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40)
을 깔고 춤을 추다
“부회장님, 마카다미아를 가져다드릴까요?”
“감사합니다만……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포도주로 부탁드릴게요.”
스튜어디스의 친절한 질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알레르기는 없지만……. 아무래도 기내에서 땅콩은 거부감이 드네.’
스튜어디스는 능숙하게 와인을 따라 주었다. 호텔의 소믈리에 못지않았다. 미래 그룹은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스튜어디스의 서비스는 특급 호텔에 못지않았다.
“접객 서비스가 능숙한데…… 그전에 어디에서 일했나요?”
“미래 호텔과 워커힐에서 근무했습니다.”
“역시 보통 솜씨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승무원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미래 그룹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을 위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혹시 개인적인 소망은 없나요?”
“네. 미래 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많은 나라를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짜 지원 동기일 것이다. 이 시대에 스튜어디스는 일반인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외국에 간다면 어디를 가 보고 싶은가요?”
“이번에 가는 L.A도 기대가 되지만, 뉴욕과 파리에도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파리와 뉴욕은 전 세계의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여인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곧 그런 날이 올 거예요. 지금은 일본에 한정되어 있지만…… L.A에도 정기편이 취항할 거예요. 파리와 뉴욕, 전 세계 방방곡곡을 미래 항공의 여객기가 누비게 될 것입니다.”
“아!”
그녀의 눈빛은 마치 그날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당신의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
그녀에게 꿈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심어 주기로 했다.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저를 상대하는 승무원분은 중요한 일을 맡은 셈이에요.”
“어떤 중요한 일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곳은 좁은 비행기의 기내이지만……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의 영토에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기국주의(旗國主義)에 따르면 비행기와 선박 내부는 국적사의 영토였다. 선박과 비행기가 많아지면 대한민국과 미래 그룹의 영토가 넓어지는 것이다.
“승무원은 지금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이곳에 있는 거예요.”
“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여러분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어요.”
“아! 대한민국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녀에게 충분한 사명감을 주었다. 그것을 후배들에게 전하게 해야 했다.
“앞으로 들어오게 될 승무원들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당신들이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총칼을 들고 전투에 나서는 군인과 정글에서 땀을 흘리는 기술자처럼, 모두 대한민국을 위해 큰일을 하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대한민국의 발전은 몇몇 위정자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고생한 사람들의 공이었다. 그것을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부회장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겠습니다.”
‘미인이 정색하고 그런 말을 하면 마음이 흔들리잖아.’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에게도 부회장님의 말씀을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좋아요. L.A에 가게 되면 편히 쉬고 좋은 구경도 많이 하세요. 이곳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L.A에 정식으로 취항하기까지 이곳에 다시 올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전성기 미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기를 바랐다.
‘시간이 흐르면 장소도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야. 오늘과 같은 감각과 감동을 다시 느끼기 어렵지.’
그녀에게 오늘 비행이 평생에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기를 바랐다.
―옛날에 직접 뵌 부회장님은 얼마나 멋지고 신사적인 분인지. 너희는 모를 거야.―
―선배님의 그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에요.―
‘이왕이면 갑질 부회장보다 이게 낫잖아?’
* * *
“국적기를 타고 LA로 오다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호텔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기내 서비스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함께 타고 온 사장과 임원진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미래 항공은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에서 최고가 될 거예요.”
아직 기내 서비스가 그렇게 고급스럽지 않았다. 친절하고 상냥한 스튜어디스의 존재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항공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스튜어디스가 친절하기도 했다.
미래 항공이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정말 그녀들의 서비스가 중요했다. 해외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항공과 호텔 등과 관련된 서비스를 고급화하여 최대한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모아야 해.’
그들에게 만족이라는 상품을 주고 기쁜 마음으로 구매하게 생각이었다. 관광이 가져오는 고용과 부가 가치는 무시하지 못했다.
‘문화와 관광, 기술, 산업 모두 골고루 발전하면 좋아.’
선진국이란 그 모든 것이 발전한 국가였다. 더 빠른 시기에 그것을 달성할 것이다. 더욱 효율적으로…….
“저희는 샌프란시스코로 가 보겠습니다.”
“뉴욕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부회장님.”
마이애미로 동반해서 가지 않는 사장과 임원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는 마이애미로 가지.”
“네, 부회장님!!”
이학수와 건설의 정몽고 사장, 미래 정공의 하동환 사장 등 몇몇이 마이애미 일정에 동반했다. 그들과 마이애미에서 큰 전투를 치러야 했다.
미군에 미래 그룹이 준비한 것들을 보여 주고 구매하게 만들어야 했다. 베트남전을 향한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제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와 미군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
비행기의 창밖으로 에메랄드 더 아름다운 연청색 바다가 나타났다.
* * *
“아이언, 마침 잘 왔어.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다들 오랜만에 뵙겠네요.”
이번 이카로스 호에서 주최하는 선상 파티는 미국 보훈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와 앤더슨이 함께 개최하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 복지를 위해 자선 모금 행사였다. 이 자리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참석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현직 장성과 군인들이었다.
‘미국의 보훈부의 힘은 막강하지.’
미국 보훈부는 미래에 매년 수백억 달러의 예산을 운용하며 수십만 명의 직원을 고용한 거대한 회사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상당히 큰 규모였다. 미국 보훈부의 힘은 엄청났다.
미국은 참전 군인에 대한 우대가 특별했다. 이 시대에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되려면 참전 경험이 필수였다. 케네디뿐만 아니라 닉슨도 군 경험을 가졌다.
“오, 아이언! 오랜만이네.”
“장군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는 한국전쟁 때 부산에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군수 사령관이었다. 제대 후 미국 보훈부의 중요 인물이 되었다.
“벤 플린트 장군과 내 후임이었던 리차드 위트컴 장군도 있으니. 가서 인사하게”
벤 플린트 장군은 한국전쟁 때 미 8군 사령관이었다. 리차드 위트컴은 군수 사령관으로 부산 대화재 때 이재민 3만 명을 위해서 미군의 군수 창고를 개방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피로 지킨 대한민국에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동시에 미국 정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도 했다.
그들처럼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의 상당수는 미국 정가에서, 또는 현역 군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앤더슨과 나를 위해 마련된 장소나 마찬가지였다.
‘친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어.’
받으려면 먼저 줘야 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에게 충분한 보상(기부금)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호의적인 사람들이 손 내밀기 쉽도록, 명분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들 앞에 미리 만들어 온 컨테이너 시스템에 관한 모형으로 먼저 시현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캄란 만과 부산의 컨테이너 전용 항구의 이점을 각인시켜 줄 것이었다.
건 트럭과 LST 상륙선, 군복, 화약과 포탄, 제초제, 의약품, 브루나이의 정유공장 등 그들에게 소개할 것은 무궁무진했다.
* * *
“장군님, 제 친구 아이언을 소개드립니다. 아이언, 인사드리게. 벤 플린트 장군님이시네.”
“장군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미 8군의 노고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분투한 미국 장병들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벤 플린트 장군과 악수를 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한국전쟁에서 미군들이 입은 피해는 쉽게 볼 것이 아니었다.
이념 간 대결로 인한 것이든, 국가의 명령 때문이든, 많은 미군이 희생당했다.
사업적인 목적도 있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그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
“미군이 한국에서 흘린 피를 돈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 허억!”
기부금을 받고 있던 보훈부 관료는 헛숨을 들이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이봐, 존.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아이언 씨, 주신 기부금이 처…… 천만 달러가 맞으십니까?”
“뭐라고? 천만 달러?”
“천만? 오늘 역대 기부 금액을 갱신하는 날인가?”
“대체 어디서 그만한 돈을 낸 거야?”
기부 금액을 들은 사람들은 기함했다.
그들은 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다가, 기부자의 정체를 알고 더욱 놀랐다.
“한국? 한국의 기업가가 천만 달러를 냈다고?”
“10년 전에 온 나라가 전쟁으로 불탔는데, 어떻게 그런 돈을 낸 거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저 정도면 모든 재산을 팔아 들고 왔을 것 같은데…….”
방금 인사를 했던 벤 플린트 장군도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이보시오, 아이언 씨. 미군 장병들을 위한 그 마음은 정말로 고맙소. 하지만 이 돈으로 더욱 큰 기업을 일구어서 오래오래 장병들을 위해 노력해 주는 것이 좋지 않으시겠소?”
“하하, 장군님. 괜찮습니다. 제 기업을 위한 돈은 이미 충분하니까요.”
시기하는 사람도 있고, 벤 플린트 장군처럼 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무의미했다. 마침 사람들 사이에서 그 이야기가 들렸다.
“어휴, 이 사람들은 어디 오지에서 장기 휴가라도 다녀왔나? 한국 미래의 부회장이 S.P.A 오너잖아요! 지금 S.P.A 총 주가가 얼마인지는 알아요? 억대가 넘은 지 한참이라고요!”
“그러게 말이야. 물론 천만 달러가 작은 돈은 아니지만, 당신들이 저 사람 주머니 걱정해 줄 사정은 아닐걸?”
이야기 소리를 듣던 벤 플린트 장군이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을 어루만졌다.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1센트도 아까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우리를 위하는 당신의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소. 정말 고맙소이다.”
“아닙니다, 장군님. 대한민국의 혈맹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일 뿐인걸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아이언’과 ‘미래’의 이름이 확실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까웠다.
“장군님, 혈맹을 위한 제 다른 선물에 혹시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니, 더 있다고? 아이언 씨, 당신은 산타클로스요? 하하.”
“이번 선물은 저에게도 좋고, 미군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하하, 좋소. 사람들은 내가 모아 주지.”