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21)
차일드의 이름값
앤더슨과 만난 후 마이애미를 떠나 휴스턴과 댈러스, 오클라호마의 S.P.A 매장을 방문했다.
미국 남부 3개 도시의 매장은 S.P.A 주식 상장으로 이번에 새롭게 오픈 한 곳이었다.
“여기도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군.”
“주차장을 넓게 확보했는데도 그렇습니다.”
미국 남부 대장들은 대성황이었다. 아주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의 픽업트럭에 상품이 가득 담겼다.
“이곳에 미래 픽업트럭도 간혹 보이네.”
“대부분 이곳에서 팔린 차량입니다.”
매장에 전시된 차량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 덕분에 자동차 딜러에게 나가는 비용이 없었다. S.P.A 매장에서 직접 판매함으로써 수수료를 줄여 가격을 더욱 낮췄다. 자동차 가격에서 마케팅과 판촉비와 같은 영업 비용은 높은 비중이었다.
‘자동차 가격에 거품이 많아.’
접근성과 함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 미국에서 미래 자동차의 지프와 픽업이 잘 팔렸다.
“랠리 대회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높고 오래 사용하기에 신중하게 구매하는 상품이었다. 성능의 홍보도 중요했다.
랠리를 통해 미래 자동차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랠리는 좋은 홍보 도구였다
“미주 지사에 랠리를 꾸준히 개최하도록 이야기해.”
“이번 기회에 정규 대회로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괜찮은 생각이야. 미주 지사의 주도로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개최해 봐.”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랠리를 정식 대회로 만들 생각이었다.
“지역 대회 챔피언이 모여서 미국 챔피언을 뽑는 거야. 그다음은 세계 챔피언이지.”
“그것은 미국 프로 야구와 비슷하네요. 상당히 인기가 있겠습니다.”
“전문 랠리 팀이 전 세계를 돌면서 랠리를 하는 거야.”
월드 랠리 챔피언십은 1년 연중 랠리를 했다.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겠습니다.”
“우선 미국만 실시하지. 인기를 끌면 확장해 나가는 거야”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 * *
시카고에서 S.P.A 매장 건설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미 전역에 다섯 개의 매장이 동시에 오픈할 예정이었다. S.P.A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었다.
“이 매장들이 완공되면 한동안 다른 업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이제는 할인점 사업에 눈을 떴다. 그들도 대형 할인점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점포의 개수에서 큰 차이가 났다.
그들이 자리 잡을 때쯤이면 미국에 S.P.A 매장이 20개가 넘을 것이다. 할인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였다. 규모에서 한번 밀리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었다.
“미래 건설도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네.”
신규 다섯 개 매장 공사를 미래 건설에서 맡았다. 미국에서 건설 수주, 시공 능력을 쌓고 있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공사도 따낼 것이었다.
“이제 대규모 항만이나 도로 건설 공사도 맡아서 하면 좋은데 말이야.”
계속 실적을 쌓으면 그런 공사도 맡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짓고 있는 S.P.A 매장을 둘러보고 뉴욕으로 향했다.
* * *
“이번에 페어차일드 빌딩을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페어차일드 빌딩 말인가?”
“최근 맨해튼에 많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건물은 페어차일드 회사의 격에 맞지 않습니다.”
“음…… 새로운 건물이라…….”
페어차일드사는 항공기와 군수품에서 고전하지만, 미래 반도체 이익까지 배분받아 반도체에서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 돈이 페어차일드 반도체에 재투자되면 곤란했다. 그의 허영심을 자극하여 소진하기로 마음먹었다.
“록펠러는 록펠러 센터와 재단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음…….”
셔먼 페어차일드는 결혼하지 않아 자손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망 후에 먼 친지와 자신을 따르던 직원들에게 유산을 분배했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하고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재단을 만들 여유가 없었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록펠러는 오랫동안 이름을 남기지만…… 페어차일드는 수십 년만 지나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그랬다. 한때 유명했던 그 회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페어차일드라는 이름은 그렇게 사라졌다.
“안 그래도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소. 괜찮은 생각 같구려.”
“페어차일드의 멋진 빌딩을 본다면 많은 사람이 후세에도 회장님을 기억할 것입니다.”
록펠러 센터는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주인은 계속 바뀌었지만, 록펠러라는 이름은 계속 유지되었다.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 마음에 드는군.”
돈이 많으면 명예욕은 뒤따른다. 물려준 후손이 없는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 * *
“문제는 비용이 아니겠소.”
고층 건물을 짓는 데 큰 비용이 들었다. 반도체 사정이 좀 좋아졌다고 해서 무너지는 공룡인 페어차일드 그룹의 자금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인건비나 비용 절감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사업을 벌였다. 주력인 항공기와 카메라에서 적자가 누적되었다.
항공기는 보잉과 더글러스, 록하트 마틴에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카메라는 일본 업체의 저가 공세에 흔들렸다. 음향 기기도 마찬가지였다.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고가 제품에 치중하고 있었다.
“저희 미래 그룹에서 멋진 건물을 저렴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대들이 그런 기술이 있소?”
“한국에서 고층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곳은 차원이 다르오.”
맨해튼은 초고층 건물로 채워지고 있었다. 70~80층이 넘는 건물이 많았다. 3·1빌딩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미래 그룹은 코어 월(Core Wall)이라는 신공법을 사용합니다.”
“코어 월 말이오?”
“기존의 커튼 월(Curtain Wall)보다 고층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여의도에 지은 아파트가 코어 월 방식이었다. 그것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방법을 사용한다면 고층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을 수 있겠군. 하지만 문제가 있소.”
셔먼 페어차일드는 공학자였다. 장단점을 바로 이해했다.
“커튼 월 방식보다 건축비가 많이 들 것이오.”
커튼 월 방식은 가벼운 재료들로 만들 수 있고 그로 인해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코어 월 방식을 사용하여 커튼 월과 비슷한 비용으로 빌딩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대에게 이득이 없을 것인데…….”
그는 너무 후한 조건에 의심했다.
“저희는 건설의 시공 실적만 쌓으면 됩니다. 실적이 없다 보니 미국에서 공사 수주를 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공사에 손해를 보더라도 그대는 상관없다는 말이군.”
“규모가 큰 페어차일드 센터를 짓는다면 미래 건설은 큰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득입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명성을 얻겠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오.”
‘절대 손해가 아니지. 실력 좋고 저렴한 한국 인력을 쓰면 건축비를 상당히 아낄 수가 있어.’
건축비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았다. 그것만 줄여도 상당히 큰 이득이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저렴하고 뛰어난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 * *
“다만 이 방식은 문제가 하나 더 있소.”
“그것이 무엇입니까?”
“공간 활용이 좋지 않소.”
철근 골조와 마감재로 이루어진 커튼 월 방식은 외벽이 없는 건물이었다. 무엇보다 공간 활용이 좋았다.
코어 월은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건축비도 건축비지만, 기둥이 차지하는 공간도 만만치 않았다.
“대신 화재에 더 강합니다. 고층 건물은 화재에 취약합니다. 커튼 월 방식은 더 그렇지요.”
‘타워링 인페르노라는 영화가 완전히 허구는 아니야.’
커튼 월 방식은 화재가 퍼져나가기 좋았다. 고층 건물은 화재 진압이 더욱 어려웠다. 불이 나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열에 H빔이나 철골이 녹아내렸다. 그래서 9·11사태 이후 고층 건물의 건축 방식이 코어 월로 전환되었다.
“얼마 전 쿠바 미사일 사태가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맨해튼의 건물이 타격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큰일이군. 많은 인명 피해가 나겠어.”
미사일이 날아오지는 않겠지만…… 비행기가 빌딩에 처박힌다. 무역 센터 건물의 골조가 그 열기에 녹아 버렸다. 빌딩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가 났다.
“페어차일드의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오랫동안 맨해튼의 자랑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건물의 수명이 얼마나 되오?”
“수백 년 이상 갈 것입니다.”
콘크리트의 수명은 길었다. 두께에 비례했다. 로마 시대의 콘크리트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코어 월은 아주 튼튼한 구조물이었다. 제대로 만들면 수백 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대의 제안을 검토해 보겠소.”
“결정되시면 이곳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미주 지사와 미래 건설의 전화번호를 주었다. 발판을 깔아 주었으니 나머지는 실무자들이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이제 마음이 이미 반쯤 넘어온 고객을 구워삶고 계약을 확정 짓는 일 정도는 가볍게 해낼 능력이 있었다.
실제로 미래 그룹의 일은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없이 깨끗하면서도 꼼꼼하게 진행되었기에, 실무자들도 더 자신 있게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미래 그룹이 회장님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미래 건설이 S.P.A 매장에 이어서 페어차일드 센터 공사를 수주하면 시공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건설 수주가 늘어날 것이다.
유명 기업의 랜드마크 수준의 건물을 건설한다는 것의 의미가 그렇게 컸다.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통해 한국의 건설 능력을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더불어 이 일은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의 일이었다.
‘이번 건에는 많은 노림수가 숨어 있어.’
미래 건설은 페어차일드 센터 건설로 이익을 남기고, 시공 능력을 쌓고, 미국 현지에서의 수주를 받는 것이 쉬워진다. 페어차일드는 여유 자금을 소모해서 반도체에 투자할 여력이 없게 될 것이다.
셔먼 페어차일드에게 한 제안은 미래 그룹에 이점이 많았다.
‘문제는 미끼를 물어주느냐인데……. 유혹을 뿌리치긴 어렵지.’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는 명예는 은퇴를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큰 유혹이었다. 협상 대상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시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아주 유용한 기술이기도 했다.
‘죽으면 어차피 재산을 들고 가지도 못하잖아. 페어차일드라는 이름이 남으면 그에게도 더 이득이야.’
이 건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이었다. 페어차일드라는 이름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미국인에게도 이 일은 가치 있는 일이야.’
코어 월 공법이 고층 건물 건설에 빠르게 도입되는 것은 미국인에게 큰 이득이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되었다.
역사의 일부가 바뀌더라도 중동에서의 분쟁과 테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그것에 개입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도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페어차일드 센터가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어. 국제 무역 센터나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야.’
테러가 발생해도 그런 건물들이 커튼 월 방식 대신에 코어 월 방식으로 지어진다면 더 안전해질 것이다. 테러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의 차이는 컸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다른 고층 건설에 큰 영향을 주었어.’
페어차일드 센터와 같은 최신 빌딩의 공법 변화는 건설사에 큰 영향을 준다. 코어 월 방식이 미국 전역에 전파된다면, 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지켜 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얻는 것만큼 되돌려줘야지.’
미국은 세계의 큰 축이면서도 내가 아는 역사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좋은 동반자였다.
나에게 큰 도움을 주는 국가인 만큼, 나도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호의를 베풀고 싶었다. 이런 것이 바로 최고의 재벌의 길이자, 그 영향력을 세계에 보여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호의를 주고받는 일은 기업뿐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에게는 제대로 빛을 받아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