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00)
관광
이학수 실장과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기술자들이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한겨울이 시작되어 찬 바람이 쌩쌩 불 때였다.
김포 공항 주위는 마른풀만 있는 삭막한 풍경이었다. 근처에 집이나 건물들이 있지 않아 더 그랬다.
이 시기 김포 공항의 분위기는 황량했다. 겨울이라 더욱 그런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만 본다면 아직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로 보일 것이다.
반도체 기술자들이 그 모습을 보면 크게 실망할 것이었다. 김포 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느끼는 감상은 자신이 속아서 잘못 왔다고 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해 주기로 했다. 최고로 대접해 주기로 했으면 그래야 했다. 제대로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전자의 구인회 사장과 그들과 함께 일할 반도체에서 일하게 될 직원들이 겨울에도 꽃을 구해서 그들을 환영했다.
최근에 한국의 화학 공장에서 비닐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비싼 유리 온실을 대체해서 비닐하우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울 근교에 겨울 채소와 화훼 농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생산되면서 농업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겨울에도 꽃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삭막한 김포 공항의 분위기를 바꾸어 줄 것이었다. 동시에 공항에 대대적인 환영 현수막을 걸었다.
해외 국가 원수의 방문도 아니고 이런 환영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일은 매우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해외 국가 원수의 방문보다 더 중요했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훨씬 빠른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시작되는 것이었다.
‘미래 한국의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보면 이 정도 환영은 약과야. 이번에는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 할 것은 아니야.’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CPU, 그래픽 카드, 기업용 및 산업용 반도체, 주문형 반도체 등 모든 분야에 지출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의 초기였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기술은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었다.
‘이 분야에서 문어발이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적기의 기술 개발과 함께 적재적소에 자본을 투입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반도체 사업은 기술 개발과 함께 적기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야 했다.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투자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 * *
김포 공항에는 전략 기획실의 직원들도 참석했다. 기획실의 최고 책임자가 오는 것이었다. 이학수가 오게 됨으로써 전략 기획실의 체계가 잡힐 것이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 직원들을 환영하고 이학수를 만났다. 그와 함께 차를 타고 여의도 본사로 향했다.
“학수,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소감은 어때?”
“춥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추운지 몰랐습니다.”
“미국에 너무 적응했군.”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와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곳보다는 훨씬 춥지.
서울이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해서 위도가 약간 더 높았다. 그것에 비하면 겨울 날씨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국은 추운 대륙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반면에 샌프란시스코는 따뜻한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겨울 기온에 큰 차이가 났다.
‘바람이 문제야. 미래에는 중국의 미세 먼지가 겨울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 역시 화공과 정유, 제철은 울산에 지어야 해.’
그에 맞추어 전력을 공급하는 화력 발전소도 동해안에 지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화공과 정유, 제철, 화력 발전소를 친환경으로 지어도 오염의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지으면 그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마셔야 했다. 울산과 동해안에 지으면 그런 오염 물질이 동해를 지나서 일본으로 간다.
‘세상에는 +와 –가 있어야 균형이 맞지. 중국에서 엄청난 미세 먼지와 오염 물질이 날아올 건데……. 그것에다 자국의 것까지 합치면 엄청난 오염이야.’
중국도 마찬가지 이유로 한국에 가까운 서해안에 대규모로 오염이 심한 산업 단지를 배치한다. 오염 물질을 안과 밖으로 뒤집어서 쓸 수는 없었다.
원 역사에는 동해안뿐만 아니라 서해안에도 화력 발전소와 산업 단지를 대규모로 배치했다. 겨울이 되면 심각한 미세 먼지로 고생했다.
‘일본에 미안하지만…… 자원 재활용으로 오염 물질을 최대한 줄여서 보내 줄게.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괜찮잖아.’
“여의도 본사는 처음 가 보지?”
“그렇습니다.”
“가 보면 놀랄 거야.”
“기대됩니다.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맨해튼이지. 미국의 맨해튼에 비하면 아직 초라하지.”
“그래도 발전한 대한민국을 보고 싶습니다.”
“학수는 예전에 미국으로 가서 서울의 변화된 모습을 모르겠군.”
“네.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직원들은 상당히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이지만…… 저는 그것도 놀랍습니다. 그때는 제대로 된 공항도 아니었는데요.”
“그럼 여의도의 모습은 만족하겠어. 맨해튼 정도는 아니지만 볼만해.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기술자들도 그곳을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될 거야.”
김포에서 여의도가 그리 멀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김포로 가는 길도 잘 닦여 있었다. 이것도 미래 건설이 만들었다. 물론 그 도로 주변의 영등포와 목동의 땅을 대규모로 매입함으로써 비용을 충당했다.
잘 닦인 도로가 생기면 주변의 땅값이 오른다. 도로나 고속전철, 주민 편의 시설 같은 인프라 시설 건설은 땅값에 영향을 주었다. 비용은 수익자 부담이 가장 적당했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특정인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맞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엉뚱한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것도 맞지 않았다. 오른 땅들을 일부 팔아 건설 비용과 사업 이득을 취했다.
그런 도로들은 여의도에 도움이 되었다. 주위로 잘 뚫린 도로들로 벌써 서울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앞으로 미래 그룹의 직원들은 기차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많이 타게 될 것이었다. 김포와 가깝고 길이 잘 뚫려 있는 여의도는 미래 그룹의 본사가 있기에는 최적의 위치였다.
일부로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기술자들이 탄 여러 대의 버스들이 여의도를 지나가게 했다. 그곳을 지나가다 보면 한국의 발전된 모습에 실망감이 다소 해소될 것이었다.
“학수는 서울역 부근도 못 가 봤겠구나.”
“예전에 그곳에 본사가 있을 때는 가 보았습니다.”
“지금은 그곳도 몰라보게 발전했어.”
서울역 재개발로 서울역은 23층짜리 거대한 건물로 변신해 있었다. 그 안에 대규모 백화점과 놀이동산, 많은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그렇게 변화한 서울역 주변에도 많은 빌딩이 들어서고 회사들이 들어왔다. 그곳은 여의도와 함께 서울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 되었다.
버스는 그곳을 지나 서울역 근처 남산자락에 있는 미래 호텔로 가게 된다. 미래 호텔은 현재 한국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었다. 힐튼과 함께 운영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호텔이다.
그곳을 반도체 기술자들의 숙소로 배정했다. 서울역의 풍경과 그곳의 시설을 보면 우려가 사라지고 일할 마음이 생겨날 것이었다.
그런 후 구로 공단에 있는 공장과 시설을 보면 충분히 만족하게 될 것이었다. 반도체 공장을 크게 그리고 최신식으로 지어놓았다.
그들이 일하던 샌프란시스코의 페어차일드 반도체 공장보다 더 좋은 시설이었다. 그곳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 새로 고용한 직원들과 함께 최고의 반도체를 만들어 내기를 원했다.
‘이 정도 수준으로 대접하는데…… 자신의 기법을 꼭꼭 숨겨 두지는 않겠지.’
연구자가 아닌 기술자에게도 나름의 기술이 있었다. 더 효과적으로 불량품이 없이 많은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었다.
반도체 제품의 수율이 높아지면,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이익이 올라간다. 반도체 산업에서 수율은 최신 기술과 공정만큼 중요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을 한국의 기술자들에게 전수해 주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차일드 반도체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기를 바랐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다.
* * *
“이곳이 학수가 근무하게 될 곳이야.”
“이야, 정말 맨해튼에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미래 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의 사무실은 38층에 이르는 미래 그룹 본사 건물의 최상층에 있었다. 그곳에서는 여의도와 한강의 전경이 다 보였다.
회장과 부회장의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전략 기획실장의 방도 전망이 좋은 곳에 있었다. 미주 지사가 맨해튼에 있지만, 한인타운과 가까운 맨해튼 안쪽에 있었다.
건물의 구조상 창문도 작고 전망 같은 것은 없었다. 주위의 다른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 곳에 있다가 탁 트인 한강 조망을 가지게 되자 그는 기뻐했다.
‘사무실의 위치도 성공의 조건이 되지.’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더했다. 자신에게 배정된 사무실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미국에서 오래 근무한 그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당연히 마음에 듭니다. 크게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성공은 성공이지. 이 실장의 위치는 주요 계열사의 사장과 동급이나 이상이야.”
“아…… 중요한 자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큰 자리야. 학수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빨리 전략 기획실을 정비하고 체계를 잡아야 해.”
그에게 주요 계열사 사장과 동급이나 이상의 자리를 준 것은 지시를 각 계열사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학수 전략 기획실장은 나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이었다. 상사의 이창동 사장이 총리라면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았다. 그들은 좌 백호와 우 청룡이었다.
“책임이 무겁습니다.”
“너무 부담을 갖진 말고 천천히 해.”
부담을 잔뜩 안기고 부담을 갖지 말고 천천히 해라는 말은 모순이었다. 그러한 모순된 말에서도 진의를 찾는 게 전략 기획실장이 해야 할 일이었다.
“네.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미래 그룹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학수, 예전에 김 비서를 본 적이 있지?”
“예.”
“그것과 관련해서는 밑의 직원들에게 들어.”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전략 기획실의 담당 직원이 알려 줄 것이었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사에 자네가 왔다는 것을 알려.”
“예.”
전략 기획실은 언론을 모니터링하여 여론을 미래 그룹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되도록 하는 일도 맡게 될 것이었다.
“학수, 관료들이나 정치인들과 만난 적이 있나? 앞으로는 그들과도 만나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우선 기회가 되는대로 경제 부총리를 소개해 주지.”
“감사합니다.”
이학수 실장에게 그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었다. 미래 그룹에 나의 뜻을 제대로 전달되게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일도 처리하게 된다. 거기에 언론과 관료, 정치인들도 관리해야 했다. 상당히 막중한 임무였다.
그가 그 일들을 맡아서 처리하게 되면 미래 그룹과 관련된 내외부 일들이 정리된다. 그러면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미래 그룹의 체계가 이학수 실장에 의해 잡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방대해진 미래 그룹의 조직을 그를 통해서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에게 또 다른 일도 맡기기로 했다.
“학수, 조그마한 회사를 맡을 생각은 없나?”
“작은 회사 말입니까?”
“미래 관광이라는 회사를 만들 거야. 그것을 맡아 볼 생각은 없어?”
맡아 볼 생각은 없냐는 말은 그 회사를 맡으라는 말이었다.
“제가 관광 회사를 말입니까?”
갑자기 관광 회사를 맡으라는 이학수 실장이 당황했다. 그가 해 오던 일과, 해야 하는 일과도 동떨어진 일이었다.
“이 일은 학수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