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12)
반도체를 찍어 내다
구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미래 반도체였다. 최근에 트랜지스터에 이어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최 사장. 생각보다 빨리 구로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완성했네요.”
“페어차일드 기술자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들을 잘 챙겨 주세요. 미래 그룹이 기술자들을 우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네, 부회장님.”
최근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MOS 소자를 양산에 성공했다. 강대원(姜大元)과 마틴 아탈라가 개발한 MOSFET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그 기술이 빠르게 미래 반도체에 도입했다.
“이것으로 반도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겠어요.”
“네 앞으로 MOS 소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량이 대폭 늘게 될 것입니다. 그것으로 가격도 더 저렴해질 것입니다.”
MOSFET 기술의 기초 원리는 실크 스크린과 비슷했다. 산화막을 이용하여 원하는 회로만 제외하고 제거하는 공정이었다.
‘원리만 그렇지, 그 과정은 실크 스크린과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해.’
중요한 것은 실크 스크린처럼 원본으로 대량의 인쇄물을 찍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회로를 그리는 일이 대폭 줄었다.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고 생산량은 늘었다. MOSFET 기술은 반도체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었어.’
하나에 150달러나 하던 반도체를 10분의 1 이하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저렴해진 가격으로 반도체가 트랜지스터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다.
“반도체가 곧 기존의 트랜지스터를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성과는 반도체에 있어서 인쇄술의 발명과 맞먹었다. 그 공로로 마틴 아탈라는 노벨상을 받는다.
“이번을 계기로 일본으로 수출을 늘려주세요. 일본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일본은 소형 가전 산업의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었다. 트랜지스터에서 반도체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다. 반도체 수요의 급증으로 일본에 소규모 반도체 업체가 많이 생겨났다.
“일본의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업체를 무너트리겠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쓸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저렴하게 반도체를 공급한다면, 경쟁력이 약한 회사들은 줄줄이 파산할 것이었다. 그들이 성장하기 전에 밟아 줄 것이었다.
‘문제는 페어차일드와의 계약으로 미래 반도체의 성장을 조절해야 한다는 거야.’
* * *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5년 후 S.P.A 주식의 맞교환이 있었다. 미래 반도체를 너무 빠르게 성장시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먼저 잡아먹은 이후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해.’
미래 반도체에서 도입한 MOSFET, 산화막 공정은 대규모 기술 혁신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기술 향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사진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포토 공정이었다. 먼저 개발하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먹을 수 있었다.
‘포토 공정의 기초인 사진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었어.’
사진 기술은 1786년에 개발되었다. 질루이 크레티앙(Gilles―Louis Chretien)이 자동 전사식 초상화 제작기(Physionotrace)를 발명했다. 그것으로 누구나 동판 위에 음각 미세 초상화를 제작하여 복제하고 인쇄할 수 있게 되었다.
감광 물질을 인쇄판 제작에 응용하는 실험도 이루어졌다. 1813년경 프랑스 발명가이자 사진술 연구자인 조제프 니세포어 니에프스(Joseph Nicéphore Niépce)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모두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인데….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기술에 축소 복사 기능을 더하면 고밀도 직접 회로가 탄생하는데, 지금 사용하지 못하니 좀 아쉽군.’
포토 공정으로 실리콘에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으로 반도체의 생산량과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최종건 사장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했다.
‘아니, 이게 잘된 것일 수 있어. 반도체 기술은 전파가 빨라. 지금 개발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반도체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였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빠르게 주변으로 퍼진다. 특허를 내어놓아도 개선된 기술이나 우회 기술로 무력화할 수 있었다.
반도체 산업은 좁은 공간에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적하면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다.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이 탄생했다.
산화막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레이저, 그다음에는 극초단파 레이저로 빠르게 진화해 나간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먼저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했다.
* * *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보다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더 나아.’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나았다. 초격차 전략이라고 별것이 없었다. 경쟁사와 일정한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이어가는 경영 전략이었다.
‘반도체의 기술 변천 단계를 알고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야.’
극초단파 레이저(EUV)로도 미세 공정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회로를 축소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다음에는 코어의 개수를 늘렸다. 데이터의 병렬 처리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그것이 한계를 맞자 코어의 면적을 늘렸다.
면적이 넓어지면 그 안에 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양이 늘었다. 그다음은 다층 구조를 쌓는 일이었다. 평면을 공간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면적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해. 그걸 떠올리고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야.’
콜럼버스의 달걀은 많은 곳에서 적용이 되었다. 알려진 기술(사실, 원리) 중에 쓸 만한 것은 많았다. 그것을 다른 분야나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래 기술을 안다는 것은 그런 과정을 쉽게 만들어 주지. 완전히 치트 키야.’
결과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였다. 천재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는데…… 왜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이러한 차이가 일반인과 천재를 갈랐다. 나는 이미 천재였다.
* * *
“부회장님, 저희도 이번에 전자 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최종건 사장이 이야기하는 것은 라디오와 TV, 전자계산기와 같은 소형 가전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우리는 지금처럼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더 나아요.”
완제품과 소재는 수출에서 무역 장벽이 달랐다. 소재나 설비는 완제품 생산에 필요했다. 수입 장벽을 높게 세우지 못했다.
소형 가전은 일본의 핵심 수출품이었다. 그것까지 손대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이 심해질 수 있었다.
일본의 소형 가전이 전 세계를 석권하게 될 것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소재를 팔아먹는 게 더 나았다.
한국은 일본에 소재 산업이 종속되어 오랜 기간 대일 적자에 시달렸다.
‘이번에 반대로 갚아 주겠어.’
일본의 수출이 늘면 미래 그룹의 매출이 느는 구조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게 재주는 곰(일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미래 그룹)이 버는 거야.’
“지금은 일본에 반도체와 같은 소재 산업을 수출하는 데 집중하죠.”
“네, 부회장님.”
“소형 가전 사업에 뛰어드는 대신에 일본 카메라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검토해 봅시다.”
이 시기 일본에 많은 카메라 회사가 있었다. 캐논과 니콘, 파나소닉, 올림푸스, 펜탁스, 후지필름, 마미야, 미놀타, 코니카 등 경쟁이 치열했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중 어느 회사가 좋겠습니까?”
카메라 산업도 큰 사업이었다. 60년대 미국의 대표우량주인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에 폴라로이드와 코닥이 포함되었다.
최종건 사장은 미래 전자가 카메라 산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었다.
“필름에 강한 회사를 인수하세요.”
카메라 회사는 크게 두 종류였다. 광학 기기(렌즈와 셔터)에 강한 회사와 필름에 강한 회사였다.
올림푸스와 미놀타는 광학 기기에 강한 회사였고, 후지필름과 미놀타는 필름에 강한 회사였다.
“일본에 많은 카메라 회사가 있습니다. 그중 규모가 작으나 괜찮은 필름 기술을 가진 곳과 접촉해 보세요.”
“카메라 산업에 뛰어들려면 광학 기기 쪽의 큰 회사가 낫지 않습니까?”
“카메라 산업으로 진출하는 큰 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익보다는 연구와 기술 축적을 염두에 두세요.”
* * *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 페어차일드사와 협력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리고 페어차일드도 카메라 회사였다.
다만 페어차일드 카메라 앤드 인스트루먼트는 광학 기기 회사였다. 필름 쪽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반도체 포토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름 쪽 기술도 필요했다. 포토 공정, 회로 인쇄와 축소를 위해서는 광학과 필름 기술 모두가 필요했다.
“울산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 필름 기술에서 우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필름 기술과 화학 기술은 밀접하게 관계되었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기술에 요구되는 것은 정밀 화학 기술이었다.
훽스트사와 론플랑크사는 그쪽 분야의 선두 기업이었다. 그 두 회사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와 필름 기술에 강점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아깝게 다른 회사에 팔려 나가. 이번에는 미래 그룹이 먹어 주지.’
그들이 군살을 빼기 위해 버리는 사업에 괜찮은 것이 많았다.
‘그들로 대한민국의 소재 산업을 키우겠어.’
대한민국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들도 중요하지만, 소재 산업의 육성이 필수였다. 기초 소재 산업은 크게 합금과 관련된 금속 소재와 정밀 화학으로 나눌 수 있었다.
‘페어차일드를 먹고 뛰어난 화학 회사와 필름 회사를 보유한다면 반도체 산업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장악할 수 있어.’
페어차일드에는 반도체와 카메라 말고도 쓸 만한 것들이 많았다.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 기술과 방산과 항공기 관련 기술도 많았다.
‘우선 반도체부터 시작하자고.’
4년 후 S.P.A와 주식 교환을 통해 반도체를 인수하고 카메라와 방산, 항공기를 차례로 잡아먹을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M16도 이 회사에서 만들어.’
베트남 전쟁에서 널리 사용되는 M16을 만드는 아말라이트사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페어차일드의 자회사였다.
페어차일드는 쓰러져가는 큰 공룡이었다. 뜯어 먹을 살점이 아주 많았다.
‘그것이 미래 그룹의 피와 살이 될 거야.’
나는 사업을 추진할 때 바둑을 두는 것처럼 했다. 한수를 둘 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이득을 노렸다. 페어차일드와 훽스트, 론플랑크, 브루나이 자원 개발, 관광 리조트 사업 등 하나의 포석으로 수많은 활로(活路, 가능성)가 열렸다.
* * *
“학수, 이번 구로 공단 방문으로 느낀 것이 없어?”
“부회장님이 큰 그림을 그리시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큰 그림인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그림에 학수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하면 좋겠네.”
“제가 부회장님의 대계에 포함되어 있다니 영광입니다.”
미래 그룹은 1차 산업인 자원 개발,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문화 서비스업까지 모두 장악할 생각이었다.
“학수가 워커힐 리조트 개관과 카지노에 관여하고 있지?”
“네, 부회장님.”
“그것도 마찬가지야. 문화와 서비스업도 중요한 사업이지.”
“그럼 제가 맡은 여행사와 항공사도 그것과 관련이 깊겠습니다.”
“그렇지. 워커힐 리조트 개관으로 관광과 문화 산업이 발전할 거야. 그것을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
“아! 항공기군요.”
“문화와 관광 산업은 사람이 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그 사업을 국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필수가 될 것이고.”
보잉과 몇몇 회사에서 대형 제트 여객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문회와 관광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국내의 문화와 관광 산업은 작지만, 전 세계로 보면 엄청나게 큰 산업이었다.
“부회장님께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