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36)
으로
“그런데 부회장님, 정말 컨테이너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 해운을 나오는 길에 이학수가 물었다.
“쉽지 않지. 하지만 지금 그 어려운 일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어. 컨테이너는 곧 보편화될 거야.”
말콤 맥린(Malcom McLean)은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을 전 세계에 정착시킨 사업가였다.
그는 화물 운송 사업을 하면서 트럭에 실은 화물을 선박에 그대로 옮겨 싣는 방법이 없을까 궁금해했다.
그것을 컨테이너에서 찾았다. 하지만 트럭에 맞춘 컨테이너가 화물선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에 빈 곳이 많이 생겼다. 처음엔 효율성이 낮았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박 회사를 차리고 유조선을 개조해 컨테이너를 적재하기 좋은 선박을 만들었다.
‘나는 그가 한 방식을 따라 한 것뿐이야. 답과 과정을 하고 있으면 문제 풀이가 쉽지.’
하지만 그의 그러한 노력은 벽에 부딪혔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활용했다. 회사마다 호환이 안 되는 것이다. 타사에 자신의 표준을 강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전체 무역에서 컨테이너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다.
컨테이너화를 시작한 맥린의 시랜드(Sea-Land)사가 앞서갔지만 6년째 적자였다. 빚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후발 주자는 계속 치고 들어왔다. 돈을 벌어도 원가 절감 압박과 추가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지경으로 몰렸다.
그 상황을 극적으로 바꾼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맥린은 베트남에 방문하여 직접 군 장성들을 설득했다. 화물을 컨테이너 채로 내린 후 육지에 있는 보급 기지에 정리하게 해 보았다.
컨테이너 수송의 효율성에 깜짝 놀란 미군은 다른 해운사에 맥린의 컨테이너 규격을 강제했다. 미국에 순식간에 컨테이너 규격이 표준화되었다. 맥린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에 군용 물자를 내린 화물선을 일본에 들르게 해서 상품을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그 일로 시랜드 해운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가 되었다. 동시에 일본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미안하지만……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이 그 자리를 차지해 주지.’
“우리가 먼저 컨테이너 운송 시장을 장악하게 될 거야. 그런 후 미국의 시랜드 해운사를 인수하는 거지.”
“그 유명한 시랜드사 말입니까?”
“학수도 알고 있군. 지금 미 동부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하는 회사야.”
말콤 맥린은 현재 사업을 크게 확장하는 중이었다. 월가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아! 그 회사를 먹으면…….”
“대서양과 태평양의 컨테이너 항로를 다 가지게 되는 것이지.”
이 시기 시랜드 해운사는 뉴저지와 뉴욕, 마이애미, 텍사스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건설하고 미 동부 해운 산업을 장악을 시도하고 있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망하기 직전이야.’
베트남 전쟁이 없었으면…… 시랜드는 부도나서 사라질 회사였다. 베트남 전쟁은 그 회사의 운명을 바꾸었다.
‘부도가 나면 내가 먹어 주지.’
“학수, 그 회사 인수를 추진해 봐.”
이번에 베트남전 특수는 미래 해운이 가져갈 것이다.
“그 회사를 인수하면 미래 해운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 회사, 아니, 세계 최고의 해운사가 될 거야.”
미래의 세계 최대 해운 선사는 머스크 시랜드사였다. 그것이 미래 시랜드로 바뀌게 될 것이었다.
모든 것이 나의 계획대로 된다면…….
‘서울에 올라가서 할 일이 많아.’
* * *
해운을 나온 후 근처에 있는 미래 수산을 들렸다. 수산은 부산 종합 어시장이 있는 남부민동 근처에 있었다. 그곳은 전국의 수산물과 원양 어선이 모이는 곳이었다.
“왕 사장, 북태평양 서부 해역이 곧 대한민국에 열릴 거예요. 그곳으로 진출할 준비를 하세요.”
한일 기본 조약에서 북서 태평양의 공동 조업 문제가 논의되고 있었다. 김종칠이 협상에서 배제되어 독일로 간 덕분이었다. 한일 협정이 전반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큰 줄기는 변하지 않겠지만…… 오호츠크해와 베링해가 한국에 열릴 것은 확실했다.
“그곳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한국과 일본으로 공급될 거예요. 연근해 어선은 그에 맞추어 감척을 진행하세요.”
예전에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 어선이 연근해에 대거 투입되었었다. 그들은 한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기름지게 해주었다. 이제는 퇴역할 때가 되었다.
“연근해 어선을 감척해야 한다니…… 저로서는 아쉽습니다.”
감척은 사업 축소를 권유하는 말이었다.
“아쉽지만…… 필요한 일이에요.”
감척은 어가 하락을 막고 남획된 어자원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급한 불―배고픔―을 해결했다. 어자원 보호와 지속할 수 있는 생산을 생각해야 할 때였다.
“부회장님의 의지가 그러시다면 따르겠습니다.”
‘미래 수산이 그동안 그룹에 크게 이바지를 해 왔지만……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야.’
“앞으로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합니다.”
“양식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지만…… 너무 영세합니다. 저희가 들어갈 사업은 아닙니다.”
이 시기 양식업은 매우 영세했다. 미래 수산이 할 만한 사업은 아니었다.
“미래 수산이 직접 양식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민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 자금을 지원하세요.”
그에게 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다.
‘카길 같은 메이저 곡물 회사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잖아.’
그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곡창 지대에 거대한 농산물 창고와 가공 시설, 물류 시설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농부들로부터 농산물을 구매 저장하고 이를 가공, 배포하며, 또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용 사료를 만들어 판매했다. 또한 과일을 가공해 주스용 원액을 전 세계 식음료 회사에 제공했다. 그것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미래 수산이 수산업의 카길이 되길 바랐다.
“아! 그들이 생산한 양식 수산물을 취급하는 것이군요.”
“맞아요. 우선 양식업을 대한민국에 정착시키고 전 세계로 확산해 나가세요.”
전 세계 수산물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 수요를 어업으로 다 공급하지 못했다. 인간은 수렵 채집에서 목축과 농업으로 전환했다. 어업에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났다.
미래에는 잡는 어업보다 기르는 어업의 비중이 더 커진다.
“양식업은 어류뿐만 아니라, 해조류, 조개류 등 다양한 종류를 기를 수 있어요. 그 시장성은 매우 큽니다.”
양식업은 30조가 넘는 시장이었다.
“그것과 함께 원양 어업도 현지 업체와 합작하세요. 전 세계 모든 바다를 우리가 가져갈 수 없습니다.”
직접 원양 어선을 파견해서 수산물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자원 민족주의와 2백 해리 경제 수역 선언으로 원양어업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된다. 앞으로는 직접 잡는 것이 아닌, 남이 잡은 것을 거래해야 했다.
“상사뿐만 아니라 수산도 자원 개발 회사로 전환해야 해요.”
그것이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미래 수산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미래 수산은 어육 소시지와 참치 통조림과 같은 가공품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어육 소시지는 식품의 담당이 아닙니까?”
“미래 식품은 다른 것에 집중하게 될 거예요.”
식품은 라면과 레토르트 식품, 냉동식품,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등 먹거리가 많았다. 수산과 관련된 식품은 넘기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 말에 왕기철 사장이 기뻐했다. 그것은 수산이 오래전부터 가져오고 싶던 분야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노력해 주세요.”
“다시 한번 그룹 내 1등을 노려 보겠습니다.”
“왕 사장, 기대할게요.”
‘미래 수산에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다른 사업과 달리 수산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비록 양식업 시장이 매우 크지만, 그 부가 가치가 전처럼 수산의 것으로 온전하게 들어오기 어려웠다. 그렇게 점점 더 수산의 가치 창출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러다가 미래 그룹의 주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수산과 관련된 식품 분야를 넘겨주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것을 받아야 다른 계열사와 어느 정도 체급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수산은 미래 그룹의 시작부터 함께한 개국공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그들이 역할을 마치고 더 이상 무대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꾸준히 국민에게 사랑받는 길을 열어 주고 싶었다.
왕 사장에게 그에 관련된 것을 이야기했다.
“왕 사장, 어육 소시지뿐만 아니라 수산과 관련된 식품은 다 수산에 넘겨줄 생각이에요.”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리고 왕 사장이 그 일들을 맡으면서 해 줘야 할 일이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건 바로 미래 수산 식품들의 다변화예요.”
“다변화 말씀이시라면……. 부회장님, 혹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괜찮으실지요? 단순히 식품 연구소에 투자해 종류를 늘리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쭈, 훌륭한데. 그 정도는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알고 있구먼.’
“맞아요. 나는 왕 사장이 매년 미래 수산을 통해 ‘미래 수산 레시피 공모전’을 열기를 바라요.”
“레시피 공모전 말씀이십니까?”
“네. 왕 사장도 잘 알겠지만…… 미래의 어육 소시지와 참치 통조림은 전 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지요. 그런 만큼 각 가정에서 더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이 수없이 많이 있을 거예요.”
“정말 그렇습니다. 제 아내도 참치 통조림에다가 야채랑 이것저것을 섞어서 전을 부쳐 주는데, 집에서 술안주로 먹기 좋더군요.”
“그렇죠. 그런 레시피를 매년 미래 수산에서 모으는 거예요. 그리고 그 레시피 중에 인기가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을 뽑아 신제품을 출시하고요.”
“오, 마치 신문사에 글을 투고하는 것처럼 자신의 레시피를 투고하는 것이네요.”
“맞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정말 많아요. 왕 사장의 생각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왕 사장은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음……. 일단은 신제품 연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습니다.”
“맞아요. 아주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이득입니다. 그리고요?”
“그리고 국민의 입맛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렇죠. 연구원들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들이 대중성은 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 점을 막아 줄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우리 미래를 국민이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게 됩니다.”
“맞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그렇게 매년 국민이 제시한 레시피가 미래의 제품으로 재탄생된다면, 그들에게 하나의 축제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한 점을 잘 짚는 모습이 흡족했다.
그런데 왕 사장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럼 국민이 더 즐길 수 있도록, 미래 수산 지부를 각지에 마련해 공모전 때 직접 시식하고 투표할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투표가 끝나면 판촉 행사도 함께 진행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자연스럽게 광고도 진행하면서, 국민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겠네요.”
“그럼 그렇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왕 사장의 제안이 만족스러웠다. 그를 통해 미래 수산은 전처럼 그룹 내 1위를 탈환하지는 못하겠지만, 미래 그룹과 국민이 상생하는 역할을 맡아 주게 될 것이다.
미래 수산의 변화가 기대되었다.
* * *
“이제 울산으로 가지.”
울산으로 가서 미래 화학을 시찰하고 제철소 건설 용지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도로였다.
아직 부산 울산 고속도로는 고사하고 경부 고속도로도 없었다. 양산과 웅천을 지나는 국도는 제대로 포장이 안 되어 불편했다. 그나마 미래 지프를 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선 부산과 울산만이라도 고속도로를 놓아야겠어.”
“부산과 울산만으로 수요가 나오겠습니까?”
“두 도시가 대한민국의 중요 산업 도시가 될 것이야. 수요도 있고 거리가 가까워 수익성이 있어.”
그것은 아니었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는 민자 사업으로 적자였다.
‘하기 나름이야. 계획대로 된다면 사정이 달라지지.’
부산에 조선과 항만, 자동차가 들어섰다. 울산에는 정유와 화학, 제철소가 들어설 것이다. 그에 따라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 것이다. 지금은 경부 고속도로와 다른 도로들이 없는 상황이었다. 교통량이 부산 울산 고속도로에 집중될 것이었다.
‘거기에 철밥통들을 바꾸면 괜찮아질 거야.’
부산 울산 고속도로의 적자는 복합적인 문제였다.
“아니면 동해남부선을 복선화하는 거야.”
포항―울산―부산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단선이었다. 오랫동안 단선으로 유지되었다. 그것을 복선화만 해도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는 트랙터(트럭)뿐만 아니라. 철도로도 쉽게 운송할 수 있어.’
컨테이너는 많은 곳에서 유용했다. 그것으로 집을 만들 수도 있고 전쟁터에서는 진지나 방책이 될 수도 있었다.
미래 지프는 울산 남부의 석유 화학 공단에 진입했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선은 먹고 사는 것이 먼저야.’
이곳도 언젠가는 수산이나 훽스트 산업 단지처럼 체질을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우선은 대한민국의 석유 화학 공업을 발전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