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19)
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다
예상대로 일본에서도 이번 미래 워커힐 호텔에 관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다.
‘부끄러운 일본의 여성들’이라는 자극적인 기사였다. 일본 우익들 사이에 혐오성 발언이 쏟아졌다. 질투심의 발로였다.
―해외 팝스타에 빠져 남자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식민지였던 조선에 퍼붓고 오다니. 참을 수가 없어.―
심지어…….
―일본도로 썰어버리겠다! 한국을 다녀온 X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부터 해라! ―
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런 내용을 이 실장이 보고했다.
“일본에서 한국 관광을 다녀온 사람에 대해 일왕과 일본인을 모욕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시위 중이라고 합니다.”
“신경 쓰지 마……. 원래 미친놈들이야. 평범한 일본인은 그들을 신경도 안 써.”
“그래도 미래 상품 불매 운동과 한국 방문 보이콧으로 연결될까 봐 걱정입니다.”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일본 우익이 아무리 지랄하든 한류와 한국 문화는 일본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우익은 고립되었다.
‘그것을 보고 왔지. 결국 세상 모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었어.’
그와 반대로 한국인의 자존심은 높아졌다.
“부회장님, 아침 조간신문 몇 부를 가지고 왔습니다.”
―미래 그룹, 세계에 대한의 기상을 떨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네.”
이학수가 자랑스럽게 그 기사를 읽었다.
“지난 XX일, 미래 그룹 워커힐 호텔 개관식 축하 공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엘비스 프레슬리, 루이 암스트롱, 비틀스 등 다양한 가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기사와 이학수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깊이 배어있었다.
“학수, 경제면 기사도 부탁해.”
“해당 공연을 위해 입국한 수많은 관광객은, 미래 그룹이 준비한 미술관, 백화점, 놀이동산, 카지노 등에서 그들이 겪어 보지 못한 즐거움을 누리고 귀국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으로 미래 그룹이 얻은 수익은 XX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얻는 부가 가치는 XX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경상 수지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처음으로 경상 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 1986년 46억 달러였다. 그 후 한동안 적자와 흑자를 오갔다. 올해 경상 수지 흑자를 이룬다면 그 시기를 20년 이상 앞당기는 것이다.
“또 다른 기사도 읽어 봐.”
“이번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에 대한의 재기를 선포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라는 비참한 모습을 떨쳐 버렸다.”
한국은 88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그것을 이루어 내었다. 이 기사에 오버가 있긴 해도 다녀간 관광객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은 못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미래 그룹의 약진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게 비추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사 대부분은 이런 희망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미래 그룹은 국가와 민족의 자랑이야.―
―일본 녀석들이 배 아파한다더군. 속이 시원하네.―
―정말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아.―
자랑할 것이 많지 않은 한국에 이번 행사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학수, 이 기사들에 좀 아쉬운 것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신문사에 이야기해두겠습니다.”
“이런 행사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시해 줘.”
“아, 그 부분이 빠졌습니다.”
“미래 그룹은 단순히 해외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을 거야. 한국의 K―pop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만들겠다는 포부도 넣어 주면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도 일러 두겠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여론 몰이가 아니었다. 실제로 내 생에 안에 이루어 낼 것이다.
‘초유진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야.’
* * *
한편 그 시각 다른 곳에서는…… 두 사람이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각하, 이번 워커힐 호텔 개관식으로 미래 그룹이 얻은 수익이 XX원이라고 합니다.”
“뭐, 정말이야? 그럼 국가에 들어오는 돈이 어느 정도지?”
“카지노는 특히 세수 비율이 높아, 이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아니, 딴따라들을 불러서 뭐 하나 했더니…… 이게 이렇게까지 큰돈이 되는 일이었나?”
“각하, 이제 그들은 단순히 딴따라가 아닙니다.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고, 무엇보다 돈이 됩니다. 미래 그룹 부회장은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이번 일을 계획한 것 같습니다.”
“허 참……. 그자는 보면 볼수록 신통하군. 어째 한 번도 실패하지를 않으니.”
“각하의 통치를 굳건히 하려면, 부회장의 힘을 이용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미래 그룹의 부회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의심이 피어오르자 중앙정보부장 김종칠이 하는 말이 거슬렸다.
“임자. 거, 그렇게 말하면 내가 그자보다 더 힘이 약하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각하! 저는 그저 효율적으로 그를 이용하시라는 말씀을 드리려…….”
“임자는 일도 못 하면서 쓸데없는 말이 많아.”
“저는 각하를 위하는 충심에서 드리는 말씀…….”
“됐어, 나가 봐.”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에게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그때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라……. 이번 기회에 김종칠을 일본으로 보내 버려야겠어.’
“임자, 잠시 멈춰 봐.”
“네, 각하.”
“임자, 최근에 한일기본조약(韓日基本條約)이 지지부진한 것을 알고 있지?”
“네, 각하.”
“이번에 일본에 가서 잘 해결해 봐.”
“저는 각하 곁에서…….”
“잠시 해외에서 바람 좀 쉬면서 머리 좀 식히고 와.”
“……알겠습니다. 좋은 성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대통령도 시대의 대세가 미래 그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모든 일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는 미래 그룹과 이강철.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꾸 딴지를 거는 김종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흠……. 한번 식사나 하자고 연락을 넣어야겠군.’
* * *
김종칠은 쫓겨나다시피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던 자신이 이렇게 간단하게 내쳐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앙정보부의 인맥을 활용해 뒷조사를 한 김종칠은, 미래 그룹 부회장이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빌어먹을 새끼…….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나라에서 시키는 거나 하면서 돈이나 벌 것이지, 감히 나를 쫓아내? 두고 보자.’
김종칠은 한일기본조약을 위해 일본 관료와 만난 자리에서 조선 총독부 철거 건을 이야기했다.
“오하라 상, 혹시 한국에서 자랑스러운 일본 제국의 건축물인 조선 총독부를 철거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습니까?”
“네? 조선 총독부는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그것을 함부로 철거하려 들다니, 협상을 아예 파기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요, 오하라 상. 그럴 리가요. 저는 일본 제국의 문화유산인 조선 총독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악마에 영혼을 팔았다.
“그저, 한국의 ‘미래’라는 기업이 앞장서서 그 소중한 유산을 파괴하려 들길래, 일본 정부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려 할 뿐이구요.”
“흠, 하긴, 당신은 원래부터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지요. 알겠습니다. 이번 건은 내가 잊지 않고 답례하겠습니다.”
“그럼요, 오하라 상. 부디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 모든 외교적 채널로 항의를 시작할 것이니, 협상은 다음으로 미룹시다.”
“알겠습니다. 본국에 그리 전하겠습니다.”
“대 일본국의 기업이 소정의 선물을 드릴 것입니다. 윗선에 전해 주세요.”
“그분이 좋아하실 것입니다.”
‘흐흐, 승승장구하느라 기분 좋았을 텐데, 재를 뿌려 미안하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닐 거라고.’
일본 정부는 6개의 기업을 통해 6천6백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 돈에 장사가 없었다.
* * *
미래 워커힐 리조트의 개관식이 성대하게 끝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1963년도 마무리를 향하고 있었다.
경제 부총리의 면담 요청에 미래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이거, 후배님에게 미안하게 되었어.”
“무슨 일이십니까? 편하게 이야기하십시오.”
“저번에 말한 경복궁과 창경원의 일이 있지 않은가?”
“그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정부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경복궁은 좀 어려울 것 같아.”
“왜? 정부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정부가 아니라 일본과 관련된 문제야.”
“일본이 왜 그것에 관여합니까?”
“자네, 한일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은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일본이 조선 총독부는 자신의 문화유산이라고 철거를 반대하고 있어.”
“그런 미친놈들이 있나.”
일본은 다른 나라의 아픈 역사를 자신의 문화유산으로 자랑하는 몰염치한 나라였다. 군함도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시도했다. 애초에 사과와 반성을 기대해서는 안 되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야. 아니, 개에게 미안하네.’
개는 때로는 사람보다 나은 존재였다. 비교하면 개에 대한 실례였다.
실제로 조선 총독부의 해체가 이루어진 것은 1995년이었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늦어졌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일본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었다.
‘친일파를 제거 못 한 것이 한이야.’
1991년에 조선 총독부 철거를 지시했다. 이때 일본 근대 건축사 연구 단체 [메이지 건축 연구회]가 ‘양국 간에 불행한 역사긴 하지만, 동아시아 근대 건축물 역사상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고 하여 보존을 촉구했다. 결국 철거가 흐지부지되어 다음 대통령 때 철거되었다.
‘무려 50년 동안 주권국의 심장에 식민지의 상징이 대못처럼 박혀 있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야.’
“한낱 돈 몇 푼에 민족의 정기를 팔아먹다니요.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중앙정보부의 김종칠이 문제야. 하는 짓이 이기봉과 판박이라니까.”
둘 다 권력자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위해 더러운 일도 서슴없이 했다. 동시에 자신의 영달을 도모했다. 일본 강점기의 친일파와 같은 존재였다.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더 문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지요.”
“그러나 어쩌겠는가? 총칼은 그들이 쥐고 있는데…….”
“그렇지요.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하게 그냥 놔둘 수는 없지요.”
“후배님, 내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너무 나서지는 말게.”
그와는 오랜 유대가 있었다. 쉽게 배신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걱정해서 하는 말로 믿었다.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의도는 알고 있습니다. 저도 무리한 일은 벌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지요.”
“대체 어쩔 생각인가?”
“군인은 총칼이, 정치인은 뻔뻔함과 거짓말이 무기가 아니겠습니까? 경제인은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지요.”
“그게 돈인가?”
“경제인은 돈으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렇다니 다행이야.”
그의 말대로 돈으로 해결할 것이다. 다만 그가 예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최고의 재벌은 평범한 방법으로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
한일기본조약은 증권 파동보다 대한민국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일이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았다.
‘돈에는 돈이야.’
* * *
“부회장님, 미국의 앤더슨으로부터 연락입니다.”
“무슨 일인데?”
“이카루스 호의 답례로 미국으로 한번 들러 달라고 합니다.”
“잘됐네. 안 그래도 미국으로 가려 했는데 겸사겸사 그를 만나봐야겠어.”
“그럼 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학수를 두고 갈 수야 없지.”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1963년 연말에 미국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와 만나서 이야기할 일과 그것에서 할 일이 많았다.
미래 그룹과 S.P.A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