 인적 물적 손해를 끼치고 일본의 부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은 셈이야.’
“학내에 벌써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그런 소문이 도는 것은 사실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진짜 전쟁이 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이유 없이 피난을 나설 리가 없었다.
막무가내로 전쟁이 난다고 우기다가는 잘못하면 병원행이었다. 아직 이 몸의 주인으로 행세하는 것이 어색했다.
금방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피난을 유도해야 했다.
“전쟁이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성공이야. 반쯤 넘어왔다.’
“혹시 모르니, 잠깐 몸을 피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운영하는 정미소하고 쌀가게는 어떻게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가시죠.”
“가게는 한시도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법이야. 그걸 누구에게 맡기겠느냐.”
‘지금 정미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전쟁이 나요, 전쟁.’
“우선 한두 달만 피난을 가시지요. 전쟁 소문이 잠잠해지면 다시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두 달만 피난을 가자는 말이냐.”
한두 달로 피난 기간을 정하니, 아버지의 마음이 기울어졌다.
기간 없이 피난 가자는 것과 1~2달로 정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달랐다.
“어디로 피난을 가야 하느냐?”
“안전하게 부산까지 피난을 가시죠.”
“그건 안된다. 정미소를 남에게 맡기고 어떻게 부산까지 가느냐. 전쟁이 난다고 쉽게 부산까지 밀리겠느냐.”
‘정말 부산까지 밀리는데……. 북진 통일이니, 뭐니 외치니 사람들이 국군이 강한 줄 알지.’
이런 일이 오래전에도 있었다. 임진왜란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 달 정도면 됩니다. 가는 김에 멀리 가시지요.”
한 달 안에 전쟁이 발발한다. 이미 한번 겪었다. 이 게임에도 한국전쟁은 정확하게 그 시점에 일어났다.
‘그날 병원에서 전쟁이 난다고 외쳤다가 미친놈 취급을 받았어. X나게 맞았지. 아오, 아직도 열받네.’
쉽게 아버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소문 때문에 사업을 관둘 수는 없었다. 정미소는 나름대로 큰 사업이었다.
“사람을 보내 정미소의 상황을 들으려면 수원 밑으로는 안 된다.”
“수원은 북한과 너무 가깝습니다.”
“그곳이면 충분히 멀다. 미군도 있고 국군이 쉽게 밀리겠느냐.”
너무 쉽게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다. 대만처럼 망명 정부까지 생각했었다. 수원은 북한과 너무 가까웠다.
“대전은 어떻겠습니까?”
“대전 말이냐? 너무 멀지 않으냐.”
“기차를 타고 가면 그리 멀지 않습니다. 돈이 들긴 하지만 기차로 사람을 정미소로 보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대전이라, 음…….”
“주위 사람들에게는 대전에 잠시 볼일이 있어, 가족과 내려갔다고 하시고요.”
부산이 힘들다면 대전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전쟁 중에 잠시 수도를 대전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전이라면 전쟁이 일어난 후 부산으로 피난하기까지 수월했다.
“대전이라. 알겠다, 그렇게 하자. 전쟁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아버지, 그럼 잘된 일이지 않겠습니까? 옛말에 교토삼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전쟁 소문이 도는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내가 생각해도 그럴싸해.’
“한국대에서 그런 소문이 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십시오.”
“아는 사람에게는 알려 줘야지.”
“헛소문이라고 알려지면 저희 집안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헛소문은 아니지만, 바깥에 떠들고 다닐 일은 아니었다. 한창 좌우 대치가 심한 상황이었다.
잘못하면 유언비어를 퍼트린 죄로 끌려갈 수도 있었다. 다시 서울에 돌아왔을 때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었다.
전쟁이 날 것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맞혀도 위험, 못 맞혀도 위험. 예로부터 나쁜 소식은 함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
나쁜 소식을 전하면 잘해도 욕먹었다.
“알겠다. 나도 그런 분별 머리는 있다. 이 바닥에서 장사한 지가 얼마인데.”
집안이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오래 터를 잡은 부유한 집안이었다. 아버지의 말로는 대대로 시전 상인을 해 온 가문이라고 했다.
돈복은 있었다. 반면에 자식은 시집간 누나와 단 둘뿐이었다.
“너의 누나에게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냐?”
“그랬다가 잘못해서 시댁에서 소박을 맞으면 어떡하려고요.”
“그건 그렇군. 괜히 이야기했다가 잘못되면 시댁에 구박을 받을라.”
누나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알려 줘도 정말 피난을 갈지 알 수 없었다. 괜히 덤터기만 쓸 가능성이 컸다.
‘미안하지만, 이 몸의 누나는 알아서 살아남기를 바래야지.’
서울 사람이 피난을 못 갔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었다. 심한 고생은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살아남았다.
“좋아. 1~2달인데……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버지.’
* * *
가족과 함께 대전으로 피난을 갔다. 그곳에서 한국전쟁의 발발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하늘이 도왔다.”
“아버지, 이곳도 위험하니 부산으로 대피하시죠.”
“조금만 기다려 보자. 라디오에서 서울을 금방 수복한다지 않느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라디오를 통해 서울을 수복하고 북으로 진격을 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이 인간들이 너무하네. 아무리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거짓말에 속아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부의 말을 믿고 제때 피난을 못 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서울에서 대전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아버지. 부산으로 빨리 가시지요.”
“조금만 더 두고 보자.”
“지금 가야 합니다.”
“정부를 믿어 보자.”
‘세상에 믿을 걸 믿어야지. 그것 믿다가 피 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우물쭈물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대전으로 피난민과 후퇴한 군 병력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강철아, 안 되겠다. 위에 큰일이 난 모양이야. 부산으로 가자.”
결국 아버지도 부산으로 피난을 결정했다.
‘제발 좀 아들 말 좀 믿으세요. 벌써 정부 인사들은 부산으로 다 도망갔어요.’
기차역에서 누군가가 팔을 잡았다. 군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야, 지금 한시가 급한데.’
“너, 강철이 아니야?”
“죄송합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저 강철이 아닙니다.”
“너 강철이 맞네. 어디 선배를 보고 도망을 가려고!”
‘선배는 무슨 선배. 늦으면 죽게 생겼는데.’
“죄송합니다, 선배. 저는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어. 가 봐야 합니다. 이만…….”
“부모가 안 계시는 사람이 여기 어디에 있나. 학도 호국단 단원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지.”
‘너나 하세요. 국민을 속이는 정부에게 무슨…….’
“선배님, 저는 독자입니다.”
그가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 더 거세게 팔을 잡았다.
“그런 사정 다 봐주면 누가 전선에서 싸우겠어. 조국을 지키러 가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 싸우고 싶으면 자기만 싸우면 되지, 그걸 왜 남에게 요구해.’
“잠깐만요. 갈게요, 갈게. 그전에 잠시 부모님께 인사라도 하게 해 주십시오.”
부모님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누구나 부모가 있었다. 팔이 느슨해지는 순간 내빼려고 했다.
“여기 국가의 부름을 거부하는 젊은이가 있다. 녀석을 잡아!”
동료로 보이는 군인들에 둘러싸였다. 학도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다시 낙동강 전선으로 끌려갔다.
‘제길, 빨리 도망쳐야 해. 여기서 또 죽을라.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하기는 싫어.’
인민군이 369고지로 올라오자 재빨리 도망쳤다.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총탄이 날아와 가슴을 관통했다.
‘눈먼 화살도 아니고 총알이라니…… 이런 제길…….’
순간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아, 너무 아파…….’
“으으, 시X.”
곧 눈이 뒤집히고 흰자위가 드러났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GAME OVER]* * *
다시 우둘투둘한 천장이 눈에 보였다.
“아아! 제길!”
죽음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없었다. 다시 그 고생을 해야 한다는 짜증만이 치솟아 올랐다.
“시X, 시X, 시X, 시X.”
아침에 방에서 일어난 소란에 어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강철아, 무슨 일이니? 갑자기 아침부터 욕을 하고 그래.”
‘아뿔싸, 처음부터 이러면 일이 꼬이는데…….’
“어머니, 죄송합니다. 간밤에 소자 안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이제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괜찮아요. 저 미치지 않았어요.”
“얘는,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니?”
아버지와 아침밥을 먹으며 진지하게 피난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회차에서는 아버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중요한 시기를 다 놓쳤다. 이제는 절대 그런 실수를 할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이 게임이라고 하니, 나도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어떻게든 가족들을 부산으로 보내 놓고, 집에 있는 재산들을 팔아 치워서 따라갈 계획을 세우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안전하게 부산으로 피난을 가시죠.”
“사람을 보내 정미소의 상황을 들으려면 수원 밑으로는 안 된다.”
“수원은 너무 가깝습니다.”
“그곳이면 충분히 멀다. 그리 쉽게 국군이 밀리겠느냐.”
“안전하게 부산까지 피난을 가시죠.”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느냐. 안 된다.”
부산이라는 말에 아버지가 거부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럼 부모님은 수원으로 가시죠. 저는 한동안 아버님을 대신해서 이곳을 돌보겠습니다.”
“네가 안 가는데 우리만 가서 뭐 하겠느냐.”
“저 혼자면 전쟁이 일어나도 피난 가기가 좋지 않겠습니까? 아버지가 안 계시는 동안 제가 정미소를 챙기겠습니다.”
아버지도 믿을 수 있는 아들에게 정미소를 맡길 수 있다는 것에 솔깃한 것 같았다.
“내가 정미소 일을 할 수 있겠느냐?”
“가게에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지, 하는 일이 중요하겠습니까?”
정미소에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보았다. 일은 밑에 사람들이 다 하지, 아버지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주인만 있으면 되었다.
“아버지, 제가 한국대 상학과입니다. 정미소 운영 하나를 제대로 못 하겠습니까?”
한국대 상학과와 정미소 운영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모든 일을 다 가르쳐 주는 줄 알았다.
“그래. 그렇게 말하니, 너를 믿고 떠나마.”
“이왕 가시는 거, 부산에서 어머니랑 관광도 하시고 푹 쉬다 오십시오.”
“그럼, 아들 덕분에 호사를 누려 볼까?”
부모님이 부산으로 떠나셨다. 그 사이에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팔아치웠다.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내가 이 집 아들입니다. 돈 되는 것은 다 파세요.”
“도련님!”
직원들이 말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미소의 쌀과 기계 등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치웠다.
‘하하, 부잣집이라 돈이 좀 되네.’
부동산은 아버지가 없어 처분할 수 없었지만, 동산은 다 처분했다. 준비를 마친 후 23일 저녁에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재수 없이 걸리면 안 되니, 하루 일찍 출발하자.’
부산에 도착하고 난 다음 날 전쟁이 터졌다. 부모님과 재회했다.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에 기뻐했다.
‘그래, 이거지.’
“강철아, 다행이다. 용케도 서울에서 잘 빠져나왔구나. 그런데 정미소가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울이 수복되면 다시 돌아가면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부산에서 두문불출했다. 잘못해서 학도병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너는 어찌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느냐.”
“아버지, 지금 나돌아다니면 학도병으로 끌려가기 딱 좋습니다.”
저번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아! 그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큰일이다. 가져온 돈이 다 떨어져 가는데…….”
아버지는 귀하게 커서 막일을 못 하셨다. 피난 온 부산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막노동밖에 없었다.
“아버지, 이런 일을 예상해서 서울에서 챙겨온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챙겨 온 재물을 보여 드렸다. 모두 달러와 금이었다. 서울에서 처분할 수 있는 것을 다 정리한 돈이었다.
“하하, 역시 한국대 학생은 다르구나.”
‘이거랑 한국대가 무슨 상관이 있어. 이놈의 간판, 좋구나. 하하.’
그 돈을 자본으로 삼아 아버지가 장사를 시작하셨다. 피난 생활은 힘들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나았다.
전쟁이라도 사람은 먹고살아야 했다. 아버지의 장사가 잘되어 피난 생활에도 고생은 안 하였다.
그 사이에 부산에서 조용히 숨어 지냈다. 시간이 지나자 국군이 서울을 수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강철아, 서울이 수복되었으니 이제 올라가자.”
‘이건 페이크야. 잘못하면, 또다시 해야 해.’
“아직은 모릅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 후 올라가시죠. 부산에서도 어느 정도 살 만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정미소가……”
“이미 인민군이 다 가져갔을 겁니다.”
“그런 나쁜 놈들이 있나.”
“살아남은 게 다행입니다.”
“지금 폐허가 된 서울에 올라가 봐야 고생만 합니다. 숨어 있는 인민군이라도 만나면 어쩌시려고요.”
“그래, 알겠다. 네 말대로 하자.”
다행히 지금은 아버지의 믿음이 깊었다. 굳이 1·4 후퇴로 서울이 함락당한다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국과 국군이 밀려서 서울을 다시 빼앗겠다. 아버지의 얼굴에 신뢰도가 +10 상승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것 좀 표시해 주면 안 되나……. 게임이 쓸데없이 사실적이야.’
“그래, 네 말을 따르길 잘했다. 그때 올라갔으면 큰일 날뻔했다.”
휴전 협정이 맺어진 이후에 서울로 향했다. 아버지는 정미소를 다시 시작하셨다. 나는 복학하여 학업을 마저 마쳤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아버지와 함께 정미소와 다양한 사업을 했다.
역사에 관해서 아주 세부적인 사항은 잘 모르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은 알았다.
섬유와 신발 사업의 성공, 오일 쇼크, 강남 개발, IMF, 금융위기와 같은 큰 파고를 흐름을 타고 잘 넘었다. 정권 교체기에도 줄을 잘 탔다.
세상의 흐름을 올라타고 승승장구했다. 큰 어려움이 없이 재벌이라 불릴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재벌답게 살며 여기저기 자식들을 낳아서 길렀다. 마지막은 자식과 손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제는 게임이 끝나겠지. 이번 삶은 나쁘지는 않았어.’
그 순간 머릿속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Mission 1: 재벌이 되다 ― Completed.
Mission 2: 최고의 재벌이 되다 ― In-Completed.
Mission In-Completed.
다시 팝콘 실링이 된 천장이 떠올랐다.
“아이, 시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