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35)
이너 운송 시스템
[물류 수송비 인하, 수송 시간 단축-세계 경제사를 바꾼 대 혁신적 발명품―The Box.]컨테이너(Container)에 붙는 수식어이다. 컨테이너의 출현은 세계 역사를 뒤바꾸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네모나고 볼품없는 강철 박스일 뿐이지만, 컨테이너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이 강철 박스가 세계 물류의 혁명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대의 사람 중에 컨테이너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조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차근차근 컨테이너가 왜 필요한 것인지 깨우쳐 주기로 했다.
“곧 미래 자동차에서 컨테이너를 싣기 위한 트레일러를 생산할 거예요.”
“그런데…… 이미 트럭용 트레일러는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컨테이너용으로 규격화된 트레일러에요.”
트레일러는 트랙터 또는 트럭으로 등의 자동차 뒷부분에 견인되는 차였다. 컨테이너 트럭이라고 하면 트랙터+트레이너였다. 컨테이너 전용 트레일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컨테이너도 그에 맞추어 규격화를 해야겠습니다.”
조 사장은 물류를 담당해서 그런지 이해가 빨랐다. 컨테이너 전용 트레일러는 규격화의 시작이었다.
“맞아요. 컨테이너의 규격화와 표준화는 장점이 많아요.”
컨테이너가 나온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컨테이너의 역사는 1792년부터이다. 철제 컨테이너의 첫 등장은 1900년대 초이며, 본격화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부터이다.
하지만 컨테이너가 보편화된 것은 1970년대가 지나서였다. 그전까지 컨테이너의 해상 운송 비율은 10%가 넘지 않았다. 컨테이너가 이렇게 늦게 보급된 것은 규격화와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루면 보급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그 말씀은 해운도 운수와 같은 규격의 컨테이너만 사용한다는 말씀이군요.”
운수와 해운, 아니 미래 그룹에서 사용하는 모든 컨테이너를 통일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했다.
“맞아요. 그게 더 효과적이에요. 먼저 미래 그룹부터 통일할 거예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미래 그룹 전체가 같은 규격을 사용하면 화물 운송이 훨씬 편리해질 것입니다.”
“그것은 시작이에요.”
그에게 더 큰 비전을 보여 주었다.
“미래 그룹이 전 세계 컨테이너의 표준이 될 거예요. 모든 도로와 항구에 미래 그룹이 만든 컨테이너가 있게 될 거예요.”
규격의 표준화는 쉽지 않았다. 조 사장은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부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건 쉽지 않습니다. 다들 자신들의 표준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컨테이너가 사용되고 있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었다. 운수와 철도, 선박에 사용되는 컨테이너가 모두 달랐다. 심지어 회사마다 다른 규격을 사용했다.
그것은 다른 발명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디오테이프에서부터 첨단 스마트폰의 연결 단자까지 모두 자신의 기준을 표준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니 미래 해운에서 발 빠르게 컨테이너를 받아들여야지요.”
“운송(육상+해상)은 표준화된 컨테이너로 한다 해도 선적과 하역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선적과 하역은 해상 운송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컨테이너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 그룹은 오랫동안 그 문제를 준비해 왔어요.”
이번 계획에 그의 이해가 필요했다. 물류의 혁명을 알려 주기로 했다.
“중공업에서 표준화된 컨테이너에 맞는 크레인을 개발하고 있어요.”
안벽 크레인(Quay Crane)과 트랜스퍼 크레인(Transfer Crane)에 관해 설명했다.
“아! 그러면 컨테이너의 활용도가 높아지겠습니다.”
조 사장은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에 크레인이 가지는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선박에 컨테이너의 선적과 하역이 쉬워졌다. 비용이 크게 줄었다.
“자, 이제 그런 크레인을 설치하려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항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의 머릿속에도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설마, 부회장님. 컨테이너 전용 항구 건설까지 생각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트레일러에서 선박으로, 다시 선박에서 트레일러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운송 시스템이었다.
“항구뿐만 아니라 앞으로 건조되는 선박도 표준화된 컨테이너 규격에 맞출 거예요.”
미래 조선이 만들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표준화된 규격에 맞춘 것이다. 선박 내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화물 적재량이 대폭 늘어난다.
‘블록이 맞아야 낭비되는 공간 없이 빈틈없이 쌓을 수가 있어.’
“아……! 이제야 부회장님께서 그리고 계신 계획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요?”
“여태까지는 그냥 각자의 기준에 맞게 실었던 화물을, 컨테이너를 통해 최대한 빈 공간 없이 운송하는 데에서 오는 이득에다가, 거기에 더해서 규격화된 시스템을 전 세계에 퍼뜨리면 우리 미래가 모든 물류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군요!”
“정확합니다. 조 사장도 이제 왜 컨테이너와 관련 시설들이 중요한지 아시겠지요?”
컨테이너 사업은 조 사장이 이해한 그대로의 사업이다. 그가 이 사업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나하나 떠먹여 줘도 먹지를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예, 부회장님. 정말 전 세계에서 진정한 최고가 될 엄청난 기회군요?”
“그래요. 여태까지 우리는 한국 내에서 최고가 되었고, 더 나아가 아시아권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우리의 무대가 세계로 변하는 거예요.”
“네, 부회장님.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하하, 그런 의욕, 참 좋습니다. 컨테이너는 조 사장이 지금 생각하는 그것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사업이에요. 잘 아시죠? 미래는 성과를 거둔 만큼 보상한다는 것을요.”
실제로 컨테이너의 규격화와 표준화의 결과는 혁명적이었다. 1956년에 일반 화물을 기존의 화물선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톤당 5.83달러였다. 이걸 컨테이너선으로 옮길 때 비용은 톤당 15.8센트. 운송비가 37분의 1로 줄었다.
“그것을 위해 먼저 부산에 컨테이너 전용 신항만을 건설해야 해요.”
“큰 비용이 들겠지만…… 부회장님의 말씀대로 시스템이 구축만 된다면 더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
조 사장은 해운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컨테이너 시스템이 가져올 이익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가 한가지 착각하고 있었다. 미래 그룹이 신항만 건설 비용을 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 기간 산업 투자는 정부에서 해야지. 우리가 왜 해.’
물론 이 일을 민자 사업으로 할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미래 그룹이 그 비용을 내지 않을 거예요.”
신항만의 건설 비용을 낼 사람을 알고 있었다. 남의 돈으로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 * *
“이미 모든 계획이 세워져 있으셨군요. 저도 부회장님의 대계(大計)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도 내가 왜 구구절절 설명하는지 이해했다. 해운에서 맡아야 할 일이 있었다.
“이것은 해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것은 수출입 물동량 파악이었다. 운수도 물류를 담당하지만, 그들만큼 수출입 물동량을 잘 파악하는 이들이 없었다.
해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된 문제였다. 물동량 변화에 맞추어 선박을 확충하거나 감척해야 했다. 수출입 물동량을 과다 과소 예측하면 그것이 큰 손해로 이어졌다.
“먼저 해운에서 3가지의 일을 해줘야 해요.”
“맡겨 주십시오. 미래 해운의 역량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부산항으로 입출항 되는 정확한 물동량을 계산해 주세요.”
그것은 현재 부산항의 상황을 보여 주는 지표였다.
“사실 이미 부산항은 과밀화되었습니다. 신항만 건설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초보자가 봐도 이해할 만큼 쉽게 요약한 자료가 필요해요.”
보고서는 보는 사람에 맞게 작성되어야 했다. 물류를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정도로…….
“알겠습니다. 제가 정부가 납득할 만한 자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부탁드려요. 두 번째는 10년 후 예상되는 물동량이에요.”
항만은 최소한 10년 이상을 앞을 내다보고 지어야 했다. 이것도 꼭 필요한 자료였다.
“그건 쉽지 않겠습니다.”
10년 후 물동량을 예측하기란 어려웠다. 예지(豫知)의 영역이었다.
“혹시 기준이 되는 예상 경제 성장률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을 알면 10년 후의 물동량 증감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다.
“10년 후의 경제 규모가 지금의 백 배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백…… 백 배 말입니까?”
백 배는 그가 믿기 어려운 숫자였다.
‘미래 그룹이 최고의 재벌이 된다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백 배 이상 성장할 수 있어.’
“이것은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에요.”
“백 배가…… 최소로 잡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와 미래 그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미 신항만 건설은 늦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내 예상과 같은 경제 성장 속도에 베트남전 전쟁 특수까지 겹치면 항구가 마비될 것이었다.
‘훗, 내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놓아두지 않아.’
컨테이너 전용 항구가 그 해답이 될 것이었다. 신항만은 기존의 항구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의 물동량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건설되면 늘어난 물동량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항구 건설에 몇 년이 걸립니다. 그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나의 계산 범위 안이에요.”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빠르게 건설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미리 기술을 축적한 케이슨공법과 신항만과 가까운 곳에 있는 영도조선소였다.
영도 조선소에서 케이슨을 만들고 그것을 부산 앞바다에 투하하여 항만을 건설한다면 몇 년이 걸릴 항만 공사를 1년 안에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베트남으로 본격적인 파병이 이루어지기 전에 신항만을 건설할 수가 있어.’
* * *
조 사장에게 케이슨공법과 영도 조선소를 설명했다. 그것을 들은 그는 크게 감탄했다.
“대단하십니다, 부회장님.”
“그러니, 정책 결정자가 그렇게 느끼도록 보고서를 작성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면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직 그가 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남았다. 마지막은…….
“컨테이너 시스템의 도입이 가져올 화물 처리량 증가를 예측해 주세요.”
“그 일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가 자신 있게 말했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스템의 케파(Capacity)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힌트를 주기로 했다.
“예측에 베이지안 방법론을 사용해 보세요.”
자료 분석에서 확률이라는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해 주는 방법이었다.
“아! 베이지안 방법론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마침 직원 중에 그것을 잘 아는 이가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베이지안 방법론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항만의 물동량 예측에 유용했다.
“시급한 일이니, 보고서를 빨리 제출해 주세요. 한 달을 드리겠어요.”
“부회장님, 2주 안에 해내겠습니다.”
‘그래. 일을 맡기면 이래야지.’
“좋아요. 그럼 그 건은 그렇게 하고, 다른 안에 관해서 이야기하죠.”
* * *
“신항만의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요? 해운에서 생각하는 곳이 있나요?”
“항구를 새로 짓는다면 자성대가 괜찮지 않겠습니까?”
자성대는 부산 동구 범일동 부근이었다. 기존 부두와 인접했다. 교통도 편리해서 위치 면에서 최적이었다.
“좋습니다. 자성대와 함께 신선대, 감만도 고려하지요. 그곳의 배후지를 미리 확보하세요.”
“알겠습니다.”
항만에 배후지는 필수였다. 트럭으로 싣고 온 물건이 바로 선박에 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선박에 싣기 전 한동안 하적장에 쌓아 둬야 했다.
컨테이너는 특히 넓은 하적장이 필요했다. 배후지를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땅값이 오르면 충분한 용지 마련이 어려워졌다.
“자자, 이제부터는 속도전이에요. 컨테이너 시스템을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구축해야 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네, 부회장님.”
‘모든 것은 타이밍이야. 너무 빨라도 늦어도 안 돼. 컨테이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야.’
전쟁이 많은 곳에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전쟁 이후 컨테이너를 이용한 운송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가 먼저 그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일본 대신에 대한민국이 그 수혜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컨테이너 시스템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